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0.29. 경전반 특강수련 & 정토회 거사회 가을나들이
“모르긴 모르는데, 뭘 모르는지 잘 모릅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어오는 새벽이지만, 문경정토수련원 대강당의 열기는 가을경전반 특강 수련생들의 새벽 기도로 그 어느 때 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스님은 들어오면서 “여러분, 아침기도 다 열심히 했나봐요?” “문 열고 들어오니까 땀 냄새가 확 나네요.” 라고 하며 창문을 열고 공기를 환기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대강당이 덥다고 하면서 “보일러를 많이 땠나봐요, 비싼 기름을 왜 이렇게 많이 땠어요?” 라는 농담을 던져 대중들이 다 함께 웃었습니다.

스님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문경정토수련원 대강당에서 가을경전반 특강수련 즉문즉설
법문을 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300배 했어요?”

“네”

“300배 하고 땀은 나고, 씻지도 못하고 찝찝했죠?”

“아니요”

“찝찝했다고 그래야죠.(대중웃음) 찝찝해도 하루가 가는 거예요. 옛날에 제가 어렸을 때는 씻으라는 잔소리 때문에 귀찮았어요. 1년에 딱 두 번만 씻으면 됐지, 설날하고, 추석하고... (대중웃음) 그런데, 요즘은 매일 씻다 보니까 이제는 하루라도 안 씻으면 불편한 게 되죠. 그러니까 씻는다, 안 씻는다, 하는 게 다 습관이다. 이 얘기예요. 안 씻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씻는 것이 귀찮고, 씻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안 씻으면 찝찝합니다. 오래 혼자 사는 습관이든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게 귀찮고, 늘 같이 살던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로워집니다.

혼자 있어서 외롭다, 같이 살아서 귀찮다, 안 씻어서 찝찝하다, 씻으라 해서 귀찮다. 이런 문제가, 혼자, 둘이. 씻고, 안 씻고 문제는 아니예요.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습관의 저항을 받은 것입니다. 어떤 습이 들었느냐에 따라 그 습과 안 맞으면 심리적으로 불편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습관의 노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내가 좋다, 싫다. 기분이 좋다, 기분이 나쁘다. 하는 게 다 자기 습관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습관이고, 좀 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업식, 카르마입니다. 또 다른 말로 하면 무의식입니다.

우리는 밖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는데 자유는 밖으로부터 얻어지지 않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기의 습관으로부터의 자유로워지는 것, 좋고 싫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자기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여러분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가 못합니다, 자기업식으로부터 자유롭지가 못해요. 거기에 노예 역할을 해요. 그런데 이 자기로부터 자유로워진 자,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유인이에요. 이것을 옛날말로 ‘자기를 이기는 자야말로 진짜 영웅이다.’ 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런 경지에 이르렀습니까? 우리는 지금 감정의 노예예요. 기분파, 이런 말 들어봤죠? ‘이 사람은 기분파다’ 라는 말은 기분의 노예라는 뜻이예요. 해탈이라는 것은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자기 업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보는 것을 세계관이라고 합니다. 세계관에 기초해서 인생관이 나옵니다. 인생관에 기초해서 가치관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치관이 정립이 안 되어 있고 인생관이 정립이 안 되어 있고, 그 바탕인 세계관이 바르게 정립이 안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행자의 서원으로 제일 먼저 세계관이 나옵니다. ‘우리는 연기적 세계관을 가진다.’라고 되어 있죠.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세계관은 개별 존재의 집합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연관된 존재입니다. 이것이 연기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수행을 할 때 관점을 어떻게 가지고 할 것인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법문을 하시고, 평소 경전반 공무하면서 궁금하거나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을 총 6명의 질문자가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에서 한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금강경 공부를 하면서 ‘상을 지으면 안된다.’ 하는 스님의 말과 법사님들께서 평소 법문 하실 때 ‘관점을 갖고 수행해야 된다.’ 라는 말을 들었는데, 상충되는 말로 들려서 어떤 것이 상을 짓는 것이고, 또 어떤 것이 관점을 갖고 수행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그나마 ‘내 생각이 옳다’ 라고 했을 때에는 그대로 밀고 나가는게 있었는데, 요즘에는 ‘아, 이것도 내가 상을 짓고 있구나’, ‘아, 저것도 상을 짓고 있구나’ 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고, 일을 하면서도 제가 상을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어 일을 하면서도 자꾸 자신을 못 믿고 소심해 집니다.”

“어떤 좋은 약을 먹어도 처음에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죠. 지금 부작용이 생겼네요”

“아베 총리가 얼마 전에 전쟁에 유리한 결정을 했다고 했을 때에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정토회에서 어떤 사람이 아베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을 때, ‘아, 저 사람이 상에 집착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마다 절할 때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이 되겠다’고 하는 기도문에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또 어떤 때에는 ‘노예로 살지말고 주인으로 살아라’는 말을 듣게 되어 이것도 또한 상충되는 것으로 받아 들여 집니다.“

“그래, 그래, 아주 좋아요.”

