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19 해외 즉문즉설 강연(23) 미국 보스톤
모든 것을 바친 직장인데... 더 이상 일하기 싫어졌어요.

늦은 밤 국경을 넘어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 도시인 미국 버몬트주 뉴포트시 숙소에 도착하니 밤 1시 40분이었습니다. 오늘 일정을 공유한 후에 잠시 눈을 붙이거나 개인정비를 한 다음에 7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4시부터 각자의 방에서 새벽예불과 천일결사기도로 오늘을 밝히고 있습니다. 짐을 꾸려 차에 싣고 6시 30분 숙소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미국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7시에 보스턴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일주일간 스님을 모실 차와 자원봉사자 김명호님>

북쪽은 벌써 단풍이 들고 있었습니다.

보스턴으로 내려가는 길에 세계에서 단풍지로 유명한 뉴햄프셔주 White Mountain 국유림 지역에 잠시 들러 호수도 보고 산책도 잠깐 하였습니다.


오후 12시경 하버드대학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 우산을 챙겨 점심식사 장소인 베트남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얼마 전 허리케인이 와서 미국 남쪽에 피해가 많았는데 그 허리케인의 세력이 아직까지 남아 보스턴에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북미동부/중남미 지구장 임금이님, 보스턴 법회 이경미 부총무님, 도성희님, 오늘 통역을 해줄 임제이슨님, 영어강연총괄 김지현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쌀국수로 식사를 했습니다. 비내리는 날씨에 뜨끈한 국물을 먹으니 좋았습니다.

스님은 영어통역 강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서 하버드 케네디 스쿨 존 박 박사를 만나 한반도 관련한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6년 전 워싱턴 디씨 미평화연구소 (USIP)에 재직하고 있을 때 스님을 초청하기도 했던 분입니다. 두 분은 오랜만에 만나 한반도 관련한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서리는가 싶어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찾아들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대학교 캠퍼스이다보니 주차하기도 어렵고 오랜만에 걷는 것도 좋겠다 싶어 오늘 오후에는 식당, 미팅장소, 강연장소를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식사를 하고 미팅장소로 이동하는 중에는 현재 하버드에 교환교수로 와있다면서 서울대학교에 근무하신다는 교수님께서 스님께 와서 반갑게 인사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버드 대학교는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일 년 내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오늘도 캠퍼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오후 3시부터 Yenching Auditorium 에서 제이슨 림의 영어통역으로 즉문즉설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이 시작하길 기다리며 자리에서 책이나 수업 자료를 들고와서 읽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10년 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북한문제 및 한반도 관련 주제로 즉문즉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몇 차례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역 즉문즉설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회자의 스님 소개에 이어 Hallisey 교수님께서 선불교와 참여불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말과 스님을 환영하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어 박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 법륜스님은 아래와 같이 오늘 강연을 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곳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높고 깊은 학문을 하고 있는 곳이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학문적인 얘기를 할려고 여기에 온 것은 아닙니다. 지식적인 것은 요즘 구글에 검색하면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웃음)

우리의 마음이 괴롭고 답답할 때 어떤 좋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들의 마음이란 것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일하고 밥먹고 하는 중에 일어납니다. 또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 정치적인 문제가 우리한테 영향을 줍니다. 이런 곳에서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평화롭게 유지하느냐가 제 관심입니다.

오늘 종교나 불교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한가 이렇게 접근해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고뇌가 있거나 의문이 있으면 저와 얘기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이면 모른다고 얘기하겠습니다. 누구든지 시작해보십시오.”

