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26 INEB 문경수련원 일정
내 마음을 몰라주는 딸에게 너무 서운해요

오늘 스님은 예불과 기도를 조금 일찍 마치고 5시 반, 문경수련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8시 20분, 명상원은 곧 시작할 프로그램 준비로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 개인의 각성의 과정에 ‘깨달음의 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여 동남아 스님들의 질문이 많았는데 오늘은 그 ‘깨달음의 장’에 대한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흥미진진한 시간이 훌쩍 지나, 12시가 다되어 점심 공양을 하고 오후 프로그램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오후에는 프로그램에 동참한 소감과 질문을 받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서야 질문 시간이 마쳤습니다. 오후 불식하는 동남아 스님들이여서 간단히 차로 대신하고 저녁 프로그램을 위해 대웅전으로 올라갔습니다.

대웅전에서 저녁 예불을 마치고 문경 수련원의 젊은 행자님들과 스님들의 만남의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100일 출가 행자님, 행자대학원생에게 동남아 스님들이 궁금했던 내용들을 질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중에 몇 가지 짧은 대화를 소개합니다.

(동남아 스님 1) “처음에 이 절에 사는 느낌이 어땠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백일출가생 1) “100일 출가생인데 100일 동안 여기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 입재했을 때 느낌은 우리나라 불교이긴 하지만 많이 낯설었습니다. 왜냐하면 새벽4시에 일어나고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게 밖에서 사는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낯설었던 것은 대중들과 함께 사는 것이었습니다.”

(동남아 스님 2) “백일 출가를 한 동기를 알고 싶고 과정을 마친 다음에 하고 싶으신 게 있는지, 나라를 위해 하고 싶은 게 있는지요?”

(백일출가생 2) “저는 백일출가 프로그램을 마치고 더 공부하기 위해서 행자대학원을 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살 때, 대학원도 졸업하고 직업도 있었고 연애도 했습니다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대학원 논문 쓰다가 괴로워서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고 회사 다니다가 싫어서 그만뒀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외부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진정으로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 고민하다 100일 출가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사회문제나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걸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안 좋았는데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내는 것을 과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발우공양을 참 좋아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발우공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발우공양을 하면 좀 더 환경적으로 생활 하는데 좋을 것 같습니다.”

(동남아 스님 3) “여기 올 때의 문제가 지금은 풀렸는지요?”

(백일출가생 3) “저는 사회생활하면서 힘들고 머리에 양동이를 쓴 것 처럼 같은 생각 속에 갇혀있었는데 여기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제 문제점이 뭔지 알게 됐습니다. 특히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방법, 안 좋은 상황에서 예전에는 미안하면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는데 지금은 안 좋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신뢰가 형성되는지 알게 되서 제가 처음에 고민이었던 것을 해결한 것 같습니다. 100일 출가 프로그램이 제 인생의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도반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속에서 산다는 것을 불법을 통해서 알아서 매우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동남아 스님 4) “발우공양 할 때 옆에서 도와준 행자님, 가치 있는 삶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백일출가생 4) “머리가 하얘지네요. 여기 온 것이 정토회 2년 정도 다니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이 많이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96일째인데 아직 답을 못 찾았어요. 꼭 찾겠습니다.”

(동남아 스님 5)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이 뭐였는지요? 바깥세상에 나가서 유용할 게 무엇인가요?”

(백일출가생 5) “여기 입방하려면 만 배를 3일 만에 해야하거든요. 3일 동안 절하는 과정에서 나를 한번 뛰어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기 싫었고 하는 과정에서 많이 괴로웠지만 하고나서 뿌듯하기도 하고 큰 성취감을 맛보았어요. 그 일을 계기로 더 큰일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스님은 프로그램을 뒤에서 조용히 참관하신 후 내일 일정을 위해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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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어제 광명 평생교육원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 중 ‘딸과 함께 사는 어머님’의 고민을 담은 ‘행복한 대화’입니다. 어제는 ‘시어머님과 함께 사는 며느리’ 의 고민에 대한 내용을 실었는데 어제와 오늘의 대화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잘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보기)
☞ 스님의 하루 2017. 05. 25
[시어머니와 따로 살고 싶은 마음에 죄책감이 들어요.]

