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21 불교대 특강 수련, 행복캠프
나를 막 대하는 남편과 별거중입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스님은 새벽 4시에 기도를 한 후 5시에 아침 공양을 하고 6시에 불교대학생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의가 있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일정을 일찍 시작한 것은 아침에는 문경수련원에서 불교대학생 즉문즉설을, 오후에는 경주에서 행복학교 학생을 위한 즉문즉설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대학생들이 아침 기도를 마치고 간식으로 공양을 대신하고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지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법가 후, 불교대학에서 수업하면서 든 의문이나 생활 속에서 교리를 접목하여 궁금한 점이 생긴 것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으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것에 대한 본 뜻, 무아가 이해되지 않는데 추가로 설명해주시면 좋겠다는 분, 초기경전을 읽고 있는데 대승경전을 읽으면 회의가 든다는 분, 애인이 있는데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9시까지 즉문즉설 시간으로 예정되었으나 질문자가 많아 40여 분이나 지나도록 즉문즉설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자까지 질문에 답한 뒤,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이후 스님은 행복캠프에 참가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어서 서둘러 떠나야했지만 스승의 날 감사인사를 드리지 못해 늦으나마 꼭 인사드리고 싶다는 불교대 담당자의 이야기로 잠깐 스승의 날 감사의 꽃다발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꾸준히 공부하고 수행정진하세요.’ 하며 불교대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스님은 행복캠프가 열리는 경주로 서둘러 출발하였습니다.

행복캠프가 열리는 경주 근로자종합복지관에 도착하니 행복학교 학생들이 야외에서 도시락을 펴고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정겨운 모습으로 나들이를 나온 가족처럼 따뜻해보였습니다. 점심 먹던 학생들이 스님을 보자 환호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은 함박 웃으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각색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집트 태생의 무함메드씨도 행복학교 학생으로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뮤지컬처럼 극이 끝난 후, 율동과 노래를 함께 하였는데 중년의 남자 분들도 몸을 던져 열연하는 모습을 보며 청중들이 환호하였습니다. 행복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고 춤도 출수 있는가 봅니다.

이후, ‘스님의 고무신’이라는 제목으로 스님과 인터뷰 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행복학교 학생들이 스님의 삶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는 것들을 모아 스님께 직접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몇 가지 질문 끝에 2003년 난민지원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할 당시 스님이 직접 쓴 ‘거기 누구 없소’ 라는 시가 낭독되었고 화면으로 한 문장 한 문장을 보며 스님의 마음이 읽혀져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법륜 스님의 ‘거기 누구 없소’ 보기
http://hopeplanner.tistory.com/642)

드디어,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즉문즉설 시간이 되었습니다. 질문하고 싶은 행복학교 학생들은 누구라도 나와서 질문 할 수 있도록 맨 앞에 마이크가 설치되었습니다. 아들 셋을 키우는 주부의 육아 고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증상으로 힘겨운 여대생, 폭력적인 아이가 걱정인 어머니의 고민이 절절하게 이야기되었습니다.

여기에, 첫사랑과 결혼했지만 별거 중에 있는 주부의 고민을 실어보았습니다. 자신의 주체적인 삶이라는 관점에서 스님의 말씀이 많은 용기를 주었습니다.

