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5 해외 즉문즉설 강연(9) 싱가폴
결혼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새벽3시 어김없이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각자 3시 30분부터 새벽예불과 아침기도를 시작하며 하루를 열었습니다. 짐을 꾸려 5시 45분에 호치민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도시의 아침 풍경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빵을 구워내놓기도 하고 허름한 가게에서 쌀국수를 말아 파는 모습도 보입니다. 갓 구워져 나오는 바겟트 같이 생긴 빵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워 몇 개 사서 나눠먹어보기도 하였습니다. 방문하는 도시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는 없지만 간간이 스쳐지나가면서 시장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어제 호치민에서 본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허름한 쌀국수가게는 우리네 시골에서 할머니가 잔치국수 파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였습니다.

하노이에 홍강이 있다면 호치민에는 사이공강이 있습니다. 뮤지컬 미스사이공으로 잘 알려진 사이공은 호치민의 옛 이름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오토바이 출퇴근행렬을 호치민에서도 다시 마주하니 베트남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싱가폴행 수속을 마치고 2박3일동안 수고한 고명주님, 김경필님 부부와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두 분이 이번에 정말 수고 많았다고 격려한 뒤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약 2시간 비행 후 싱가폴 창이공항에 도착하였으나 시차로 인하여 현지 시간은 12시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짐을 찾아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스님일행을 마중나온 열린법회 담당자인 최양희보살님, 윤은주님이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상가폴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는 김명애님께서 스님일행의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음식을 준비하고 초청하여 바로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운타운을 지나 식당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동남아시아에서 만났던 도시들과는 달리 아주 현대적이며 깔끔한 모습이 서구의 한 도시를 방문한 느낌입니다.

식당에 도착하여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잠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원봉사자 한 분은 대학을 졸업하고 비교적 어린나이에 결혼하여 싱가폴에 왔다고 하니다. 힘든 외국 생활에 스님의 유튜브 법문과 도반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님을 직접 만나뵙게 되니 너무 영광스러워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고 하여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김명애님의 따뜻한 환대와 정성스런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감사의 인사로 사인한 책을 선물로 드리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싱가폴은 말레이반도 끝에 위치한 도시국가(718.3km²)로서 영국식민지 이후, 일본에 의해 점령되기도 했지만 1965년도에 말레이시아연방 으로부터 독립하였습니다. 서울(627km²) 보다 조금 더 큰 ‘작은도시국가’ 이지만 경제성장을 거듭하여 현재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세계적인 무역항, 관광지 등으로 발전하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도 50,000불 이상되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도시계획이 잘 되어있고 치안이 매우 좋아 안전하게 생활하거나 관광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싱가폴의 인구는 외국인 포함하여 약 600만명 정도이지만 아시아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한인은 약 2만 5천여명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및 서양인 등이 함께 거주하는 다민족 국가이며 인구의 약 77%가 중국계라고 합니다.

식사 후 오늘 강연이 열리는 YMCA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YMCA 호텔은 숙소와 강연장을 겸하고 있어 스님과 일행은 모두 편하게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싱가폴대사관의 강주홍 공사님, 김승오 국제학교교장, 싱가폴 한인회 관계자등과 함께 간단히 미팅을 하였습니다. 다들 스님의 일정을 보고 스님의 건강을 염려하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이 해외교민들을 만나면 특별히 어떤 질문들을 많이 받는 지 여쭤보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이주를 하여 살고 있는 분들이니 이주민의 정체성, 외국인과 결혼한 분들은 자녀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이 많다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 부부관계, 부모-자식과의 관계, 직장동료, 상사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얘기하였습니다. 스님은 공사님과 한인회 관계자 등 모든 분들께 이번 강연을 후원하고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감사인사를 하며 사인한 책을 선물로 드리고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1층에 위치한 강연장으로 들어서니 봉사자들이 즐겁게 참가자들에게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250석 좌석이 꽉 차있었습니다. 질문과 참석자를 사전에 접수받았다고 합니다. 모두들 합심하여 즐겁게 봉사하는 모습들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어 스님소개 영상이 끝나자 큰 박수와 환호소리와 함께 스님이 연단에 등장하였습니다. 스님은 싱가폴은 2014년 세계115회 강연이후 3년만이라고 하면서 그 때 참석한 분들 손들어 보라 하시면서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다음의 말로 스님은 오늘 강연의 서두를 열었습니다.

