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24 INEB 해인사, 운문사 방문, 행복한 대화 - 부산 사하구청
관점을 바꾸면 행복이 옵니다

동이 트기 전, 염불 소리가 들립니다. 새벽 3시 30분, 스님의 염불 소리입니다. 스님은 평소보다 이른 기도로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INEB 동남아 스님들과 아침 공양부터 함께 일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침 6시, 두북 수련원 공양 방에 낯설지만 잔잔한 음율이 울려 퍼졌습니다. 공양하기 전 음식을 제공하고 준비해주신 분들께 올리는 감사의 찬탄이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이 드시는 방식을 고려해 밥과 반찬, 빵과 버터가 함께 준비된 것이었습니다.

중앙에 공양물을 차려놓고 각자가 먹을 양만큼 떠서 가게 되는 뷔페식입니다.

공양 후 스님은 동남아 스님들께 오늘의 일정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 이후, 스님들이 거쳐 온 지역인 문경, 경주의 위치와 오늘 방문하게 될 합천 해인사와 청도 운문사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전하였습니다.

아침 공양 후, 동남아 스님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해인사로 출발하였습니다. 비가 간간이 흩뿌렸지만 버스에서 내릴 때쯤에는 비가 그쳐 우산 없이도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해인사에 내려 스님은 “이 곳 해인사는 1200년 전, 세워진 절로써 부처님의 말씀인 수트라가 있는 법보사찰이며 세계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판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보관된 팔만대장경판은 몽골의 침입 때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어 불보살의 위신력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세긴 경판입니다.”라고 일주문에서부터 상세하게 안내를 시작하였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열심히 메모하고 그림까지 곁들여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대적광전 앞에서 해인사 기획국장 스님께서 동남아 스님들을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함께 동행하며 해인사를 둘러볼 때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주셨습니다. 특히, 팔만대장경판이 보관 중인 법보전 내부를 개방하여 동남아 스님들이 직접 국보인 팔만대장경판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고 점심 공양을 한 후 정갈하게 마련된 작은 한옥에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승가대학 학장이신 무애스님과 학감이신 보일스님도 함께 자리하여 동남아 스님들에게 해인사의 승려 교육 과정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경내 참배와 장경판전을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하고, 공양과 차담까지 살펴주신 기획국장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거듭하고 다음 참배지인 운문사로 갔습니다.


운문사에 도착하니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곳은 현재 비구니 사찰입니다. 비구니가 되는 승가대학이 이 안에 있습니다. 현재는 방학 중이라 스님들이 많이 계시지는 않는다고 해요.”라고 설명하며 우산을 펼쳐들고 INEB 동남아 스님 방문단과 운문사 경내로 차분히 들어갔습니다.

먼저 대웅보전에서 부처님께 참배하는 중에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이신 일진스님과 주지이신 진광스님께서 반갑게 방문단을 맞이해주셨습니다. 현재 방학 중이라 남아 있는 1학년 스님들과 동남아 스님은 함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일진스님의 제안으로 동남아 스님들은 다실에 모셔 차를 대접하고 스님은 승가대학 학승 스님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스님과 학승 스님들은 스님들의 학습 공간인 ‘청풍료’에서 둥그렇게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이나 궁금함 등 어떤 질문이라도 좋다고 이야기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스님은 ‘힘들고 피곤하고 괴로운 상황, 즉 어떤 상황에라도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주인이 되는 것 ? 일체유심조’에 대한 말씀을 생생한 경험으로 전해주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학승 스님들은 질문을 쏟아내며 많은 열정을 보였습니다. 스님은 이후 부산에서 손님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서둘러 가야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질문에 답을 하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차담을 했던 동남아 스님들도 일정을 마치고 일행은 일진 스님, 진광 스님과 함께 단체 사진으로 기념하고 운문사를 나왔습니다.

스님은 강의 전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시간이 빠듯하였습니다. 차가 서둘러 부산 사하구청으로 달렸습니다. 다행히 약속 시간 전에 도착하였는데 사하구청장님이 교통사고로 다리에 기브스를 한 상태여서 인사를 드리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전하셔서 스님이 구청장실로 찾아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찾아오신 이 지역 국회의원인 최인호 의원님과 차담을 나누고 강연 시작에 맞추어 무대로 올라갔습니다.

강당을 빼곡히 채우고도 자리가 없어 바닥과 통로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보고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불편한 상태로 긴 시간 있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행복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술 마시는 남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바람난 사위와 딸의 관계에 대해 걱정이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구호단체에 후원했는데 강아지를 키우면서 후원을 끊었다며 이치에 맞는 행동인지,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지금도 계속 괴로운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연애를 하고 싶은데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등 질문이 오가는 동안 강연장 전체가 큰 웃음소리로 이어졌습니다.

