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4. 21 두북 농사
삼재풀이, 안 해도 될까요?

어제 밤, 강릉에서 출발하여 두북에 새벽 1시가 넘어 도착해서 짐 정리를 하니 새벽 두 시가 넘었습니다. 그래서 기도 시간을 한 시간 조정하여 아침 6시에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어제 강릉에서 있었던 ‘행복한 대화’ 중 한 사례를 소개한 후, 스님의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데 말띠인 가족 4명이 작년부터 다 삼재(三災)래요. 정말 삼재가 들어서인지, 작년에 제가 큰 수술을 하고 죽을 뻔했거든요. 그래서 점을 보러 갔어요. 그랬더니 상문살(喪門殺)이 또 꼈다고 상문도 풀어야 하고 삼재도 풀어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친정 엄마가 매년 절에서 삼재풀이를 하시거든요. 이걸 매번 챙기자니 직장도 다니고 세 살 바기 애를 키우니까 그러기도 힘들어요. 삼재풀이를 꼭 해야 할까요? 안 하자니 풀리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찜찜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됩니다.”

“기독교 신자는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 다니라고 하는데 거기다 또 헌금도 내라 그러죠? 안 하자니 천당 못 갈 것 같고, 하자니 일요일마다 교회 가느라 어디 놀러도 못 가서 고민된다는 이야기나 무슨 차이가 있어요?(모두 웃음) 자기가 교회 다니기 싫으면 안 다니면 되고, 다니고 싶으면 다니면 되는 거예요. 교회 다니는 사람은 삼재풀이를 할까요, 안 할까요?”

“안 해요.”(질문자, 청중 입 모아 대답)

“그래요, 그거 안 해도 잘들 살아요. 지금 질문자는 삼재풀이 해도 내내 힘들잖아요. 교회 다니는 사람도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 가서 기도를 하고 헌금한다고 교통사고 안 나는 것도 아니잖아요.(청중 웃음) 그러니까 ‘그걸 한다고 반드시 무슨 사고가 안 난다’, ‘그걸 안 하면 반드시 사고 난다’ 이런 건 없어요. 그건 믿음에 관계되는 문제니까요. 이해가 되세요?”

“네, 알겠습니다.”

“뭐든지 하던 일을 안 하면 좀 찜찜한 건 있겠죠. 교회 다니는 사람이 이리저리 바쁘다고 해서 일요일에 계속 교회를 안 가면 좀 찜찜해요. 매일 아침에 108배 절하고 기도하는데 오늘 아침에 바쁘다고 안 했다면 오늘 기분이 좀 찜찜한 것과 같아요. 그건 하라거나 하지 말라고 할 얘기가 아니에요. 그건 믿음의 문제니까요. 믿음은 개인의 문제거든요. 삼재를 믿든지 하나님을 믿든지 부처님을 믿든지 그 믿음의 대상이 다를 뿐이지, ‘부처님 믿으면 위대하고 하나님 믿으면 위대하고 삼재풀이 믿으면 미신이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각자 자기의 믿음이 있는 거예요.

기독교 신자가 볼 때 기독교 안 믿으면 다 지옥 간다고 해요. 그러면 단군 할아버지부터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까지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다 지옥 갔을 거 아니에요?(질문자 웃음) 그런데 역사 속에서 보면 기독교 믿는 나라가 사람 죽이고 못된 짓도 많이 했잖아요. 그런 못된 짓 해도 기독교만 믿으면 다 천당 가고, 이쪽은 못된 짓 안 했는데도 다 지옥 간다고 해요. 그런데 또 알라를 믿는 사람들은 자기들만 천당 간다 하고, 불교 믿는 사람들도 자기들만 극락 간다고 하잖아요. 49재 지내야 극락 간다고 해요.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49재 안 지냈잖아요. 그럼 그 사람들은 다 지옥 간 거예요? 예수님도 49재 안 지냈을 거예요, 아마.(청중 웃음)

그러니까 그런 문제는 옳으니 그르니 따지는 게 아니에요. 그건 믿음이고 믿음은 개인의 자유예요. 그러니까 그걸 믿으라고도 할 필요가 없고, 믿지 말라고도 할 필요가 없어요. 믿음은 객관이 아니란 말이에요. 자기가 그렇게 믿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하겠어요? 억지로 믿을 건 없지만, 믿어진다면 이왕 할 바에는 믿는 게 낫다는 거예요. 그래서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의 것이니라’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왕 삼재풀이를 하려면 믿는 게 낫고, 안 믿으려면 안 하면 돼요. 사고가 나면 그냥 사고가 났다고 여기면 돼요. 그런데 질문자 같은 수준에서는 하는 게 좋아요. 왜 그럴까요?”

“믿고 있으니까요.”

