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5. 30 성남시청 온누리홀
내 마음 몰라주는 남편,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스님은 기도 후 7시, 조찬 모임 일정으로 평화재단으로 출근하여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완연하게 여름으로 접어드는 것인지, 하루 종일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찾아오신 손님들을 만나는 일정으로 분주하였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어제 문경수련원 앞 마을의 개울물이 말라 흙바닥만 보이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가뭄이 깊어지고 있어 타들어가는 농작물이 걱정됩니다. 햇빛과 물로 살아가는 생명들인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한바탕 비가 쏟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행복한 대화’는 성남시청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이재명 성남시장님과 강연 전에 만나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요즘 성남시의 현안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영상질문을 포함하여 모두 아홉 분이었습니다. 미리 받은 질문지는 훨씬 많았지만 두 시간 가량 나눌 수 있는 대화는 한계가 있어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습니다. 이 중에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 때문에 괴로워 스님과 대화를 나눈 주부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결혼해서 사는 동안 남편과 많이 부딪쳤어요. 제가 많이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줬는데도 남편과 자꾸 실랑이를 하게 되니까 제가 손해를 많이 보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아프기 전까지는 ‘그래도 내가 배려하자. 그러면 나한테도 좋은 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남편은 그걸 몰라주고 당연한 것으로 알더라고요. 그래서 억울해요.
사람이 죽으면 지옥이나 천당에 간다고 얘기하던데, 저는 이 삶 속에 그 지옥과 천당이 함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죽으면 벌 받는다’고. 그런데 저는 ‘내가 지금 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왜 나중까지 생각해야 되느냐’ 싶어요. 그래서 ‘내가 왜 양보해야 되느냐? 나도 똑같이 해야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괴로워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느냐?’ 자꾸 이런 느낌이라 한 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남편이 굉장히 좋은 분이시네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지금 얘기하는 걸 쭉 들어보면 남편 때문에 질문자는 굉장한 철학자가 된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이 깨달으셔서 인생을 제법 통달한 것 같아요.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지옥이 그대로 있다.’ 절에 와서 10년 공부를 해도 그건 진짜 못 깨닫는 거예요.(모두 웃음) 대부분 죽어서 어디 가는 줄로 아는데, 질문자는 스님이 안 되고도 그 진리를 탁 깨쳐버렸네요. 남편이 얼마나 애를 먹였으면 그렇게 깨쳤나요?”

“제가 암에 걸렸거든요. 남편은 친구 아내가 상을 당했다고 친구와 같이 밤을 새는 사람인데, 제가 아파서 항암치료를 가거나 할 때는 항상 저 혼자 보냈어요. 그럴 때 저는 ‘나는 받지도 못 할 걸 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살았을까?’ 싶은 거예요.”

“그럼 질문자가 양보하고 배려해 주는 남자를 구하지, 왜 그런 남자를 구했어요?”

“그러니까요.(모두 웃음) 저도 남편과 싸울 때는 ‘다른 사람 만나지, 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저도 집착이 있어서요. 애들도 있고요...”

“질문자가 지금 남편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구하다 보면 그런 남자가 있을까요?”

“그 생각도 해 봤거든요.(모두 웃음) 그런데 누구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걸 하나 얻으면 하나는 잃게 될 것 같아서 ‘참자. 참자’ 하면서 살고 보니 자꾸 제가 아파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계속 아프더라고요.”

“알아주는 사람,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모르겠어요. 남편은 애들이나 다른 사람한테는 방치라고 해야 될지, 방관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관심이 없어요. 유독 저한테만 강요를 하는 것 같아요.”

“그건 자기가 그렇게 느끼는 거예요. 남편은 자기 성질대로, 평소 살아온 습관대로 그냥 살뿐이에요. 남편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남편이 뭘 잘못했는지. 그러면 남편은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고, 그냥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할 거예요. 남편은 직장 다니며 바쁜 중에도 친구 부모 돌아가셨다고 초상집에도 갔다 오고, 어디도 갔다 오고, 그러면서 열심히 사는 것뿐이에요.”

