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4. 22 불교대학 경주남산순례 봄 불교대 주간반
숲 속 너른마당에서 함께 부른 ‘어버이 은혜’

스님은 아침 기도를 마치자마자 어제 시간이 늦어 정리하지 못한 엄나무 잎을 땄습니다. 4월 하순의 아침 치고는 꽤 쌀쌀하였는데 야채를 솎거나 엄나무 잎을 따서 정리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금방 손끝이 시렸습니다. 스님은 10시까지 주변 정리를 하고 10시 반에는 통일암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전국 150여 개 법당에서 온 봄 불교대학 주간반 학생들은 지역 정토회 별로 삼릉골, 용장골, 부처골, 포석정골, 봉화골의 5개 코스로 나누어 안내자인 법사님과 함께 경주 남산을 느끼고 이영재를 넘어 통일암 너른 마당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스님도 불교대생들이 통일암 너른 마당에 오는 시간을 기다려 입구에서 맞이하며 악수로 환영하였습니다. 스텝을 포함하여 800여 명이 모두 모일 때까지 지역별로 점심 공양을 하는 가운데 흥을 돋우는 노래자랑 시간이 펼쳐졌습니다.



부산 청년의 멋진 노래, 레크레이션 강습을 받고 있다는 스텝의 율동, 소극적인 성격을 탈피하려고 음치를 자부하면서도 나와서 노래와 액션을 한 불대생 등 각자의 솜씨를 발휘하는 모습에 함박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모두 모이자,

“자, 여러분이 불교대학에서 공부한 지 두 달쯤 되었으니까 공부하면서 모르겠다 하는 걸 물어보세요. 개인적인 질문은 요즘 ‘행복한 대화’ 강연을 하니까 거기 오셔서 물어보시고요. 그래도 꼭 묻고 싶으면 물으셔도 되요. 그래도 오늘은 공부하는 것보다는 ‘친목’하는 거니까 질문할 사람은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질문하셔야해요.”

라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소나무 숲 아래의 알록달록한 불대생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800여 명의 웃음소리로 ‘숲 속 너른마당의 야단법석’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열두 명의 질문자가 나섰는데 그 중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으로 함께 울고 웃었던 불대생의 질문을 보겠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릴 때부터 일 년 365일 중 360일을 싸웠다고 기억할 만큼 많이 싸우셨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스무 살 대학교에 들어갈 때, 그리고 남동생은 고등학생일 때 이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폭력적이셨고, 어머니는 거기에 악으로 대들고 또 저희들도 악으로 키우신 기억이 많습니다.

지금 저는 마흔 살이 넘었고 결혼생활도 하고 있는데, 문득문득 과거의 기억 때문에 화가 치밀어오고 그 화가 제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이제 나이가 드셔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과거의 기억들로 당시 감정들이 해소되지 않아서 화가 올라옵니다. 혼자서 부모님을 떠올리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막상 만나거나 눈 앞에 보이면 ‘우리가 어릴 때 왜 그렇게 하셨나’ 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서 대들기도 하고 또 그러고 나면 마음이 안 좋고, 이것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질문자도 부모님을 안 볼 때는 ‘잘 해드려야지’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보면 그게 잘 안 되잖아요? 부모님도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어머니도 혼자 계실 때는 ‘아이고, 내가 이제 악심으로 안 해야지’하다가 남편이나 아이들만 보면 악심이 확 나오는 걸 어떡해요? (청중 웃음) 질문자도 혼자 있을 때는 ‘이번에는 엄마한테 잘 해드려야지’하지만 막상 눈앞에서 엄마가 악심 쓰는 모습을 보면 화가 팍 나는 걸 어떡하겠어요. 그러니까 질문자나 엄마나 별 차이가 없잖아요.”

“…”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문자가 엄마보다 나은 점이 없잖아요.”

“스님께서 부모님께는 다만 감사하는 기도를 하라고 하셨는데, 참회 기도를 할 때도 솔직히 속으로는 안 감사해요. (모두 웃음) 그러다보니 참회 기도를 한다고 해봤지만 그게 잘 안 돼요.”

“그러면 질문자도 그냥 악쓰고 살면 돼요. (청중 웃음) 어릴 때도 악쓰는 엄마 밑에서 자랐는데, 지금은 어른이 되었으니 더 이상 악쓰는 엄마가 두렵거나 겁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릴 때의 기억이 해소가 안 돼요. 그래서 화가 올라와요.”

“해소 안 되면 어때요, 그냥 그렇게 살면 되죠. 그걸 꼭 해소해야 하나요? 해소 안 하고도 지금까지 잘 살았잖아요?”

“그런데 이러니까 사는 데 지장이 있어서…”

“어떻게요?”