“저는 직장생활을 하는 큰 딸과 살고 있는데 딸과 생활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고 성격 차이로 다툼이 심합니다. 딸이 제 말을 인정하지 않아서 괴롭습니다. 반면 사위는 너무 착해요.”

“결혼한 큰 딸 부부와 한 집에서 산다는 거죠? 왜 그 집에서 사는데요?”

“제가 85년도에 혼자 돼서 참 외로워요. ‘엄마 혼자서 사는 게 괴롭고 안타까우니까 내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자’ 해서 들어왔어요. 그런데 엄마 편을 좀 들어주면 좋을 텐데 엄마 생각은 조금도 안 해요. 자기가 회사생활 하느라 힘들고 괴로운 생각만 했지 엄마에 대해서는 조금도 배려를 안 해요.”(질문자 울먹임)

“그런 건 신경 쓸 거 없어요. 나와 버리면 되잖아요.”(청중 웃음)

“그렇긴 한데요, 애들이 또 있어서요.”

“애들이 있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내 아이도 아니고 자기들 아이니까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죠.”

“하지만 사위도 직장 다니고 딸도 학교에 나가니까요.”

“그건 딸 부부네 사정이죠. 이 세상에 맞벌이 부부가 한둘이에요? 전 세계 사람이 요즘은 남녀 구분 없이 다 직장에 다니는데요.”

“그런데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런지 사위가 아침밥도 굶고 가고 그러면 보기가 그래요.”

“굶고 가든 말든 그건 자기 사정이고 질문자는 그냥 나오면 돼요.”(청중 웃음)

“그렇긴 해요. 하지만 애들도 이제 4학년이랑 유치원생이라서요.”(질문자 웃음)

“그러면 그 집에 계속 살면 되죠. 그 집에서 계속 그렇게 구박받고 사세요.(청중 웃음) 질문자 본인이 그렇게 살고 싶다는 걸 어떡하겠어요?”

“구박받는다는 것보다도... 엄마의 심정을 조금만 배려해주면 좋겠어요.”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자기 살기도 바쁜데요.”(청중 웃음, 질문자 한숨)

“그러면 뭐 말씀드릴 건 없습니다.”(청중 웃음)

“그래요. 딸은 지금 자기 살기도 바쁘고 힘들다니까요. 엄마가 딸을 이해해야지, 딸이 어떻게 엄마를 이해해요? 세상에 그런 경우가 어디에 있어요?”

“그래서 제 마음이 망가졌어요.”

“망가졌든지 말든지, 질문자가 힘들면 나오면 되고 거기 있고 싶으면 딸한테 도움을 주면 돼요.”

“그냥 박차고 나올까요?”

“박차기는 뭘 박차요? 그냥 나오면 되죠.”(청중 박장대소)

“‘너희들끼리 살아라!’ 하고 그냥 박차고 나와요?”

“아니죠. ‘너희들끼리 살아라’ 그런 말도 할 필요가 없어요. 자기들끼리 사는 건 원래 당연한 건데요.”(청중 웃음)

“너무 괴로워요. 제가 32년 동안 혼자 살다가...”

“질문자가 혼자 못 살겠으면 남자친구를 사귀면 되지, 왜 딸한테 붙어서 그래요?(청중 웃음) 혼자 살기 외로우면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살면 되잖아요.”

“외로운 것보다... 딸이 자라온 과정을 생각하니까 ‘좀 도와줘야겠다’ 하고 가서 해주는 건데요...”

“그럼 가서 도와주면 되죠.”

“그런데 너무나 엄마 심정을 몰라주니까 괴로워요.”

“그럼 나오면 되죠.”(청중 웃음)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고...”

“마음이 약하면 거기서 그냥 계속 살든지요.”(청중 웃음)

“그렇다면 스님 말씀 잘 알아듣겠습니다.”(질문자 한숨)

“어떻게 알아들었어요? 알아들은 거 한번 얘기해 봐요.(모두 웃음) 다 깨쳤다는데 깨친 소리 한번 들어봅시다. 어떻게 깨쳤어요? 결론이 어떻게 났어요?”

“제가 앞쪽을 바라보지 말고 그냥 한쪽으로만 방향을 타서...”