아래는 그 중 한 대화로 많은 분들에게 웃음과 긍정적인 사고의 방법을 알게 해준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남편도 먼저 하늘나라 가 버려서 애들 데리고 살려니 너무 힘들어요. 시집도 좀 빨리 갔고, 나이도 좀 먹었고, 고생을 많이 해서 이젠 좀 피하고 싶은데 또 몸이 너무 안 좋아요. 그렇다고 직장을 안 갈 수도 없고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아이들이 몇 살이에요?”

“제가 시집을 좀 빨리 가서 작은아들은 결혼하고 큰아들은 아직 결혼을 못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신경도 많이 쓰이고, 또 직장생활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질문자 연신 한숨)

“힘들면 안 다니면 되죠.”(청중 웃음)

“안 다니면 생활이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요.”

“생활비를 줄이면 되죠.(질문자 웃음) 생활비 줄이기는 싫어요?”

“아뇨, 그렇게 넉넉하게 쓰지도 못합니다.”

“지금 몇 살이에요?”

“예순 하나요.”

“노인 연금이 예순 다섯부터 나오니까 4년만 다니면 되겠네요.”(청중 웃음)

“너무 힘들어서...”

“4년도 참기 힘들다고요?”

“예.”

“4년은 버틸 수 있는 돈 없어요?”

“그렇게 여유가 없습니다.”

“한 달에 20만 원씩 쓴다고 생각하면 1년에 240만 원, 4년 하면 여윳돈 조금 잡아서 1000만 원 하면 되겠네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1000만 원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요. 안 그러면 아들한테 ‘내가 평생 널 키워줬으니까 한 달에 30만 원씩 4년만 나한테 다오’ 이러면 되잖아요. 그것도 연금 받을 때까지만 달라고 해요.”

“제가 뇌혈관이 안 좋아서 수술도 했거든요. 직장 생활하는 동료들도 마음이 안 맞아서 더 힘든데, 그 회사를 또 나오면 지금 이 나이에 마땅히 할 일도 없고, 몸도 안 좋아서 지금 신경과 약도 먹고 있어요.”

“그래요, 지금 그렇게 얘기해서 제가 어떡하라고요?”(모두 웃음)

“스님이 좀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서요. 저는 너무 힘들어가지고...”

“아까 첫 번째 질문자한테 기도문 주는 거 못 들었어요? 그래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살았네!’ 이렇게 얘기해 봐요.(스님 웃음) 그래도 살았잖아요.

질문자는 사물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남편이 죽었다, 몸이 아프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데 남편이 죽은 게 꼭 나쁜 거예요? 앞 질문자 남편처럼 매일 술 마시고 애먹이기보다는 없는 게 낫지 않아요?(청중 박장대소) 또 다른 질문자 남편처럼 아예 어디 가버린 것보다도 나아요. 그런데 저 집 남편은 죽지도 않고 돈도 안 벌고 다른 데 가서 붙어서 살잖아요.

그러니까 남편이 죽은 건 따지고 보면 굉장히 잘 된 거예요. 남편이 살아서 돈을 벌어서 나를 보살펴주는 것에 비해서는 나쁘지만, 지금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남편이 살아서 손해 끼치는 것보다는 좋은 거예요.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빨리 갔습니다.”

“빨리 가든 늦게 가든 가버렸는데 지금 그걸 따져서 뭐해요?(모두 웃음) 그건 옛날 얘기잖아요.”

“조금 더 도움을 주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질문자한테 도움 주려고 남편이 명을 늘려야 해요? 진짜 너무 하네요. 이런 걸 심보가 나쁘다고 해요.(모두 웃음) ‘내가 고생을 좀 더 하더라도 남편이 조금 더 살다가 갔으면 그 사람한테 좋았을 텐데.’ 이렇게 말해야죠. ‘나한테 더 벌어주고 가지, 안 벌어주고 갔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그건 제가 실수한 거 같네요.....”

“실수한 게 아니라 심보가 원래 그런 거예요.”(청중 박장대소)

“죄송합니다.”(질문자 웃음)

“남편이 죽은 집에 문상을 가보면 이래요. 남자가 아내한테 잘 해준 사람일수록 여자가 많이 울까요, 못 해준 사람일수록 많이 울까요?”