“저는 첫사랑과 결혼해서 15년째 살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 돈이 없었지만 ‘맞벌이해서 살면 되지’ 했어요. 제가 처음에 모았던 돈으로 원룸도 구하고, 홀시어머니, 시누이에게도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시어머니께 겨울에 시골은 추우니까 올라오셔서 매년 저희 원룸에서 함께 지내다 가시도록 하고요. 어머니께서 돈을 요구하실 땐 임신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드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시어머니나 시누이나 남편이 모두 저를 하녀 부리듯 하는 거예요. 명절에 시댁에 가도 항상 저 혼자 일을 다 해요. 시누이는 먹고 나면 그냥 자고, 상 차리는 거며 치우는 거며 설거지까지 항상 저 혼자 합니다. 맞벌이를 하지만 집에서도 집안일과 육아를 저 혼자 다 하고 있거든요. 남편은 주말이면 낚시하러 가서 집에 거의 없고요. 그러다 갑상선 암이 생겼어요. 수술 받고 일주일 만에 퇴원해서 바로 또 출근하니까 몸이 너무 힘들고 고됐습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고 얘기하니까 남편이 ‘야, 너만 암 걸렸냐?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냐’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공감이나 위로는 고사하고 상처 주는 말만 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화가 나고 상처가 돼요. 비수가 꽂히는 것 같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최근 시어머니께서 무릎 수술을 하셨어요. 저는 일을 하다 보니 매주 토요일에 가서 병간호를 하고 일요일 저녁에 올라오는데, 그 와중에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치매기를 보이셨어요. 층은 다르지만 저희가 부모님 댁에 같이 살거든요. 아버지께서 병원 가실 때 모시고 갈 사람이 없어서 제가 계속 시간을 내는 형편이고요.

어머니 병원에 간호하러 가는 길에 남편에게 ‘당신이 낚시를 많이 다니니까, 아버지 모시고 앉아서 할 수 있는 낚시 같은 걸 좀 가르쳐드리면 어떨까?’ 그랬더니 ‘미쳤냐? 내가 왜?’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어머님 병간호 한다고 매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계속 내려가는데 남편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너무 속상하고,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내가 지금 왜 내려가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발단이 돼서 남편과 크게 싸웠어요. 남편이 나가겠다 하길래 그렇게 하라 하고 살았어요. 지금은 남편이 나가고 별거한 지 3개 월 째예요.

그동안 남편의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는데 사실 지금은 남편이 없어서 오히려 편해요. 애들도 아빠가 없으니까 좋아합니다. 늘 오면 잔소리하던 사람이 없으니까요. 사실 셋 다 조금 ‘어, 뭐지? 왜 좋지?’ 이 생각이 들긴 해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편하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마음이 좀 불편해졌어요. 어쨌든 사람이 있다가 없으니까 신경 쓰이기도 하고, 제가 많이 좋아했던 첫사랑이었거든요. 그래서 얘기를 하려고 만나자고 하니까 또 온갖 막말이며 상처 되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혼자 엉엉 울고 헤어졌지만 지금 이 상황이 고민됩니다. 애들을 생각하면 아빠란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살면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암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남편이랑 합쳐야 할지 헤어져야 할지 너무 고민이 돼서 이렇게 왔습니다.”

“그걸 꼭 혼자 사는 저한테 물어야겠어요?”(청중 웃음)

“죄송합니다.”(질문자 웃음)

“제가 보기에는 같이 살아도 되고, 별거해도 되고, 혼자 살아도 되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제가 이렇게 혼자 살아보니까 아무 문제도 없거든요. 또 이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사는 걸 보면 같이 살아도 되고, 중간에 적절하게 별거해서 살아도 되고, 어떤 선택을 해도 다 괜찮아요.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딸은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사실 애들은 저한테 이혼하라고 얘기해요.(청중 웃음)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고,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가정교육을 잘못 시켰어요.(청중 웃음) 그 말은 아빠에 대해서 별로 감정이 안 좋다는 얘기잖아요. 질문자가 애들한테 너무 동정을 많이 받은 거예요. 아빠가 집안에서 이미지가 별로 안 좋으니까 질문자 남편도 자존감이 별로 없어서 나가 있고 싶은 거예요. 그냥 별거 좀 하면 되겠네요. 별거하면 뭐가 불편한데요? 남자가 없어서 불편해요?”

“아니, 집에 있을 때도 그런 건 별로 없었어요. 제가 아니라 남편이 저한테 그런 관심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소도 때려잡겠다, 얼굴이 무기다’ 이런 얘기를 많이 했나 봐요.”(질문자 웃음)

“그럼 그냥 ‘맞는 얘기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모두 웃음) 그런 말에 상처받을 필요 없어요.(질문자 울먹임) 경상도 남자들이 그래요. 애초에 경상도 남자하고 결혼을 하지 말지, 왜 결혼해서 그래요? 그냥 그렇게 말이 나오는 거니까 그런 건 별로 귀담아 들을 얘기가 아니에요.