“그 방향이 어느 쪽인데요?”(청중 웃음)

“방향이요? 편한 쪽으로요.”(질문자 웃음)

“어떤 게 편한 방향인데요?”

“제 몸 하나 생각해가지고선 뛰쳐나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왜 뛰쳐나와요? 그냥 나오면 돼요.(청중 웃음) 뛰쳐나오는 건 싸워야 뛰쳐나오죠. 싸울 일이 아니라니까요. ‘그 동안 내가 외로웠는데 너희 집에 있으면서 너희가 엄마를 보살펴주었으니 참 고맙다. 덕분에 잘 있었다. 그런데 너희 둘이 사는 거 보니까 엄마도 영감 하나 있어야 되겠다.’”

“그거는 아니에요.”(청중 웃음)

“아니, 말을 그렇게 하라고요. 이렇게 말하세요. ‘이건 너희 집이고, 내가 여기 얹혀 사는 것 같아서 너희한테 부담이 되는 것 같다. 나도 내 친구 하나 만나서 내 살림 살아야 되겠다. 그 동안 고마웠다, 잘 있어라.’ 이러고 나와야죠. 남의 집에 가서 살았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뛰쳐나오긴 왜 뛰쳐나와요?”

“뛰쳐나온다고 할 만해요. 제가 생활비를 다 대줬는데요.”

“생활비를 질문자가 댔어요?”

“쌀 같은 거 농사지어서 다 대줬어요.”(질문자 울먹임)

“아이고, 농사지어서 쌀 좀 준 걸로 뭐 그렇게 생색을 내요? 사람이 쌀만 먹고 살아요?”

“애가 하나도 아니고 네 식구에 저까지 하면 다섯 식구예요.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제가 다 챙겨주는 것까지 하면...”(질문자 울먹임)

“그렇게 계속 그 집에서 살면 자식하고 원수 된다잖아요.”(청중 웃음)

“아휴... ‘엄마가 이렇게 너무 힘들고 괴롭구나. 내가 힘들더라도 조금만 노력을 해서 요거 하나만, 무거운 거 하나만 잠깐만이라도 들어 줘야지’ 이런 생각을 해주면 좋겠는데...”(질문자 울먹임, 청중 웃음)

“글쎄,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스님도 알아요. 그런데 그건 누구 딸이에요? 질문자가 자기 딸을 그렇게 낳아서 그렇게 키워놓고는 왜 스님한테 와서 자꾸 하소연을 해요?”(청중 웃음)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는 없고 너무 괴로우니까요...”

“그 딸은 누가 낳았어요?”

“애 아빠가 그 애가 10살 때 돌아갔기 때문에 삼남매를 제가 다 키우기는 했는데, 엄마 심정을 전혀 몰라줘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엄마 심정을 요만큼도 몰라주니까 그게 너무 괴로운 거예요.”

“옛날부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어요. 질문자의 딸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도 남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건 불가능해요. (질문자 울먹임) 그런 건 불가능하다니까요. 질문자 딸만 그런 게 아니에요. 딸한테 물어보면 ‘엄마는 내 심정 요만큼도 몰라준다’ 이럴 거예요.

남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 불가능한 걸 요구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더 있으면 원수 된다는 거예요. ‘나는 농사지어서 주고 새벽에 밥도 해주고 손자도 봐주고 무엇무엇도 해주는데’ 이러면서 섭섭해져서 곧 원수 될 거예요. 남편도 없이 딸을 키웠는데 그 딸하고 원수 되면 어떡해요?(질문자 웃음) 원수 안 되려면 빨리 나와야 한다니까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질문자 웃음)

“‘할 것 같아요’가 아니에요. 나올 때 뛰쳐나와야 해요, ‘고맙다’ 하고 나와야 해요?(청중 웃음) ‘그 동안 고마웠다’ 하고 나와야 해요.”

