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0.26. 울산, 경주 행복한 대화 강연
“남편이 밖으로 돌아서 고민이에요.”

스님은 아침 기도가 끝나자 작업복을 갈아입고 감나무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감나무에 흰 곰팡이 병이 심하여 감이 다 떨어지고 수확할 것이 몇 안되었습니다. 스님은 ‘아무래도 내년 봄에는 약을 쳐야겠다’ 하시며 감나무 가지를 대부분 잘랐습니다. 병도 그렇고 감나무가 너무 커서 그늘을 만들어 채소밭과 화초에 지장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또 고추대와 가지대를 뽑고 밭을 다시 일구어 고소 씨를 뿌렸습니다. 늦가을에 싹을 틔우면 겨울을 넘겨 내년 봄에 일찍 먹을 수 있습니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오늘 오전 강연이 있는 울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길가의 가로수가 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가고 맑은 가을 하늘엔 새털구름이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계절, 울산에서도 모처럼 강연이 있었습니다. 행복학교 진행자와 봉사자들이 울산상공회의소 7층에서 아침부터 행복학교 티셔츠를 예쁘게 입고 밝은 표정으로 강연장에 오는 분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경쾌했습니다. 강연장 안에서는 스님의 영상을 상영하여 미리 오신 분들도 지루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장단으로 오늘 강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오늘 울산 강연은 울산 전 지역의 행복학교 진행자들이 홍보와 강연 준비를 하고 행복학교 학생들은 오늘 강연의 봉사자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각자 맡은 소임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현재 행복학교 수업을 듣는 분들도 오늘 강연 봉사를 하면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복학교 진행자와 학생들의 노력과 수고로움으로 오늘 강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총 5분의 질문자가 스님과의 문답시간을 가졌습니다.

남편이 가정에 있지 않고 밖으로 돌아서 고민이신 분, 회사를 다닌 지 5년이 되었는데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니 수면도 불규칙하고 아픈 곳도 많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었고 성격도 변화되어 회사를 들어온 것이 후회된다는 분, 신랑이 왜 아기만 키우냐고 일하라고 한다는 전업주부, 전쟁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어렵다는 분, 최근에 음식물을 삼키는데 공포가 있어서 물과 밥을 못 먹고 불안장애 불면증도 있다고 신경안정제를 복용 중이라 하시는 분 등 각자의 깊은 고민을 털어놔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첫 번째 질문, 남편이 밖으로 돌아서 고민인데 남편은 ‘아버지가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나도 안 된다, 네가 받아들여라’라고만 한다는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결혼한 지 6년 정도 됐고요, 결혼하고 다섯 달 뒤에 아이를 갖게 되어서 아이를 낳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가정에 잘 안 있고 계속 밖으로만 돌아서 지금 고민이 많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남편을 엄청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아이한테 욕심도 안 내려고 하는데, 남편은 갈수록 심해지니까 제가 힘이 들어요. 어떻게든 저 혼자 해결해 보려고 정신과 약도 먹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여행을 가더라도 저랑 아이랑 둘이서 가거든요. 경제적인 면은 괜찮은데, 그런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고, 남편한테 그런 얘기를 해도 잘 안 받아줘요.”

“남편이 밖으로 어떻게 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남편은 아기가 잘 때 들어와요. 아침에 아기가 유치원을 가면 그때 일어나고요. 제가 그걸 계속 얘기하면 남편은 자기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 아버지가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자기도 그렇게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걸 네가 받아들여라.’ 이렇게 말을 해요. 그래서 저는 계속 고민인 거예요.”

“고민이 되면 이혼하면 되잖아요.” (모두 웃음)

“이혼하면 아기에게 너무 상처가 될 것 같아서 고민이 돼요. 그리고 시댁이 부유해요. (모두 웃음) 이혼하면 제가 아기한테 그만큼은 못 해 줄 거다 싶어서 고민이 좀 되는 거예요. 어떻게 풀어야 될까요?”

“질문자의 남편이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역할을 안 한다, 이건 우리가 다 공유되지요?”

“(청중들)예.”

“그런데 이 세상이라는 건 내가 원하는 만큼 다 되지 않아요.”

“그러면 저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돼요?”

“이제 질문자가 결정을 해야 돼요.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되는 남편을 어떻게 할까? 첫째, 내가 힘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남편을 뜯어고치는 거예요. 두드려 패서 고치든지, 내가 돈이 많아서 돈을 주고 고치든지, 아니면 내가 어떤 설득력이 있어서 고치든지요. 그러려면 ‘상대를 고칠 역량이 나한테 있느냐’는 게 우선 점검이 돼야 하겠지요?”

