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02 봉화수련원 방문
친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스님의 하루에 앞서 최근 안양에서 있었던 즉문즉설의 사례를 먼저 살펴볼까요?

“친구가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았는데, 3개월 이상 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 친구를 만나서 제가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먼저 가는 친구에게 제가 어떤 식으로 위로해 줘야 할까요?”

“그 친구보다 질문자가 먼저 갈지도 몰라요.(모두 웃음) 그러면 위로할 일은 없어져요.”

“예?”

“그 친구는 병원에 가만히 있을 거니까 교통사고 나서 죽을 일은 없잖아요.”

“예.”

“그런데 질문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교통사고 나서 죽을 확률이 있잖아요.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질문자가 그 친구를 위로할 일은 없어져요.”

“그래도 뭐라도 한마디 해 주고 싶은데요.”

“뭐라고 하고 싶은데요?”

“모르니까 스님께 여쭙는 겁니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할 말이 없는데 굳이 왜 지어서 하려고 해요? (모두 웃음) 친구한테 왜 가식적으로 대하려고 해요?”

“그래도 스님은 경험이 있으실 것 같아서요.”(모두 웃음)

“저 같으면 아무 얘기도 안 하지요.”

“아, 안 하십니까?”

“예, 저는 생각이 안 나면 아무 얘기도 안 합니다.
질문자와 저의 차이점은 이거예요. 저는 아무 생각도 안 나면 아무 얘기도 안 하는데, 질문자는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 무슨 얘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저한테까지 물어서라도 얘기를 해 주려고 한다는 것,(모두 웃음) 그게 차이점이요.”

산천에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 산천에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예.”(질문자 웃음)

“만약 아이가 저한테 ‘이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저도 그 이유를 모르면 저는 그 자리에서 즉시 ‘나도 모른다’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는 제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돼요?’라고 저한테 와서 물어요. 저한테 물어서 듣고는 아이한테 가서 폼 잡고 그대로 얘기하려고요.(모두 웃음) 그게 여러분과 저의 차이예요. 저는 즉시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이렇게 얘기해 버립니다. 또 저는 할 말이 없으면 안 하고, 할 말 있으면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왜 그 친구를 위로하려고 해요? 그 생각이 잘못된 거예요. 친구가 아파서 누워있는 병원에 가보고 싶으면 가보는 거고, 친구를 만나서 중?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면 그때 옛날 얘기 좀 하는 거고, 밥을 같이 먹게 되면 먹는 거고, 할 말이 있으면 하는 거고,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되는 거예요.”

“예.”

봉화 수련원 골짜기에 가면 연달래 고운 빛깔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봉화 수련원 골짜기에 가면 연달래 고운 빛깔을 만날 수 있습니다

“친구를 억지로 위로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 친구는 이미 아파서 누워있는데, 안 그래도 기분이 좀 안 좋을 텐데 찾아오는 사람마다 ‘아이고, 이래 누워 있어서 어떡하니?’라고 한다면 나중에는 신경질이 날 수도 있는 거예요.(모두 웃음) 안 그래도 그 친구는 혼자 있을 때 자기가 빨리 죽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좀 섭섭한 마음이 들 텐데, 친구들이 찾아와서 한 친구는 고등학교 때 같이 놀던 얘기 한참 하다가 가고, 또 다른 친구는 대학교 때 있었던 얘기 한참 하다가 가고 그런다면, 그 순간만큼은 죽음에 대해 잊어버리고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요?”

“예.”

“그게 위로예요. ‘위로’라며 따로 말을 만들어서 하지마세요. 질문자처럼 따로 위로의 말을 만들어 가면 그 친구는 계속 슬퍼해야 돼요. 예를 들어 찾아오는 사람마다 저를 위로한답시고 ‘아이고, 스님. 혼자 살려니까 힘들지 않아요?’(모두 웃음) 이렇게 말한다면 제가 뭐라고 말해야 되겠어요? 그러니까 위로할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친구 사이니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얘기하면 되는 거예요.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보니까 괜찮아 보이네.’ 이렇게 말하고 싶으면 그렇게 말하면 돼요.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정신장애가 있어요. 왜 그럴까요? 모든 사람이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고, 눈이 안 보여서 어떡해? 어떡해?’라고 말하니까, 그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계속 자기를 걱정하면서 인상 쓰는 사람만 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아이는 심리가 ‘위축되고, 인상 쓰고, 슬픈’ 그런 카르마가 형성되는 거예요. 앞만 안 보일 뿐이지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잘 살아갈 건데, 왜 옆에서 자꾸 그렇게 동정을 합니까? 그렇게 함으로써 자꾸 그 아이를 초라하게 만드는 거예요. 다만, 그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친구가 질문자에게 전화해서 ‘나 병원에 있다. 네가 와서 위로 좀 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안 했습니다.”

