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25 해외 즉문즉설 강연(29) 버지니아 페어팩스
편안하게 죽을 권리, 완화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젯밤 새벽 1시 30분이 넘어 미주정토회관에 도착해 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법당에 함께 모여 예불과 천일결사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몸도 무겁고 눈꺼풀도 무겁습니다. 최말순님, 민덕홍님이 준비해준 음식으로 다 같이 상을 차려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워싱턴법당 유주영, 이화영님이 수행팀을 위해 몇가지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해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워싱턴 디씨는 미합중국의 수도로 메릴랜드 주, 버지니아 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워싱턴디씨-메릴랜드-북버지니아 지역은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생활권이라 한국으로 치면 서울경기 지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외교의 중심지 중의 하나인 워싱턴 디씨에는 백악관을 비롯해 미정부기관 뿐 아니라 엔지오, 씽크탱크, 연구소 등 한반도 관련한 기관과 단체들이 많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스님께서는 90년대 말부터 워싱턴 디씨를 방문해오고 있는데 20년이 넘었습니다.

매년 워싱턴 디씨 일정은 저녁 즉문즉설 강연 뿐만 아니라 낮시간동안에도 좋은벗들/평화재단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습니다. 오늘도 맨스필드 재단, 미 의회, 세계식량프로그램 (WFP) 세 군데에서 일정이 있습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간식으로 싸주신 과일을 실어 워싱턴 디씨로 향했습니다.

출근길 차가 막힐 것에 대비해 오전 8시 30분 여유있게 일찍 나왔지만 1시간 이상 걸려 미팅 20분전에 도착했습니다. 첫 미팅은 맨스필드 재단 프랭크 쟈누치 소장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부통령을 역임한 조 바이든 전 상원의원의 보좌관이면서 민주당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전문위원이었던 쟈누치 소장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되어 스님이 워싱턴 디씨에 오실 때마다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스님이 "현재 해외순회강연 중이고 주말에 애틀란타와 앨라바마 몽고메리를 다녀왔다" 고 하니 "어머니가 어렸을 때 자란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한인들과 즉문즉설강연을 하고 있는데 몽고메리에 현대자동차가 있어 한인들이 최근에 많이 정착해서 살고 있어 스님을 초대하여 갔다고 하니 반가워하였습니다. 그리고 애틀란타에 한인이 약 10만명 살고 있다고 하니 아주 놀라워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두 분은 현재 북미간에 일어나고 있는 긴장 상태 및 한반도 주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전쟁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현재 상황을 가지고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쟈누치 소장과 개인 미팅을 마치고 젊은 연구자들과 라운드테이블 모임도 가졌습니다. 아산재단 아산서원에서 인턴으로 온 한국 젊은이들과도 반갑게 인사도 했습니다.

자뉴치 소장은 11월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해서 스님이 꼭 들러가시라 했습니다. 또한 현재 상황을 타결해 나갈 수 있도록 자뉴치 소장이 오랫동안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었으니 좀 더 의미있는 역할을 바란다는 스님의 말씀을 전달하며 잠시 더 대화를 나누고 다음 일정이 있는 미 의회로 출발했습니다.

Rayburn 하원빌딩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짬을 내어 미국회의사당 건물을 배경으로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9차 천일결사 3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기존의 방법과 달리 서울제주지부와 강원경기동부지부만 한 곳에 모이고 나머지 지역은 각 법당에서 진행하는데 그것에 대한 스님의 안내말씀을 동영상으로 찍었습니다. 푸른 잔디밭과 파란 하늘 배경이 예쁩니다.

동영상 촬영을 한 후 다음 일정이 있는 Rayburn 하원 빌딩으로 자리를 옮겨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오늘 행사가 있는 2층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의회 브리핑은 준비과정에서 혼선이 있어 충분히 홍보가 되지 못했습니다. 의회에서 브리핑을 하는 이유는 의원, 보좌관을 포함해 의회에 관련한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중간 소통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홍보부족으로 스님의 말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대신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스님과 오랜 인연이 있는 풀뿌리대중조직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애나벨 박 님이 흔쾌히 장비를 가져와 페이스북 생중계를 진행해주었습니다.

