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27 INEB 조계사 참배, 청년과의 시간
여러분, 여기에 왜, 무엇을 위해 있나요?

매일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아침을 여는 스님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7시, 스님은 조찬회의가 있어 평화재단으로 갔습니다. 11시, 회의를 마치자마자 성모병원 중환자실로 평소에 가까이 지냈던 북한에서 온 어르신인 김선생님 문병을 갔습니다. 의식을 잃고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계신 어르신을 뵙고 스님은 어르신이 평소에 소망하였던 것이 잘 이루어지리라 발원하며 가만히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문병 후, 회관에 돌아오니 상주대중과 보살님들이 막 도착한 INEB 동남아 스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곧 점심 공양 시간이 되어 2층 강당에 마련한 점심 공양을 한 뒤, 그 자리에서 지도를 보며 지금까지 JTS에서 지원한 지역과 스님들이 오신 지역을 살펴보았습니다. 지도를 놓고 살펴보니 지역이 눈에 그려져 한층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브리핑 시간을 마무리하고 조계사 탐방을 위해 정토회관을 나섰습니다. 조계사 일주문에서부터 스님의 안내가 시작되었습니다.

조계사 앞마당을 꽉 채워 연등이 달려 있는 모습은 화려함을 더해주었습니다. 법당 안에서는 염불 소리가 이어지고 참배하는 사람들이 많아 스님과 동남아 스님들 일행은 대웅전 앞 작은 무대에서 간략하게 설명을 듣고 경내를 둘러보았습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 건물과 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주말이라 박물관 일부는 휴관하여 열려있는 전시실 내부를 둘러보는 정도로 하고 계단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길만 건너면 인사동 거리로 연결되어 동남아 스님들이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피곤하신 노스님을 모시고 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5시 45분, 1층 법당에서 거룩하게 종송이 울렸습니다. 법당을 꽉 메운 청년들과 동남아 스님들이 정좌하고 앉아있었습니다. 종송이 마치자, 이번 INEB 방문단의 가장 연장자이신 나나밤사 스님의 인례로 남방식 저녁 예불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삼귀의와 오계를 염송하는데 청년들은 안내문을 보며 합장하고 예불에 함께 하였습니다.

예불을 마치고 청년 사회자의 안내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을 축하하며 청년국에서 준비한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우쿨렐레 반주와 노래, 가수로 활동하는 ‘오늘의 라디오’의 노래 2곡, 청년국 활동가의 댄스, 이렇게 세 개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신나는 댄스곡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스님들과 청년들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환호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보기만 하여도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즉문즉설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청법가로 스님께 법을 청하였습니다. 스님은 법상에 올라 오늘의 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원래 오늘은 ‘청춘콘서트’를 열려던 날이었습니다. 작년 5월에도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시청광장에서 만여 명의 청년들과 ‘청춘콘서트’를 열었는데 올해는 태극기 부대가 서울시청 광장을 점령해서 가을로 연기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시간을 비워두었던 터라 청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었고 마침 INEB 소속의 동남아 스님들도 방문하신 기간이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스님은 이어서 ‘조금 늦어지더라도 통역해서 진행하는 것을 양해바라고 많은 질문을 받지 못하는 것도 양해바란다’라고 덧붙여 설명하였습니다.

먼저 즉문즉설의 형식, 즉 청년이 질문하고 스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란 청년이 가지는 할머니에 대한 마음과 부모님에 대한 마음에 대한 질문, 북한에서 온 북한주민의 말을 듣고 북한 인권과 난민지원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청년의 질문, 깨달음에 대한 질문 등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할머니 손에 자란 청년의 고민을 실어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에 대한 정이 많고, 그 집착이 강해짐에 따라 괴로움이 올라와서 깨달음의 장에도 다녀오고 요즘에도 매일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있는 것 같아서 현재 ‘부모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문을 가지고 108배를 하고 있는데, 여전히 부모님에 대한 미움이 남아있어서 괴롭기도 합니다. 제가 심리적으로 힘들 때 부모님께서 그다지 잘 이해해주시질 않아서 외로움도 느끼고 어려움도 느낍니다. 현재 제 심리상태가 이러한데,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기도문을 가지고 해야 할지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만약 어떤 한 아이가 A라는 사람에게서 태어났지만 B라는 사람에게 키워진다면, 그 아이는 A와 B 중 누구를 자기 엄마라고 생각을 할까요?”

