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15 해외 즉문즉설 강연(19) 프랑스 파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게으른 마음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오늘은 독일 아헨중앙역에서 오전 9시23분행 기차를 타고 프랑스 파리북역으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유럽은 기차를 타고 나라와 나라를 건너는 것이 너무 쉽습니다. 자동차로 국경을 통과할 때도 이웃동네 가듯이 하니 자유로운 느낌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부산에서 목포에서 KTX열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평양을 거쳐 신의주로, 혹은 라진-연해주를 거쳐 대륙과 연결하여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중동과 유럽까지 여행을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거실이 넓어 오전 5시에 모두 함께 거실에서 새벽예불과 천일결사기도를 하였습니다.

기도 후 최말순님과 김선희님이 준비한 한식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8시 30분 나정숙님이 오셔서 차에 짐을 싣고 뒤셀도르프 부총무 최순진님과 함께 아헨중앙역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갓 구운 빵냄새가 구수합니다.

따뜻한 빵과 커피를 조금 사서 맛보고 기차를 탈 플랫폼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아헨역까지 짐을 싣고 봉사해준 나정숙님, 최순진 부총무님께 스님은 감사인사를 하고 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인사를 하고 플랫폼으로 들어와 기차를 탔는데 막상 기차에 짐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 많은 짐을 쌓아놓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기차 안에서 원고교정업무를 보기도 했습니다. 독일에 있는 며칠 동안은 계속 비가 내렸는데 프랑스 지역으로 들어서니 하늘이 개이고 뭉게구름과 함께 파란 가을하늘을 볼수 있었습니다.

12시 10분경 파리역에 도착하니 서울역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사람, 사람, 사람이었습니다.

뮌헨역이 역동적인 느낌이었다면 파리역은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기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으니 강창진님, 권정화님, 권정현님 세 분이 마중나와 스님과 수행팀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권정화님의 차에 짐을 모두 싣고 파리법회 부총무인 박지현님 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박지현님의 아파트는 파리시내 한 가운데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팡테옹이 보입니다.

박지현님 집에 도착하니 파리법회 회원들이 파리를 찾아주신 스님께 감사의 인사로 삼배를 드렸습니다. 어제 뒤셀도르프 수계식 및 졸업식에서 만났던 분이 두 분이나 있어 더 반가웠습니다.

박지현님이 정성껏 준비한 우거지국과 칼국수로 맛있게 점심 공양을 하고 오늘 숙소인 FIAP Jean Monnet 으로 옮겼습니다.

어제까지는 비가 오고 날씨가 안좋았다고 하는데 오늘은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처럼 하늘도 파랗고 공기도 시원하고 맑고 좋았습니다.

숙소인 FIAP Jean Monnet의 1층 Conference Room에서 8시부터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도 함께 합니다. 스님은 1인용 침대 2개 있는 작은 고시원 방 같은 룸을 배정받았고 수행팀은 6인실을 배정받아 함께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강연까지 시간여유가 있어 스님은 잠시 휴식하기로 하였습니다. 수행팀도 휴식하거나 주위로 산책나가거나 업무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1층에는 어깨띠를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강연 전에 1층으로 내려와 객석에 앉아 계셨습니다.

스님 소개영상이 끝나자 스님은 무대 위로 올라가서 인사하면서 오늘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연장이 아주 좋네요. 이렇게 좋은 장소를 준비해주신 자원봉사자들께 감사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이 즉문즉설 강연은 전원 자원봉사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안내해주시고 장소를 구해주시고 홍보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즉문즉설은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얘기도 아니고, 책에 본 얘기도 아니고, 옛날 얘기도 아니고 지금 내가 고뇌하고 있는 얘기를 하면 고뇌가 해결되거나 의문이 해결됩니다. 질문자는 남의 얘기를 하지말고 본인 얘기를 하면 됩니다. 선(禪)에서는 옛날 얘기, 미래 얘기도 말고, 지금 나의 얘기를 하라고 합니다. 천당이니 천국이니 하는 저 곳의 얘기가 아니고 이 곳의 얘기를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내가 깨어있기’ 라고 표현합니다.

가끔 외국인들도 즉문즉설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는데 통역으로 즉문즉설을 해보면 통역 때문에 어렵습니다. 아무리 통역이 영어와 불어를 잘해도 통역이 과학지식, 역사지식, 수행, 정치, 종교에 대해 다방면의 지식이 없으면 통역자체가 되지 않아 통역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이번에 태국에서 스님들이 즉문즉설을 해달라 해서 통역으로 해봤는데 역시 어려웠습니다. 통역한 분이 제 책을 번역했는데도 토크쇼처럼 한다고 방송국 아나운서가 나와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문제, 한반도 긴장상황등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하니 통역이 안되었습니다. 여기서도 불어로 통역을 하자는 요청이 있지만 불어만 잘한다고 해서 즉문즉설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해서 제가 그 청은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연세드신 분이 거의 없고 젊은 분이 많네요. 시작해보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6명과 대화를 하였습니다.