“길거리 가다가 넘어져도 ‘삼재풀이를 안 해서 넘어졌구나’ 이렇게 생각할 사람이니까 그래요.(모두 웃음) 애가 아파도 ‘삼재풀이를 안 해서 그렇구나, 삼재가 들어 그렇구나’ 이런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돈이 조금 들어도 하는 게 나아요. 교회에 가도 헌금 내야하고 절에 가도 보시를 하거나 등을 달아야 해요. 삼재풀이 정도야 돈만 좀 들 뿐이지 힘든 것도 아니잖아요.”

“삼재풀이는 그래도 할 만한데, 상문이 꼈다고 하니까 돈을 훨씬 많이 내라고 하던데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돈이 좀 아깝다는 거죠?”

“그렇게 되는가요? 알겠습니다.(질문자 웃음)
한 가지 질문을 더 썼었거든요.”

“공짜라고 계속 하네요.(모두 웃음) 얘기하세요.”

“제가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데 저희 시어머님이 올해 예순 넷이 되셨어요. 강릉에서 30년 이상을 사셨다는데, 제가 시집와서 보니까 친구 분이 한 분도 안 계셔서 아들 며느리만 바라보고 생활하세요. 제가 보기에 사회성이 문제가 있어 보여서 걱정이 돼요. 그래서 요리교실도 연결해드리려 하고 여기저기를 권유를 해봤는데도 안 가겠다고 하시거든요.”

“시아버님은 안 계세요?”

“시아버님이 2년 전에 돌아가셔서 상문이 꼈다고 했어요.(질문자 웃음)
밖으로 나가시게 하려고 제가 많이 시도해봤지만 집에서 꼼짝을 안 하세요. 일주일에 딱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에 시장 보러 나가시는 게 다예요. 제가 직장을 다니다 보니까 그런 성향이 아기한테도 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기한테 어떻게 가는데요?”

“네 살인데 친구들하고 노는 게 다른 애들하고 좀 달라요.”

“그게 할머니 때문에 그렇다고요?(모두 웃음) 아기가 그러면 질문자 닮아서 그렇지, 왜 할머니 닮아서 그렇다고 해요? 할머니랑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할머니가 육아를 하고 계시니까요.”(질문자 웃음)

“할머니가 육아를 했으면 할머니한테 고맙다고 해야죠.”

“아, 네.”

“그래서 손자를 키워주면 안 된다고들 하는 거예요. 저런 이야기를 한단 말이에요.”

“아, 죄송해요.”(모두 박장대소)

“조금만 문제가 있으면 저렇게 생각을 합니다. 할머니한테 키워달라고 맡겨놓고 문제 생기면 할머니 탓을 해요. 할머니 때문에 애 버릇없다 하고, 할머니 때문에 어떻다 하고요. 오늘 아주 본보기로 얘기가 잘 나왔네요.(모두 웃음) 그래서 손자 키워주면 돼요, 안 돼요?”

“안 돼요!”(청중 크게 대답, 모두 웃음)

“절대로 안 돼요. 키워달라고 애원해도 키워주면 안 돼요. 나중에 욕만 얻어먹어요. 질문자가 대표적인 케이스예요.(모두 박장대소)

“죄송합니다.”(질문자 웃음)

“만약에 할머니가 밖으로 돌아다니시는데 애가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하면 ‘할머니 때문에 밖으로 돌아다닌다’ 할 거예요.”(청중 박장대소)

“저의 원초적인 고민은 할머니가 외로워하시는 것 같아서...”

“할머니가 외롭거나 말거나 그건 질문자의 인생이 아니니까 질문자는 신경 쓰지 마세요. 질문자한테 외롭다고 할머니가 하소연을 하거나 하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 아니에요.”

“저랑 계속 놀아달라고 하시니까요.”

“놀아달라면 시간 나면 놀아드리고 시간 없으면 못 놀아드리죠.”

“네, 알겠습니다.”(질문자 웃음)

“같이 살아요? 한 집에?”

“네, 한 집에 같이 살아요.”

“그럼 할머니가 아기도 봐주고 좋네요. 외출도 안 하고 할머니가 아기를 봐주면 질문자도 좀 놀아드려야죠. 시어머니든 친정어머니든 외출 안 하고 아기 봐주는 게 좋아요, 내내 밖으로 다니시는 게 좋아요?”

“아기 봐 주는 거요.”

“가끔 ‘남편이 직장만 딱 끝나면 너무 정시에 들어와서 힘들어서 못 살겠다’라고 하소연하는 질문자가 있어요. ‘좀 돌아다니다 늦게 들어오면 될 텐데, 친구도 없나 봐요. 술도 가끔 마셔주면 좋겠지만 이 사람은 술도 안 마셔요’ 이러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걸 경상도 사투리로 ‘호강에 받쳐서 요강 깬다’라고 해요.(모두 웃음)
그건 고민거리가 아니에요. 아기 봐주니까 할머니하고 같이 좀 놀아드리면 돼요. 아기가 사회성이 없는 건 할머니와 관계가 없어요. 질문자가 아기를 데리고 아기들 노는 데 가서 같이 놀고 다른 학부형들하고도 어울리면 문제가 해결이 돼요. 그래도 해결이 안 되고 약간의 정신적 문제가 의심되거나 하면 아동심리학 전문가나 아동정신과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아보세요. 할머니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과 박수)


기도를 마치자마자 오늘은 아침시간부터 분주히 움직입니다. 스님이 강연과 회의 일정으로 다니던 며칠 사이, 쑥쑥 자라버린 채소들을 솎아주고 엄나무 순을 따주었습니다.

