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21 해외 즉문즉설 강연(25) 뉴욕 맨하튼
출산이 3개월 남았는데, 제가 가진 성질이 아기를 힘들게 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오전 4시, 어김없이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침기도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바쁘고 힘들수록 놓치는 것도 많고 생활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기도시간에 다시 다잡을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오늘은 유엔총회가 맨하튼에서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 교통체증이 심각할 것 같고, 교통통제가 심할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7시에 식사하고 8시 30분에 맨하튼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시간에 맨하튼을 향해 출발했는데 교통체증없이 일찍 도착하여 새로 이전한 법당도 둘러볼 겸 맨하튼법당으로 갔습니다. 맨하튼법당 부총무 소임도 겸하고 있는 미동부남부지구장 임금이님이 입구에서 스님을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법당에 올라가서 잠깐 업무를 보다가 시간에 맞추어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유엔총회로 도로 곳곳을 차단하여 길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약속 시간은 20분을 넘겼고 결국에는 근처에서 내려서 스님은 뛰어가기로 했습니다. 겨우 약속장소에 가서 스님을 기다리고 있던 토니남궁박사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토니남궁 박사님은 지난 30여년 간 북한측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북한을 60여 차례 방문하는 등, 북한 내부에 정통한 미국내 북한 전문가로 꼽힙니다. 토니남궁 박사님는 특히 미국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 아래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막후에서 활발히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스님과 활동의 맥을 같이 하고 계십니다. 두 분은 오늘 처음 만났지만 이전부터 활동을 함께 했던 것처럼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현재 한반도의 긴장상태, 북미관계, 남북관계등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팅 장소와 법당이 20블록 정도로 늦어도 2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50분이 넘게 걸리고도 약속장소에 늦고 뛰어가는 그런 사태가 맨하튼에서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오전에 이것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토니남궁박사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아예 맨하튼법당까지 전철을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미팅장소에서 나와 Grand Central 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늘은 유엔총회가 있는 날이라 교통체증이 더 심합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님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날이고, 한미정상, 한미일정상 모임을 가지는 등 맨하튼에서 중요한 모임이 오전 중에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이동 중에 이번 맨하튼 방문에 청와대 보좌진으로 합류하여 함께 참석한 홍일표박사님을 우연히 거리에서 조우하였습니다. 홍일표박사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거리에 서서 잠깐 한반도상황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뉴욕에서 승차권을 사서 전철을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23번가에 도착하니 임금이님이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법당에 도착하니 12시 45분경이 되어서 바로 식사를 하고 조금 있으니 뉴욕정토회 산하 3개 법당의 정회원들이 속속 도착하였습니다. 1시 30분부터 스님과 정회원모임을 가지고자 하였습니다. 먼저 스님께 삼배로 인사를 드리고 함께 정토회의 방향과 해외법당에서의 정회원의 역할, 이번 9차천일결사에 새로 생긴 국제국 업무에 대한 설명과 질문이 있었습니다.

“해외의 경우 회원이 많지 않다 보니 어느 법당을 막론하고 친목성격이 강하고 수행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친목중심으로 가다보면 동아리처럼 운영이 되기쉽고 새로운 사람은 진입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회원들이 언니동생으로 결합되니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됩니다. 특히 단점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장성이 없고 모임이 축소됩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주재원으로 나와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있는 사람들이 오래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기존멤버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멤버는 진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수록 축소되어가는 문제가 있습니다.

초기에 정토회가 각 지역에서 설립될 때는 어떤 한 사람이 강력하게 추진해서 친목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장점이지만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됩니다. 이러다 보니 정토회 규칙을 따르기 보다는 친목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즉 모임이 수행중심으로 안모이고, 개인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다보니 정토회의 규칙도 안따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 지역에는 결국에는 모임이 해산되고 새로 만들어지는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외정토회가 오래되었지만 현재 정체되어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특히 엘에이와 뉴욕은 정체되어 있는 것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하고 도반들과 법담을 나누고, 아침마다 천일결사기도를 통해 내개인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기존회원들의 변화를 보고 수행에 참여하게되고 자기도 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 가 해외지부 사무국 산하의 법회모임의 가장 큰 과제이지 않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정회원인 여러분들이 열심히 정진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1년에 한 차례는 정토회의 나눔의 장, 명상수련 등의 참여하고, 자기 삶의 과제를 정해놓고 나눔의 장, 명상수련을 통해 변화해야 합니다.

