스님의하루

2017. 04. 04 여의도 봄꽃 축제, 행복한 대화-부평구청 편
다혈질 아내, 받아내기 힘들어요

새벽을 여는 예불시간, 정토회관 법당에도 조금씩 봄기운이 채워지나 봅니다. 새벽 예불에 내려올 때 내복을 입지 않아도 아침 기온을 견딜 수 있습니다.

스님은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오전 10시, 국립의료원에 금랑 스님을 뵈러 갔습니다. 스님은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 봄기운을 느끼기 어려운 금랑 스님께 경주 남산의 진달래 꽃 작은 가지를 선물하였습니다. 말기 암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금랑 스님은 스님의 문병과 진달래 꽃, 봄 선물로 불편한 몸을 추스르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평화재단으로 돌아온 스님은 원고 검토과 업무를 본 뒤에 영등포 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봄꽃 축제, 게릴라 데이트’의 게스트로 초대되어 여의도로 출발하였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에 야외무대를 마련하여 만발한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을 대상으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현장 즉문즉설을 기획한 것인데, 가는 동안 주최 측에서 연락이 와서 ‘벚꽃이 아직 피지 않아 시민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 같다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걱정을 하였습니다. 상황을 들은 행자님이 “스님, 그러잖아도 강연시간이 1시간 밖에 안 되는데다 다른 일도 많으신데 이런 야외 행사까지 가실 필요가 있었나 싶었어요.” 하며 불만스런 표현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봄이잖아. 봄이니까.”

하며 웃으셨습니다. ‘현장 행사가 계획대로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현장 상황대로 하자’ 하였습니다.

도착하니 야외무대 왼편으로 길게 난 벚꽃 길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봄꽃 축제’ 자체를 즐기러 온 시민들이 차 없는 길을 산책하며 한 낮의 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미리 작성된 질문지 함에서 질문지를 꺼내어 즉문즉설을 시작하였습니다. 질문을 적어놓고 가 버린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중에 ‘인공수정으로 귀하게 얻은 아이의 한쪽 귀가 작아 걱정이라는 아빠의 질문, 입사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긴장해서 변비, 체중증가, 위염 등의 병이 자꾸 생긴다는 사회 초년생의 질문, 오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질문’ 등 일곱 개의 질문에 질문자와 직접 대화하며 즉문즉설 하였습니다. 스님과 질문자의 대화가 진행되자 마련된 자리에 앉은 사람 외에 길을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함께 하였습니다.

특히, 결혼 2년 만에 남편의 도박으로 1억 빚을 지게 된 새댁이 어려움을 호소한 내용의 질문지는 질문자가 가버린 줄 알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는데 현장에 있던 질문자가 고민 끝에 마이크를 들고 다시 스님께 질문하였습니다.

아기를 안고 마이크를 든 새댁은 ‘마음이 너무 힘들어 부산에서 멀리 여행 삼아 온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새댁을 격려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빚’이 아니라 ‘아기의 엄마’임을 강조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새댁은 아기를 얼러가며 스님의 말씀에 집중했는데 스님과의 대화를 마치자, 옆에 있던 남자분이 일어나 이야기하였습니다.

“질문에 등장한 몹쓸 남편입니다. 새 출발하는 마음으로 아내와 아기와 여행을 왔는데 스님 말씀 듣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잘 해보려고 한 투자가 지금의 상황에까지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믿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스님은 모인 사람들과 함께 이 가족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투자하는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짧은 1시간이었지만 감동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와 재정 감사님의 보고를 받는 등의 업무를 하고 저녁 5시 반, 오늘 ‘행복한 대화’가 열리는 부평구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340명 규모의 대회의장에는 550여 명의 많은 부평 구민들이 참석하여 통로와 무대 위에도 자리를 마련하느라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많은 사람들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강연 장에서 스님은 ‘행복한 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많은 질문지가 접수되었는데,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남성, 결혼하고 싶은 미혼 여성, 알콜사용장애인의 어려움, 아버지와의 관계가 안 좋은 젊은 여성 등 여섯 개의 질문이 스님과 ‘행복한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 다혈질인 아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한 남성의 질문을 싣습니다.