“예.”

“그런데 지금 들어보면, 질문자가 남편을 그렇게 고치고 싶어서 설득해도 안 되고, 얘기해도 안 되고, 그래서 결국 못 고쳤잖아요.”

“예.”

“그럼 하나, 하나 점검을 잘 해 봐야 돼요. 둘째, 내 능력으로 못 고친다면 포기하는 게 있어요. 그게 이혼이지요. 아니면, 못 고쳐도 그냥 같이 사는 게 있지요. 그러니까 이제 질문자는 ‘포기하는 것’과 ‘그래도 사는 것’ 중에 선택을 해야 되는데, 지금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시댁이 부유하고, 그래서 포기는 안 하고 싶은 것 같네요? (모두 웃음) ‘남편이 좀 고치면 좋겠다’는 그 마음은 알겠는데, 지금 못 고치는 게 확인이 됐으니까, 못 고치는 걸 전제로 ‘버릴래? 그래도 살래?’ 하니까 질문자는 그래도 사는 걸 선택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차피 못 고치는 걸 계속 고치려고 하면 질문자만 괴로워진다는 거예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하면 안 괴로울 수 있을까요?”

“놔두면 되지요.”

“그게 잘 안돼서요.” (모두 웃음)

“잘 안 되면 괴로우면 되지요. (모두 웃음) 거기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겠어요? (모두 웃음) 지금 질문자 뜻대로 안 되고 있는 건 맞는데, 그렇게 질문자 뜻대로 안돼서 괴롭다면 그냥 버리면 돼요. 그런데 버리기에는 아쉬운, 좋은 점이 있다면 이 상태를 수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계속 고치려고 하면 지금처럼 계속 괴로워지지요. 질문자가 얘기했듯이 ‘아빠가 아기가 자기 전에 들어와서 같이 놀아주고, 아기가 유치원 가기 전에도 일찍 일어나서 같이 놀아주면 좋겠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남편이 지금 그렇게 안 하지만, 그래도 질문자가 이혼해서 혼자 산다면 아기는 어차피 아빠를 못 보게 되잖아요? 또 돈도 질문자가 벌어야 되잖아요. (모두 웃음) 그런데 이대로 그냥 남편과 같이 살면 그래도 아기한테는 아빠가 있게 되고, 또 생활비 걱정을 안 해도 되잖아요. 또 이혼하면 질문자가 직장을 다녀야 하니까 아기와 함께 보낼 시간이 거의 없을 텐데, 지금 상태라면 질문자라도 아기를와 함께 할 시간이 충분하니 어느 쪽이 더 유리해요?”

“그냥 사는 거요.”

“그렇죠. (모두 웃음) 질문자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유리한 걸 선택해야지, 성질내고 헤어지면 질문자한테 손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겉으로는 살되, 속으로는 이혼을 해 버리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럼 어떻게 되느냐 하면, 속으로는 이혼을 해 버리니까 남편한테 기대를 안 하게 되고, 겉으로는 이혼을 안 하니까 이익은 취할 수가 있어요. 부자라서 버리기 싫다면서요. (모두 웃음) 관점을 이렇게 딱 가지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질문자가 지금 남편에 대한 기대를 버리면 요구도 버릴 수가 있단 말이에요. 어차피 이혼하면 요구를 할 수 없을 테니까요. 남편은 질문자가 ‘이렇게 해 달라’는 요구를 했을 때는 안 좋은 사람인데, 질문자가 그 요구를 버리고 남편과 이혼했다고 생각해 보면 사실 이만한 남자가 없어요. 일단 후원자로서 괜찮잖아요?(모두 웃음) 그래도 어쨌든 아빠역할을 이름이나마 해 주잖아요. 그래도 남편이 가끔 남자역할도 좀 해줄 거잖아요. 이렇게 보면 이익이 많잖아요. (모두 웃음)”

“남자역할은 거의 안 하고 있거든요.” (모두 웃음)