강연장에서 강연마치고 책사인회를 할 때 스님한테 와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살할려고 했는데 스님법문덕분에 살았다고, 힘들게 살았는데 스님법문덕분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와서 인사를 합니다. 유튜브를 보고도 삶의 변화가 왔는데, 그렇게 변화한 사람들이 수행공동체속으로 자연스럽게 합쳐져야 하는데 이것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정회원들이 법당분위기를 수행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로 변화시켜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해외에서 정회원의 가장 큰 역할 중에 하나입니다. 초기에 정토모임을 만들때는 친목적 성격이 장점이 되었지만 친목적 성격이 강해서 수행으로 안들어가게 되는 단점이 생깁니다. 또 한국인이 거의 없는 지역의 경우에는 불교신자가 몇 명없다보니 일반 불교신자들이 종교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토모임인데도 불구하고 정토회의 원칙을 준수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주관하는 책임자급 되는 사람이 중심이 약하다보니 이 분들이 얘기하는 것에 흔들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정토회의 원칙이 안지켜지고 하는 문제들이 생겨났는데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제가 여러분들께 과제로 던지고 싶습니다. 이것만 극복하게 되면 교민사회에서도 정토회가 교민들에게 수행도량으로 굉장히 큰 영향을 주지 않겠냐 하는 생각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읍단위에서는 이런 문제가 똑같이 나옵니다.

깨달음의장, 명상수련, 나눔의장이 정토회의 3대 수련입니다. 그런데 해외의 경우에는 나눔의 장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거친 번뇌는 깨달음의 장에서 해결하게 되지만 미세한 번뇌는 나눔의 장을 통해서 해소해야 합니다. 나눔의 장을 최소 3번 정도 하게 되면 자기에 대해 깊이 알 수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해외정토법당이 수행도량으로 해외교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정토회원들이 더욱 더 수행정진하여 자신이 변화된 힘으로 정토법당을 이끌어 가는 당당한 주체가 되도록 격려해주었습니다.

아울러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국제국에 대해서는 2차만일을 준비하면서 국제국이 어떤 역할을 하고 준비 하는지 상세하게 질의응답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3시부터 또 다른 약속이 있어 정회원들은 장소를 다담실로 옮겨 묘덕법사님과 계속 나누기와 질의응답시간을 가졌습니다.

3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전후석 변호사 일행들과 인터뷰 및 영상촬영을 시작하였습니다. 전후석 변호사는 작년에도 만났었고, 또 한국에서도 만났었는데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1.5세 변호사입니다. 맨하튼 사무실에서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일하고 퇴근 이후에는 쿠바 한인이민 후손(애니깽)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영화 ‘쿠바 한인 발자취’를 만들고 있는 영화감독이기도 합니다. 전후석 변호사님은 우연히 스님을 알게되었는데 스님의 소수자에 대한 인식, 역사인식등에 깊은 감동을 받아 다큐멘터리에 스님의 말씀을 싣고 싶다고 영상촬영을 부탁해서 스님이 응하게 된 것입니다.