“그런데 왜 위로하러 가겠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그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 ‘걔가 죽어버리면 더는 못 볼 테니까 내가 얼마나 섭섭하겠냐. 그러니 걔가 죽기 전에 미리 좀 봐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가세요.”

“예, 알겠습니다.”

“엄마가 죽어서 슬픈 건 엄마를 위해서예요, 나를 위해서예요?”

“(청중들) 나를 위해서.”

“예. 엄격하게는 심리적으로 나를 위해서예요. 질문자가 친구를 보러 가는 것도 다 자기를 위해서예요. 그렇게 안 하면 친구가 죽은 후에 질문자가 계속 후회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질문자가 그 친구한테 가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일, 자기 위로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그 친구를 위해서 병문안 간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 가는 것이니까요. 자신을 위해서 가면서 따로 더 할 말이 뭐가 있어요.”

“예. 감사합니다.”


봉화수련원에서 맞는 새벽입니다. 희광법사님의 집전으로 새벽 예불과 천일 결사 기도를 드리고 두북에서 가져온 상추와 고소 등의 채소를 올려 함께 공양하였습니다.

“수련원 뒤 골짜기로 가서 취나물을 찾아보자. 봉화는 원래 약초와 송이버섯이 유명하거든. 산에 취나물도 많을 것 같다.”

스님의 제안으로 공양을 마친 후, 낫과 작은 칼, 망태기 두세 개를 준비하였습니다. 희광법사님은 산나물을 뜯으러 갈 동안 스님이 선물한 45m 호스로 꽃과 나무에 물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밭과 꽃, 나무에 물을 주려면 짧은 호스로는 불편하다고 감았다 풀었다 할 수 있는 편리한 것으로 일부러 사왔습니다.

법당 뒤 골짜기로 출발하였는데 스님이 앞에서 낫으로 가시나무를 치고 길을 만들며 나아가면서 나물을 발견하게 되면 행자님들이 뒤에서 나물을 뜯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취나물 군락지를 찾았습니다.

취나물
▲ 취나물

취나물과 거의 비슷한 모양의 것도 있었는데 서로 비교해가며 취나물을 뜯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자 취나물뿐만 아니라 고사리, 다래 순, 두릅, 엄나무, 머위도 보였습니다.




왼쪽부터 고사리, 다래 순, 두릅, 엄나무
▲ 왼쪽부터 고사리, 다래 순, 두릅, 엄나무

고사리는 다 자라서 잎이 펴진 것이 대부분이었고 다래 순은 칡넝쿨에 엉겨있기도 하였습니다. 오늘은 취나물을 주로 하여 한 시간 조금 넘게 뜯었는데 한 망태기에 가득 담겼습니다. 봄나물을 직접 뜯으면서 현장에서 살아있는 공부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점심은 산에서 따온 엄나무, 두릅, 취나물을 데쳐서 초고추장과 함께 내었습니다. 희광법사님이 주로 가꾸는 밭 한쪽 평상에 데친 봄나물과 반찬을 조촐하게 차려놓고 공양하니 무르익은 봄기운이 더 느껴지는 듯하였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
▲ 구름 한 점 없는 날

점심 공양 후에는 또 다른 골짜기로 답사 겸 찾아가 보았습니다. 스님이 앞서서 우거진 넝쿨을 치워 내면서 길을 만들고 행자님들이 잔가지들을 치면서 뒤따라갔습니다. 고개 정상까지 갔다가 사면을 따라 내려왔는데 논에 닿았습니다. 수련원까지 돌아오는 길 중간에 논길을 알려 주기 위해 길잡이로 드리워놓은 끈이 끊어져 있어 스님은 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좀 더 높은 위치에 끈을 다시 이어 놓기도 했습니다.

이름 모를 야생화
▲ 이름 모를 야생화

“봉화는 농사지을 곳도 많고 할 일이 많네. 우선 법당 뒤에 골짜기를 밭으로 만드는 게 좋겠다.”

스님은 희광법사님께 이후 추진해야 할 일들을 차례로 일러주고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내년에는 봉화에서 봄을 한껏 느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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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생각이 안나면 안하면 되는데~어째 늘 불안해 했습니다. 뭔가 해줘야한다는 생각에~ 난 누군가를 위해 해줄게 없습니다~

2017-06-27 01:24:47

이기사

덤으로 약초에 대한 지식도 배우네요.
고맙습니다_()_

2017-05-08 14:47:35

^^^^

스님의 하루 날짜가,5월1일 이어야 할거 같아요..^^2일이 아니라..

2017-05-06 23: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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