“또 인연되는 대로 살라고도 하시고... 인연 되는대로 산다는 것도 뭔지 모르겠고, 결국 내 마음대로 하고 살면서 지내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주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스님이 교통정리를 해 주는 게 나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자기를 위해서는 조금 더 탐구하면 좋겠어요. 이건 굉장히 좋은 현상이에요. 혼란이 온다는 건 진지하게 탐구를 한다는 뜻이에요. 교통정리가 되어 버리면 자기가 탐구를 안 한단 말이에요. 좀 혼란이 지속되는 단점은 있지만, 탐구할 기회가 주어지지요. 탐구는 굉장히 좋은 것이고 화두는 절대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화두의 답을 대신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쩌면 답이 없을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탐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혼란이 좀 있지만...”

“언제까지 해 볼까요? 이번 생에는 안 될 것 같은데...” (대중 폭소)

“경전반 졸업식 할 때까지 탐구를 더 해보세요. 졸업식 날 즉문즉설 시간을 10분 마련해 줄테니까 그때 질문을 다시 해요. 약간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연구를 좀 더 해야 완전히 자기 것이 되지, 이 때 남의 도움을 받으면 안 돼요. 왜 이러지, 혼자 고민만 하지 말고, 실험을 해 보세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고 자기가 경험해 보면서 조금 더 문제의식을 깊이 가지면, 지금은 혼란이 100가지인데 계속 탐구하면 스스로 교통정리가 되고 질문 할 것이 딱 한가지가 나올 거예요. 그 때 질문하면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혼란스러워 하는 질문자에게 혼란스러움을 탐구하는 정신으로 경험해 보라고 화두를 던져 주시면서 무척 만족스러워 하시는 스님의 말씀에 대중들이 모두들 즐거워하였습니다.

이렇게 3시간 동안의 스님의 법문과 질문자의 답변이 모두 끝났습니다. 스님은 문경새재 산행을 가시기 위해 “저는 갑니다”하며 소풍가는 아이처럼 기분 좋게 자리를 떠났습니다.

가을 하늘 아래, 문경새재 유스호스텔에서 전국 정토회 거사님들의 웃음이 넘쳐납니다. ‘참 좋다, 좋아’ 이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단풍이 절정인 문경의 아침입니다. 문경은 정토회 수련원이 있어 늘 정겨운 마음의 고향인데 오랜만에 진행되는 거사 활동가 모임으로 행사장 입구부터 봉사자와 거사님들의 환한 표정이 엿보입니다.

10시부터 대강당에서 입재식이 시작되는데 이번 천일결사 백일의 약속 중 하나인 앞자리부터 앉아야 한다며 빈자리를 찾는 거사님들의 작은 실천이 돋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부별 참가자 소개로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195명의 거사님들이 참석하였는데, 거사님들만의 퍼포먼스가 부자연스러워 더 색다른 시간이었습니다.

즉문즉설에 앞서 행정처 저녁 지원국장 신숙영님의 인사말씀과 문화공연을 가졌습니다. 신숙영 국장님은 정토회 회원의 약 20%가 거사님들이며, 이번 천일결사 생방송 입재식 때와 여러 사회활동에서 전국의 거사님들의 활동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고 감사의 인사말씀을 하였습니다. 문화공연에 앞서 스님께서 참가자들의 들뜬 마음을 알아차리시고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노래를 하라고” 말씀하셔서 웃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거사님들께서는 어떤 질문을 할까요? 역시 한 가정의 남편과 아버지로서 고민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 중 아내와 딸의 사이가 안 좋아서 고민인 질문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제 딸이 중학교 2학년이고, 아내는 공무원입니다. 딸이 4살 때부터 아내는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12시에나 귀가하는 일이 지난 10년간 계속 되었습니다. 지금 딸은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아내는 자기가 목표했던 진급이 끝나서 이제 집으로 돌아왔는데, 딸과 아내는 서로 대화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딸이 엄마랑 같은 자리에 앉기를 거부하고 있거든요. 저는 중간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긴 한데, 제가 더 어떻게 해야 그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를 버려야 돼요. 바로 그런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질문자는 고민이 생긴 거예요. 질문자가 어떻게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겠어요? 그건 제가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 보다 더 어려운 일이에요. 지금 질문자의 목표가 너무 높아요. 질문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질문자와 딸, 질문자와 아내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세요.”

“저는 지난 10년간 엄마의 빈 공간을 다 채워주지는 못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해서 딸이 상처가 안 되게끔 돌봤어요. 그런데 사실 저도 지난 10년간 그런 생활을 하면서 아내에 대해 ‘왜 저렇게 진급이라는 것에 집착을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한 6개월 해 봤는데요, 아내는 돌아가신 장인어른한테 받은 상처 때문에 사회적인 출세에 집착하는 거라는 상담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그것을 받아들여서 ‘그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사회생활을 해라. 내가 좀 일찍 퇴근하고, 늦게 출근하더라도 직접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하고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아내도 자기 목표를 이루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기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이들이 더 이상 자기 곁에는 없는 거죠. 그러니까 아내는 더 우울해지는 거고요. 예를 들어 엄마가 해 준 밥은 먹으려고 하질 않아요. 아침에 아빠가 토스트 구워주거나 밥을 해 놓으면 먹는데, 엄마 손길이 닿았다는 느낌만 들어도 안 먹습니다.”