최근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상대에 대해 강경발언을 주고 받으며 전쟁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스님은 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당사국과 주변국가들이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것이 각자의 진정한 국익을 위한 길이며 그것이 어떻게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각 나라가 상생하는 길과 연결될 수 있을 지 지혜로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안된다’라는 단호한 말씀이 귀에 박힙니다. 어떤 분들은 스님의 발언을 오해하기도 하지만 스님은 언제나 상대나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즉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려해서 제시하십니다.

참석자는 예상보다 적었지만 한반도 이슈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이다 보니 질문내용도 좋았습니다.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등 인도적인 방법으로 지금 전쟁이나 무력충돌 위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지 스님의 생각을 묻는 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스님의 생각을 묻는 분, 지금 이 상황에서 평화를 지지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미국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묻는 분 등 심도 깊은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 참석하신 분들과 오늘 행사장소를 섭외하는데 도움을 준 존 카니어즈 하원의원실에 감사를 드리고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존카니어즈 하원의원실의 스탭은 직접 스님의 의견은 처음들어보았지만 굉장히 현명하고 지혜로운 말씀이어서 인상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강연에는 은퇴한 미여성대령이자 현재 평화운동가로 북미간의 긴장이 발생하자 매일 백악관앞에서 한반도 전쟁 반대를 외치며 평화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Anne Wright님이 오셔서 스님강연을 듣고 스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미국인으로 평화운동을 하고 있는 Anne Wright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 강연에서도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미국 교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스님은 미국시민으로서 미국대통령에게, 그리고 본인이 속한 지역구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전쟁반대의 편지와 서명서를 전달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고, 또한 우리 교민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우선 전쟁반대 기도부터 시작해서 평화적인 전쟁반대 시위나 집회를 하는 것이 작지만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오늘도 지난 겨울 한국에서의 촛불시위를 언급하면서 이런 평화적이고 성숙된 시위가 의견을 만들어 내고 결국 정권도 바꾸게 되었다고 하면서 적극적인 행동을 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의 전쟁반대와 평화를 옹호하는 시위와 운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고맙고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 이 분들은 10월 14일까지 매일 12시 점심시간에 백악관 앞에서 한반도 전쟁반대 평화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교민들도 이 분들과 연계하여 10월에는 더 큰 규모의 평화운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가하여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사장소 내부는 인터넷 신호가 좋지 않아 페이스북 생중계 화질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애나벨님이 스님의 메세지를 더욱 정확하게 잘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를 제안했습니다. 의회건물 바깥으로 나와 다시 페이스북 생중계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생중계 동안 누적시청자가 2,000명을 넘어섰고 글을 적는 동안 누적 시청자가 5,400명이라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렇게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니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메세지를 전할 수 있네요. 스님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미국 및 세계 여러 나라 분들께 잘 전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savemainstnow/videos/1490329207715732

그리고 오늘 의회에서 있었던 브리핑은 향후 유튜브 동영상으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어 오늘 좋은벗들/평화재단 마지막 일정이 있는 세계식량 프로그램 (WFP) 워싱턴사무소로 향했습니다. 이 곳에서 만날 존브라우스 소장 역시 스님과 오랜 인연을 쌓아오신 분입니다. 원래 미국 국제개발처 (USAID)에 소속되어 있는데 WFP 워싱턴소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만나자 마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이루어 지고 있는 말전쟁 및 긴장 관계를 얘기하면서 최근에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위기에 대해서 얘기를 하였습니다. 스님이 한국에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는 속담이 있다'고 하면서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얘기하니 존브라우스님도 스님 의견에 동의를 표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스님께 존경을 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두 분은 한반도 문제를 20년 이상 노력한 분들로서 어떻게든 이 위기를 타결해서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 보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정부에서 WFP를 통해 북한 인도적 지원으로 4백만불을 지원한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이 작지만 의미있는 신호가 되어 남북간의 관계도 북미간의 관계도 개선되기를 기원해보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하면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통역하느라 수고한 제이슨 님을 중간에 내려주고 버지니아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퇴근시간인데다 버스사고가 나서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천천히 가는 김에 스님은 샐러드로 저녁 요기를 하신 뒤 뒷좌석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파란색 풍선으로 입구를 놓치지 않게 잘 표시해두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주황색 티셔츠와 주차용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반갑게 웃으며 반겨주었습니다. 어젯밤 잠도 부족하고 하루종일 디씨 일정으로 피곤했던 스님은 강연 시간 전까지 차에서 휴식을 취하셨습니다.