스님과의 인터뷰를 찍고 있는 중에 가장 가슴에 울린 말은 미국땅에 살고 있는 흑인들은 원래부터 노예였던 것이 아니라 원래 아프리카대륙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자유인이었다가 잠시 노예생활을 했다가 본래의 자유인으로 되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흑인노예해방’이란 말은 맞지가 않다고 한 말이었습니다. 노예에서 해방되었다는 말에는 위축된 마음이 있다면 흑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는 자유인에서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쿠바한인들도 원래 자유인이었는데 암울한 일제식민시대에 쿠바까지 와서 잠시 이방인의 삶을 살았지만 이들은 원래부터 조선의 당당한 자유인이었고, 일제로부터 독립을 위해 쿠바땅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자금을 지원한 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세계곳곳에서 비록 소수자로 살아가지만 한인들이 당당하게 뿌리를 내리고, 또 이런 역사를 잊지 않도록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가슴뛰는 일이었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세계곳곳에서 흩어져서 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국계 후손들에게 더 큰 자긍심을 주지 않을까, 그리고 정부가 지원도 더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후석 변호사와 일행들은 스님의 말씀에 너무 좋았다고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렸고 스님도 정말 좋고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전 LA정토회 대표를 역임하였던 이경택님이 스님께 인사드리러 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뉴욕으로 출장을 왔는데 스님이 맨하튼 법당에 계신 것을 알고 오셨습니다. 스님께 삼배로 인사부터 하였습니다. 두 분은 반갑게 인사하고 마지막 일정을 LA지역에서 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해서 잠시 얘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스님은 강연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원고교정 업무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히 죽으로 저녁요기를 하고 이경택님 차로 근처에 있는 강연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이 있는 강연장은 43번가에 위치한 4 W 43 Social Hall입니다. 입구에 도착하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반갑게 스님께 인사합니다. 스님도 1년만에 만난 회원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수고에 감사하였습니다.

강연에 앞서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교에 근무하는 정현경 교수님이 스님을 찾아와 두 분은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정현경 교수님은 유니온신학대학교에서 스님의 영어통역 즉문즉설 강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선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두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근황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곧 이어 스님은 큰 박수와 함께 연단에 올랐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약 270명이 참가하였고, 봉사자는 25명이었습니다. 스님은 저녁을 못먹고 오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오늘은 몸을 위해서는 저녁은 굶고 마음을 건강하게 하게 위해 스님과의 대화를 먹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하면서 질문자들과 바로 대화를 하였습니다.

외향적 성격이라 연애도 가볍게 많이 했지만 누군가를 장기적으로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유학 후 경쟁사회속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아직 독립이 불가능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게 부담스럽다는 분,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제대 후 자동차와 자전거중에서 어느 쪽으로 직장을 구해야 할 지 고민하는 분, 겁이 많아 혼자서 일을 도전하지 못하고 친구랑 행동하려고 하는 성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묻는 분, 스님께서 말한 한포기 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다가도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디시 고개를 드는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하였는지 묻는 분, 직장인이고 예정일이 3개월 다가온 임산부인데 몰아세우는 성격이 엄가가 된 후에도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는 분, 의료계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신경질환이 많은데 환자의 감정이 전이되는 것처럼 지치는데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 묻는 분등 총 7명이 스님과 대화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특히 젊은 청년들의 질문이 많았고, 청중들도 젊은이들이 많아 유쾌하고 즐겁고 웃음 가득한 그런 강연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고, 임신을 해서 예정일이 3개월 정도 남았어요. 예정일이 가까워지니까 고민이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어서 질문 드립니다. 첫 번째는, 남편을 만나고 나서 그래도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성격이 있거든요. 이런 제가 아기를 낳으면 아기를 잡을 것만 같아서 그게 걱정됩니다. 어떻게 수행을 하면 좋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좀 몰아세우는 기질이 있어도 질문자는 지금 잘 살아요, 못 살아요?”

“잘 살아요. 지금은 스스로를 몰아세울 때 ‘안 그래야 되겠다’고 하는 편이거든요. 남편은 옆에서 많이 다독거려 주고요.”

“그런 질문자도 어쨌든 지금까지 안 죽고 잘 살았고, 결혼도 했고, 애까지 가졌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기를 힘들게 할까봐 걱정이 돼요.”

“어쨌든 잘 살고 있잖아요? 제가 말하는 잘 살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우선 안 죽고 살았다는 것을 말해요. 그런데 질문자가 아기를 낳아서 또 아기를 몰아세우고 그러면 아기도 질문자와 비슷한 사람이 되겠죠. 아기도 질문자처럼 성격이 조급하고, 몰아세우고, 그렇게 될 겁니다. 엄마를 그대로 닮아서 그대로 할 것이니까요. 그러나 질문자도 잘 살았듯이 아이도 잘 살 거예요.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네.”