오늘은 총 8분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1. 자신을 챙기느라 사회생활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균형잡힌 삶을 살 수 있을 지,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어떻게 순서를 정해야 할 지 궁금하다는 대학교 2학년 학생
  2. 13살까지 한국에서 자라고 이후에는 미국에서 자랐는데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문화적인 정체성에 대해 물으면서 둘 사이의 균열이 느껴지는 것에 대해 질문하신 분
  3. 어떤 사람들은 독이 되는 것 같은데 그들과의 관계를 꼭 개선해야 하는지, 그냥 그들을 피하면 안되는지, 꼭 덜 해가 되도록 변화시켜야 하는지 묻는 학생
  4. 박사과정을 할 지 결정하기 위해 석사과정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불확실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공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잘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하고 나에게 맞을 지 고민된다는 학생
  5.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해서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야구를 하면 명상에 드는 것과 같을 정도인데 대학에 와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서 어떻게 하면 자유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할 수 있을 지, 결국엔 프로 선수가 되고 싶은데 자기에 대해 너무 엄격하게 판단하게 되어 실력이 늘고는 있지만 놀이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학생
  6. 한국에서 군복무를 할 때 에는 바깥세상에서 즐기던 자유를 그리워하다가 막상 학교에 돌아오니 스트레스가 많고 군대보다는 낫다고 계속 생각하지만 어디를 가든 행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항상 흔들린다는 학생
  7. 5년간 일한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어 곧 그만두게 된다는 분
  8. 한국의 스님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물은 남방불교 스님
    이렇게 여덟 분이 한 시간 반 동안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중에서 다음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5년간 일한 서른 살 직장인입니다. 직장을 놀이삼아 행복하게 일해왔습니다. 직장도 있고, 돈도 벌고, 행복하게 많은 것들을 했습니다. 최근에 회사에서 구조를 개편해서 제가 모든 것을 바쳤던 그 직장에서 더 이상 일하기 싫어졌습니다. 한 달쯤 뒤면 제가 자발적으로 그만두게 될텐데요. 제 마음은 더 이상 거기서 일하기가 싫습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예전에 열정적으로 일할 때 처럼 되지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었지만 지금은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조직개편이 맘에 안들어서 약간 감정이 상했는데 그 감정에 너무 사로잡혀있는 상태이지 않나 싶어요. 이런 상태에서 판단한 것은 시간이 지나서 감정이 풀어진 뒤에 돌아보면 ‘내가 오류를 범했다, 내가 바보같은 짓을 했다’ 이렇게 후회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감정이 상해서 그만두는 것은 반드시 나중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5년간 다닌 직장이니까 거기서 먹고 살았잖아요? 물론 나도 기여를 했지만 도움도 받았잖아요.

그러면 나도 고맙게 생각하는, 은혜를 갚는 마음이 좀 있어야 돼요.‘지난 5년 동안 저에게 직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면서 회사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절을 하면서 다니는 게 필요합니다. 그 직장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가질 때 다른 직장도 비교적 좋은 게 구해집니다. 직장에 마음에 안 든다고 비난하는 그런 사람은 다른 직장에서도 원치 않습니다. 다른 직장을 구했습니까?”

“다른 옵션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게 너무 불행합니다. 감사함도 느끼고 있지만, 제가 그 회사를 거의 만들었고…”

“그럼 직장을 그만둔 거에요 이미?”

“곧 그만 둘겁니다”

“새로운 직장은?”

“새로운 직장은 지금 직장 그만 둔 다음에…”

“그럼 그만두는 건 좀 연기하면 안돼요?”