“그건 질문자의 노력이 좀 필요해요. (모두 웃음) 질문자가 지금 애인을 하나 두려면 관리를 굉장히 해야 된단 말이에요. 요즘 제비 한 마리 키우려면 돈도 많이 들고, (모두 웃음) 위험하고, 정성도 굉장히 기울여야 돼요. 그런데 이건 조금만 신경 쓰면 되잖아요. 속으로 이혼해서 ‘내 남편이 아니다. 동거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좀 꼬이면 되잖아요. (모두 웃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가 괴로워하면 아이한테 굉장히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빠에 대해서 불평을 해도 엄마가 ‘너희 아빠가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안 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빠가 있으니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여행도 다니지 않느냐. 아빠도 같이 하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아빠가 있어서 우리 둘이라도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아빠에 대해서 섭섭해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해야 아이가 아무 문제없이 자란다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아빠를 문제 삼으면 아이에게는 아빠에 대한 굉장히 나쁜 이미지가 잠재의식 속에서 계속 생기는 거예요. 그럼 나중에 아이의 성장에 왜곡이 생깁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야 된다고요? 남편을 ‘남’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좋은 후원자예요. (모두 웃음) 겉으로까지 이혼하면 지금 손실이 많아요. 또, 질문자는 젊은 여성인데 남편이 남자역할을 전혀 못해서 이 문제가 심각하다면 그건 이혼사유가 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청중들) 예.”

“그런데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 안 되는 게 문제라면 질문자가 그걸 쟁취를 해야지요. 다른 남자를 구하면 그건 좀 위험하잖아요. 그러니까 있는 남자를 조금 잘 구슬려 보세요. 질문자가 노력을 해야지 (모두 웃음) 알았지요?”

“예, 고맙습니다.” (모두 박수)

5명과의 문답이 끝나고 답변을 못 해준 나머지 질문자 한 분, 한 분 성함을 불러주며 ‘미안합니다.’ 라고 하시는 스님의 배려 말씀에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스님은 울산 상공회의소에서의 강연을 마치고 다시 두북에 들러서 아침에 끝내지 못한 정원 정리를 마무리했습니다. 넘어진 국화꽃을 바로 세우고 상처마늘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간단히 이른 저녁을 먹고 경주 안강으로 향했습니다.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 경주 안강읍사무소에 도착하니 읍사무소 앞이 한산합니다. 하지만 3층 대회의실로 올라가자 대경 행복학교 봉사자들의 일사불란한 준비 모습에 힘이 났습니다. 6시가 넘어서니 사람들이 몰려들어 바닥의 빈틈까지 메워졌습니다. 봉사자들의 완벽한 팀워크로 장내는 금방 정돈되었습니다. 이미자 씨의 사회로 시작하여 후원해주신 안강읍장님의 인사가 끝나자 읍민들의 환영 속에 스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사회 구조족인 불평등과 불공정, 전쟁의 위협으로 오늘날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도 사람들의 표정이 벌써 불빛처럼 밝아집니다.

오늘 강연은 안강읍장님의 후원으로 대구경북 행복학교 봉사자들이 준비했습니다.

저녁 강연에서는 총 여섯 분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친정아버지 제사 문제로 남편과 문제가 있으신 분, 말세의 불교적 차원과 나 대신 다른 사람이 죽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하신 분, 다 큰 아들과 문제가 있어서 고민이신 분, 친정 식구들과 종교가 달라 고민이 있으신 분, 주변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으라고 하는데 ‘나’가 뭔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 중학생 아들의 왕따 문제로 염려하시는 분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첫 번째 질문, 친정아버지의 제사를 친정어머니가 지내시는데 남편이 제사 지내러 친정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분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친정에서 딸 둘 중 맏딸입니다. 원래 친정어머님께서 아버님 제사를 모셨는데, 3년 전에 좀 다치시는 바람에 거동을 못 하셔서 제가 맏딸로서 아버지 제사를 3년째 모시고 있습니다. 남편은 정년퇴직을 했고, 건강도 좀 안 좋아요. 그래서 제사를 모시고 오면 저희는 항상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게 됩니다.”

“왜 부부싸움을 해요? 친정제사를 왜 가져왔느냐고요?”

“제사는 친정에 가서 지내는데요.”

“아, 질문자가 제사를 가져온 것도 아니고 친정에 가서 지내는데도 남편이 그걸 문제 삼아요?”

“예.”

“어쩌다가 그런 영감을 만났어요? (모두 박장대소) 나는 친정제사를 집에 와서 지낸다고 남편이 문제제기하는 줄 알고 ‘옛날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남편은 질문자가 친정으로 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간다고 문제제기를 한다는 거죠?”

“예.”

“잘못하면 황혼이혼 하셔야 되겠어요.” (한 청중 박수 치자 모두 박장대소)

“제 마음 같아서는 엄마가 살아계실 동안엔 제가 모시고 싶거든요. 친정에 딸만 둘인데 제가 맏딸이니까요.”