“저한테도 똑같이 배려를 해 줬으면 좋겠는데...”

“질문자를 배려해서 저녁에는 집에 들어오잖아요.(모두 웃음) 질문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집에 안 들어오지요. 왜 들어오겠어요? 남편 본인의 필요도 있어서 그러겠지만 부인이 집에 있으니까 집에는 들어오는 거예요. 질문자는 더 일찍 들어오라고 하고 싶겠지만 남편은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요새는 저도 그런 강요는 하지도 않고요,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라고 놔두고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남편은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질문자는 애 키워요?”

“예, 키웠어요.”

“애가 질문자한테 잘하면 좋지요?”

“아무래도 좋지요.(모두 웃음)”

“질문자의 남편도 제 엄마한테 잘하는 건데, 질문자는 어떤 점이 불만이에요?”

“저는 남편이 어머니를 만나고 싶으면 만나라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은 다른 때도 아니고 그럴 때는 꼭 저한테 강요를 해서 저를 시댁에 데리고 가요. 제가 큰 며느리라서 그런지, 어떤지...”

“질문자 남편이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어머니를 뵈러 갈 때는 그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질문자도 데리고 가는 거지요.”

“연휴가 시작할 때 ‘요이 땅!’ 하고 시댁에 가서 휴가 다 끝날 때까지 있었어요. 결혼한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저도 친정집에 미안함을 많이 느끼거든요. 저도 친정집에 가고 싶었는데, 남편은 그건 또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나중에 가면 되지, 뭐’ 하면서요.”

“그걸 남편이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남편은 여자가 아닌데요.”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그뿐 아니라 문제가 많았어요.”

“남편은 남자니까 자기 집에 가는 것밖에 모르고, 여자 집에 가주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못 느끼는 거예요. 질문자는 친정에서 자랐으니까 명절 때 친정에 가고 싶은 거고요. 그러면 질문자 혼자서라도 친정집에 가면 되잖아요.”

“남편이 몇 년 동안 계속 친정집에 안 가기에 저도 그렇게 되었어요.”

“질문자가 그냥 가면 된다니까요.”

“시댁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저는 일찍 가기보다는 좀 늦게 가고 싶거든요. 어차피 저는 시댁에 가면 계속 일을 해야 되니까요. 식구들과 같이 어울리는 게 아니라 계속 수발을 들어야 되고, 챙겨야 되고, 또 새벽에 일어나서 음식을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문제라는 건, 저도 공감해요. 명절 때 남자들은 매일 술 마시고, 해 놓은 음식 먹고, 자기네끼리 놀고, 여자는 내내 부엌에서 음식해서 나르고, 설거지하고, 이러는 게 현실이잖아요. 저도 그걸 좋다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나 질문자가 그렇게 하기 싫으면 안 하든지, 바꾸든지 하면 되고, 그러면 시끄러워지니까 그냥 하든지 하면 된다는 거예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방법’이라는 게, 저도 이해도 해 봤고, 배려도 해 봤지만 고쳐지지 않으니까 부딪쳐도 봤어요. 그랬더니 남자들의 습관인지는 몰라도, 부딪칠 때 ‘그럼 이혼하자’는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이혼하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제가 억울하더라고요. 제가 안 아팠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프니까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하고... 억울하더라고요.”

“남편이 이혼하자고 하면 이혼하면 될 텐데, 질문자가 이혼을 못하는 이유가 정확히 뭘까요?”

“지금은 못 하겠어요.”

“돈 때문에 그래요?”

“아니요. 전 같으면 과감하게 뿌리치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몸이 안 좋으니까 뿌리치고 가기가, 홀로 서기가 좀...”

“그러니까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죠?”

“도움이 필요하다기보다도... 혼자 있는 자체가...”