“현재 상태에서는 이 직장에 다니는 것이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상황을 바꾸어서 행복을 찾으면 평생 행복을 찾아다녀야 됩니다. 사람도 이 사람만 만나서는 행복하지 않다고 사람을 바꾸고 바꾸고 하는 것으로 행복을 찾으면 계속 바꾸고 찾아다녀야 됩니다. 이 직장에서 불편한 마음이 생겼다면 이 직장에서 불편함을 해소시킨 뒤에 그만둬야됩니다. 그래야 질문자는 어디를 가도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이 직장이 딱 마음이 안들지만 내 마음을 진정시켜서 내 마음이 행복한 상태에서 직장을 옮기면 당신은 어디를 가도 잘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 근데 이미 직장을 그만두기로 먼저 그 쪽에다가 통보를 했으면 어쩔 수 없네요. 만약에 하지 않았다면 거기서 나가라 할 때까지 오히려 그 직장에 있는 게 낫습니다. 그러나 이미 옮겼다면 옮긴 직장에서 이런 관점을 가지고 정진을 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에게 두 가지 기도의 주제가 생겼습니다. 현 직장에 대해서는 ‘그 동안에 제가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줘서 감사합니다’ 새 직장에는 ‘제게 새로운 일을 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매일 아침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질문자가 평점심을 찾을 수 있다면 이것은 직장에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질문자가 사람을 만날 때도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힘이 작용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서 몇 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헤어질 때 헤어져도, 그 관계가 애인이면 애인, 결혼이면 결혼은 끝났다 하더라도 좋은 친구로 잘 유지하는 것이 자기 재산을 잘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결혼이라는 두 사람의 관계만 해소를 하는 거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하고 몇 년간 같이 살은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친구로 잘 남겨두는 것이 자기 재산을 잘 관리하는 거에요. 감정을 너무 억압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만은 감정에 너무 끄달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언을 한다면, 종교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두 가지 ‘그 동안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일자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 백일 정도 기도를 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7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오후 시간에 대학 캠퍼스에서 이루어진 영어 통역강연임을 감안하면 참석자가 꽤 많습니다. 수업 때문에 늦게 와서 질문을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학생도 있었고 먼저 왔다가 다른 일정 때문이 일찍 떠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방불교 스님인 분들도 몇분 참가하여 스님께 질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Hallisey 교수님께 감사인사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보스턴 총영사관 권성환 부총영사님도 참석하여 끝까지 강연을 들으시고 스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참석한 외국분에게 어땠는지 물으니 다른 사람들의 질문들에 공감이 되었고 스님 말씀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서안에서 왔다는 중국 비구니 스님은 스님께서 이곳까지 와서 강연을 해주시고 달마(법)에 대해서 얘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하버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계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학생단체인 Harvard AAPI Mental Health Initiative 에서 준비했습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 양나영 학생 (스님 왼쪽)은 뉴저지법당 김은희님의 딸이기도 합니다. 스님은 준비하느라 수고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2017년 해외순회강연 중 첫 영어통역강연을 잘 마쳤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스님이 매우 잘 알려져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이제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는 중입니다. 한국인들은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즉문즉설의 방식에 이미 익숙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라도 공개적으로 하길 덜 꺼려하는데 반해 미국에 사는 분들은 아직까지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익숙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함께 사진찍고 싶어하시는 몇몇 분들과 사진을 찍고 서둘러 짐을 챙겨 다음 강연 장소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고 퇴근길에 교통체증이 심해 워싱턴 디씨로 내려가는 제이슨림과 김지현님께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서둘러 한국인 강연이 열리는 보스턴 서쪽 한인들이 비교적 많이 살고 있는 Lexington 지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보스턴에서 교민들을 대상으로 교외지역에서 강연을 하기는 처음입니다.

오늘 보스턴 강연은 유니테리언 유니버셜리스트교회 First Parish in Waltham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함박 웃음을 띠며 즐겁게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직접 만든 환경수세미, 환경비누 등 환경상품 판매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님도 일찍 도착한 관계로 사전에 미리 자원봉사자의 수고에 감사인사를 하고 먼저 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보스턴법회 부총무인 이경미님과 오늘 행사 실무총괄을 한 도성희님과 함께 기념사진촬영도 하였습니다.

이어 스님은 대기실에서 노정애님께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휴식하였습니다.

스님소개영상이 끝나자 스님은 연단에 오르셔서 이렇게 좋은 교회를 장소로 제공해주신 교회관계자와 그리고 장소준비, 홍보 및 모든 행사준비를 해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 보스턴강연에서는 총 6명이 질문하였습니다.

아버지의 과잉보호에 대한 저항감 때문인지 스릴있고 긴장감있는 연애에 끌리고 정상적인 연애는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우려스러운데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책이 무엇인지 묻는 분, 걱정이 끊이질 않아 걱정이라는 분, 종교는 천국이라는 사후세계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분, 무책임과 그냥 두는 것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분, 인간의 고뇌와 괴로움이 무지에서 온다했는데 거기서 해탈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는 분등 총 6명이 스님과 대화를 하였습니다.