“그런데 질문자가 ‘내가 잘 살긴 했어도 몰아세우는 성질 때문에 좀 힘들었다. 아기에게는 이런 성질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면 아기한테 전염이 안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겠죠. 노력해도 안 돼서 아기가 그대로 닮았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질문자도 여태 잘 살았으니까 아기도 잘 살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됩니다. ‘아기가 닮으면 큰 일이다’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질문자도 자기 엄마 닮아서 이렇게 된 거니까 아기도 질문자처럼 될 거예요. 우리는 이렇게 그냥 살아가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 스스로 ‘이런 성격은 좀 개선해야 되겠다’ 라는 게 있다면, 실제 개선하기는 어렵더라도 ‘우리 아기는 좀 안 닮았으면 좋겠다’ 싶다면, 질문자는 아기가 세 살이 될 때까지만 자제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성격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아기 가진 엄마는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는 못 고치더라도 아기를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는 게 엄마잖아요. ‘아, 이것이 아기에게 나쁘다’ 라고 생각한다면 엄마라는 존재는 자신을 헌신할 수도 있는 존재거든요. 아기에게 안 좋다면 엄마는 기꺼이 고칠 수 있어요.

몰아붙이는 마음이 들 때마다 ‘아, 이러면 아기에게 안 좋다’ 라고 자각하세요. 고치려고 하지 말고 다만 그런 성질이 일어날 때마다 ‘아, 이러면 아기에게 안 좋다’ 라고 계속 자각하세요.

‘왜 이걸 못 고치나?’ 이러면 질문자 스스로를 학대하는 게 되기 때문에 아기한테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줍니다. 스스로 막 몰아세우다가도 ‘이러면 아기한테 안 좋지?’ 이렇게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만 하세요. 그러면 아기 성질은 질문자 성질의 절반도 안 되게 줄어듭니다. 자각을 하면 그렇다는 거예요.

우리들의 정신적인 작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앞으로 50년 내지 100년 안에는 인공지능도 흉내 내기 어렵다 싶은 게 바로 ‘자각’ 기능이에요. 다른 모든 기능, 즉 생각하는 기능, 지적으로 축적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심지어 감정적인 반응까지도 빅 데이터만 완성되면 다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정보를 1년 내지 3년 동안 모아서 프로그램에 딱 집어넣으면 여러분들을 감정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즉 여러분을 웃게 하거나 울게 하는 게 가능합니다. ‘저 사람이 뭘 사고 싶어 하는구나’,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을 좋아 하는구나’ 이런 걸 전부 예측할 수 있어요. 이것이 계속 발달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들이 지금은 필요해서 물건을 사는데, 앞으로는 필요해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어떤 자극을 받아서 물건을 사는 때가 올 겁니다. 지금도 우리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광고를 보고 충동구매 하잖아요. 또는 백화점에 그럴 듯하게 진열된 걸 보고 지나가다가 꼭 필요하지 않아도 충동구매를 하잖아요. 그래서 결국 버리게 되는 물건들이 있죠. 이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도의 자극을 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어요. 저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서 자극을 하는 겁니다. 저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빅 데이터를 통해 예측하면 개인별로 맞춤형 자극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거의 로봇 수준인 거지요.

만약 제가 오늘 어떤 자극을 받으면 ‘오늘은 어떤 신발을 사야겠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되겠다’하는 생각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의 생각 또는 감정 반응은 사실 ‘까르마’라는 빅 데이터의 반응일 뿐이에요. 말하자면 우리는 까르마의 노예예요. 어떤 자극이 오면 특정 반응을 하도록 짜인 프로그램 속에 우리가 사는 거예요. 그래서 ‘운명 지어졌다’는 말은 일가견이 있는 말이에요. 그런데 이 운명 지어진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도 있다는 것을 발견한 분이 바로 붓다입니다.