“그러니까 그게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남편이 좀 늦게 들어오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겠다는 얘기잖아요. 질문자가 몸도 아프니까. 그렇지요?”

“그렇죠. 제가 몸이 아프니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러니까 질문자가 이혼을 못 하는 거네요. 질문자가 이혼을 못 하는 건 남편이 필요하다는 거네요.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남편이 해 주지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거네요.”

“억울하기도 해서요.”

“그러니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으니까 지금 이혼 안 하는 거네요. 그리고 질문자는 자꾸 억울하다고 하는데, 남편이 내일 죽어버리면 그게 질문자한테 잘된 일일까요?”

“어쨌든 남편이 남들한테 하는 것처럼 저한테도 똑같이 해 줬으면 해서요.”

“그러니까 남편이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해 주지 않는다는 건 이해가 되요. 그런데 질문자의 ‘원망’은 남편이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고,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안 해 줘서 원망이 생긴다는 거예요.”

“남편이 저를 그럴 때만 데리고 다니는 건, 저한테 일을 시키려고 그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요.”

“‘나한테 일을 시키려고 나를 시댁에 데리고 가는구나’라고 생각이 된다면 가서 일해 주면 되지요. 그런데 ‘나는 그런 일을 하기 싫다’면 아프다고 핑계대고 안 가면 되고요. 그러니까 제 말은, 남편과 부딪칠 건 없다는 거예요. 같이 안 간다고 남편이 성질을 내면 ‘성질내면 저만 손해지’ 이러고 가만히 쳐다보면 되지요.”

“남편이 ‘이혼하자’ 그러면 ‘그러든지, 말든지’ 하고요?”

“남편이 ‘이혼하자’ 그러면 ‘난 안 한다’ 그러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이혼하자’ 그러면 ‘내가 몸도 아픈데 이혼하면 나 혼자 어떻게 사느냐? 당신이 필요하다’ 이러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뭐 어때요?”

“그렇게까지 해 봤는데,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여쭤보는 거예요. 정말로 이게 사는 건지...”

“지금 사는 건 잘 사는 게 아니지요. 질문자가 괴롭다면서요.”

“네.”

“괴롭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왜 지옥에 살아요? 천당에 살아야지요.”

“그러니까요.”

“지금 질문자는 천당에 살잖아요. 이혼해서 혼자 사는 것보다, 남편 죽고 혼자 사는 것보다 같이 사는 게 낫다고요. 지금 그렇게라도 같이 사는 게 안 나아요? 질문자는 그럴 바에야 나 혼자 사는 게 낫다든지, 그럴 바에야 남편이 죽어버리는 게 낫다는 편이에요? 아니면 그래도 남편이 있는 게 낫다는 편이에요?”

“딱 그 중간이에요.(모두 웃음)”

“헤어지는 게 낫다, 없는 게 낫다는 생각도 하는 거예요?”

“그렇죠.”

“질문자는 집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 없다. 죽었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어떨지 한번 생각해 봐요. 남편이 죽어버렸다면 질문자가 원하는 게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설거지해 주는 것도 아니고, 밥해 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안 해 줘요. ‘그래도 저녁에 들어오기만 해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단 낫다. 허수아비 같은 남편이라도 하나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되면 놔두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럴 바에야 진짜 없는 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되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하면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남편이 질문자가 잔소리한다고 고쳐질까요, 안 고쳐질까요?”

“...”

“결혼생활 몇 년 했어요?”

“25, 6년 됐어요.”

“25, 6년 잔소리 했는데도 남편이 안 고쳐졌는데, 지금 얘기한다고 고쳐질까요?”

“고치지는 못 하지요. 그런데 나만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질문자가 괴로워하는 거지, 남편이 질문자를 괴롭히는 건 아니에요. 남편이 질문자를 어떻게 괴롭히는데요? 시댁에 가자며 괴롭혀요?”