“그런데 말을 그렇게 하시니까 오해를 사는 것 같은데, 왜 ‘모신다’ 그래요? ‘친정에 가서 엄마를 도와준다.’ 이러면 되지요.”

“아, 예.” (모두 웃음)

“나도 오해했잖아요. (모두 웃음) 우리 집에서 지낼 때 ‘제사를 모신다’고 말하지요. 친정집에서 어머니가 제사를 지내는데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면 ‘내가 가서 제사를 도와준다’고 해야지요. 남편한테 ‘모신다’는 말을 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모두 웃음) ‘어머니가 편찮으시니까 제가 가서 잠깐 밥하는 것 좀 도와드리고 오겠습니다’라고 하고 가서 지내면 되지요. 싸울 일도 아닌데요. (모두 웃음) 어머니가 계시니까 이건 싸울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남편한테 ‘오늘 아버님 제사인데 어머니가 편찮으시니까 제가 가서 밥하는 것만 조금 도와드리고 올게요’ 이렇게 얘기하고 가서 지내고 오면 되잖아요. 말을 그렇게 하세요. ‘내가 모신다’ 이렇게 하지 마시고요.”

“예.”

“그럼 문제없겠지요?” (모두 웃음)

“그런데 그건 모르겠습니다, 스님.”

“그럴 때 남편이 문제를 제기해도 그냥 ‘다녀올게요.’ 하고 가버리면 돼요. (모두 웃음) 그리고 갔다 오면 ‘잘 다녀왔습니다.’ 이러면 돼요. 뭐라고, 뭐라고 할 때 말대꾸를 하지 마세요. ‘너도 네 아버지 제사 지내잖아!’ 이렇게 하지 말고요. (모두 웃음) 싸운다는 거 보니까 그런 것 같네요. (모두 박장대소)”

“스님, 잘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뭐라 그러면 ‘아이고, 제가 없어서 밥 먹기가 좀 힘드셨나 봐요.’ 이렇게 얘기하시고, 가져온 제사음식 잘 차려서 갖다드리고, 술 한 잔 드리고, 뭐라 그래도 그냥 넘어가면 돼요. 그리고 제사 얘기는 하지 마시고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혼자 일하시기 힘드시니까 잠깐 가서 거들어주고 올게요’ 이렇게 하세요. 그럴 땐 약간 유머가 있어야 되는데요. (모두 웃음) 그리고 어머니 돌아가시면 어떻게 할 건데요?”

“제 생각으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절에 친정 부모님을 모두 모시고 제가 하려고 해요.”

“아들은 없어요?”

“예.”

“절에 모셔놓고 가서 지내면 되고요, 집에 모셔놓고 지내도 됩니다.”

“저희 집에요?”

“그럼요.”

“그런데 남편이 용납을 할지 모르겠어요.” (모두 웃음)

“그때쯤 되면 남편이 아마 골골할지도 몰라요. (모두 박장대소)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모두 웃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은 어머니가 지내는 걸 돕고, 어머니 돌아가시면 잠시 절에서 모셨다가 남편이 좀 맥이 없어지면 집으로 아예 가져오고, 그런데 질문자가 남편한테 싹싹하게 잘 하면 또 남편이 반대 안 할 수도 있는데, 질문자가 싹싹하지 못한 것 같네요.” (모두 웃음)

“예.” (모두 웃음)

“그래서 눈치 딱 봐서 싹싹하게 해서 가져와가지고 지내도 돼요. 아무 문제없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예.”

“그러니까 ‘남자가 지내야 된다’는 건 유교적 사고예요. 옛날에 유교적 사고가 지배적일 때는 여자는 호적에 ‘아무개 부인’이라고만 되어있었지 이름도 안 올렸어요. 여자를 한 사람으로 취급을 안 했기 때문에 그래요. 삼종지도(三從之道)라 해서 여자는 태어나자마자 평생 3번 종살이를 한다고 했어요. 어릴 때는 주인이 아버지, 결혼하면 남편, 죽으면 아들, 이게 삼종지도잖아요. 그래서 우리 어릴 때만 해도 ‘호주’라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주민등록증에 ‘호주’라고 해서 ‘주’, 거기에다가 어릴 때는 ‘아버지 부(父)’자를 쓰고, 결혼하면 ‘지아비 부(夫)’자를 쓰고, 남편이 죽고 나면 ‘아들 자(子)’자를 썼어요. 그런데 그 제도를 없앴잖아요. 지금 호주제도가 없어졌잖아요. 여러분들도 더 이상 누구의 뭐가 아니고, 자기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이 된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어머니 성을 따라도 되는 시대예요. 만약 딸이 둘이라면 한 명은 어머니 성을 따라도 돼요. 그래서 요즘 여성들 중에는 어머니, 아버지 성 2개를 붙여서 같이 쓰는 분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어머니가 이 씨고, 아버지가 박 씨고, 이름이 정숙이라면 ‘이박정숙’ 이렇게 써요. (모두 웃음) 일본이름 같지요? 일본이름이 넉 자잖아요.”

