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0.27 활동가 가을 나들이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

오늘은 정토회 활동가들이 법륜 스님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가는 날입니다. 문경새재의 입구에 위치한 문경새재 유스호스텔에 도착하니 청량한 가을의 아침 공기가 느껴집니다. 문경새재 관문 너머로 단풍나무들이 가을의 절정인 자태를 자랑하며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스님의 즉문즉설 시작은 10시, 아직은 행사를 준비하는 스탭들만 분주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희망입니다”라는 조끼를 입은 스탭들이, 강연을 준비하신 대구 경북지부 사무국의 활동가 5분이 오늘 우리의 희망을 열어준 분들입니다.

강연이 진행되는 대강당 앞에는 “17년 하반기 활동가 나들이” 팻말이 곧 오실 활동가님들을 기다리고 있고, 늦게 오는 타인을 배려하는 “앞자리부터 앉습니다”라는 팻말이 우리의 여법함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곧 전국의 활동가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행사의 분위기도 무르익어 갑니다. 지부마다 얼마나 오셨는지 손을 들어보면서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강연장이 거의 찼습니다. 스님이 오시기 전에 흥을 돋우자며 두 분의 활동가님을 모셔서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분은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셔서 대중의 힘찬 박수를 받으셨고, 두 번째 분은 특유의 간드러지는 창법으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상반기 나들이에서도 이 창법의 인기가 많아서 오늘도 기다리는 팬들이 꽤 많았습니다.

9시 55분이 되자 스님께서 오셨습니다. 대중은 삼귀의-반야심경-청법가-삼배를 올리며 지도법사님의 법문을 청하였습니다. 스님은 서두에서

“정토회는 복을 비는 곳이 아닙니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수행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모든 일은 전적으로 여러분과 같은 활동가들 덕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문을 열어 대중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곧이어 활동가들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알아보자며 즉문즉설을 시작하셨고, 정토회 비리라도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셔서 대중들은 웃음으로 마음을 열고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 남편의 되풀이 되는 도박으로 힘들어 어떻게 인생을 설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 무속인에게 제사를 지내다가 불교 대학 입학 후엔 안 하게 되니 악몽을 꾼다는 질문
  • 생과 사가 둘이 아니라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질문
  • 눈이 안 보일 수 있는 병에 걸리고 나니, 생활이 위축되고 있다는 질문
  • 본인에 대한 도반의 갑작스런 문제 제기에 당황스럽다는 질문
  • 포항 정토회와 경주 정토회의 통합에 대해 섭섭함을 느낀다는 질문
  • 왼손잡이인 자신이 소수자로서 살기 힘들다는 질문
  • 도반과의 소통이 참 어렵다는 질문
  • 정토회에 오래 다니고, 나이가 많은 도반과의 관계에서 소임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질문
  • 스님의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
  • 친구에게 돈을 사기 당한 아들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

그 중, 자신과 다른 생각인 사람과 어떻게 소통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불교 대학 수업을 듣고 의문이 들어 스님께 질문을 드립니다. 수업내용 중에 ‘사람마다 인식이 다르다. 그러니 같은 장소에 있지만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내용을 듣고 ‘과연 소통은 가능한 것인가?’ 이것이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네, 지금 그런 의문을 갖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푸른 안경을 끼고 흰 벽을 보면 푸르게 보이고, 붉은 안경을 끼고 흰 벽을 보면 붉게 보이는데, 안경을 둘 다 벗으면 ‘어? 푸른색 아니네? 어? 붉은 색 아니네?’ 이러면 간단히 해결이 되지요. 그런데 안경을 끼고 있는 게 업식을 가진 우리의 인생이라는 거예요.

말을 이렇게 하라는 거예요. ‘내 눈에 빨갛게 보인다. 내 눈에는 파랗게 보인다.’ 그러면 우리가 ‘오? 네 눈엔 파랗게 보이나? 내 눈엔 빨갛게 보이는데? 왠일이지?’ 이건 탐구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대의 색깔을 인정하는 거예요. ‘파랗다’가 아니라 ‘저 사람 눈에는 파랗게 보이는 걸 인정하자’는 거예요. 빨갛게 보이는 내 걸 버리라는 게 아니고요.

그래서 탐구를 하면 ‘아, 각자의 업식이 다르니까 이게 달리 인식이 되구나.’ 이렇게 소통이 되는 거죠. 소통이라는 건 같아야 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내 말을 상대가 알아들어야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상대의 얘기를 내가 알아들으면 그게 소통이에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국민의 의사를 받아들이면 소통이지, 우리가 대통령의 의중을 다 알아야, 그게 소통은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남편의 의중을 알아야, 또 남편이 내 말을 알아들어야 소통이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소통이 안 되는 거예요.