“안 가면 뒤집어지니까요. 조금이라도 늦게 간다거나 하면 남편은 뒤집어져요.”

“어쨌든 늦게 가면 기분은 나쁘지요. 늦게 간다고 남편이 기분 나빠하면 ‘죄송합니다’ 그러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가자’ 그러면 ‘제가 몸이 아파서 못 갑니다’ 하고요, 안 간다고 성질내면 ‘네네, 나중에 갈게요’ 이러고 안 가면 되지요, 뭐.(모두 웃음) 갔다 와서 성질내면 또 ‘죄송합니다’ 이러면 되고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남편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거예요. 남편이 성질내면서 살림이라도 때려 부수면 ‘다 네 살림이다’ 이러면 되지요.(모두 웃음)”

“...”

“스님은 결혼해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싶어요?(모두 웃음)”

“아니요, 아니요.”

“그러니까 여기 계시는 누구도 ‘인생은 자기 인생’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자기 인생이 없고, 남편 인생에 자기를 걸어놓고 ‘네가 이래 주면 내가 좋을 텐데’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괴로운 거예요. 그래서 저는 질문자도 질문자의 인생을 살라는 거예요.”

“... 답이 좀 힘드네요.”

“왜 힘들어요?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안 주니까 힘들다는 거지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말씀하신 대로 제 인생을 살고 싶은데...”

“‘살고 싶은데’라고 할 게 아니라 살면 되는 거예요. 어떻게 살고 싶은데요?”

“그런 삶을 찾기 위해서 저도 여기 온 거예요.”

“자, 대답부터 해 봐요. 힘든 게 뭐에요? 시댁에 안 가고 싶어요? 안 가면 돼요. 늦게 가고 싶어요? 늦게 가면 돼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대신에 상대는 같이 가고 싶어 하는데 질문자가 안 간다고 하니까 짜증을 내는 건 이해가 되잖아요? 그럼 뭐라고 해 줘야 돼요? ‘죄송합니다’ 하면 된다니까요. (모두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는 지금부터라도 자기중심을 딱 잡고 사세요.”

“예, 제 중심을 잡겠습니다.”

“그게 질문자의 문제예요, 남편의 문제예요?”

“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요. 그건 질문자가 몸 아픈 것과 아무 관계가 없어요. 질문자는 ‘내가 아프니까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남편이 질문자의 껍데기를 봤을 때는 질문자가 멀쩡한 것 같은 거예요. 즉문즉설 했던 중에 이런 여자 분도 계셨어요. 암수술을 하고 일주일인가 입원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그분도 질문자처럼 집안 살림은 물론 시댁 일까지 다 했나 봐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남편한테 ‘몸이 너무 아파요’ 하니까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라는 거예요. ‘너만 암 걸렸냐?’(모두 웃음)”

“저도 그 말 들어본 적 있어요.”

“그랬어요?”

“예.”

“오, 비슷하네요.”

“그런데 남들은 남편이 말이 없고, 조용하대요.”

“여기 있는 분들이 보면 저도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요. 그런데 저랑 같이 있는 사람들은 힘들어요.(모두 웃음) 저는 가만히 안 있고 아침에는 여기 번쩍, 저녁에는 저기 번쩍 하거든요. 저 따라다니는 사람은 죽을 지경이에요.
다 그래요, 세상이라는 게. 그러니까 질문자는 오늘부터 결정하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밥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그러면 돼요. 대신에 남편이 신경질 내는 건 좀 들어야 해요. 남편이 짜증을 내고 그러면 ‘죄송합니다. 아무리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나지지가 않네요’ 그러고 누워있으면 돼요.(모두 웃음) 상대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고 나중에 불만을 토하지 말고요. 못 하겠어요?”

“아니요, 해 봤는데 자꾸 부딪치니까요.”