“주기적으로 화가 막 올라와요.”

“주기적으로 화가 막 올라와도 아직 안 죽고 잘 살아 있잖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뭐가 그리 큰 지장이 있나요? 사람이 살다보면 주기적으로 변비에 걸리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설사를 하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편두통을 겪기도 해요. 그래도 죽지 않고 다 살아갑니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화가 올라오는 것도 ‘아, 또 화가 올라오는구나. 또 시작이구나. 이번에는 화가 며칠이나 갈까’하고 살면 돼요. (스님과 청중 웃음) 그런데 그걸 왜 꼭 고치려고 해요?

스님이 이렇게 묻는 이유는 본인이 고치고 싶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잘 안 고쳐진다고 했잖아요? 고치려고 하지만 정작 잘 안 고쳐지니까 그럴 때는 자기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도 없어지게 되고, 또 그것이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어차피 안 고쳐질 건 그냥 놔둬도 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서 고민이라는 분들이 많은데 남편에게 술 먹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서 남편이 술을 안 먹을 것 같으면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지만, 지금까지 20년 넘게 술을 마신 사람이 먹지 마라는 말 한마디 듣고 안 마실 게 아니라면 따라다니면서 먹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건 입만 아프고 싸움만 되지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잖아요.

그럴 때 길은 두 가지예요. 우선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헤어지는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정작 헤어지려고 하니까 아이들도 있고, 또 이 사람이 따지고 보면 술 먹는 것만 문제지 인물도 괜찮고 돈도 있고... (청중 웃음) 스님의 이야기는 그래서 어차피 같이 살 거라면 술 먹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싸우면서 살기 보다는 그냥 ‘술 드세요’하고 안 싸우고 사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질문자도 어머니만 보면 화가 올라오고, 그 올라오는 것을 컨트롤 하지는 못하니까 그냥 놔두고 사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거예요. 그리고 비록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올라오는 화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엄마가 왜 저리 악심으로 살까’하고 이해가 잘 안 되었는데, 내가 겪어보니 엄마도 속으로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아빠만 보면 화가 나고 애들 보면 화가 났었던 거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어머니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던 게 아니라, 어머니 나름대로는 ‘안 그래야지’ 했는데도 현실에서 남편 모습만 보면 악심이 올라와서 그렇게 사신 거예요. 그러니 이제 어머니가 악심을 내는 모습을 봐도 ‘아, 엄마도 저게 엄마의 카르마라서 본인은 안 그러려고 해도 저절로 저렇게 되는 거구나’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악심을 쓰는 모습이 싫으니까 질문자는 그걸 고치려고 하고, 그런데 고치려고 하는데도 잘 안 고쳐지니까 그 모습에 질문자 역시도 악심을 내게 되는데, 내가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고쳐지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면 더 이상 엄마를 바꾸려고 하지 않게 되니까 오히려 내 악심이 없어집니다.

내가 ‘악심을 안 내야지’ 하고 아무리 결심해도 악심이 안 사라지는데, 고쳐지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를 이해하면 더 이상 고치려는 마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도리어 내 악심이 사라지는 거예요.

어머니가 악심을 낼 때 내가 속으로 ‘저러지 않았으면 좋겠다’하면 같이 악심을 내게 되지만,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고, 엄마도 얼마나 힘드실까. 아마 나 만나기 전에는 엄마도 ‘이번에는 딸 만나면 악심 안 내야지’했지만 또 나를 보니 악심이 나오시나보다. 엄마도 저걸 평생 못 고치시니 참 힘드시겠다’ 하고 이해하면 그 순간 나에게는 악심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참 묘한 도리예요.

성질은 원래 잘 안 고쳐지잖아요? 가만 보면 자기 성질 하나도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한테 성질을 고치라고 하니까 그러는 나에게 지금 악심이 일어나는 거예요. ‘이제는 나이도 드셨으니까 좀 그만하세요, 어릴 때부터도 그러셨잖아요’ 하는 생각이 안 없어지는 거예요.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부가 함께 사는 조건,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조건이 본인하고 비교해보면 좋았겠어요, 더 힘들었겠어요?”

“나쁜 조건이요.”

“지금 그보다 좋은 조건에 처해있는 나도 이렇게 악심이 생기고 힘든데, 나쁜 조건에 있었던 어머니는 얼마나 악심이 올라오고 힘드셨겠어요. 그러니 어머니한테 잘해야지 하고 막연하게 결심하기보다는 ‘엄마는 결혼 생활하고 우리 키우면서 사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해보세요. 그것도 억지로 어머니를 좋게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잘 고쳐지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 입장을 헤아려보는 거예요.