“B라는 사람이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네. 사실 엄마와도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엄마가 스님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그런 이유로 할머니에게 정이 있다는 생각을 했고, 엄마한테 그 이야기도 해보았어요. 그리고 제 동생을 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엄마에 대한 정이 동생보다는 조금 덜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요. 스님이 질문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키워준 사람에게 정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이기 때문에 질문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할머니가 질문자를 키워주셨다면 질문자의 마음속에서는 할머니가 엄마입니다. 의식에서는 젊은 여자를 엄마라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에서는 늙은 여자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즉, 눈을 감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는 늙은 할머니가 엄마이고, 깨어나서 의식 활동을 할 때에는 젊은 여자가 엄마가 되는 거예요. 또 생각으로는 엄마를 엄마로 받아들이지만, 느낌은 할머니를 엄마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현상은 질문자가 자란 환경을 고려하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도 질문자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 같지 않게 느껴지니 서운함이 있을 것이고, 질문자의 입장에서도 어머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으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뭔가 사랑이 부족한 것 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하지만 이건 어떤 사람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면 한국말 대신 영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동생은 저와 쌍둥이인데, 동생이 할머니에 대한 이런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제가 할머니를 자주 돌봐드리는데 그것도 조금 도와주었으면 싶은 마음도 있는데 정작 동생은 저를 이해하는 것 같지 않고…”

“동생은 질문자와 같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걸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러면 저는 어떤 기도문을 가지고 기도를 해야 할까요?”

“지금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청중 웃음)”

“감사합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해결이 다 되었어요?”

“네… (청중 웃음)”

“아직 해결이 다 안 된 것 같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본인은 해결이 되었다고 하네요.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어머니나 동생이 무슨 말을 하든지 그건 어머니 입장에서 혹은 동생 입장에서 하는 거예요. 가령, 어머니 입장에서는 딸이 할머니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으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건 엄마 입장에서 바라보면 너무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동생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한다든지, 나를 더 이해해 달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들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것도 아니에요.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나 동생이 무슨 말을 하든지 그냥 ‘알겠습니다’ 하면 돼요. 왜냐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건 그들의 입장에선 당연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알겠습니다’하는 것은 그들이 맞고 내가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을 알겠다는 뜻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어머니와 동생에게는 ‘알겠습니다’만 하면 돼요.

반면 질문자에게는 할머니를 돌보고 싶은 마음도 있잖아요? 질문자가 그런 마음을 느끼는 것 또한 질문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그럴 때는 할머니를 찾아가서 질문자가 해드리고 싶은 것을 하면 돼요. 그걸 하는데 있어서 어머니나 동생에게 나를 이해해달라는 요구를 할 필요도 없고,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섭섭해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들이 나와 다른 입장을 갖는 것 또한 자연스럽기 때문이에요. 즉, 그들이 나를 따를 필요도 없고, 내가 굳이 그들의 말에 반대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엄마, 아빠가 저를 조금 더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그 사람들이 질문자의 엄마, 아빠가 아닌데 왜 그래요? (청중 웃음) 질문자 마음속에는 할머니가 엄마예요. 그러니 설령 엄마, 아빠가 질문자 바람대로 질문자를 돌봐주어도 질문자에게는 그것이 마치 이웃 사람들이 돌봐주는 것처럼 느껴지지 엄마, 아빠가 해주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즉, 의식에서는 엄마, 아빠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에서는 이웃 사람들처럼 느끼는 거예요. 그러니 엄마, 아빠가 질문자를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이 질문자에게 그렇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다고 질문자가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러니 이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면 그들의 입장도, 내 입장도 문제 삼을 것이 없습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든 문제 삼지 말고, 질문자가 할머니를 찾아가고 싶을 때는 그냥 찾아가서 해드리고 싶은 걸 해드리면 돼요.