“저는 싱가폴을 생각할 때마다 제가 몇 년전에 만났던 ‘집없는 억만장자’라고 불리웠던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의 말이 되새겨집니다. 그 분은 억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가방하나 메고 전세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다니면서 사업을 하는 분입니다. 개인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지 않아 사람들이 집없는 억만장자라고 부릅니다. 그 분이 몇 년전에 저를 만나러 왔는데 지하철을 타고 청바지를 입고 통역 한 명을 데리고 찾아왔습니다. 약 3시간 30분정도 대담을 했는데 저한테 많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분이 1억달러를 들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민주주의와 관료주의에 대한 중도적 통합’이라는 것에 대해 연구한다고 하였습니다.

미국 민주주의가 효용성에 있어 거의 수명이 다 되어갑니다. 점점 포퓰리즘으로 바뀌어 국가나 주(state)를 다스리는데 전문적 식견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나 주지사로 선출됩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전문적인 영역인데 비전문가가 나라나 주를 운영하니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거의 부도 직전입니다. 이번에 미국에 트럼프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보니 그 분이 얘기했던 비전문가, 즉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지지 않는 분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 것이 사실로 다가왔습니다.

행정적인 효율이 높은 것은 중국의 관료주의입니다. 중국의 진나라 이후 형성된 관료주의는 행정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므로 행정효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현재 중국의 경우 국가 최고지도자는 비전문가가 뽑힐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아래로부터 수도 없는 검증과정을 거쳐 지도자로 선출되기 때문에 국가를 경영하는데 있어 전문성과 안정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관료주의의 큰 문제는 부정부패입니다.

민주주의는 투명하기 때문에 부정부패는 방지할 수 있지만 포플리즘을 방지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신에 중국의 관료주의는 행정의 효율성은 가져오지만 부정부패를 방지해야하는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정치의 과제는 민주주의와 관료주의의 결합 즉 전문성과 투명성을 함께 가질 수 있는 제도입니다. 싱가포르가 이것과 비슷할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앞으로는 모방을 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닥칠 미래사회는 어떤 나라, 어떤 사회도 그 사회를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입니다. 니콜라스 그 분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같이 우리가 사회가 좀 더 투명하면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투명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영역에 있어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모방이 아니라 창의력입니다.

지혜는 창의력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즉문즉설은 지혜의 영역입니다. 지혜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모방을 해서 선진의 문턱에 왔지만 앞설려면 창의적인 사람이 도전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동력도 거의 다 소진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장기침제를 거쳐 후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위험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미국사회도 크게 보면 정체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창의력 측면에서는 세계최고입니다. 뭔가를 새롭게 창조한다면 대부분 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료시스템은 낡았지만 민간부분의 지도층은 아직까지는 굉장히 도전적입니다.

우리 사회도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부의 행정력만 가지고는 안되고 민간부분에서의 끝없는 도전을 필요로 합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 대중예술분야입니다. K-POP, K-Drama 등을 한국에서 만들어 밖으로 전파하였습니다. 유독 대중예술분야에서 유별나게 창의력이 발휘되는 것은 이 분야에 권위주주의가 덜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는 아직까지 권의주의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창의력이 나오기 힘듭니다. 클래식, 예술, 종교등은 과거의 권위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대중예술분야는 과거의 무게가 비교적 적은 분야라 사람들이 좀 더 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의 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스님은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대가없이 장소를 구하고 홍보하고 이 강연을 준비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고 하며 오늘 강연이 있기 위해 보시하고 봉사한 분들을 위해 격려와 박수를 부탁하자 강연에 참가하신 분들이 큰 박수로 봉사자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첫 번째 질문부터 웃음이 넘쳐나서 이어지는 질문도 밝고 가볍고 웃음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집니다.

오늘은 총 7명이 질문하였습니다.