“저는 결혼한 지 6년 되었고 다섯 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내는 착하지만 친정아버지를 닮아서 다혈질이고(청중 웃음) 저는 차분한 성격입니다. 또 아내는 결벽증적으로 깔끔하고, 저는 좀 털털합니다. 주로 제가 아내에게 맞춘다고 생각하고 생활하는데 아내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받아넘기기 힘겹고 그 성격이 아이에게 전해질까 염려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청중 웃음)

“왜 듣는 저는 하나도 걱정이 안 될까요?(청중 웃음) 결혼 생활의 좋은 점이 있으면 이런 어려움은 감수해야 해요. 결혼해서 상대가 나한테 다 맞춰주고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면 우리 같은 사람은 질투 나서 어떻게 살겠어요?(청중 웃음) 내 마음대로 다 되는 그런 경우는 없어요.

한번 생각해 봅시다. 성격 급한 사람이 사기를 칠 수 있을까요? 없어요. 그러니까 ‘아내는 적어도 나한테 사기는 못 친다’ 이런 장점이 있어요.(청중 웃음) 남편이 아주 성격이 급하다면 이 남자는 사기는 못 칩니다. 자기 성격을 자기가 못 이기니까요.
그런데 착한 사람은 달라요. 남이 볼 때 아주 착하다고 하는 사람이 고집은 엄청나게 셉니다.문제는, 착한 사람은 본인이 고집이 센 줄을 죽었다 깨도 모른다는 거예요.(청중 웃음) 왜 그럴까요? 어릴 때부터 ‘착하다, 착하다’라는 말을 평생 듣고 살았기 때문에 항상 자기 하는 일은 다 옳다는 믿음이 있어요. 굳이 고집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늘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또 착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자기감정이 상한다고 말을 일일이 다 하지 않고 가능하면 참습니다. 그런데 참다가 못 참으면 터져요. 그래서 평소에 아무 말이 없다가도 어느 날 회사 다녀와 보면 보따리 싸서 친정 가버리고 없어요.(청중 웃음)
그런데 성질이 급한 여자는 그걸 조금도 못 참아서 일일이 다 이야기하니까 좀 귀찮긴 하지만, 아내의 상태가 어떻다는 걸 내가 항상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대응할 수 있는데, 착한 여자는 내가 방비가 안 돼요. 그래서 항상 ‘잘 있겠거니, 괜찮겠거니’ 생각하다가 어느 날 큰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경험적으로 보면 ‘착한 여자가 무섭다. 조심해라’라고 합니다.(청중 웃음) 아내가 다혈질이라 좀 시끄럽긴 하지만 아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질문자가 대충 다 알수 있다는 거예요, 모른다는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청중 웃음)

“그렇게 알 수 있으니까 질문자가 적절히 방비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사는 데는 다혈질인 여자가 훨씬 낫습니다. 그런데 착한 여자는 꽁해가지고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알 수가 없어요. 사람이 말을 안 하면 속을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도 착한 여자는 ‘내가 말을 안 해도 네가 다 알아서 해주겠지, 내 마음을 다 알겠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실은 몰라요. 그래서 착한 여자가 참고 참다가 터진단 말이에요. 그러니 다혈질인 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다혈질인 아내의 성질을 고치는 건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쉽지 않아요. 내 성질 고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남의 성질을 고치겠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내가 자기 성질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고치겠다고 해도 질문자가 동의하면 안 돼요.(청중 웃음) 아내가 ‘제가 앞으로 성질을 고치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때, 훌륭한 남편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그래, 이번에 고치나 안 고치나 두고 보자!’ 이러면 결혼 생활은 100퍼센트 실패해요. ‘여보, 그냥 생긴 대로 살아요.’ 이렇게 격려를 해줘야 해요. 아내도 고치려고 하는데 안 고쳐지면 열등의식을 갖게 되니까요. ‘내 성질 하나도 내가 못 고치구나’ 생각하면 자학이 됩니다.
그래서 성질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사람이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다혈질인 사람은 상대가 알고 싶지 않아도 자기 상태를 막 알려주며 드러내니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세요.(모두 웃음)

그리고 아이가 닮으면 어떡하느냐? 첫 번째, 닮는 건 당연한 거예요.(스님 웃음, 청중 웃음) 두 번째, 닮아도 괜찮아요. ‘닮는 게 나쁘다’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좀 싫다고 해서 ‘저거 닮으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세상이 내 입맛에 다 맞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도 꽁한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라고요?”

“꽁한 것보다는 낫다.”(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질문자는 어느 쪽을 선택할래요? 꽁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여자가 나아요, 그래도 다 이렇게 드러내는 쪽이 나아요?”

