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02 부처님 오신 날 점등식
이 등불을 밝힌 공덕으로 어리석음을 깨우쳐 지혜를 얻게 하여지이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전야제, 점등식 날입니다. 아침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스님은 오전 7시부터 회의 일정이 있어 평화재단으로 갔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준비로 재단과 법당이 모두 분주한 가운데 방문하시는 손님이 많아 스님도 분주히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녁 예불을 마치자, 법당에서는 독특한 차림의 사람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준비하느라 왁자지껄하였습니다. 서울정토회 소속의 강남, 동작, 서초 법당의 불교대, 경전반 학생들과 공동체 성원이 각각 공연을 준비한 것입니다.

‘인도식 장식, 빈디 붙여드립니다’
▲ ‘인도식 장식, 빈디 붙여드립니다’

7시 30분이 되자 점등법회의 1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점등법회에 대한 영상을 상영한 후, 공동체의 ‘부처님 오신 날을 주제로 한 아카펠라 공연’을 시작으로 장기자랑 무대가 법당에서 마련되었습니다. 양말까지 맞춰 신고 나와 막춤을 추는 팀이 있는가 하면 곧 있을 선거일을 겨냥하여 투표를 독려하는 노래와 율동을 준비한 팀 등 짧은 시간 내에 복장, 율동, 노래를 맞춰 준비하느라 노력한 기색이 보였습니다. 다들 공연준비 하는 순간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한바탕 박수치고 웃으며 1부를 보내고, 점등법회 법문을 청하였습니다.


공동체 아카펠라 공연과 서초 법당 봄 불대생들의 댄스 공연
▲ 공동체 아카펠라 공연과 서초 법당 봄 불대생들의 댄스 공연

“오늘은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신 날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분이 과거에 훌륭했던 분이다’ 하는 얘기를 하려고 이 자리에 모인 게 아닙니다. 그분의 가신 길, 그분의 가르침이 오늘 우리에게 당면한 현실적 과제를 푸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 가르침을 다시 새기고, 익히기 위해서 이렇게 기념일을 정해서 행사를 하는 겁니다.

비유해서 말한다면, 우리의 어리석음은 어둠이고, 그 어둠을 내쫓는 지혜, 즉 깨달음은 등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어두운 밤에 등불을 밝힌 거예요. 또,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지만 그 흙탕물에 물들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잖습니까. 진흙은 이 사바세계, 중생계를 상징하고, 연꽃은 그 속에서 깨달음의 길을 추구하는 수행자, 보살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마치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히고, 흙탕물 속에서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처럼 수행,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우리의 염원을 담아 연꽃등, 즉 연등을 켜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의 불교 문화가 되어서 오늘 우리가 이렇게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축제를 하게 된 것입니다.


보자기 댄스 공연과 서초 법당 임원의 구호 외치기
▲ 보자기 댄스 공연과 서초 법당 임원의 구호 외치기

특히 등불을 켜는 공덕에 대해서는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가난한 여인의 등불’에 관한 설화 말이에요. 부처님 당시에 수행자들은 건물을 짓고 살지 않으셨어요. 그냥 숲속에 있는 나무 아래에서 지내면서 거기서 잠도 자고, 음식은 마을에 가서 걸식해서 먹으며 아주 소박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두운 밤에는 숲속이라 하더라도 등불이 필요하지요.

이 얘기는 부처님께서 코살라국의 수도 슈라바스티(사위성)에 있는 제따바나(기원정사)에 머무르실 때의 얘기입니다. 기원정사란 ‘기타태자의 숲에 급고독장자가 지은 절이라는 뜻의 기수급고독원’의 준말입니다. 제따(기타)는 소유주의 이름, 바나는 숲이라는 뜻으로서 합하면 ‘제따의 숲’이라는 뜻입니다. 코살라국의 프라세나짓왕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불법에 귀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라세나짓왕은 부처님께서 제따바다에 계실 때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위해서 숲속의 밤을 환히 밝힐 수 있도록 등불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초저녁에는 불을 켜놓고 있다가 깊은 밤에 잘 때는 불을 다 껐어요. 등불이 꺼져야 부처님께서 주무시는 것이지요. 그때 사람들은 프라세나짓왕의 공덕에 대해서

‘프라세나짓왕은 참 훌륭한 사람이다. 부처님과 그 제자들께 공양도 많이 올리고, 등불도 저렇게 많이 켜니 공덕을 참 많이 짓고 있다.’ 이렇게 칭송을 했어요.

그때 이 사위성에는 가난하지만 착한 한 여인이 있었어요. 그 여인은 사람들이 그렇게 프라세나짓왕을 칭찬하는 얘기를 듣고 자기 신세가 좀 한심했어요.

‘왕은 과거 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그 공덕으로 이생에 왕이 됐고, 복도 많이 받아서 이생에 부처님께 저렇게 공양을 많이 올리니, 다음 생에 또 복을 받을 것 아니냐. 그런데 나는 어떤가? 과거 생에 지은 공덕이 없어서 이생에 이렇게 가난하게 살고 있고, 가난하다보니까 또 공덕을 짓지 못 하니 다음 생애에 다시 가난할 것이 아닌가? 그러면 가난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러니 나도 내 운명을 바꿔야겠다. 그러려면 오늘 내가 한 끼 굶더라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 공덕을 지어야겠다.’