“안 부딪친다니까요. 남편이 뭐라 그러는 걸 ‘부딪친다’고 생각하지 말라니까요. 남편이 뭐라고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니까 그때는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되요. 그걸 왜 부딪친다고 생각해요?
칼을 허공에 아무리 휘둘러도 공기는 칼에 안 부딪치잖아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남편한테 안 부딪치면 돼요. 남편이 뭐라고 그러든 ‘알겠습니다’라고 하면 돼요. ‘알겠다’는 건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고 ‘네 마음 알겠다’는 뜻이니까(모두 웃음)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요. 아무 문제없어요.

남편이 ‘이혼하자’고 해도 ‘난 당신하고 살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돼요.(모두 웃음) ‘네가 밥도 안 해 주면서 나하고 살겠다는 거냐?’고 하면 ‘밥은 몸이 아파서 못 하는 거고요. 마음은 당신하고 살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돼요.(모두 웃음) 그러면 남편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이혼서류를 꾸며올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법정에 가서도 ‘저는 남편과 살고 싶습니다’ 그러면 돼요.(모두 웃음) 그러면 질문자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편이 질문자한테 제안을 할 거예요. 돈을 많이 준다든지, 어떤 조건을 제시할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질문자가 보고 괜찮으면 ‘당신이 그렇게 원하니까 이혼해 드리지요, 뭐(모두 웃음)’ 하면 되는 거예요.(모두 박수)”

“감사합니다.”

“스님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것 같지요? 그런데 ‘자기 인생은 자기가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있다는 거 알아요?”

“(청중들) 예.”

“제 살기 나름이에요. 자기가 하기 나름이에요. 질문자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과 살기가 힘들까요, 제가 통일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힘들까요?(모두 웃음) 그렇다고 저는 ‘통일이 안 되니까 괴롭다’며 하소연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통일을 해 보려고 할 뿐이지요. 그러니까 질문자도 그냥 그렇게 해보세요. 아무 문제없어요.
질문자는 부디 자기 인생을 사세요. 남편 탓하지 말고요. 지금 질문자 얘기만 들어보면 남편이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남편을 데리고 와서 즉문즉설을 해 보면 남편은 또 남편대로 본인 문제라고 그럴까요, 아내 문제라고 그럴까요?”

“(청중들) 아내.”

“예, 아내가 문제라고 할 거예요. ‘요새 아프다고 핑계를 대면서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한다’고 할 거예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줄게요’ 라고 해 주든지, ‘그건 남녀차별이다. 부당하다’ 싶으면 안 하든지 하면 돼요. 남편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요, 질문자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면 됩니다.
그래도 질문자는 남편하고 의논해서 하려고 그러네요. 20년 넘게 의논해 봤는데도 안 됐는데 왜 또 의논해서 하려고 해요? 그냥 질문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됩니다.”

“감사합니다.”(박수)

‘질문자는 부디 자기 인생을 사세요.’라고 전하는 스님의 이야기가 질문자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가부장적 문화에 괴로움을 겪는 대한민국의 주부들, 그래도 남편이 아닌 자기 인생을 찾아서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스님은 로비에서 사인회를 마친 후, 내일 해외활동가 수련에 맞춰 늦은 밤, 문경수련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2

0/200

임무진

타인과의 갈등이 생기면 당연히 부딪힌다'라고 생각했는데, 부딪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와 닿습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뿐이고 내 입장에서는 이럴 뿐입니다.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뭇하면 죄송할 뿐이고 나는 그저 내 인생을 살면 됩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2017-06-21 10:16:02

김화숙

상대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나중에 불평하지 말고, 부당하다 싶으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 혼자서는 못 살아서 같이 살아야 된다면 그 과보를 받으면 됩니다.

2017-06-01 23:48:00

^^^^

질문자는 지금부터라도 자기 중심을 딱잡으라는 말씀~자신의 인생을 살으라는 말씀~ 참 좋네요^^

2017-06-01 23:05:0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