운명 지어진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 그게 바로 ‘자각 능력’이에요. ‘너 성질 더럽다. 고쳐라!’, ‘너 화내지 마라. 고쳐라!’ 이렇게 말하면, 의식에서는 ‘고쳐야 된다’ 라고 생각하지만 까르마인 무의식에서는 받아들여지질 않습니다. 무의식은 자각할 때만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내가 좀 성질이 급한가?’, ‘내가 좀 짜증이 많이 나네!’ 이렇게 자각을 하면 고쳐질 가능성이 생긴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나는 어떤 자극을 받는 대로 낭떠러지로 가서 떨어져 죽는 수밖에 없는데‘너는 그렇게 가면 떨어져 죽는다’, ‘너는 그걸 먹으면 죽는다’ 이렇게 미리 알려주면 그곳으로 안 갈 수도 있고, 그것을 안 먹을 수도 있게 됩니다.

이런 자각 기능이 만약 인공지능에게 주어진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세계를 떠나서 스스로 자기 업그레이드를 해서 발전해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아무리 인공지능기술이 뛰어나다하더라도 그 프로그램은 인간이 넣어줘야 돼요.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인간은 어떻습니까? 아무리 인간에게 노예교육을 시켜서 완전히 노예로 만들어놓았다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자각 능력이 있어서 노예 교육을 시킨다고 전부 로봇처럼 노예로 반응하는 게 아닙니다. 단 한 사람의 인간이라도 ‘아, 내가 노예적으로 반응하네’ 하고 자각하는 순간 노예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열립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교육을 시켜도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인간이 나오고, 아무리 사회주의 교육을 시켜도 사회주의에서 벗어나는 인간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게 바로 인간의 자각 기능이에요.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유일한 출구가 바로 ‘자각’입니다. ‘화 안 내야지!’ 라고 생각하면 100% 실패합니다. 그리고 자기를 학대하게 돼요. 화 안 내는 사람으로 고치려면 전기충격기로 지지는 것처럼 태클을 세게 걸어야 합니다. 거의 목숨을 걸어야 해요. (모두 웃음)

부처님은 6년 고행을 하셨고, 예수님은 40일 금식기도를 하셨잖아요. 그게 목숨을 거는 거예요. 그것을 극복하니까 하늘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라’ 하는 음성이 들렸다고 하고,‘내가 부처다’ 하는 자각을 하셨다고 하잖아요. 표현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어요. 스스로 자기가 엄청나게 귀한 존재임을 자각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화가 많다’ 이렇게 자각하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 내가 지금 화가 난다. 화가 난다. 화가 난다’ 이렇게 자각을 해보세요. 그러면 화가 줄어듭니다. ‘화를 내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화가 날 때마다 계속 ‘화가 난다. 화가 난다. 화가 난다.’ 이렇게 자각을 하면 화가 줄어듭니다. 이걸 ‘정념(正念)’이라고 해요. 다른 말로 ‘알아차리기’, ‘순간순간 알아차리기’, ‘깨어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까르마가 반응할 때마다 그 반응을 순간, 순간 알아차린다면 우리는 그 반응을 바꿔갈 수 있어요.

질문자가 ‘나에게는 좀 푸시(push)하는 면이 있다’는 걸 안다면, 그럴 때마다 질문자는 ‘오? 내가 지금 이런 성질이 일어나네, 이런 감정이 일어나네’ 이렇게 알아차리면 돼요. 이걸 ‘좋다/나쁘다’고 하지 말고, 계속 자각하면, ‘이건 아기에게 나쁘다.’ 이렇게 일어나는 걸 자각하면 아기는 질문자보다 훨씬 더 적은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제가 지금 질문자에게 말씀드리는 건 두 가지 측면이에요. 첫째는, 성질대로 살아도 괜찮다. 아기도 질문자와 비슷하게 될 거다. 질문자도 잘 사니까 아기도 잘 살 거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거고요.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자가 ‘아기는 나보다 조금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성질은 아기에게 나쁘다’ 하고 성질이 날 때마다 자각하세요. 그러면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치려고 하지마세요. 고치려고만 하면 ‘나는 안 된다고’ 라고 하는 자기학대 증세가 일어납니다. ‘아, 내가 화가 나는구나’ 이렇게 그 일이 일어날 때 항상 알아차리고, 놓치면 ‘아, 내가 놓쳤구나’ 하고 다만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면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게 돼요.”