“잘해준 사람... 못해준 사람.(청중 대답 우왕좌왕)

“아주 잘해주던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울면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아이고 스님, 남편 죽고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요?’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고 지금 내가 어떻게 살 건지만 걱정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절대로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잘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청중 박장대소) 남편이 죽어도 눈도 깜짝 않고 자기 걱정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술 마시고 아내한테 애 먹였던 사람은 남편이 죽으면 이래요.

‘아이고, 그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술이라도 실컷 마시게 놔 둘 걸 그랬어요.’ 이건 죽은 사람을 걱정하는 거예요, 내가 살 걱정을 하는 거예요?”

“죽은 사람.”(청중 대답)

“이게 사랑이에요. 알았어요?(스님 웃음, 청중 웃음) 이 경우엔 남편이 죽었는데도 내가 살 걱정 안 하고 죽은 사람을 걱정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잘해주면 자기 걱정밖에 안 해요.

부모 자식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들이 자녀한테 잘해줄수록 부모가 죽었을 때 자녀는 자기 걱정밖에 안 해요. ‘나한테 좀 더 주고 죽어야 하는데 왜 빨리 죽었나’ 이래요. 그래서 부잣집은 부모가 죽어도 부모 죽은 건 간데없고, 재산 상속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장례식장에서부터 신경전 벌이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부모가 유산을 하나도 안 남겨놓으면 자식들은 죽은 부모를 걱정하면서 장례를 치르고, 형제간 사이도 아주 좋습니다. 그러니 재산을 남겨야겠어요, 안 남겨야겠어요?”

“안 남겨야죠.”

“그러면 남은 건 누굴 줘야 해요?”

“자식이요?”(질문자 웃음)

“법륜 스님 줘야죠.(모두 웃음과 박수) 자녀한테 재산을 남기면 형제 간 싸움의 원인이 되는데 법륜 스님한테 주면 전 세계의 굶어죽는 사람을 많이 돕잖아요. 그러면 죽은 사람한테도 복이 돼요. 왜 그런 건 안 해요? 그런 걸 좀 많이 하면 좋겠는데요. 생각을 좀 바꾸셔야 해요. 그러니까 남편 죽은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 다음에 생각해 보세요. 질문자는 일찍 결혼해서 남편이 죽었으니 고생이라고 했지만, 그나마 일찍 결혼해서 애들이 스무 살 넘었으니까 일찍 결혼한 건 결과적으로 잘 된 거잖아요. 남편이 죽은 걸 생각하면 일찍 결혼한 건 잘 된 거예요, 못 된 거예요?”

“잘 된 거예요.”(질문자 훌쩍임)

“그래요, 그러니까 다 잘 됐단 말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저한테 이래요.

‘남편 일찍 죽었죠, 너무 일찍 결혼했죠, 몸이 아프죠, 직장 동료가 어떻죠...’

직장 나가기 싫다, 동료하고 갈등이 있다는 말은 곧 직장이 있다는 얘기예요, 없다는 얘기예요?”

“있다는 얘기요.”

“여기 직장 없는 사람들 많죠?”

“네!”(청중 큰 대답, 웃음)

“이것 보세요. ‘나는 그런 직장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질문자는 그만두려면 빨리 그만두세요. 대신 들어갈 사람 여기 많아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의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생각을 부정적으로 하는 거예요. 남편 죽은 건 잘 된 일이에요. 살아서 나한테 잘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애먹이는 것보다는 죽은 게 그나마 잘 된 거예요. 이제 질문자가 나이 들어서 몸도 안 좋은데 남편 밥해주고 하려면 힘들잖아요. 나 혼자 살기도 힘든 판에 남편 뒤치다꺼리까지 하려면 힘든데, 없으니까 안 해도 되잖아요.

일찍 결혼한 것도 잘 된 거예요. 자식들이 아직 스무 살 아래라면 지금 걱정이 많겠지만, 일찍 결혼해서 자식들이 스무 살 넘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질문자가 걱정하는 건 자기가 고생하려고 선택한 거니까 할 수 없고요.

몸이 좀 아픈 건 어쩔 수 없어요. 몸 아픈 걸 스님이 어떻게 해주겠어요? 좀 아프면서 사는 거죠. 그럴 때는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직장 나갈 정도의 건강상태면 아프긴 아파도 괜찮은 거예요.(청중 웃음) 더 아프면 직장도 못 가요.”

“예, 맞습니다.”

“질문자는 직장도 있잖아요. 그러면 문제가 있어요, 없어요?”