“저도 그래서 아내의 성격을 받아들이고, 좋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억압을 많이 받았어요. 주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잘 하지만 자기와 친한 사람이나 가족한테는 다혈질적인 성격을 많이 보이는 성향입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자기 성격이라는 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잖아요. 남한테는 조심하는데 친한 사람한테는 성질이 그냥 나오는 이유는 스스로 방심하기 때문에 그래요. 남편을 믿기 때문에 성질이 그대로 나오는 거예요. 질문자가 생각하기에 아내가 나한테도 다혈질이고 밖에 나가서도 다혈질인 게 나아요, 나한테는 다혈질이지만 밖에 나가서라도 좀 잘 하는 게 나아요?”(청중 웃음)

“저한테 다혈질이고 밖에 나가서는 잘 하는 게 나은데요, 밖에 나가서 잘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저한테 푸니까 그게 좀...”(청중 웃음)

“밖에 나가서 잘 한다는 건 자기 성질을 참는다는 거예요.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아내는 그걸 누구한테 풀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거 풀려고 결혼했잖아요.(청중 박장대소) 질문자가 그걸 풀어주니까 아내가 질문자를 남편이라고 모시고 사는 거죠.”

“제가 퇴근할 때쯤 되면 아내가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살얼음판 같아요. 어디서 깨질지 모르겠습니다.”(청중 웃음)

“아니, 처음에는 그렇게 조심했더라도 결혼 생활한지 6년이나 지났는데 지금은 알잖아요. ‘아내가 다혈질이고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나한테 푼다.’ 이걸 질문자가 알아요, 몰라요?”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무슨 일이 생겨도 ‘시작이구나’ 하면 되잖아요.(청중 웃음) ‘또 시작이다. 어디까지 가나 보자. 아, 오늘은 또 이런 성질이 나오네.’ 이렇게 바라보세요.”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라고 하신 스님 말씀대로 저는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제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고 싶은 마음이긴 한데, 제가 실제로 해보니까 4~5리는 가겠지만 그 이상을 가기가 힘들어서요.”

“질문자가 좀 쫀쫀하네요.(청중 박장대소) 이왕 하는 것 대범하게 해보세요.
참고 견디지 말고 아내의 성격을 연구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제가 연구를 하고 있는데...”(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연구를 하려면 매일매일 그 스트레스 종류가 달라져야 연구가 될까요, 똑같이 반복되어야 연구가 될까요?”

“살펴보니까 주기적으로 반복이 되고 있습니다.”(모두 웃음)

“그래요, 자꾸 연구해보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성질도 있고 어떤 날은 더 센 것도 있잖아요. 그러면 한 1년쯤 연구하면 대충 파악 될 거예요. 결혼한 지 6년 됐으면 지금쯤은 거의 다 파악하고 대응력도 좀 생겼어야죠. 면역력이 아직도 안 생겼어요?”

“아직 안 생겼습니다.(질문자 웃음, 스님 웃음) 제가 연구를 좀 해보니까 아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한테 억압을 많이 받은 것과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고 폭력적이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아버지를 엄청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꽤 닮아서 그런 성격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네, 그런 현상을 우리 옛 말로 ‘내리기’라고 해요. ‘아이고, 그 집 내리기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그 정도는 감수하고 살래요,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그만둘래요?”(청중 웃음)

“솔직히 저는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면 감수해야죠.”

“네, 계속 살 생각이긴 한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좀 덜 힘들 수 있을까요?”

“덜 힘들려면 아내의 성격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은 ‘그걸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청중 웃음) ‘아, 오늘은 안 나오나? 나올 때가 됐는데’, ‘야, 오늘은 신작이구나!’ 이렇게 항상 새로운 영화 보듯 해보세요. 이렇게 연구를 하면 훨씬 좋아지고 굉장히 재미있어져요.”(청중 웃음)

“제가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생활해봤는데 한 2주 정도는 별 문제없이 안 싸우고 지나갔어요. 그래서 스님 말씀대로 ‘이제 좀 적응이 되나 보다’ 했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내가 다시 터지니까 받아들이지를 못하겠어요.”