“아니죠, 고맙진 않아요.(청중 웃음) 고마운 건 손톱만큼도 없어요.”(질문자 울먹임)

“아이고, 혼자 사는 엄마를 집에 데려다가 모시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얼마 안 됐어요. 33년인가 35년 전에 혼자 된 뒤로 삼남매를 혼자 키워서 다 대학까지 가르치고 출가시켰는데... 이제 엄마 혼자 편하게 편한 세상 살게끔 해야 하는데, 오히려 끌어다놓고 제 의사도 너무 묵살시키는 것 같아요." (질문자 울먹임)

"딸은 자기 나름대론 잘 한다고 한 거예요. 아빠도 없는데 혼자 우리 키운다고 고생하신 엄마를 모신다고 지금 모셔놓은 건데 엄마는 저렇다니까요. 그러니까 서로 만나서 얘기하면 서로 섭섭해요. 딴 자식들은 안 모시려 들고 저 딸 하나만 마음을 내서 엄마를 모셨는데 그 딸을 오히려 미워하고 원망하니까 어떡하겠어요?(질문자 울먹임) 그러니까 질문자가 딸한테 하나도 안 고맙다고 하지 말고 ‘그래, 그래도 네가 나를 모셔서 고맙다’ 이렇게 말하고 나와서 혼자 살라니까요.

딸의 입장은 질문자와 또 달라요. 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엄마를 위한다고 생각하지, 엄마 고생시킨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한 울타리에서 있으니까 잘 하는 걸로 생각하죠.

그래요. 공기가 늘 있으면 공기 고마운 줄 모르고, 해가 늘 있으면 해 고마운 줄 모르고, 비가 늘 오면 비 고마운 줄 모르는데, 요새 모내기철에 비가 안 오니까 비가 한 번 오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요즘 제가 시골에서 농사도 좀 짓고 살아보니까 비가 금덩어리예요. 바짝 가물 때 물뿌리개로 간신히 물 주다가 하늘에서 비가 한 번 내려주면 돈으로 환산해서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한 번도 고마운 줄 생각 안 하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딸이 엄마 고마운 줄 모르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봐야 해요. 딸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애들 낳아서 키워줬을 때 엄마 보고 고맙다고 하는 애들은 백 명 중 한 명도 안 돼요. 딸도 그래요. 그 집에 붙어서 아무리 질문자가 뼈 빠지게 고생을 해도 고마운 줄 모른다니까요. 부려먹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논 팔아서 아들을 대학 보내면 불효자가 되고, 아들을 남의 집에 머슴살이 시키면 효자가 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어요. 그 한 예가 이런 거예요. 일제 강점기에 어느 집이 가난한데도 논을 팔아가면서까지 큰 아들을 대학에 보냈어요. 그 아들이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찰서장이 돼서 지방에 내려왔어요. 소위 영전을 한 거죠. 크게 성공한 거예요.

그러면 아들은 아들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면 될 텐데, 아버지가 아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때는 군청 소재지나 읍내 경찰서나 다들 나무 때는 시절인데, 읍내에서는 나무를 돈 주고 사서 때잖아요. 아버지는 시골 사람이니까 아들이 돈 주고 사서 나무 때는 게 아까웠던 거예요. 그래서 소 등에 땔감을 가득 싣고 읍내의 아들 집까지 가서 뒤꼍에 나무를 계속 쌓고 있었어요. 그때 부하 경찰관들이 찾아왔는데 웬 영감이 허름한 일꾼 복장을 하고 나뭇단을 쌓고 있으니까 서장한테 저 사람 누구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서장이 자기 아버지라 그러기가 약간 창피했나 봐요. 그래서 ‘우리 집 머슴이다’라고 했어요. 그럴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 소리를 아버지가 듣고는 그 자리에서 나뭇단을 다 팽개치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대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그걸 아들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애초에 그 집에 안 갔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죠, 예.”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자기가 스스로 가서 파출부 노릇 하고 유모 노릇 하고 온갖 일을 다해놓고는 알아달라는데 안 알아준다고 혼자 사는 스님한테 와서 항의를 하고 있어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요.(청중 웃음)

이런 설움은 딸이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니라 질문자가 이치에 맞지 않는 생활을 해서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그 집에 가는 게 아니다, 이 말이에요. 질문자가 잘못 간 거예요. 딸을 욕하면 안 돼요.”

“욕은 아니에요...”

“‘내가 바보 같이 거기에 잘못 갔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딸이 오라고 해줬으니까 고맙잖아요. 그러니까 ‘고맙다, 그 동안 잘 살았다’ 하고 빨리 나와서...”