“없습니다.”(질문자 웃음, 스님 웃음, 청중 박수)

“여러분들이 들으면 ‘무슨 스님이 상담을 저렇게 하나’ 싶겠지만 이치로 따지면 본래 괴로워할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 온갖 것이 다 괴로워할 일이 돼요. 법륜 스님도 여러분들이 볼 때는 ‘스님이 혼자 사는데 괴로울 게 뭐 있겠나’ 이런 생각이 들죠? 제 하소연 한번 들어볼래요?”

“네!”(청중 대답, 웃음)

“새벽 4시에 일어나려면 힘들어요.(청중 웃음) 여러분들이 한번 일어나볼래요? 또 아침부터 일어나서 절하려면 다리 아파요. 참선하려면 허리가 아파요? 안 아파요?”

“아파요.”(청중 대답)

“염불하려면 목이 아파요.(청중 웃음) 여기서 다 한번 얘기해 볼까요? 혼자 살려면 외로워요. (모두 웃음) 고기 못 먹으면 먹고 싶어요. 이렇게 따지면 하루도 못 살아요.

그런데 이제 반대로 생각해 봅시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건강에 좋아요, 안 좋아요?”

“좋아요.”

“절하면 다리 운동 되지요. 또 염불하면 복 되죠?”

“네.”

“참선하면 정신 맑아지죠? 그리고 채식하면 건강에 좋아요. 짹짹거리는 애도 없고 잔소리하는 마누라가 없으니 혼자인 게 좋아요, 안 좋아요?”

“좋아요.”(청중 대답, 웃음)

“또 늙으면 그것대로 좋아요. 공부 안 해도 되고, 시험 안 쳐도 되고, 취직 안 해도 되잖아요. 늙은 건 늙은 대로 따져보면 또 좋은 점이 있어요. 이렇게 자기 인생의 좋은 점을 살펴보면 괴로워할 일이 없어요.

그런데 여러분들과 저의 차이점은 뭘까요? 여러분은 늘 부정적이에요. 어머니가 없으면 어머니가 없어서 외롭고 어머니가 있으면 있어서 귀찮다는 식이에요. 둘이 같이 있으면 귀찮고, 혼자 있으면 외롭고, 또 같이 있으면 귀찮고... 이거는 부처님이 와도 해결책이 없어요.(청중 웃음)

그러니까 긍정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본래 괴로울 일이 있는 게 아니에요. 괴로움은 우리가 어떤 사물에 집착함으로 해서 형성되는 거예요. 본래 사실은 ‘내 거’라고 할 만한 게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청중 대답)

“그러니까 조금만, 한 발만 물러서서 보면 괴로워할 일이 없어요. 괴로울 일이 없다는 걸 팔리어로 ‘닙빠나’라고 해요. 산스크리트어로는 ‘니르바나’, 우리말로는 ‘열반’이라고 합니다. ‘열반’이라는 것은 ‘괴로움이 없다’라는 뜻이에요. 부처님은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신 분이에요.

그러면 부처님만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우리 모두 다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나?’ 이렇게 생각하죠? 그건 담배 피우는 것과 똑같아요. 담배를 오래 피워서 담배 피우는 습관이 든 사람에게 담배 끊으라고 하면 쉬운 일이에요, 어려운 일이에요?”

“어려운 일.”(청중 대답)

“담배 안 피우는 여러분들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면 어려운 일이에요, 쉬운 일이에요?”

“쉬운 일.”(청중 대답)

“그러면 담배 안 피우는 일은 본래부터 쉬운 일일까요, 어려운 일일까요? 본래부터 쉬운 일이에요. 안 피우는 건 아무 할 일이 없어요. 피우는 건 좀 일이 있어요. 돈이 있어야죠. 담배 사러 가야죠. 담배 곽 뚜껑 열어야죠, 담배가치를 빼물어야죠, 불 붙여야죠, 빨아야죠, 뱉어야죠, 재 떨어야죠, 일이 많아요.(청중 웃음) 그런데 담배 안 피우면 일이 없어요. 그런데 담배에 중독되면 담배 안 피우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되는 거에요.

담배에 중독된 것처럼 여러분들은 지금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데 중독이 된 거예요. 이렇게 중독된 것을 ‘카르마’, ‘업’이라고 해요. 여러분들은 지금 ‘아들한테 이래야 한다, 딸한테 저래야 한다, 애가 크면 결혼을 해야 한다, 뭘 해야 한다’ 그러지만 그걸 그렇게 해야 하는 아무런 이유가 본래는 없었어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짝지어 사는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태어나서 자라면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것 같고 바람피우면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조선시대나 그보다 전 시대를 보면 남편이 본부인 놔두고 첩을 두는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이 됐어요. 사극 보면 왕이 왕후 놔두고 빈을 두는 게 허용돼 있잖아요. 그런 사회에서 태어나서 자라면 또 원래 그런 줄 알아요.