그래서 가난한 여인은 저녁 한 끼를 거르고 그날 하루의 수입이었던 동전 두 닢을 가지고 기름집으로 가서 기름을 사서 부처님께 등불 공양을 올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 처소에 불을 밝히러 가보니 이미 왕이 밝힌 크고 좋은 등불이 부처님과 스님들이 계신 주변을 다 밝히고 있었어요. 거기에 자기 등불을 켜봐야 모양도 나지 않으니까 그 등불의 행렬 가장 끝에, 아무도 불을 켜려고 하지 않는 숲의 가장자리에 자신의 등불을 켜놓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이 등불을 켠 공덕으로 다음 생애에는 저도 깨달음을 얻어 부처를 이루게 하소서.’

스님과 사진 찍는 강남 법당 출연자들
▲ 스님과 사진 찍는 강남 법당 출연자들

이제 밤이 깊어 부처님께서 주무실 때가 되어 아난존자가 등불을 다 껐는데, 숲 가장자리 쪽에 작은 등불 하나가 반짝거리는 거예요. 그 등불을 끄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불이 안 꺼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처님께서 나오셔서

‘아난다여, 쓸데없는 짓을 그만두어라. 그 등불은 비록 작지만 정성이 매우 깃든 등불이라서 너의 힘으로는 끌 수가 없다. 그 등불을 켠 사람은 그 공덕으로 다음 생에 부처가 되리라.’

이렇게 수기를 주셨습니다. 이튿날, 그 소문이 프라세나짓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그래서 프라세나짓 왕이 밥을 먹다가 ‘그 여인은 작은 등불을 하나 켜고 다음 생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고? 나는 훨씬 크고 아름다운 등불 수백, 수천 개를 켰는데, 나의 공덕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바로 부처님께 뛰어가서 ‘부처님, 저의 공덕은 얼마나 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우리도 프라세나짓왕처럼 단순하게 산술적으로만 계산해서 ‘수천, 수만 배의 공덕을 지었으니 즉시 성불할 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도는 참으로 미묘합니다. 하나를 주고도 몇천을 얻을 수 있고, 몇천을 주고도 하나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대왕이시여, 가난한 자를 돕고, 외로운 자를 위로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보살피십시오. 그러면 대왕도 언젠가는 성불할 것이오.’

왕은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워하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가 오늘 등불을 켜고 세속 사람들처럼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시험에 붙게 해 주세요. 결혼하게 해 주세요. 아들 낳게 해 주세요. 출세하게 해 주세요. 취직하게 해 주세요. 당선되게 해 주세요’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모두 웃음) 우리는 등불을 켜고 ‘우리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지혜를 얻게 해 주세요. 제가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라고 발원해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발원을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입니다. 오늘날에도 부처님 당시의 문제의식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미래를 향한 옛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들추어서 과거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비록 부처님께서 옛날에 하신 말씀이지만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말씀이기도 하니까 미래의 길을 예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여러분들이 믿음으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진리로서의 불법을 다시 배워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여러분들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등불 밝히기 전의 어둠, 등불을 밝히고 나니 이렇게 밝음이
▲ 등불 밝히기 전의 어둠, 등불을 밝히고 나니 이렇게 밝음이

법문을 마치자 스님은 참석하신 서울지부 상임법사, 대중법사, 정토회 대표, 행정처장, 서울정토회 대표, 서울제주지부 사무국장, 서울정토회 총무, 서울정토회 저녁반 부총무까지 대중에게 소개한 후 석가모니불 정근으로 점등식을 시작하였습니다.

법당 앞마당으로 열을 지어 나아가 ‘가난한 여인의 등불’을 함께 낭독하며 점등을 하였습니다. 컴컴하던 주변이 연등 불빛으로 환하게 밝았습니다. 서울제주지부 상임법사인 묘덕 법사님께서 발원문을 낭독하셨고 산회가를 하여 식을 마무리하였지만, 아쉬움이 남아 ‘우리의 소원’을 함께 손잡고 부르며 마쳤습니다. 삼삼오오 밝은 연등 불빛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다과를 나누며 점등법회의 밤을 즐겼습니다.

내일은 법회에 참가하러 오신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바쁘겠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부처님 오신 뜻을 살펴볼 수 있고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 생생한 현장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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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내 운명을 바꿔야겠다. 오늘 내가 한끼 굶더라도~ 저도요. 저도 내것을~ 내려놓아 내 운명바꾸어 갑니다 ()()()

2017-06-28 20:22:41

^^^^

다음생에 부처가 되길 소망하는 정성이 매우 깃든 가난한 여인의 꺼지지 않는 등불..코끝이 찡합니다 ..
[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미래를 향한 옛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들추어서 과거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비록 부처님께서 옛날에 하신 말씀이지만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말씀이기도 하니까 미래의 길을 예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여러분들이 믿음으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진리로서의 불법을 다시 배워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여러분들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17-05-07 18:37:07

이기사

부처님의 자비가 온누리 구석구석에 다 비치기를_()_

2017-05-04 20: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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