오늘 강연장은 Lord of Life Lutheran Church 로 스테인드 글라스 배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2014년 100강, 2016년 강연에 이어 올해도 강연장소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스님이 강연장으로 들어오자 봉사자들이 스님께 반갑게 인사하고 스님도 그동안 잘 지냈느냐며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강연장에 오니 스님 통역봉사를 해주는 제이슨림이 가족들과 함께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특히 제이슨림의 아들인 한이 스님께 ‘우리할아버지 스님’이라고 반갑게 안겨들어 스님이 한이와 다정하게 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한이가 엄마뱃속에 있을 때부터 스님법문으로 태교를 했고 한이가 태어나 자라는 것을 꾸준히 보게 되니 한이도 스님도 더 반가운 것 같습니다.

7시, 강연 시작시간이 되어 스님소개영상이 끝나자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연단에 올랐습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저는 한 달전에 출발해서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동부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총 8명이 질문하였습니다.

첫번째 질문자는 스님의 법문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너무 감격스럽다고 감사함을 스님께 눈물로 얘기하여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분은 30년전에 미국으로 도미하였는데 동생들등 남에게 상처준 죄에서 해방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육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친정엄마가 밉다고 호소하는 분, 어머니가 정토회에 나간 뒤로 새로운 사람이 되어 질문하러 나왔다고 하는 젊은 여성분은 사람들의 진심을 의심하고 믿지 못하고 배신을 겪은 뒤 진정한 관계 유지가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이 들떠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의사로서 통증완화치료를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고 현재 의사들과 병원은 생명연장과 치료에 중점을 두지 통증완화지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통증완화치료에 대한 스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는 분,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스님의 도움을 받아 좋아졌는데 스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 분, 법문에서 나를 놓으면 모순이 사라진다 했는데 이렇게 하니 친구가 본인더러 줏대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봐야 할지 묻는분, 유학와서 정착하여 산 지 10년이 되었는데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남편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남편이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등 총 8명이 스님과 대화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다음과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호스피스 케어(hospice care, 말기 환자 보호 치료)하기 전에 하는 완화 치료(palliative care)를 아세요? 맨 마지막에 죽을 때 하는 게 호스피스이고 그 전에 하는 게 완화치료예요. 미국에서는 사람이 죽기 전에 마지막 1년에도 ‘사람을 살려야 한다’라는 게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 치료에 쓰이는 돈이 엄청나게 커지고 의사들도 거의 다 ‘뭐든지 동원해서 사람을 구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한데, 저는 그런 생각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레지던트 시절에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하지 못하고 가족들도 힘들어하는 걸 보고, 제가 편안하게 해주고 가족 모임이나 상담을 통해 한 단계씩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운 게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런 완화치료의 중요성을 어떻게 조금씩 확산시켜 갈 수 있을지 스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완화치료를 좋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목숨을 구하는 게 원칙인데’ 라는 생각도 들어요. 주위에서도 ‘너는 왜 이렇게 머리 아프고 복잡하게 살려고 하냐’ 라고 합니다. 완화치료라는 건 돈을 많이 벌진 않거든요. 이런저런 치료를 하는 건 돈이 많이 들고 수입도 되지만, 이렇게 말하거나 상담하는 건 수입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만약 이런 걸 병원에서 이끌게 된다 하더라도 뒷받침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그건 자기 선택이죠. 질문자가 돈을 좀 못 벌더라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하는 거예요. 저도 이런 강의를 통해서 돈은 못 벌어요. 강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값도 안 받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비용은 있어야 해요. 누군가가 이 건물을 빌리고 사용료를 내야 하잖아요. 여기 오신 여러분들이 나갈 때 다만 5달러, 10달러씩이라도 내야 사용료를 낼 수 있어요. 이 강의를 준비하는 사람은 먼저 강의할 장소를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의 준비하는 사람이 또 돈도 내야 해요. 여러분들이 강의 듣고 나갈 때 5불이든 10불이든 기부를 해주면 그 돈을 모아서 장소 사용료만 지불하더라도 준비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한층 줄어들겠죠. 그런데 대부분 돈을 안 내고 가니까 저를 초청하겠다는 사람들은 부담이 되는 거예요. 스님은 돈을 달라고 하지 않지만 장소 사용료는 주관하는 사람이 내야 하니까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홍보하니까 홍보비는 크게 안 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포스터 제작 같은 데 비용이 들잖아요. 보통 장소 사용료가 500달러이고 홍보비가 500달러 해서 총 1천 달러, 이런 식으로 비용이 들어요. 지난번에 어딘가에서는 장소 사용료가 1300달러 들었다고 하니 총액이 2천 달러쯤 되는 셈이죠. 그럴 때 강의 듣고 나가면서 10달러나 20달러씩 기부를 해주면 이런 문제는 해결이 되죠. 그러면 다음에 또 강의를 준비할 수 있고 그 다음에도 준비할 수 있어요.