여러분과 스님의 소통은, 여러분들의 얘기를 내가 이해하면 소통이지, 내 마음을 여러분들이 다 알아줘야 소통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무슨 재주로 내 마음을 다 알겠어요? 내가 짐작해서 ‘저 사람은 저럴 거다.’ 이렇게 하지 마라는 거예요. 얘기를 들어보고 그 사람이 그렇다는 걸 받아들여야지, 직관으로 딱 보고, 딱 이심전심으로 알았다고 하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이심전심으로 안다’는 말이 자칫 잘못하면 굉장한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어요. 자기 짐작으로 해 놓고는 뭐라고 한다고요? ‘이심전심으로 알았다’고 하거든요. 이러면 안돼요. 우리는 항상 상대의 표현된 의사로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조금 솔직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표현만 믿으면 나중에 오해가 생겨요. ‘이걸 먹어라.’ 했을 때 ‘전 안 먹겠습니다.’ 하면 안 먹는 줄 알고 치우면 되는데, 먹고 싶은데 말만 ‘안 먹겠습니다’고 해서 치우고 나면 또 섭섭해 해요. 그래서 한 번 더 권해봐야 되는 거예요. 우리는 의사표현을 잘못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그래도 한 번 더 권해보고 ‘싫다.’ 그러면 ‘알았습니다.’ 이러면 좋지요.”

“감사합니다.”

스님의 답변에 대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마지막에 추가 질문자가 손을 들었지만, 시간이 늦어져서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끝마무리를 하시면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알려주셨습니다.

“현재 우리는 ‘전쟁이 일어나겠어?’라며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대한민국의 우방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이 땅에서의 전쟁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멀리 떨어진 곳의 남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느냐며 안이해진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주셨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보자고도 제안하셔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셨습니다. 이로써 즉문즉설 시간을 마무리하고, 유스호스텔 밖으로 나와 기념 촬영을 하였습니다. 방글방글 웃는 참여자들의 모습이 즐거워보였습니다.

곧이어 나들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문경 새재길로 길을 잡아서 걷기 시작했는데, 큰 관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솔길로 갔습니다. 스님은 수신기를 통하여

“이 오솔길의 단풍이 더 아름다워 이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제일 아름다운 곳은 화장실 앞이에요. 그 곳 단풍이 정말 예쁘거든요.”

라고 설명해 주셔서 대중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여 이동하며 즐겁게 웃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밥을 먹자고 공터에 앉아 점심 자리를 잡았습니다. 밤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아서 밤송이가 돗자리 밑에서 찔러댑니다. ‘아얏! 아얏!’ 소리를 내면서도 점심을 맛잇게 먹었습니다.


스님은

“계속 앉아서 밥만 먹고 돌아갈 거에요?”

하고 대중들에게 물어보셨고, 모두들 “아니요~” 하며 자리를 정리하고 모였습니다. 얼추 사람들이 모이자 문경새재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이제 문경새재로 걸어봅니다. 문경시에서 만든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문경새재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걷고 싶은 길이라고 하더라는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예쁜 길입니다. 단풍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길을 걷다보니 우측통행 팻말이 나옵니다. 스님이 “자~ 내려오는 사람을 배려해서 오른쪽으로 갑시다” 라고 말하자 대중은 일제히 왼쪽을 내주며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언제 어디서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내자는 스님의 가르침을 항상 새기겠습니다.

지름대 바위라는 곳을 지날 때는 “이 바위는 기름을 짜는 틀을 닮아 지름대 바위라고 하는데, 기름 짜는 거 알아요? 잘 모르죠?”라고 말하고, 휴게소 근처에서는 “파전먹고 쉬다 갈까요?” 라고도 말했는데, 대중들이 힘차게 “예~” 하며 웃었습니다. 이렇게 수신기로 스님의 말씀을 틈틈이 들으며 가니, 옆에 스님을 모시고 함께 가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가을 단풍의 절정을 맞아 많은 등산객들이 있었는데요, 왼쪽으로 내려오는 등산객 중에는 “어머 법륜스님이다.” “맞아. 맞아. 법륜스님이야.” 하며 신기해하고 반가워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스님을 반가워하는 등산객들을 만나서 우리도 반가웠습니다.

“진짜 올해 (단풍) 잘들었다.”라고 말하며 단풍을 구경하던 스님이 다음 일정을 위해 조령원터에서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옛날 주막에서는 이렇듯 늘상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겠지요. “이제 저는 돌아갑니다.”라고 스님이 인사를 하자, 뒤를 이어 따라오던 활동가들이 모두 합장을 하며 “스님 조심히 다녀오셔요.” 라고 인사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쉼없는 발길을 옮기시는 스님의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입니다. 그러자 스님은 빠른 걸음으로 총총 내려가셨습니다.

활동가들은 이제 단풍나무와 본격적인 포토타임을 갖고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제 2관문까지 삼삼오오 올라가며, 그 동안 도반과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일로만 사람을 대했다며 아쉬워하는 도반에게는 그만하면 잘했다며 위로를 건네고, 잘 모르던 도반과 서로를 알아가며 인연을 다졌습니다. 마지막 행선지인 공터에서는 노래도 부르고 정답게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갖고 내려오며 일정을 마쳤습니다. 활동가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리포터 소개

스님의 하루를 쓴 저는 행정처 사활팀장 김기연입니다. 소속은 서울정토회 관악법당입니다. 희망리포터를 하면서 그냥 쉽게 읽었던 글이, 여러 사람의 수고로움으로 나에게까지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기연 (글,사진) 정란희 (녹취)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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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스님. 간절한 마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겠습니다.

2017-11-04 23:12:19

박노화

스님감사합니다 우리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반도에선 절대 전쟁을 벌여선안됨니다 기도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7-11-03 21:31:28

정지나

11/월 5일 2~5시 "광화문으로 고~고" 이제 행동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함께해요!!!

2017-11-02 09: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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