그리고 어머니는 왜 그러셨는지를 생각해보면, 내가 어머니로부터 그런 것을 물려받았듯이 어머니 역시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카르마를 받아서 그런 걸 알 수 있어요. 그런 성질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어머니도 성질을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라는 거예요.

지금 나는 불교대학도 다니면서 수행을 하는데도 잘 안 고쳐지는데, 어머니는 그런 것도 모르고 사셨는데 어떻게 그걸 그리 쉽게 고치실 수 있겠어요. 그러니 내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또 얼마나 힘드셨을까’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감사기도 역시도 어머니니까 무조건 감사하라는 것이 아니라, 결혼해서 폭력적이기까지 한 남편과 그래도 질문자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사셨잖아요. 만약 질문자나 남동생이 없었다면 그때까지 같이 사셨을까요, 그 전에 벌써 이혼을 하셨을까요?”

“먼저 이혼을 하셨을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이혼을 하신 뒤에 저희를 놔두고 가신 게 너무 괘씸한 생각이 들어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자기가 몇 살이었는데요?”

“…” (청중 웃음)

“스님이 묻는 건 질문자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런 남편과 살면서도 가정을 떠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에 못 떠났을까 하는 부분이에요. 질문자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떠나지 못한 것은 자식들 때문에 못 떠났다는 건 인정해요?”

“네.”

“그 후에 질문자가 스무 살이 되고, 남동생도 고등학생이 되어서 다 컸다 싶으니까 어머니도 ‘이제 애들도 컸는데, 더 이상은 못 살겠다’하고 떠나신 거잖아요. 그러면 그 전에 떠나지 못한 것은 누구 때문에 못 떠났다고요? 질문자랑 남동생 때문에 못 떠난 거잖아요. 그러니 남편이 폭력적이어서 힘이 드는데도 그때까지라도 같이 사신 건 자식들 때문이란 말이에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기에 그때까지 같이 사신 거예요. 질문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질문자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와 같이 사셨을까요?

조금 다르게 보면, 어머니는 남편에게 맞기도 하고 여러모로 삶이 고통스러운데, ‘두 분이 함께 사셨으면 좋겠다’는 질문자의 바람 하나 때문에 어머니가 삶을 희생하셔야 하나요? 되도록 어머니가 그 폭력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엄마,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살게.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아’라고 말해줘야죠. 이런 생각을 못하는 걸 보니 질문자가 모자라네요. (청중 웃음)

질문자도 같은 여자인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하고 어떻게 같이 살아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키워놓고 가려고 버티다가 자식들이 컸다 싶으니까 이제는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싶어서 나간 거죠.

그리고 술 먹고 행패피우는 남자에게서 도망가는데 누가 스무 살 먹은 애랑 고등학생을 같이 데리고 가요, 놔두고 혼자서 도망가야죠. 질문자도 지금 그런 일이 생기면 혼자 도망갈 거예요. 만약 두세 살 먹은 어린 아이라면 아이를 업고 도망가겠지만,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도망갈 때 데리고 나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저는 데리고 갈 거예요”

“자기는 데리고 간대요.(청중 웃음) 아니, 아예 안 가야지 자식을 데리고 간다고 그래요. (청중 웃음)

그런데 주변에 보면 사이가 좋은 부부들 보이죠? 친구 어머니, 아버지 중에 서로 사이가 아주 좋고 친해 보이는 부부가 가끔 있잖아요. 그런데 사이가 좋은 부모님이 자식을 더 사랑할까요,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이 자식을 더 사랑할까요? (청중 웃음)

이걸 잘 아셔야 해요. 사이가 좋은 부부는 자기들끼리 좋아서 같이 사는 것이지 자식 때문에 사는 게 아니에요, 아시겠어요?”

(청중) “네!” (청중 웃음과 박수)

“잘 생각해보면 사이가 좋은 사람들은 그냥 자기들끼리 서로가 좋아서 살지 자식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아이가 없어질 때 눈물을 많이 흘릴까요, 남편이나 아내가 없어질 때 눈물을 많이 흘릴까요? (청중 웃음) 그런 사람들은 아이가 없어지면 또 낳으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청중 웃음) 그런데 둘이 매일 싸우고, 사니 못사니 하면서도 사는 사람들은 누구 때문에 살까요?”

(청중) “자식이요.”

“그러니 싸우면서 지내는 부모의 자식들은 부모의 은혜를 엄청나게 입은 사람들이에요. 이해하셨어요?”

(청중) “네!”