그중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 고민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걱정거리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고, 이것 하나만 해결되면 좋을 것 같은데 막상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깁니다. 이러다가는 평생 걱정만 하다가 죽을 것 같아요. 걱정 중에는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걱정들도 있고 해결할 수 없는 걱정들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걱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스님께서는 걱정이 없으신지, 만약 있으시다면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남북문제가 걱정거리라면 걱정거리예요. 지금 강연하고 있는 동안에도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상담보다 수 천 수 만 명의 목숨이 걸려있는 남북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이 걱정이 끝나면 저 걱정이 생기고, 저 걱정이 끝나면 또 다시 다른 걱정이 생기는 것은 질문자뿐 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래요. 우선 질문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걱정이 끊임없이 생긴다면 걱정을 해결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어차피 걱정을 하나 해결해도 곧 다른 걱정이 생길 테니까요.(청중 웃음)

이것은 어릴 때 길거리에서 하던 두더지 게임과 똑같아요. 이 두더지를 때리면 다른 두더지가 다시 올라오고, 다른 두더지를 때리면 그 옆에 있는 두더지가 또 올라오잖아요. 빨리 때리면 빨리 때리는 만큼 두더지들이 빨리 올라와요.

그런 것처럼 걱정도 하나를 해결하면 그게 끝이 아니라 다른 걱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거예요. 처음에는 남편만 해결되면 인생에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되다가 남편이 좀 괜찮아진다 싶으면 이제 자식이 문제예요. 자식 문제가 해결되면 이번에는 부모님이 아프시고, 부모님이 조금 괜찮아지시면 하던 일이 잘 안 되고, 하던 일이 괜찮아지면 이번에는 또 내몸이 아파요. 이렇게 살다보면 늘 일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에요. 그래서 늘 고뇌 속에서 산다고 하잖아요.

해결 방법의 하나는 이렇게 고뇌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그러니 고뇌를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늘 고뇌를 갖고 산다는 자세로 사는 거예요.

미국에 살다보면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고소하거나 고소당하는 게 일상이잖아요? 그러다보니 개인 변호사가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한국에서는 고소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고, 또 사람들이 성격도 급하다보니 고소 건에 걸리면 그 일부터 해결하려고 해요. 우선 그 일부터 해결을 해둬야 마음 편히 다른 일상을 볼 수 있는 거예요.

걱정이 계속 일어나는 것도 똑같아요. 미국처럼 고소 사건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고소 사건이 생기는 것처럼 그냥 일상처럼 그 일을 늘 달고 지내면 돼요. 일상을 살면서 누가 고소하면 해결을 하고, 또 내가 고소해야 하는 상황이면 고소를 하고, 이런 삶의 방식이 습관화가 되면 누가 고소를 했다고 해도 그게 큰 일이 아니고 그저 일상생활 중 일어나는 하나의 일이 됩니다.

그런 것처럼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도 일상화시키면 도리어 걱정이 없어집니다.(청중 웃음) 그렇게 일상화되면 해결해야 하는 사건만 남지 걱정은 사라집니다. 지금 질문자는 눈 앞에 놓여있는 걱정거리를 꼭 해결해놓고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요. 이번 걸 해결해놓고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막상 이번 걸 해결해도 다음 걱정이 또 찾아오죠. 그렇게 꼭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걱정거리를 일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스무 개, 서른 개의 걱정거리가 있어도 그냥 갖고 사는 거예요.(청중 웃음)

인생을 보는 관점을 이렇게 바꾸는 방법이 있어요. 원래 인생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건은 있지만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이 제일 쉬워요. 질문자는 고민이 몇 개나 되나요?”

“셀 수 없이 많아요.”

“스님도 셀 수 없이 많아요.(청중 웃음) 그런데 저는 해결해야 하는 사건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걱정은 그리 많지 않아요. 어차피 이 문제 해결하면 저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오늘 보스턴에서 강의를 끝내도 내일은 뉴욕에서 강의를 해야 하니 한 도시에서 강의를 10번 하는 것이나 10개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강의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것처럼 지금 질문자와의 대화도 대화를 마치고 질문자가 앉으면 또 다른 질문자가 일어날 거예요.(청중 웃음) 한 사람과 대화를 두 시간 나누는 것이나 열 사람이 물어서 대답을 하나 어차피 두 시간 동안 강연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오랫동안 질문을 하는가?’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어차피 누가 물어도 대화를 나누는 거니까 별 차이가 없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인생에서 마주하는 많은 과제들을 두고 ‘이걸 꼭 마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과제들도 그냥 일상처럼 놓아두고 되는대로 해결하면서 살면 돼요. 그렇게 하면 별로 걱정을 하지 않게 돼요.”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막상 걱정 한다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까?”