다만 별거를 하면, 이걸 생각해야 해요. 딴 여자가 있어서 나하고 가까이 안 하는 사람이 있고, 딴 여자가 없어도 다른 이유 때문에 그러는 사람이 있어요. 나하고 가까이 안 한다고 해서 반드시 딴 여자가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사람에게는 여러 성향이 있어요. 성적 욕망이 없는 경우 등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나한테 가까이 안 오면 다른 ‘여자가 있나? 이러는 것도 ’의심병‘에 속해요.

남편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남편이 어떤 성향인지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나는 부부관계를 원하는데 남편은 원하지 않는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그냥 거기 맞춰서 살든지, 아니면 이혼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걸 강제로 요구할 수는 없다는 말이에요.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존중해줘야 해요.

질문자는 지금 상태를 조금 더 유지해보고 자기를 가만히 살펴봐야 해요.”

“네.”

"그런데 이건 생각해 보셔야 해요. ‘사주팔자는 자기 하기 나름이다’ 이런 말 들어봤어요?”

“네.”(청중 대답)

“시댁에 처음 가서 열심히 일을 하면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해야 해요. 처음 가서 욕 좀 얻어먹고 비판 좀 받으면서도 뺀질뺀질하게 굴면 평생 안 해도 돼요.(청중 웃음)

사람은 누가 일을 하면 그걸 당연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모르고, 없어져 봐야 고마움을 아는 거예요. 그건 누구나 다 그래요. 우리의 의식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싫으면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자가 일을 안 하면 돼요. 그런데 멀쩡한데 안 하면 갈등이 생기잖아요. 그러니까 선택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의사한테 얘기해서 병원에 한 석 달 정도 입원을 해버려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안 그러면 집에 와서 ‘3개월 요양이 필요하다’이렇게 해서 질문자 없이 자기들끼리 밥도 해먹고 집안일을 하도록 하세요. 그러면 어쨌든 밥을 해먹든 사먹든 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그게 일주일이나 열흘 가지고는 습관이 안 바뀌고 내가 돌아오면 원래대로 도로 돌아가 버립니다. 적어도 100일 이상 이렇게 내가 핑계를 대고 빠져야 해요. 그러면 어쨌든 사람이 살려면 먹어야 하니까 자기들끼리 먹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그때부터는 일을 다 맡지 말고 ‘재발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러면서 조금만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내 먹는 것만 챙기고 다른 건 ‘아이고, 지금 조심해야 돼요’ 이렇게 해서 업을 바꿔야 해요.(청중 박장대소) 이것도 지혜입니다. 이런 머리가 있어야 해요.

두 번째, 질문자가 딱 얘기를 해야 해요. ‘나는 이제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내가 참고 했는데 더 이상 못 하겠으니 때려죽인다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비난을 감수해야 해요. 저항을 감수해야 해요. 적어도 그 저항을 길게는 3년 정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착한 사람들은 그 3년을 감수 못 하고 한 달을 못 견뎌서 도로 돌아가 버려요.

그러니까 딱 결정을 해야 해요. ‘아, 내가 이 상황을 바꾸려면 3년쯤은 욕을 얻어먹어야 하겠다.’ 그리 결심을 딱 하면 상대가 이혼을 한다 하든, 별거를 한다 하든, 뭘 한다 하든 다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그냥 해나가는 거예요. 그러면 튕겨져서 자기가 나가든 자기가 습을 바꿔서 적응을 해오든 결론이 납니다. 제 말 이해하셨어요?”

“네.”(질문자 힘없이 대답)

“여러분들은 그렇게 못 해요. 하지만 자기가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으면 그렇게 해야 해요. 질문자가 ‘아, 남자 없으면 못 살겠다. 있을 때는 귀찮았지만 막상 없어 보니까 그래도 있는 게 낫겠다’ 이러면 내 필요에 의해서 ‘여보, 들어오시오’ 이래야죠. ‘당신 없이 지내 보니까 그래도 당신이 있는 게 내가 낫겠더라. 당신 필요한 요구를 내가 들어줄게. 들어와라’ 이렇게 주체적으로 얘기해야 해요.