“부모가 남편이나 아내 때문에 같이 산 것이 아니라 자식 때문에 같이 산 것이기 때문에 자식 입장에서는 엄청난 사랑을 받은 거예요. 그토록 사랑했기 때문에 질문자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키워놓고 갔는데도 이렇게 한심한 소리만 하니까, 이런 걸 생각하면 괘씸해요. (청중 큰 웃음)

그러니까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했으니까 그래도 내가 스무 살이 되고 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힘들게 같이 사시다가 헤어지신 거구나’하고 알면 저절로 그분들의 사랑이 느껴지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부모님이니까 억지로 감사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얘기 듣고 나니 고마워요 안 고마워요? (청중 웃음)”

“집에 가서 생각해볼게요.” (청중 웃음)

“아이고, 불효막심하네요. (청중 웃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줬는데도 집에 가서 생각해보겠대요. (청중 웃음) 어머니가 그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를 키웠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고, 어머니 참 살기 힘드셨는데도 우리 때문에 같이 사셨구나’ 하고 금방 알아야지요. 그런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겠대요. (청중 웃음) 그래요, 그러면 집에 가서 생각해보시고 여기서는 ‘어버이 은혜’ 한 곡 부르고 들어가세요. (청중 웃음과 박수) 여러분들도 같이 불러주세요.”

“다른 노래 부르면 안 될까요? (청중 웃음)”

“다른 노래는 안 돼요. 지금 이 노래를 불러야 돼요.” (청중 웃음)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 ” (질문자 첫 소절을 부르다가 부르지 못 하고 눈물 흘리며 울다)

(불대생들이 함께 불러줌)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요
어버이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그렇게 울어서는 안 되고, 엉엉 울어야 돼요. (청중 웃음)

제가 혼자 사는 보람은 이럴 때 느낍니다. (청중 웃음과 박수) 아무리 무자식이 상팔자라지만, 남편한테 맞아가면서도 아이들을 키워놓고 가려고 버티면서 같이 살다가 나간 건데 자식은 저런 이야기만 하니, 이런 걸 보면 아이들한테 정을 줄 필요가 있어요?”

(청중) “없어요.”

“없어요. 앞으로는 밥도 주지 마세요. (청중 웃음) 그래야 은혜를 알아요.”

불대생들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함께 눈물 흘리며 노래 불렀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남산을 타고 함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통해 어떤 일이라도 웃으면서 살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저장되는 느낌입니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었는데 바람이 쌀쌀하고 추운 기운만 더해졌습니다. 야단법석이 마무리되고 염불사지로 회향식을 하러 갔습니다.

염불사지에서 정근을 하는 가운데 스님은 발원하였습니다.

"오늘 봄 불교대학생들은 경주남산순례를 맞아
골짜기마다 부처님 새겨진 불상과 부처님 사리를 모신 탑을 참배하며
부처님을 찬탄 공경하고 예배하여
다시는 괴로움이 없는 보살의 길, 붓다의 길을 가기를 발원하였으니

저희가 세운 이 발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제불보살님들은 증명 하옵시고
천룡팔부신중님들은 옹호하여 주시옵소서.

저희가 이곳 염불사지 탑에서
간절히 염불하옴은
개개인의 염불자들이 육신은 건강하고 정신은 맑아서
삶이 나날이 행복해지기를 발원하며
발원자 개개인들의 소원이 원만히 성취되길 바라옵나이다.

저희 대중 일동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자 하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는 평화를 발원하옵나니
관계된 나라와 지도자들의 마음이
악감정과 분노에서 벗어나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여
이 땅에 평화의 햇살이 밝게 비치기를
간절히 발원하니
저희의 발원이 성취되도록 옹호하옵소서.

이렇게 순례하고 발원한 인연공덕을
일체중생에게 회향하오니
배고픈 자는 배불러지고
병든 자는 쾌차하고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배움이 성취되어
고통 받는 일체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지이다.

이 순례의 발원 공덕을
조상 영가에게 회향하니
유주무주 모든 고혼들도 함께 왕생극락 하여지이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새벽부터 오후 4시까지 경주 남산과 통일암 너른 마당에서 가슴이 뜨듯해지는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비록 바람이 차서 추웠지만 이게 어딘가요. 비가 내리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지요. 내일은 저녁반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겁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9

0/200

현광

저도 어버이 은혜를 부르는 대목에서 울컥한 마음이 듭니다.
스님께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_()_

2017-05-01 22:28:22

자비행

어버이 은혜 노래를 불렀다는 대목에서 눈물이 핑돌며 제 업장도 함께 녹아납니다. 감사합니다

2017-04-26 22:50:51

임무진

부모님께 고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종종 서운한 마음이 일어나곤 했는데 스님 말씀 들으니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습니다. 한없이 받기만 했음에도 뭐가 그리 서운하다고 투덜됐는지 참회합니다. 고맙습니다.

2017-04-26 12:31:3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