이렇게 제가 강의하는 일이 돈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의사 일을 하는 이유가 사람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치료해주는 게 주목적이고, 나는 밥만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을 딱 바꾸면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옆에서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신경 안 쓰면 돼요. 저한테도 ‘사람이 죽었는데 스님이 49재 법문을 좀 해 달라’, 안 그러면 ‘와서 염불을 좀 해 달라’ 이런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이런 건 돈을 많이 줍니다. 종교의식을 집행해주면 몇 천 불씩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건 안 해요. 그래서 옆에서 늘 이야기들을 하죠.

‘그 돈 벌어서 좋은 일에 쓰면 되지, 왜 그걸 안 하려고 하느냐?’

그렇게 되면 돈 되는 것만 내내 벌러 다녀야 하니까 이런 강의를 할 시간이 없잖아요. 여기 와서 무료 강의하는 게 낫겠어요? 어디 가서 잠깐 염불해주고 3천불 받는 게 낫겠어요? 돈을 중요시한다면 거기 가야 하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이런 모임을 갖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그런 건 수입이 된다 해도 아예 안 해야 해요. 제가 돈 별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니까요.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관점을 확실히 해야 해요. 의사는 치료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게 생명존중사상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살고자 하는 특징이 있어요.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죽이면 안 돼요.

그래서 금지사항이 두 가지예요. 하나가 ‘다른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즉 살인은 안 된다는 거예요. 또 자기도 죽이면 안 됩니다. 그게 자살이에요. 자살과 타살은 동일한 살인이에요. 타살은 살인행위를 한 사람이 살아있으니까 처벌할 수가 있고, 자살은 살인행위를 한 사람이 죽어없으니까 처벌할 대상이 없다는 차이밖에 없어요. 자살이나 타살이나 다 살인행위를 한 거예요.

여러분들은 타살은 나쁘다고 하고 자살은 불쌍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안 돼요. 그것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해치는 행위기 때문에 사회적, 법적 관점과 관계없이 진리의 측면에서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입니다. 그래서 자살을 못하게 교육을 해야 해요.

그런데 살인할 때도 심리가 흥분해서 살인을 하고, 자살할 때도 주로 흥분해서 그래요. 자기 뜻대로 안 되면 흥분해서 죽여버리거나 반대로 심리가 너무 가라앉아서 죽어버립니다. 그러니까 타살이든 자살이든 그 자체는 모두 일종의 정신적인 질환에 속합니다. 행위로 보면 나쁜 행위라고 하지만, 그 나쁜 행위가 왜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면 정신적인 흥분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다시 말해 잘못된 정신작용 때문에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어요.