반대로, ‘남편 없이 지내보니까 굳이 남편이 별 필요 없겠다. 자기가 숙이고 들어오면 살아줄 만은 하지만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또 숙이고 잔소리 들어가면서 살 필요가 없겠다. 없으니까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이 더 편하다’ 이러면 어떤 저항 앞에서도 버텨야 해요.”

“네.”(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남을 핑계대지 말고 항상 자기가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어떤지를 딱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해요. 그 결정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해요. 애들이 뭐라 그러면 ‘미안하다. 엄마도 살려고 하다 보니까 너희들한테 아쉬움을 줘서 미안하다. 그건 내가 너희의 비난을 감수할게.’ 이렇게 자기가 결정한 과보의 책임을 져줘야 합니다. 아시겠죠?”

“네.”

“그 다음으로, 남편을 불러들이려고 하면 ‘잔소리 한다, 낚시 간다, 집안일 안 한다’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자기야 낚시를 가든지 손끝 하나 까딱 안 하든지 그런 건 문제 안 삼겠다’라는 자기 방침이 있어야 합니다. ‘그저 허수아비처럼 집에만 있더라도 이름이라도 걸어놓는 게 나한테 좋다. 1년에 한 두어 번만이라도 껴안아 주면 없는 것보다는 좋겠다.(청중 웃음)’ 이렇게 딱 질문자가 방침을 정했다면 ‘오케이, 들어와.’ 이렇게 하고, 남편이 어떤 얘기를 해도 ‘그래, 그래, 그래’ 이렇게 해야 해요. 그걸 갖고 싸울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이 판단을 자기가 해야 하는데, ‘나한테 고분고분하면서 들어와 살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그리고 시댁에도 이미 ‘쟤는 어떻게 하면 된다’ 이런 게 이미 다 습관이 들었어요. 그러니 이건 그대로 죽을 때까지 해드리든지, 안 그러면 딱 끊든지 해야 합니다. 끊으려면 엄청난 욕을 얻어먹어야 해요. ‘그래도 욕 얻어먹는 게 낫지, 내가 이렇게 일하다가는 죽겠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욕들을 각오를 딱 해야 해요.

제가 사회적인 발언을 하면 댓글에 욕이 엄청나게 들어와요. 그러면 발언을 안 하든지, 그런 욕을 감수를 하든지 해야죠. 그걸 갖고 나쁜 놈들이라고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스님이 그러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욕하는 거니까 그걸 갖고 내가 시비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심하면 지워버리거나 고발해서 처벌을 해버리면 되고, 안 그러면 발언을 안 하면 돼요.

이렇게 판단을 자기가 해야 해요. 애가 어떻게 바뀌기를 바라고 남편이 어떻게 바뀌기를 바라면 안 돼요. 앞서 질문하신 분도 부인이 어떻게 바뀌기를 바라는데 그러면 안 돼요. ‘그래도 이혼 안 하는 게 나한테 더 낫겠다’하면 상대야 뭐라고 하든지 ‘나는 이혼 안 하겠다’ 이렇게 나가면 돼요. 재산을 다 준다는 둥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둥 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왜 해요?(청중 웃음) 그런다고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아요. ‘알았다, 내가 부족했다. 뭐가 부족한지를 지적하면 고칠게 다시 한 번 결합해보자’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그래도 싫다면 그 사람도 혼자 살 자유가 있으니까 존중해 주세요. 그 사람에게 딴 여자나 딴 남자가 있는지도 모르고요. 여러분들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와 이혼하고 다른 남자나 다른 여자와 재혼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만 생각해서는 안 돼요. 사람은 누구나 이 사람하고 사는 것보다 저 사람하고 사는 게 더 행복하다면 자기 행복을 찾아갈 권리가 있잖아요.