한국에서 교육받고 외국계회사 주재원으로 나와 10년째 가족이 다 만족하고 살고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불행하게 느껴지고 한국에 가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묻는 분, 싱가폴에 온 지 한 달정도 되었는데 10년정도 다닌 회사를 포기하고 남편따라 왔지만 남편과 소통이 되지 않아 힘들다는 분, 싱가폴에서 일하고 있지만 배우자를 찾고 싶어 한국에 들어가고 싶다는 분, 한국에 풍수지리가 좋은 집을 하나 봤는데 사야할 지 고민이라는 분, 초등학생 아들이 인생이 뭔지 인생이 왜 지루한지 묻는데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 지 묻는 분, 싱가폴 남편과 결혼한지 11년째인데 공황장애로 힘들어 하는 분, 오지랖과 선행이 어떻게 다른지 묻는 분들 오늘은 총7명이 질문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싱가폴에서 유학을 시작해서 지금은 10년 넘게 싱가폴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최근 한국 직장에 지원을 했고 자리도 생겼지만 제가 그리 하고 싶은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싱가폴에서 하고 있는 일도 그렇게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한국에 지원했던 이유는 적지 않은 나이에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물 흐르듯이 살기에는 제가 아직 내려놓아야 할 욕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결국 제가 판단하여 결정할 몫이라는 걸 알지만, 이 고민에 대한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보면 싱가폴 같은 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여성분들이 아주 많아요. 그러니 오히려 싱가폴에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혼하기가 수월할 수도 있어요.”

“…” (청중 웃음)

“그리고 여기에 왜 여성분이 없어요? 잘 둘러보면 인도 사람도 있고, 태국 사람도 있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있잖아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대개 한국 사람들만 접하면서 살기 마련이고 또 의사소통도 한국어로만 가능하니까 한국인 배우자와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데, 전 세계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 살면서 굳이 한국인 배우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뭐예요? 이건 마치 한국 사람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해외에서도 평소 늘 먹던 한국 음식을 고집하는 것과 같아요. 태국에서는 태국 음식을 먹고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음식을 먹으면 될 텐데, 태국에서도 한국 음식을 찾고 프랑스에 가서도 한국 음식을 찾는 것과 비슷하네요. (청중 웃음)

생각을 조금 넓혀보세요. 크게 보면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우선 한국에도 한국에서만 살아야 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여성분들이 있으니까 그런 분들을 잘 만나보세요.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연애하려고 만나지 말고, 우선 소개를 받아서 가볍게 만남을 시작해 보세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마음이 잘 맞으면 연애로 나아가면 돼요. 두 번째 방법은 동남아에도 한류의 영향으로 그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아주 호감을 갖는 여성분들이 많아요. (청중 웃음)

스님이 에피소드도 하나 말해줄게요. 언젠가 캄보디아 스님을 한국에 초청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분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한국에 오시기 전에는 한국이 천국인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조금 다르다고 해요. 그래서 무슨 말씀이신지 여쭈어보니까, 캄보디아의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는 옷들을 따라 입는다고 그 더운 캄보디아에서도 겨울 옷을 입고 다닌대요. (청중 웃음) 그 모습을 보고 이 스님도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곧이어 ‘도대체 한국이 어떤 나라길래 젊은이들이 저렇게까지 따라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대요. 그렇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였는데 때마침 초청을 받아 와서 아주 기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분은 해외 여행지로 한국이 처음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인천 공항에 도착하셨는데, 처음에 공항의 시설을 볼 때까지만 해도 ‘역시 천국이구나’ 싶었대요. 그런데 여권심사대를 거쳐서 공항 안에 있는 한국사람들의 표정을 보자마자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사람들의 표정이나 인상이 캄보디아 사람들보다도 더 웃음기가 없고 굳어 있었다는 거예요. 환경은 천국인데 정작 그 천국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어두운지 물어보았어요.