채소들을 미처 다 솎지 못하고 우선 엄나무 가지를 치기로 하였습니다. 가지를 쳐 주지 않으면 계속 웃자라 순을 따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엄나무 손질은 까다롭습니다. 가시가 험하게 돋아 찔리기 쉬워서 장갑이나 작업복을 잘 착용해야 합니다. 스님은 작업복이나 장갑을 갖추지 못하고 우선 웃자란 가지치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가지를 치면 친 가지의 순을 따고 적당하게 자란 잎을 땄습니다. 가지를 칠 때는 가지가 떨어지는 방향을 예상해서 조심해야 합니다. 가지에 맞게 되면 상처가 심하게 나게 됩니다. 스님과 행자님들은 조심하였지만 손이나 머리, 팔뚝이 긁혀서 피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한두 시간을 예상하고 시작한 일이 점심시간을 넘겨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니 갈무리한 엄나무 순이 바로 시들어버려 더 이상 할 수도 없어서 남은 일은 내일 아침에 하도록 하고 점심 공양을 하였습니다.

점심 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통일암 너른 마당에 들렀습니다. 내일 경주남산순례 일정으로 800여 명의 대중들이 모이게 되는 장소라 거사님들이 장소를 미리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직장을 조퇴하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거사님들을 격려 하고 오늘 딴 엄나무 순과 봉화에서 채취한 두릅을 데쳐서 거사님들께 맛보시라 전했습니다. 스님은 내일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서 대중들과 일정 진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며 통일암을 내려 왔습니다.

오후 시간, 모종들을 챙겨 통일씨감자를 심어 놓은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통일씨감자들이 터준 비닐멀칭 위로 쑥쑥 열심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투명 비닐 멀칭을 해주었던 작년 통일씨감자는 거의 싹이 나지 못하고 있어서 스님이 흙 속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대로 썩어 버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자른 감자에 재를 묻혀 바로 심은 것이 원인일 수 있겠다 하였습니다. 하나의 실험이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투명 비닐 멀칭에는 고추 모종을 심기로 하였습니다. 모종 사이의 간격이 30센티미터가 좀 넘도록, 고추가 자라서 잎이 달리고 고추가 달려서 작업할 때 고추끼리 치이지 않고, 작업하는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은 간격입니다.

고추모종을 심은 다음 남은 고랑에는 단호박, 오이, 수박, 참외, 여주를 심었습니다. 지리산 수련원에서 선주 법사님이 전해주신 모종도 있었습니다. 수련원 마다 농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도 다르고 농사짓는 사람의 경험도 달라 재배하는 작물을 살펴보고 정보를 교환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모종 심기를 마치고 물받이에 받아두었던 물을 사용해서 새로 심은 모종에 물을 주었습니다. 물받이를 가져다 놓은 것이 이럴 때 참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공구를 정리해 내려와서 아침에 솎지 못한 얼갈이배추, 알타리무 등을 솎아 주었습니다.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지난 번 솎아주었는데도 벌써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농사일은 계절별 시기도 중요하고 아침, 저녁 시간도 적절해야 합니다. 농사일에 집중하다보면 생활의 지혜가 저절로 익혀 지는 것 같습니다. 솎은 채소들을 다듬는 동안 해가 져서 주변이 어두워졌습니다. 스님은 미처 옮겨 심지 못한 신선초와 당귀, 꽃 화분 갈이도 얼른 해 주었습니다.

아침부터 해지기까지 쉴 틈 없이 움직였습니다.
스님은

“농사 일로 평생을 사신 어르신들이 허리가 굽은 이유가 있지.”

하였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일, 생명이 자라고 번식하고 만들어지는 일이라 허투루 할 수도 없고 지나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살아가는 일이니까요.
흙과 태양과 식물에서 배움을 얻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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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진

자식은 가급적 엄마가 키워야겠네요.

2017-04-26 12:52:55

올해는 저희집 거실에 화분텃밭을 만들었어요
새싹들의 모습에 조급해지는 마음이..거실에서도 잘자라줄까요? 궁금합니다:D

2017-04-25 19:41:15

삼재 불교

삼재라는 말은 불교에서 나왔죠!
그러니 삼재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이름을 팔아 스님의 탈을 쓰고
그런 답을 하면 안되죠!
그럼
천일결사 만일결사 한다고
교통사고 안 나는거 아니잖아요!
정토회 다닌다고 가정에 더 소홀해졌으면 해졌지
마음따로 몸따로 잖아요?
잘 생각 해보세요!!!
스텝들 올릴걸 올려야지요??

2017-04-25 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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