“(청중들) 예.”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이름이 넉 자인 걸 보니 일본사람인가?’ 하고 약간 헷갈렸어요. 그런데 부모 성을 나란히 썼던 거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 성을 따르는 건 우리 관습일 뿐이고, 유전형질적으로는 부모 성을 함께 쓰는 게 더 정확합니다. 아버지 걸 더 받는 게 아니고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딱 절반씩 받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부모 성을 모두 써도 되고, 어머니 성을 아예 계승해도 되는, 이렇게 시대가 바뀌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유교적 전통이 강한 사람이 보면 상놈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상놈은 원래 성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상놈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그렇게 해도 되는 시대인데,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하더라도, 아들이 없어서 딸이 부모 제사를 모신다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딸이 제사를 지낸다고 귀신이 못 찾아올까요? (모두 웃음) 그것도 못 찾아오면 귀신이 아니에요. 왜? 뭐든지 다 아는 게 뭐이기 때문에?”

“(청중들) 귀신.”

“예, 귀신은 뭐든지 다 알아요. (모두 웃음) 그래서 집에 모셔도 되는데, 만약 ‘남편이 반대한다’ 면 그건 안 모실만한 이유가 돼요. 왜냐하면 조상이 가정불화를 일으키면 안 되잖아요.”

“예.”

“가정이 화합해야 되니까, 그럴 경우에는 절에 모셔놓고 절에 가서 하면 돼요. 그런데 지금 한국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평균 7세 정도 길거든요. (모두 웃음) 그래서 제가 시골에서 노인잔치를 해 봐서 알 수 있는 건데, 남성, 여성 비율이 어떨까요? 할머니들이 한 여덟 아홉 명, 할아버지들은 한두 명, 비율이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일찍 죽어요. (모두 웃음) 그래서 남편이 돌아가시거나 힘을 못 쓰면 집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도 돼요. (모두 웃음) 그래서 그건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어요. (모두 웃음) 때만 조금 기다리면 되니까요. (모두 웃음)”

“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건강하셔서 좋은 말씀 오래, 오래 많이 해 주십시오.”

“예.”

스님은 마무리 말씀으로 권력의 시대와 재물의 시대를 지나 앞으로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는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인데 그때를 대비하여 행복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책이라 하셨습니다.

강연이 끝나고는 스님의 강연을 들으러 대도시로 다니다 가까운 데서 듣게 되어 정말 좋다는 분이 많으셨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청중들은 하나 같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로비에서 스님의 북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수고하신 대구경북 행복학교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안강읍사무소를 떠났습니다.


오늘 글을 쓴 희망리포터의 소감 나누기

울산 강연 글을 정리한 울산정토회 희망리포터 신인숙, 유은희입니다. 처음이라 글은 부족하지만, 덕분에 스님을 가까이서 뵙게 되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경주 강연 글을 정리한 경주정토회 영천법당 희망리포터 정수옥입니다. 몇 년 전 시흥시청에서 처음으로 직접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처지가 비슷한 사연에 눈물 흘리고 시원한 해답에 걱정이 걱정이 아니었음을 알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오늘 오신 분들도 강연장 입장 할 때의 무표정이 강연이 끝나고 나갈 때는 하나 같이 웃음을 드리우며 재미있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하니 대한민국 구석구석 행복해지는 소리에 제가 저절로 행복해졌습니다. 더불어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하도록 밤낮으로 노력하시는 법륜스님의 활동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신인숙, 유은희, 정수옥 (글) 이유경 (사진)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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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미

재밌게 잘 배우고갑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2017-11-01 14:08:06

정지나

"남편한테 싹싹하게 잘 하면"
상대에게 싹싹하게 한다는 것이 쉬운듯 하지만 습관 때문이 여서인지 긴장하고 경직되고...
그것은 내것을 고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꼭 내 것을 관철시키고 싶은 "욕심"
처음엔 이해하고, 수용하고, 지혜롭게 연구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17-11-01 09:30:19

보승

고맙습니다. 신인숙. 유은희. 정수옥 부처님!! 합장 올립니다._()_

2017-10-31 15: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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