“그건 질문자가 기대를 해서 그래요. 매일 터져야 하는데 한 2주 안 터지니까 ‘이제 됐나보다’ 한 거예요. 그걸 ‘기복(祈福)’이라고 해요. 복을 기다리니까 다시 터지죠.
아내의 성질이 안 터지는 날은 질문자가 오히려 재미없어 해야 해요.(청중 웃음) ‘재수 없이 오늘은 왜 영화도 못 보지?’ 이렇게 생각하세요.
안 일어나기를 원하면 일어나면 재앙이지만, 일어나기를 원하는데 오히려 재수 없이 안 일어나면 할 수 없는 게 되는 거예요. 안 일어나는 걸 재수 없다고 생각해야 해요. ‘오늘 영화 보러 왔다가 못 봤다’ 이렇게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에요. 교회에 나가요?”

“예. 나가고 있습니다.”

“교회 나가거든 세 가지를 항상 마음에 새기라고 제가 늘 이야기하잖아요.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라’
‘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벗어주라’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까지 내주라’

이걸 배우려고 교회 가는 거잖아요. 하나님한테 ‘우리 마누라 성질 안 내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있던 신앙심도 나중에는 없어져요. 하나님이 그 기도를 못 들어주거든요.(청중 웃음)
그러니까 내 부인의 그런 성질을 내가 능히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해요. 그러면 아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아이는 질문자를 통해서 그걸 받아내는 힘을 키우기 때문에, 엄마 성격을 받으면서도 다시 또 자제력이 생깁니다.

아내의 아버지가 이런 성질이 있었다고 했죠? 당시에 애기 엄마, 즉 아내의 어머니가 그걸 받아냈으면 아내한테 이런 아버지의 성격이 내림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못 받아냈기 때문에 자식인 내 아내에게 내림돼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

“처가를 보면 아버님이 술 드시고 폭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시고, 아이들한테도 그런 언행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 집은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긴 했지만 엄마하고는 싸워도 자식들한테는 폭력적이지는 않았어요. 그런 영향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질문자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자기 아내하고도 싸우고 자식한테도 행패를 피우는 속에서 자랐고 나는 아버지가 술은 마셨지만 자기 아내하고는 싸워도 자식한테는 행패를 안 피우는 속에서 자랐어요. 그러면 질문자는 여기서 발전적으로 진화해야겠죠. ‘아내의 그런 성질을 받아주면서, 아내하고도 안 싸우고 애하고도 안 싸운다’, 이렇게 발전적으로 가세요. 진화를 해야죠.”

“네. 감사합니다.”(청중 박수)

평소에도 스님의 법문을 접하고 해소해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해 본 듯, 질문자는 스님의 말씀을 일상에서 적용하면서의 어려움에 대해서 스님에게 질문하여 두 사람의 ‘대화’가 가볍고 더욱 풍부하였습니다. 대화가 오갈 때마다 청중의 웃음소리가 더해졌습니다. 무대 위에 앉은 사람도 통로에 앉은 사람도 자리가 불편할 텐데 강연에 집중하며 웃고 고개 끄덕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시간을 훌쩍 넘겨 ‘행복한 대화’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무대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귀한 손님을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스리랑카,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에서 오신 스님들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 함께 하셨는데 청중들을 위해 설명을 조금 덧붙였습니다.

“오늘 동남아 스님들께서 언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끝까지 자리해주셨어요. 현재 우리나라에 200만 명 정도 체류하고 있는 동남아 노동자들, 특히 이 인천 부평 지역에는 만 명 정도 동남아 노동자들이 계신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다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동남아 노동자 분들이 많이 고생하고 계시잖아요. 이런 자국의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기 위해서 각 나라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오늘 일부러 이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끝나고 모든 순서가 끝날 때까지 스님은 무대 위에서 청중들과 함께 앉아있었습니다. 무대 아래 사람들이 안전하게 강연장을 빠져나간 뒤, 스님은 무대 위에서 내려 와 동남아 스님들께 인사 하고 청중석에 함께 계셨던 홍미영 부평구청장님과도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구청장님은 어렵게 자리한 동남아스님들께 부평구청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하도록 하겠다 하였습니다.

뜨거운 열기를 뒤로 하고 강연장을 나와 서초동으로 밤길을 달렸습니다.
밤은 깊어 하루를 마감하라 하지만 어쩌면 서초동 스님 방은 다시 낮처럼 불을 밝힐 것 같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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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

무겁다가도 스님 말씀 들으면 가벼워져요 지금에 긍정하며 행복하게 살고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04-19 12:42:36

진달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다혈질 아내 대처하는 지혜 감사합니다

2017-04-13 14:48:40

지금

스님의 즉문즉설은 언제나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

2017-04-12 06: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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