“아뇨, 안 고마워요.”

“고맙다고 해야 한다니까요.(청중 웃음) 딸이 저 소릴 들으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혼자 사는 엄마를 집에 데려다가 저렇게 모셔놓으니까 고맙다는 소리는커녕 원수 돼서 나가잖아요. 질문자가 원수 돼서 나가면 딸이 나쁜 사람이 돼요. 질문자가 고맙다고 하고 나가야 딸도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내 딸을 좋은 사람 만들어야지, 왜 내 딸을 그렇게 나쁜 사람 만들려고 해요?”

“그래서 아직까지 붙어 있긴 있어요.”(질문자 웃음)

“붙어 있으면 안 된다니까요.(청중 웃음) 붙어 있지 말고 자기 삶을 살아요. 빨리 질문자 집으로 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질문자 웃음)

“계획이 필요 없다니까요.(질문자 한숨) 그냥 조용히 가세요.”

“계획도 지금 세워야 해요. 지금 현재 집은 아들이 딴 데서 살다 들어와서 살고 있기 때문에...”

“질문자 사정이 그러니까 아들한테 나가라고 하세요.”

“나가라고요?”

“왜 내 집은 딴 사람한테 주고 바보 같이 남의 집에 붙어살아요? 한두 살짜리 어린애도 아니잖아요. 당당하게 ‘내 집을 내놔라’ 해서 아들을 내보내세요. 어디서 어떻게 살든 그건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에요. 그리고 딸집에서 나오고요. 그렇게 해야 해요.”

“그렇잖아도 그런 계획은 세우고 있는데...”

“계획 세우지 말라니까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그냥 하래도 자꾸 그러네요.”

“죄송합니다.”(질문자 웃음)

“뭐가 죄송한데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죄송 좀 해야 해요. 그걸 왜 스님한테 물어요? 질문자가 결정해서 그리 가면 되죠. 알았죠? 거기 붙어 있으면 안 돼요. 붙어 있으면 딸과 원수 되니까 빨리 나와야 해요.”

“사위가 술 마시고 밤늦게 헬렐레 하고 집에 들어와서 막 잔소리하고 그러면 그냥 ‘야, 이놈들아, 너희들끼리 살아라’ 이러고 뻥 차고 나가고 싶지만 사위는 너무 가정적이고 너무 착해요. 또 둘이 다 직장 다니니까...”

“그래도 그건 사위지, 질문자의 남자가 아니에요. 그 젊은 남자가 좋아서 쳐다보고 그 집에 붙어 있겠다고요?”

“붙어 있겠다는 게 아니라 아직까지는 그렇게 있었다 이거죠. 또, 애들이 아직도 어리고 하니까...”

“질문자 애가 아니고 남의 애라잖아요.”

“예, 알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과 박수)

“‘고맙다’ 그러고 나오세요. 박차고 나와도 안 되고, 떨치고 나와도 안 되고, 욕하고 나와도 안 되고, 어떻게 나오라고요? ‘고맙다’ 하고 나오라는 말이에요. 알았죠?”

“네, 알겠습니다.”(모두 웃음, 박수)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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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진

내 인생의 주인이 됩니다. 남을 위해 한다는 행위가 결국 과보를 바라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바뀌어 괴롭습니다. 희생은 없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되고 모든 선택은 내가 합니다. 남을 위해 한다는 행위도 결국은 나를 위한 것입니다.

2017-06-22 10: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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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머님에 대한 말씀,잠시 해주셔 가슴아픈 얘기에 목이 메이고 말았습니다 ㅠ아무리 큰일하시고 부처님 가피받으시며 살아가셔도,어찌 앞이 허전하지 않으시겠는지요..ㅠ어찌 스님 때로 힘겹지 않으시겠는지요 ㅠㅠ눈물이 납니다 ..누구나 똑같이 태어나 똑같이 생을 살다가는데..어찌 스님께선 남들보다 더 깨우치시고 더 공부하시고 더 성인으로 살아가시는지 ㅠㅠ그 가늠할 수 없을 힘겨움의 깊이를, 강연을 들으며 가늠해보았습니다..

2017-05-30 00:01:45

이기사

감사합니다_()_

2017-05-28 18: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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