“예. 제 아기는 알아서 잘 자랄 겁니다.” (모두 웃음)

“예, 아기 스스로 알아서 잘 클 거예요.” (모두 박수)

7명과 함께 유쾌한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무대 앞에서 책사인회를 하였습니다. 스님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이 늘어섰습니다. 기다리고 있다가 참가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매년 스님강연에 온다는 청년은 오늘 강연도 너무 좋았고,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백인 청년이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어 스님말씀은 알아들을 수 있냐고 했더니 거의 못알아 듣지만, 아내가 한국인인데 아내가 좋아해서 집에서 유튜브를 보았다고 합니다. 오늘 말씀은 집에 가서 아내가 요약해줄거라고 하길래 아내분과 인사하니 아내분은 스님 통역영상과 영어자막영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하면서 그러면 이제부터 남편과 함께 볼 수 있게 되니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아주 기뻐하였습니다. 그래서 영문 컨텐츠가 담긴 pomnyun.com을 소개하니 본인도 자원봉사를 할 수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봉사기회도 소개시켜주었습니다.

오늘 법문으로 소개된 질문을 한 분께 스님과의 대화가 어땠는지 물어보니 너무 좋았고 머리속이 깨끗해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걱정할것이 없는데 괜히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되었기 때문에 스님말씀대로 편하게 해볼 수 있겠다고 하니 소감을 듣는 저도 마음이 뿌듯하였습니다.

북사인회에 이어 스님은 자원봉사자들과 단체로 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면서 그 동안의 수고와 감사에 인사하였습니다.

오늘 강연 총괄을 한 맨하탄 법당 부총무 겸 북미동부/중남미 지구장 임금이님과 실무총괄을 한 김성민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 자원봉사자들도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여 잠시 포토타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뉴욕시립대학교 (CUNY)에 근무하고 계신 정현경교수님 친구분이 오늘 스님강연이 아주 인상깊었다고 다음에 뉴욕시립대학교에서 통역으로 즉문즉설강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서 다음에 한 번 해보자고 연락처를 주고 왔습니다.

스님의 외국어 컨텐츠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참석한 분들은 아주 좋아하고 있으니 조금씩 외국인과 현지인들을 위한 전법을 착실히 준비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자원봉사자들께 먼저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인사하고 묘덕법사님과 나누기를 하라 당부하면서 강연장을 떠났습니다.

김명호님의 차를 타고 숙소를 돌아오는데 곳곳이 교통체증으로 예상시간보다 훨씬 늦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맨하튼의 야경이 유명한데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도 스님의 법문을 현지인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름다운 야경을 뒤로 하고 플러싱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뿌듯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일정을 공유하였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북미동부 지역 불교대학 졸업식과 수계식을 진행하고 저녁에는 뉴저지에서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토요일은 애틀란타로 가기 위해 이른 새벽 3시에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일정입니다. 그래서 일주일간 먼 길을 운전해주시며 강행군을 한 김명호님과 뉴욕수행팀들과 함께 잠깐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맨하튼 강연도 마무리 되고 이제 뉴욕에서의 일정이 하루 남았습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내일은 뉴저지 강연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2

0/200

구름

알아차리기 지금 여기 깨어있기

2017-09-29 16:13:05

^^^^

스님 피로가 겹쳐보이세요..쿠바 한인이민 후손(애니깽)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영화 ‘쿠바 한인 발자취’를 만드시는 전후석 변호사님 응원합니다!스님 말씀이 다큐멘터리에 나오겠네요^^

2017-09-27 04:43:36

정지나

"바쁘고 힘들수록 놓치는 것도 많고 생활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기도시간에 다시 다잡을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운명 지어진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 그게 바로 ‘자각 능력"
"아, 내가 노예적으로 반응하네’ 하고 자각하는 순간 노예로부터 벗어나는 길"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7-09-26 09:23:25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