우리가 담배 습관이 들어 중독되는 것처럼 그렇게 습관이, 중독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 패턴으로 계속 살아가고 있고 그걸 끊으려면 힘이 드는 거예요. 본래 담배를 안 피운 사람은 안 피우는 게 하나도 힘이 안 들어요.

그러면 피우던 사람이 안 피우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냥 안 피우면 돼요. 피우고 싶어도 안 피우고, 안 피우면 죽을 것 같아도 안 피우고, 피우기 싫어도 안 피우고요.(청중 웃음) 다만 안 피우기만 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해결이 돼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집착을 놔야 합니다. 집착이라는 건 담배피는 습관처럼 습이 든 거예요.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 계속 담배를 물고 있듯이 ‘놔야지, 놔야지’ 하면서 계속 집착하는 거예요. ‘놓아야지’ 해야 해요, 놔야 해요?”

“놔야 해요.”(청중 대답)

“그래요. 그러니까 딱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우리 남편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이러면 그렇게 될 확률도 아주 없진 않겠지만 그렇게 안 될 확률이 훨씬 높아요. 지난 30년을 한결같이 마셔온 사람이잖아요. 남편이 술을 안 마셔야 내 괴로움이 없어진다고 한다면 남편이 술을 끊어도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그런데 ‘술이 보약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야 마시든지 말든지 나하고 관계가 없어요. 밥 한 끼 차려주듯이 술상 차려주는 그게 뭐 어려워요? 밥은 세 끼 차려주면서 술은 한 끼 차려주는 건데 여러분은 그것도 싫대요.(청중 웃음) 그냥 보약이라 생각하면 그냥 먹이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한 생각을 탁 바꿔버리면 문제가 안 돼 버려요. 남편 일찍 죽은 게 문제가 돼요? 내가 결혼을 일찍 한 게 문제가 돼요? 직장 다니면서 친구지간에 갈등이 있다, 도반 간에 갈등이 있다는 건 어떨까요? 그건 자기를 고집하니까 갈등이 있는 거예요. 갈등이 있더라도 직장 있는 게 좋아요, 없는 게 좋아요? ‘갈등이 좀 있어도 직장이 있는 게 좋다’ 이렇게 생각하면 갈등이 있어도 문제가 안 되고, 또 갈등이 있을 게 본래 없어요. 상대가 뭐라 그러든 나는 직장이 있는 게 중요하니까요.

관점을 이렇게 바꾸라는 거예요. 그러면 절하고 참선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인생을 ‘탁’ 해탈할 수 있는 거예요.(청중 웃음) 그렇게 하면 누구나 다 행복할 수가 있어요. 아이가 시험에 떨어져도 행복할 수가 있고,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행복할 수가 있어요.”

“감사합니다.”(청중 박수)

강연이 마치고 무대에서 책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에 사인을 받으며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책에 적히는 스님의 글씨보다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기회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습니다. 책상이 걷어지고 정리하려는 찰나, ‘고생을 많이 한 괴로울 수 밖에 없었던’ 질문자가 스님과 함께 사진 찍기를 청했습니다. 괴로웠던 그 분이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괴로웠던 순간이 멀리멀리 날아가고 가벼운 마음이 앞으로도 남기를 기원하였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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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과 차담까지 살펴주신 해인사 기획국장 스님 참 감사하네요^^
[ 이렇게 중독된 것을 ‘카르마’, ‘업’이라고 해요. 여러분들은 지금 ‘아들한테 이래야 한다, 딸한테 저래야 한다, 애가 크면 결혼을 해야 한다, 뭘 해야 한다’ 그러지만 그걸 그렇게 해야 하는 아무런 이유가 본래는 없었어요.] [ 그렇게 한 생각을 탁 바꿔버리면 문제가 안 돼 버려요] 정말이지 화통하게 한 생각 탁~!바꿔버리고 싶네요 ^^

2017-05-28 04:12:32

고경희

본래 괴로워할 일이 없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할 아무이유가 없다. 맘이 찡해집니다. 나를 남을 너무 괴롭히고 살았습니다~ 이제 행복하게^^

2017-05-26 20:14:11

오명아

가끔 스님말씀을 읽으면서 조금 \'억지스럽다\'\'말은쉽지\'라고 생각이 든 건.. 나만 그랬던가!? 근데 오늘은 스님 말씀에 끝자락을 조금은 잡은것 같다.열심히 스님말씀 들어야겠다

2017-05-26 17: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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