“아니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앉아서 한반도 문제를 걱정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이 될까요? 안 되겠죠. 가만히 앉아서 걱정하기보다는 대통령이나 주지사, 혹은 정치인에게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됩니다. 전쟁의 위험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라고 이메일이라도 한 통 쓰는 게 현실적으로 더 도움이 됩니다.

정치인은 늘 두 가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나는 표, 즉 사람들의 지지이고, 다른 하나는 돈, 즉 경제적인 뒷받침이에요. 국회의원 앞에 가서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은 그리 큰 효과가 없어요. 오히려 유권자들의 표를 모아서 국회의원의 정치 방향에 따라 이 표가 그 사람에게 갈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힘이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그 의원이 활동하는 기반이 되는 후원금이에요. 이 두 가지가 특히 미국 정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도 ‘표를 얼마나 모아서 줄 수 있는가’와 ‘후원금을 얼마나 모아서 줄 수 있는가’에 따라 미국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반도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동시에 길거리에서 1인 시위나 단체 시위를 통해서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또 한국 정부에 성명서를 전달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밤새도록 걱정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늘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또 ‘사과를 할까, 말까’ 하는 작은 문제라 하더라도 그냥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사과를 하든지, 전화를 걸어서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직접 만나서 사과를 하든지, 뭔가 행동에 옮기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됩니다.

걱정은 걱정하는 사람 몸만 축내고 잠만 못 자게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을 할 시간에 작은 것이라도 행동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밤새도록 걱정하는 것보다는 푹 자고 아침에 행동을 하는 것이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걱정하는 것보다 푹 자고 아침에 행동하는 것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스님의 말씀이 오늘 아침 미국 트럼프대통령의 ‘북한완전파괴’ 연설에 대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어 마음에 울림처럼 다가옵니다.

오늘 강연에는 약 110명 정도 참가하였고, 봉사자는 20명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참가한 분들과 함께 스님은 북사인회를 하였습니다. 책을 가지고 온 분들은 스님께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스님은 봉사자들께 감사인사를 하고 묘덕법사님과 나누기를 하라고 하면서 차 안에서 묘덕법사님의 나누기가 끝날 때 까지 잠시 휴식하였습니다. 그러다 급하게 교정할 원고가 있어 업무를 보기도 하였습니다.

묘덕법사님과 이정인사무국장님이 자원봉사자들과 나누기를 마치고 오자 오늘 숙소인 뉴욕으로 바로 출발했습니다. 보통 4시간 운전하는 거리인데 비가오는 야간운전이었는데 10시 25분에 출발하여 뉴욕에 도착하니 새벽 2시 10분이 되었습니다.

9월17일 토론토 강연에 이어서 차로 몬트리올까지 이동해 강연을 마친 후 국경을 넘어 버몬트주 뉴포트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보스턴으로 내려와 하버드대학교와 교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다음에 뉴욕 플러싱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동시간과 거리가 아주 긴 장거리 레이스를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잠깐 자축의 시간을 가지고 휴식하였습니다. 오늘은 저녁시간에 뉴욕 플러싱에서 한국교민을 위한 강연이 있기 때문에 오전 중에는 휴식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팀은 휴식하거나 빨래하기로 하였습니다. 북미일정중 가장 힘든 일정이 지나갔습니다. 내일은 뉴욕강연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김지현(하버드대학교 영어통역 녹취)

전체댓글 18

0/200

고마움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님 감사합니다.

2017-10-07 22:29:03

구름

감사합니다~~~

2017-09-27 11:04:57

들풀

\' 스님의 하루\' 를 읽는 낙으로 매일 행복합니다
스님과 수행팀분들, 봉사자분들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7-09-24 14: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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