그리고 그들이 나와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이해해야 합니다. 엄마, 아빠에게는 서운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엄마, 아빠는 질문자를 위한 일들을 다 하고 있고 질문자를 사랑하고 있지만, 단지 질문자의 무의식에는 질문자를 키워준 할머니가 엄마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이 온전히 부모님의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질문자 울먹이며) 오늘 이것을 알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떨리는 목소리의 질문자의 감정이 전달되어 통역하는 김지현 님도 목소리가 울먹거렸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청년의 기쁜 마음이 목소리로 모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세 가지 질문이 진행되었을 때, 스님은 새로운 제안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여러분들이 저에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이제 제가 여러분께 질문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동남아 스님들이 함께 계시지요? 같은 스님이기 때문에 이 분들이 여러분께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 분들은 동남아에서 온 테라밧다 스님이십니다. 오늘 저녁은 청년들,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모일 수 있느냐는 궁금함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함께 대화 나눠보는 시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올해 처음으로 불교에 입문한 사람, 올해 처음 불교대학에 들어온 사람, 정토회에 와서 불교를 알게 된 사람,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사람, 백일출가 한 사람 순으로 청년들에게 물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사람이 가장 많았는데 스님은 곧 이어서 “그러면 스님께서 물어보세요, 이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하고 동남아 스님들께 질문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오신 수파반 스님이 물었습니다.

“여기에 오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왜 여기에 왔나요?
와서 무엇을 얻었나요?
얻었다면 얻은 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요?
여러분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요?”

한 청년이 일어섰습니다.

“괴로워서 왔구요.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어서요.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을 얻었습니다.
걸림없이 즐겁게 사는 것으로 삶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여학생이 일어섰습니다.

“주변에서 한번 가보라고 권해서, 괴로움이 나아질 거라 해서 왔구요.
법륜스님 강의도 듣고 궁금했던 걸 질문해서 질문을 풀어보려고 왔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괴로움에 대해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요.
돈을 많이 버는 걸 목표로 달려왔는데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 가장 좋은 것을 알았어요.”

이어서 동남아 스님들께 청년들이 물었습니다. 행자대학원에서 수행 중인 청년이 일어섰습니다.

“정토회에 왜 오셨는지요?
무엇을 배우셨나요?
돌아가서 어떻게 적용하실 건가요?”

청년에게 했던 질문이 되돌아오자 모두 까르르 웃었습니다.

“INEB에서 추천해주셔서 저희 절을 대표해서 제가 왔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선불교에 대해서 알고 싶었습니다. 저는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발우공양입니다. 아직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불교가 정체성을 잘 지켜왔고 사회에 잘 적응한 것 같습니다.

크게 감명 받은 것이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봉사하고 활동하고 모여서 생각을 나누는 것입니다. 태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륜스님께서 문제를 해결하는 철학인데요, 스님께서 실제로 하시는 것을 보면서 제가 돌아가서 실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남아 스님, 청년이 번갈아가며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동안 웃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청년들의 가볍고 진솔한 대답과 동남아 스님들의 진솔한 질문과 대답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스님은 내일 새벽부터 이어질 일정 때문에 마무리 하고 마지막으로 스님들께 삼배를 올리도록 하였습니다. 일부는 불단 오른쪽을, 나머지는 불단 왼쪽에 있는 대중들을 향해 동남아 스님들이 합장하고 앉으셨습니다. 청년들은 동남아 스님들을 향해 삼배를 올렸습니다.

삼배를 하자, 법당을 가득 메운 청년들이 스님들과 단체 사진찍기를 청하였습니다. 법당의 청년들이 모두 일어서서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동남아 스님과 스님을 중앙에 모시고 섰습니다. 깨알 같은 청년들과 스님의 얼굴들이 카메라의 렌즈에 가득 찼습니다. 점점이 웃는 그 모습을 즐겁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꽉 찬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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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란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항상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17-06-11 10:46:36

박미란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항상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17-06-11 10:46:07

남희창

감사합니다 좋은 나눔 감사합니다 잘 받아 회향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05-30 13: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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