최근 들어서 생겨난 병이 또 있어요. 생명을 존중한다는 게 지나쳐버린 나머지 의식이 없이 거의 죽은 사람에게 산소 호흡기를 꽂아서 계속 살려놓는 겁니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의식을 잃은 사람이 깰 때까지 일주일간 산소 호흡기를 꽂아놓는 건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사람은 살리는 것이지만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고 나이도 80살이 넘은 사람을 회복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산소 호흡기를 꽂아서 6개월이든 1년을 더 살게 한다는 건 자연의 원리에서 볼 때도 반(反)생명적이예요. 죽어야 할 생명을 억지로 살리는 것에 속합니다. 이건 생명 살리기 운동에 속하는 게 아니라 반생명 행위에 들어갑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 반생명 행위이듯이, 죽어가는 생명을 억지로 잡아놓는 것도 반생명 행위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이런 행위의 처음 의도는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고자 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이런 부작용이 생겼어요. 생명을 살리라고 해서 살리는 의무를 법률적으로 주다 보니까 누구도 산소호흡기를 중간에 못 떼게 되고, 죽는 사람도 고통스럽고 가족도 고통스럽고 병원비도 엄청나게 듭니다.

질문자가 의료계에 있다니까 이걸 한번 찾아보세요. 제가 언젠가 본 기사인데, 태어나서 죽기 1년 전까지 쓰는 총 의료비와 죽기 1년 전부터 죽을 때까지 이 사람을 억지로 살리려고 쓰는 의료비가 같다는 통계가 있다고 해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계였어요. 그만큼 죽기 1년전에 억지로 살아있게 하는데 의료비가 많이 든다는 거예요.

‘의료 장사’를 하는 사람은 이게 필요하겠죠. 수입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국가 보건의료 재정을 파탄시켜, 사람들이 골고루 의료 혜택을 받는데도 장애가 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너무 높여놓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런 제도는 바꿔야 하고 우리의 관습도 바꿔야 한다고 봐요.

그렇다고 환자를 함부로 치료하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몇몇 의사들이 ‘이 생명은 회생이 어렵겠다’ 할 때는 산소 호흡기를 제거한다든지 링거를 제거한다든지 해서, 그냥 생명이 제 명대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법제를 만들어야 해요. 의사 한 명이 이걸 결정한다면 약간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겠죠. 그러니 적어도 의사 5명 이상이 모여서 결정을 한다든지, 아니면 병원의 의료전문가 2~3명과 사회 전문가나 종교인 2~3명이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서 논의해 결정하는 거예요. ‘이 경우에는 치료가 불가능한데 어떻게 하느냐?’ 하고 가족이나 담당의가 신청을 하면 회의를 통해 검토해보고 ‘산소 호흡기를 떼세요. 치료행위를 중단하십시오’ 이렇게 해서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수술을 하든 뭘 하든 치료해봐야 도움이 안 되는데 수술을 하거나 치료행위를 계속 하는 것도 문제예요. 가만히 놔두면 3개월 살 걸 수술해서 6개월 살다 죽는다고 할 경우, 수술 관련 경비 수십만 달러를 들여서 수명을 3개월 연장하는 셈밖에 안 되잖아요. 본인이 그걸 강력하게 원한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런 치료행위도 중단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질문자 얘기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오히려 편안하게 죽을 권리를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꼭 안락사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고통을 좀 완화하면서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저는 생명의 이치에 더 맞고 의사의 직분에도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의 얘기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이런 관점이 확실하다면 질문자가 의료인들에게 ‘과잉진료는 바람직하지 않다’ 라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겠죠. 의사들 중에도 돈벌이가 아니라 정말 환자를 위한 모임이 있잖아요. 이런 모임을 확대해서 그 내용을 법제화하고, 의료교육에도 반영해서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에게도 교육을 시키고요. 이렇게 차근차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저도 불자이긴 하지만 환자나 가족들이 이런 걸 안 받아들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환자가 치매 환자거나 정신이 많이 없거나 말을 못 할 경우가 있어요. 파킨슨 병 말기거나 치매 환자처럼 의사 표현을 못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제가 어떻게 해야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마무리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본인이 의사를 밝히면 거기 따라야죠. 어떤 치료든 끝까지 받겠다고 본인이 주장을 하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 병은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지금 항암치료며 이런저런 치료를 받아서 고통을 겪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편안하게 살다 죽는 게 낫습니다.’