프랑스 유학생인데 부모님 지원없이 알바하면서 유학비용을 벌고 있는데 학위를 받아도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기도 하고, 그냥 정토회에 들어가면 어떤지 스님의 의견을 묻는 분, 어떻게 하면 가까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잘 살수 있는지 묻는 분, 마음수행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수행을 잘 할 수 있는지 묻는 분, 스님의 20대 꿈과 지금을 비교할 때 만족하는지 묻는 분, 학위 마치고 게으른 생활을 하고 있어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묻는 분, 부모님의 잔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해외에 나와서 더 예민해지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등이었습니다.

오늘 파리 강연에는 총 140명이 참가했고, 자원봉사자는 20명이었습니다. 강연을 8시에 시작하여 10시 40분에 마쳤는데 총 6분만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 질문지가 더 들어와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몇 분은 스님과 대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을 한 분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 합니다.

“파리에서 석사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지금까지 힘든 공부를 마치고 나름대로 열심히 제 꿈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학위를 취득하고 나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굉장히 게으른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하기로 해놓고 못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지 생각하면서도 게으른 마음이 극복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뭘 극복을 해야 해요?”

“...”

“일을 하고 싶으면 내일이라도 슈퍼마켓 같은 곳에 나가서 짐을 들어주든지 하면 금방 독립이 되죠. 커피 값이며 빵 값 정도는 벌 수 있잖아요.

자기한테 실망한다는 건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에요. 질문자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을 너무 높이 크게 그려놓으니까 이 높고 큰 자기가 현실에 있는 자기를 보면 한심스러운 거예요. 이것이 자기에 대한 실망이에요. 여러분들은 이 현실에 있는 자기를 환상의 자기에 맞게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하면 죽을 때까지도 만족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 환상의 자기를 버려야 해요. 환상의 자기를 버리고 보면 현실의 자기는 아주 훌륭하고 건강한 사람이에요. 질문자는 지금 그대로 아주 소중한 사람이예요. 우선 신체가 건강한 것만 해도 엄청난 재산이고, 프랑스에 사는 것만 해도 엄청난 재산이에요. 예컨대 중동에 살던 사람들이 지금 프랑스로 오려면 엄청나게 힘든데 질문자는 이미 프랑스에 와 있잖아요.(청중 웃음)

또 어린 아이가 볼 때 질문자는 엄청난 기득권자예요. 아이가 질문자만큼 크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미 질문자는 다 큰 상태잖아요. 아이는 앞으로 공부하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데 질문자는 이미 공부를 다 해놨고요. 그러니 뭐가 문제예요? 질문자가 그린 자신의 그림이 너무 커서 그 기준에서 볼 때 자신이 작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이렇게 환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지금 여기, 자신에게 깨어있지 않은 거예요. 질문자의 존재 자체는 이대로 엄청나게 소중한 존재예요. 질문자의 존재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부모님은 질문자를 낳아서 키우는데 엄청난 공을 들였고, 질문자도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공부하고 노력했어요. 그런 과정들의 결정체로 지금 질문자가 여기에 있는데 자기에 대해서 실망한다니 도대체 질문자는 어느 정도의 사람이 돼야 해요? (청중 웃음)

여기 있는 분들 모두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알아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자신의 노력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의해서 자기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를 알아야 해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엄청나게 소중한 존재예요. 이걸 함부로 팽개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배신이고, 부모에 대한 배신이고, 나를 있게 해 준 사회에 대한 배신입니다.

첫째, 지금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는 게 뭐 그리 큰일이에요? 뭘 하겠다 해놓고 못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이에요? 안 해도 되는 일이니까 안 하는 거예요. ‘내일 아침에 기도하겠다’ 그래놓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건 안 해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박사 학위 따겠다’ 해놓고 공부가 잘 안 되는 건 박사 학위 안 따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걸 억지로 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렇게 억지로 하지 마세요. 자기가 목표로 세운 기준에서 보면 못 미치겠지만 제가 볼 때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아주 훌륭한 젊은이예요.