그 스님이 관찰하신 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에요. 우리나라의 국가 GDP는 세계 13위를 오가고1인당 GDP도 28위를 호가하는데, 국민 행복도는 117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 이런 불균형이 일어날까요? 한편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성질도 급하고 욕심도 많고 고집이 센 국민성을 가진 점이 기여하는 것 같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난 50년간 양적 성장은 많이 이루어왔지만 그 속에서 질적 성장은 많이 부족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극심한 빈부격차와 부정의, 불공정의 문제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에는 한국 사람들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거나 한국을 동경하는 여성분들도 많다는데 아직 그런 사람은 못 만나봤나 봐요? 매일 밥만 먹고 회사에 가서 일만해요?”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청중 웃음)

“방법은 있기 때문에 결혼 문제가 주된 고민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질문자의 삶의 목표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나 싶어요. 질문자의 삶의 목표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과 살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이라면 오히려 한국보다 싱가폴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질문자가 사회에서의 리더십이나 지도력을 갖겠다는 포부가 있거나 사회적 진출에 대한 꿈이 있다면 아무래도 외국에서는 그런 활동을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싱가폴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이곳은 싱가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에요.

한국 사람들과 대만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한국 사람들은 대개 어느 정도의 애국심과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과 비전이 있는 반면 대만 사람들은 생활 수준은 괜찮은 편이지만 사회 구조상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비전을 갖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도전 정신과 비전이 큰 만큼 때론 헛된 꿈으로 발전해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만 사람들은 좋게 말하면 착실하고 나쁘게 말하면 꿈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곳은 사회 조건에 한계가 주어져 있어서 꿈을 갖기 녹록치 않은 환경이에요.

그에 반해 한국 사회는 통일에 대한 꿈도 있고, 동북아 공동체를 만든다면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꿈도 꿀 수 있어요. 세계문명의 중심이 20세기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간 다음, 앞으로 1세기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동아시아로 옮겨올 수도 있는데, 적어도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위치에 있어요. 이렇게 한국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사회적 이슈들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이상을 꿈꿀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환경이기도 해요.

그러니 질문자의 인생관에 따라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이지, 그저 한국에 가면 좋다, 안 좋다, 혹은 싱가폴에 남으면 좋다, 안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싱가폴에 남기로 결정한다면 굳이 한국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정한다면 한국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조금 더 수월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의 관습상 아무래도 외국인과 결혼을 하는 경우에는 사회진출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요즘 외국인과 결혼하는 사람들의 수가 아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통계를 보면 다문화 가정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수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해요. 그리고 앞으로 적어도 20년이 지나면 한국에 사는 인구의 10%가 외국인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보다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도 있다고 해요.

이제는 한국 사회도 단일 민족의 개념에서 차츰 벗어나게 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 세대들은 여전히 국제결혼이 익숙하지 않지만, 우리 아이들이 활동하는 미래사회가 되면 국제결혼으로 인한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도 많이 뛰어넘은 사회의 모습을 띄지 않을까 싶어요.

질문자도 그런 관점을 가지고 이 문제에 대한 선택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질문자의 인생관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지 단순히 어떤 결정이 좋고 어떤 결정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즐겁고 밝은 분위기 속에 스님과의 대화가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의 자원봉사자는 30여명이었고 참가자 약 300여명이 강연장을 꽉 채워 지나다니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은 책사인회를 가졌습니다. 베트남에서와 마찬가지로 준비해 온 책이 모두 판매되고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이 이어졌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한바탕 축제가 끝난 듯이 모두 즐거운 표정입니다. 참가자들에게 오늘 강연이 어땠는지 물으니 정말 재미있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사인회를 마친 후 스님은 강연봉사자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봉사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강연의 실무총괄을 한 유현숙님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책을 선물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묘덕법사님은 자원봉사자들과 나누기를 하고 스님과 일행은 숙소로 돌아와 내일 일정을 공유하고 모두들 휴식하였습니다. 내일은 8시 15분 행 비행기로 동남아시아의 마지막 강연장소인 자카르타로 출발합니다. 자카르타 소식으로 만나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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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송

한국에서 살기 싫은 여자
1인.. 싱가폴 가고 싶네요^^

2017-09-18 10:25:01

이기사

제가 이 글을 만나기까지 스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잘 읽었습니다_()_

2017-09-11 19:43:26

^^^^

아..긴 글.스님 말씀 감사합니다..^^스님 부으시네요 ㅠ

2017-09-08 03: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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