환자에게 이렇게 얘기하기가 사실 쉬운 일은 아니겠죠. 그러나 저 같으면 얘기를 하는 쪽입니다. 수술해서 통증에 괴로워하면서 6개월 사느니 편안하게 3개월 사는 게 낫다고 말해줍니다. 저는 뭐든지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의사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기 쉽지는 않겠죠.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도 의사가 그렇게 얘기하면 조금 섭섭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질문자가 봤을 때 ‘아, 이거는 치료해봐야 치료 효과도 없고 공연히 사람만 고생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의견은 내놓을 수 있어요.

그런데 받고 안 받고는 환자 본인에게 결정할 권리가 있어요. 자기 생명이니까 자기 결정권이 있죠. 환자가 치매라든지 다른 이유로 의식불명이라면 가족이 결정해야죠. 의사가 본인이나 가족의 결정을 초월해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예. 그런데 제가 너무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더 노력을 해서 이해를 시켜야 했는데 그냥 넘어가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니에요. 이해까지 시킬 건 없고 의견 정도만 내면 돼요. 의견을 냈는데 상대가 거부하면 ‘오케이’ 하면 됩니다. 의사들이 대부분 의견을 잘 안 내거든요. 의견을 내는 정도면 충분해요. 그걸 이해시키려 들면 내 식대로 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러니 한 번 의견을 내는 정도로만 하세요.

‘들으면 섭섭하실지 모르겠지만 전문의의 소견으로는 이건 치료하거나 수술했을 때 그저 수명을 한두 달 연장시킬 뿐 환자가 고생만 하고 치료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는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하게 가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이렇게 얘기했을 때 ‘그래도 안 돼요. 해야 해요!’ 이러면 자기 돈 내서 자기가 하겠다는데 그걸 어떡하겠어요. ‘오케이, 그렇게 하세요’ 하고 해주면 됩니다. 듣고서 본인이 ‘그래요, 그러면 다른 완화 치료를 받으면서 생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도움을 주면 되는 것이고요. 의견은 내는 게 필요하지만 상대를 굳이 이해시킬 것까지는 없습니다.”

“오케이,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이렇게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대화가 재미있었어요? 유익했어요?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행복한 것입니다. 고생 좀 한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고생을 하면 능력이 생깁니다.그러니 고생스러운 것 불편한 것은 못 살 일은 아닙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극복하고 나면 능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회피하지 마라고 합니다. 미국 와서 산다고 그동안 고생하셨는데 그덕으로 영어도 할 줄 알고 미국생활도 잘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자신들이 놓인 처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좋은 조건에 있습니다. 그러니 나날이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청중들도 2시간 넘게 대화를 한 스님께 큰 박수로 화답하였습니다.

오늘 봉사자는 31명, 참가자는 124명으로 총 155명이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은 3일간 워싱턴디씨에서 가장 큰 한인축제인 코러스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주말3일간 페스티벌에 참가하느라 오늘 참석이 좀 적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도 코러스페스티벌이 있었던 직 후 월요일에 강연을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참석자들이 예년의 절반정도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예년에 비해 적었다고 봉사자들이 아쉬워하였지만 8명과 좋은 대화시간을 가져 마음은 흡족하였습니다.

이어 북사인회를 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께 사인을 받고 사진촬영도 하였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어 강연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재밌고 즐겁고 유쾌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질문한 분께 어떤지 물어보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참석하신 한 분은 힘든 시절에 스님법문과 깨달음의 장 수련 덕분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하면서 정토회에 감사하다고 인사하였습니다.

북사인회를 마친 후 스님은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사진촬영 후 스님은 봉사자들과 악수를 하면 인사하였습니다.

이어 오늘 버지니아페어팩스 강연총괄을 한 버지니아법회 부총무 박승민님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 스님은 묘덕법사님과 나누기를 하라고 하며 봉사자들과 인사하고 숙소로 귀가하였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조금 이른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묘덕법사님은 30분뒤에 합류하여 내일일정을 공유하고 수행팀은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보았습니다.

그 동안 피곤이 누적되었는지 숙소에 도착해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스님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해외순회강연도 이제 1/4을 남기고 있습니다. 내일은 워싱턴디씨 2일째 소식과 메릴랜드 엘리컷 시티 강연소식 전하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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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7-10-16 18:22:53

고마움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님 감사합니다.

2017-10-11 17:20:30

지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삽니다

2017-10-10 19: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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