이번에 프랑스 대통령 부부 보셨죠? 아이 셋을 둔 40대 아줌마가, 그것도 학교 선생님이 자기가 가르치던 고등학생 남자애랑 연애를 해서 이혼하고 그 남자와 결혼해서 그 남자를 대통령까지 만든 시대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어요. 그걸 본받으라거나 그게 잘 했다는 얘기가 아니라(청중 웃음) 시대가 바뀌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남편 욕하고 아내 욕하고 누구 핑계대면서 살지 마세요. 만약 이 상황에 바람을 피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도 같이 살고 싶으면 봐주든지, ‘하늘이 두 쪽 나도 나는 이런 인간하고는 못 살겠다.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끝을 내든지, 그걸 내가 결정을 해야 해요. 그걸 결정 못 하면 죽을 때까지 끌려 다니면서 살아야 해요.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면 대통령 욕을 해야 해요, 다음에 바꿔야 해요?”

“바꿔야 해요.”(청중 크게 대답)

“그래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욕을 해놓고는 또 가서 찍어주고, 욕을 하고 또 가서 찍어주잖아요.(청중 웃음, 스님 웃음) 자식욕을 하면서도 결혼 준비 해주느라 야단이고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더 이상 하지 마세요. 자기 인생이 중심입니다.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자기중심이 서야 해요. 아시겠어요?”

“네, 감사합니다.”(청중 박수)

“하늘이 두 쪽 나도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나만 행복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해요.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남편과 아내와 자식이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되고 세상이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돼요. 그리고 이런 관점을 우리가 주위에 널리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도록 하려면 정부가 할 일도 있지만 우리가 할 일이 있어요. 또 민주주의 사회니까 우리가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요구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경상도는 지금까지 시민의식이 너무 부족했어요.(청중 웃음) 보수적이라고 나쁜 게 아니에요. 다만 내가 보수적이라도 불교신자라거나 조금만 의식이 있다면 전쟁을 옹호하면 될까요?”

“안 돼요.”

“그래요. 어제인가 발표된 거 보셨죠? 만약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사고가 나서 터진다면 대한민국의 절반이 오염된다는 통계적 예측이 발표됐어요. 그런데 원래 수명인 30년을 넘게 가동시키는데도 그걸 내버려두고 있어요. 물론 사고가 안 나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그 피해를 어떡하려고 그래요?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해요. 전쟁 위험도 그렇고, 원자력 발전소 문제도 그렇고, 미세먼지 문제도 그렇고요. 그런데 계속 우리는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 생각해요. 알아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남편이 알아서 해 주겠지, 아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아니에요. 내가 알아서 해야 해요.

그러나 상대를 비난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자기 일이 있고 자기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이 행복학교를 주위에 널리널리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행복하도록 만들어 나가자는 말씀을 드리며 마치겠습니다.”(청중 박수)

세 시간 가량의 긴 대화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네 번의 프로그램에 모두 참석한 사람에게 ‘졸업’ 꽃다발을 증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장미를 주는 스님과 쑥스러운 듯 받는 졸업생의 얼굴이 따뜻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행복학교 학생과 스님이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환한 얼굴의 행복학교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을 전하는 씨앗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스님은 오늘 행사를 준비하느라 애쓰신 행복학교 스텝들에게 ‘저녁에 국수 한 그릇이라도 먹고 가라.’며 국수 값을 전하고 나왔습니다.

스님은 가까이에 천도교 수운 최제우 선생님의 생가와 용담정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을이 질 무렵, 두북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나치는 논과 밭을 보며 스님은 이야기하였습니다.

“요즘 가물어서 큰일이지. 논도, 밭도, 개울도 물이 없어서 농작물을 심은 농가는 큰 걱정이란다.”

농부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줄만한 비가 어서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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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처럼

스님 감사합니다. ^*^

2017-07-04 13:56:14

규원

스님. 주체적으로 살겠습니다. 내가 중심을 갖고 살아가겠습니다.

2017-05-26 09:37:53

정세은

가르침고맙습니다.
내중심을세우고,나부터행복해지고
이웃도행복해지는삶을살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17-05-26 02: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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