그러니 내일부터 밖에 나가서 물건 배달부터 시작하면 돼요. 그렇게 하다 보면 다른 자리로 옮겨갈 수도 있어요. 두 가지 빼고 뭐든지 하세요. 불법적인 행동과 부도덕한 행동은 안 돼요. 불법적인 행동은 당장 피해가 오고, 부도덕한 행동은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미래에 피해가 옵니다. 이 두 가지 빼고는 뭐든지 직업에 귀천을 따지면 안 돼요. 일단 생존을 위해서 무조건 하세요.

두 번째, 이왕 하는 건데 노동효율이 높으면 좋겠죠. 그렇게 일단 시작해서 하다가 노동효율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게 두 번째 단계예요. 질문자의 전공이며 재능을 점점 살려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자기 재능이 뭔지 모르겠다는 경우엔 뭐든 하다 보면 좀 더 효율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게 있어요.

세 번째 단계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예요. 이건 수입이 팍 줄어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놀이와 같은 것이니까요. 이런 일은 먹고만 살 수 있다면 더 이상 돈 계산을 하면 안 돼요. 놀이 삼아 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해서 궁극적인 목표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것까지로 하고 가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해서는 밥 못 먹고 산다’ 라고 생각이 든다면, 우선 여러분들이 잘 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은 건 취미로 하면 돼요. 저 같은 경우에도 이렇게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밥을 못 먹는다면 수학 선생을 하면서 주 수입을 벌고, 나머지 시간에 그 돈을 써가면서 전법활동을 하면 돼요. 그런데 이 일의 취지가 좋아서 사람들이 조금씩 기부를 하고, 그 금액만으로도 활동이 유지되니까 선생은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저는 제가 먹고 입는 것을 여러분들이 안 도와줘도 괜찮습니다. ‘스님, 우리 집에 와서 주무세요’ 하고 초대해 주면 초대해 주는 대로 갑니다. 초대한 사람의 생활수준이 어렵다면 침낭 가지고 한 방에서 7명씩 자기도 하고, 여유 있는 사람의 초대로 호텔에서 잔 적도 있지만, 그런 차이는 저한테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눈만 붙일 수 있으면 되니까요. 좋고, 싫고, 이런 게 없어요. 강의료를 안받고 강의를 합니다. 저는 놀이삼아 인생을 살아요.

이번 10월 28일에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청년들 1만 명이 모여 청춘콘서트를 여는 것도 이래요.

‘무대 마련은 서울시에서 하고, 프로그램 짜고 주관하는 건 평화재단에서 하고, 여기 출연하는 연예인은 김제동과 어깨동무에서 교섭해서 무료로 참가하도록 하자.(모두 웃음) 전국에서 청년들이 모이는 데 드는 노력이나 비용은 다 평화재단에서 책임을 지겠다.’

이렇게 해서 서울시장과 저, 김제동씨 이렇게 세 사람이 모이니까 청년들한테 이런 행사를 해줄 수 있잖아요. 시에서는 장소를 제공하고, 저는 사람 모으고, 김제동씨는 출연자를 연결해 주면 별도의 돈을 하나도 안 들이고 행사를 할 수 있어요. 꼭 대기업이나 정치인의 후원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정치인 후원을 받으면 그 사람한테 인사말 시켜줘야 하고, 대기업 후원을 받으면 그 기업 로고를 넣어줘야 해요.(청중 웃음)

왜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살아야 합니까? 그 날 참가하는 청년들이 만 원씩만 기부해도 만 명이면 1억이잖아요. 제가 계산해보니 전체 비용이 대강 1억 정도 들겠던데, 1인당 만 원만 내면 해결되는 거예요. 1억 정도야 우리가 내서 우리가 직접 하면되지 무엇 때문에 대기업한테 지원을 받아야 해요? 우리 스스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요. 관점을 이렇게 갖는 게 매우 필요합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여기 와서 대학까지 나오고 박사까지 따서 물건 배달하는 일하는게 창피한가요? 그걸 왜 창피하게 생각합니까? 물건 배달해주고 청소해주는 건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이잖아요. 왜 그걸 박사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현대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이에요. 젊은이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되죠. 청소라는 건 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걸 해주고 돈 버는 게 왜 스님이 하면 안 되고 박사가 하면 안 됩니까?

다른 사람들이 자기 재능을 알아주면 자기 재능을 살려서 하되, 몰라주면 또 어때요? 내가 한 포기 풀처럼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가 있어요. 관점을 그렇게 가지면 문제가 안 되는데 질문자가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니까 문제가 되고 자기에게 실망하는 거예요. 자기에게 실망한 사람은 대부분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에요. 환상주의자들입니다.(모두 웃음)

산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다람쥐 한 마리나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나 다 똑같아요. 자기가 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음식 안 먹으면 금방 수명이 끊어지는 존재에 불과해요. 전자 기기가 작동이 잘 되더라도 코드를 딱 뽑으면 끝이잖아요. 여러분들이 대단한 척해도 코드 뽑으면 끝이에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데 뭘 그렇게 대단한 척하고 살아요? (모두 웃음)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줄 알면 이 세상에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여기 파리까지 와서 그렇게 괴로워하며 살아서 되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여러분들이 파리에 산다고 굉장히 부럽게 생각하는데 정작 이곳에 와서 저렇게 괴롭게 살면 어떡해요? 그래서 저는 천국에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요. 기대하고 갔는데 천국에 있는 사람들이 다 괴롭게 살고 있다면 얼마나 실망이 크겠어요? (청중 웃음) 그러니 질문자가 관점을 조금 바꾸면 좋겠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처음에는 무거웠지만,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밝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스님은 다음의 말로서 마무리를 하고 2시가 40분간의 파리 즉문즉설 강연을 마쳤습니다.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은 엄청나게 소중합니다. 여러분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여러분들의 노력이 있었습니까? 서정주 시인의 국화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서도 엄청난 천지의 은혜가 있었다고 하는 얘기가 있지요. 국화꽃 한송이 피우는데도 그러한데 한 사람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겠습니까? 그런 여러분을 본인이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는 그냥 단순히 하루가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는 65년의 경험이 쌓인 위에 하루입니다. 지난 65년 기반 위에 선 하루고, 내일의 하루는 오늘까지를 포함한 하루입니다. 그러니 인생살이의 매일매일은 그냥 수학적인 하루하루하고는 성격이 다릅니다.

첫째, 자기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를 함부로 하면 안됩니다. 두 번째는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는 정반대로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인생을 너무 과대망상적으로 굉장한 것처럼 생각하면 안됩니다. 길가에 있는 풀 한 포기 같은 존재입니다. 이 둘이 모순이고 정반대인 것 같잖아요. 우리는 이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동시에 길 옆에 핀 풀 한 포기 같은 존재입니다. 이 말은 길 옆에 핀 풀 한 포기가 이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우월의식에도 빠지지도 않고 열등의식에도 빠지지 않고 지금 여기 내 삶을 하루하루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고,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살아갈 수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쫒다가 죽을때까지 행복은 누려보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생을 마치게 됩니다. 행복은 언젠가 내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가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따뜻한 말씀으로 마무리 해주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강연룸밖에 마련된 곳에서 책사인회를 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가지고 와서 스님께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고 하였습니다. 사인회를 하는 동안 몇 분에게 강연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다들 즐겁고 행복했고, 특히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좋았다고 합니다.

외국분이 스님께 사인을 받기 위해 서 있어 영어로 강연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영어는 못하고 한국말을 조금한다고 해서 한국말로 얘기해보았습니다. 스님 말씀은 조금 알아들었지만 아주 좋았다는 것은 알겠다고 합니다. 스님은 밝게 웃으면서 어떻게 조금만 알아듣고도 좋았는지 아냐고 물어 모두들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옆에 있는 한국분이 아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배우자를 통해서 스님의 가르침이 외국인에게 많이 전파되고 있습니다. 아내가 스님의 유튜브 법문과 팟캐스트 법문을 통해 밝아지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배우자들이 함께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스님강연장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외국어 전법을 위한 방법들을 빨리 모색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단체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오늘 파리강연을 총괄한 파리법회 부총무인 박지현님께도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 스님은 시간이 늦어 올라가보겠다고 하며 봉사자들에게 오늘 수고많았다고 묘덕법사님과 나누기를 꼭 하고 가라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바로 한국에서 급하게 요청들어오는 업무를 보고 내일 일정을 함께 공유하였습니다. 내일은 파리북역에서 오전 9시 13분행 기차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이동합니다. 탑승 시간 전에 여권검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7시20분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파리 숙소는 유스호스텔 같은 곳이라 늦은 시간까지 젊은이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파리는 젊은이들의 도시 같네요. 아름다운 파리의 밤이 저물어 갑니다. 내일은 영국 런던에서 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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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미

고맙습니다._((()))_

2018-04-18 11:30:38

박숙현

오랜만에 스님의 하루 들어왔는데~ 좋은 말씀 얻어갑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지금 여기 내 삶을 하루하루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 가야겠다고 마음깊이 되새겨보았어요~^^

2018-04-18 11:14:20

조성숙

스님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2017-10-09 08: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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