“그러면 그냥 둘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는 딸에게 엄마를 나쁘게 얘기하지도 말고, 또 엄마를 너무 두둔해서도 안돼요. 엄마를 두둔하면 도리어 질문자와 딸의 관계도 멀어져요. 질문자는 딸에게 엄마를 비난하지도 말고, 엄마를 이해시키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딸과 친하게 지내면서 가끔 그저 지나가는 말로 ‘엄마도 늘 너를 사랑한단다.’ 이렇게만 이야기해 주면 돼요. 그런 말에 아이가 발끈하더라도 ‘그래, 너로서는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아빠가 확인해 보니 엄마가 널 사랑하는 건 맞더라.’ 이런 정도로만 얘기해야지, ‘네가 엄마를 이해하라’느니 하면 아이는 질문자를 귀찮게 여기게 될 거예요. 질문자의 아내가 자기는 딸을 위해서 한다고 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렇게 됐기 때문에, 당분간 기다려 주라는 거예요. 아이의 상처가 풀어질 때까지요. 그게 지금 질문자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풀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럼 두 사람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건가요?”

“그냥 놔두는 거지요. 아내가 딸 때문에 고심하면 등 두드려주면서 ‘내가 있지 않느냐. 얘들한테 너무 집착하지 마. 얘들은 곧 20살 성인이 되면 집을 나갈 건데, 뭘 그렇게 얘들한테 집착을 하느냐? 내가 보니 얘들은 나름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괜찮아.’ 이렇게 격려해 주세요. 질문자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세요. 아내는 ‘내가 해명을 하면 해결될 거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마음의 상처라는 건 그렇게 간단히 해결이 안돼요. 특히 어릴 때 입은 상처는 죽을 때까지 해결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내가 아이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야지요. 그저 아이한테 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아이 행동을 이해해 줘야 해요. 그렇다고 아이한테 사죄할 건 아니에요. 그래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자기로 인해서 생겨난 문제이니까 아이를 기다려는 줘야 합니다. 조급하게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지 말고요. 이런 문제는 쉽게 개선이 안돼요. 아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또 깨달음의 장에 와서 엄마에 대한 한을 내어놓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면 회복이 될 거예요.

젊은 이들이 수도 없이 그러거든요. 우리 문경수련원에 와있는 젊은 이들도 보면 부모가 먹여서, 키워서, 대학까지 보냈으면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해서 부모를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데, 다들 집에 좋은 방 두고 왜 문경까지 와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매일 300배 하며 살겠어요? 그래도 그게 낫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아이들이 이런 걸 통해서 자기 상처를 극복하고, 부모 고마운 줄도 알고, 이렇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아내는 자식을 위해서 했다고 하지만 그게 자식한테 꼭 좋은 일만은 아닌 거예요. 이렇게 서로 다르다는 거예요. 그런데 어른은 이걸 서로 이해해서 조절할 수 있는데, 아이하고는 조율이 안돼요. 그러니까 거사님이 그런 원리를 이해하시고, 아내를 잘 다독여주세요. 아내도 얼마나 허전하겠어요?”

“예, 많이 힘들어합니다.”

“예, 자기 나름대로는 한다고 했지만 돌아보니까 아이들은 마음이 다 떠나버리고 없으니 얼마나 허전하겠어요? 그러니까 아내를 좀 다독거려 주시고, 위로해 주세요. 아이도 다독여 주고요. 억지로 ‘밥 먹어라.’ 그러지 말고요. 다른 일로 가족이 같이 모일 수 있는 게 뭔지 연구를 해서 엄마와 아이가 스킨십할 수는 기회를 질문자가 잘 봐서 만들어 보세요.”

“여행계획을 세워보면, 아이는 그것도 안 가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잘 만들어야 돼요. 아이가 엄마는 싫지만 꼭 하고 싶어서 같이 안 할 수 없는, 그런 게 뭐가 있는지 연구를 해 보세요. 애가 막 목매다는 것 있잖아요?”

“예.”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돼요. 예를 들어 아이돌의 공연에 아이가 막 죽기 살기로 가고 싶어한다면 엄마랑 아이 표, 딱 2장만 끊어주면 되잖아요. 아이의 욕구 때문에 안 갈 수가 없게 말이에요. 그런 걸 질문자가 연구를 좀 해야 돼요.

저도 지금 미국, 북한, 한국을 계속 연구하고 있거든요. ‘북한의 요구는 이렇고, 미국의 요구는 이렇고, 한국의 입장은 이러니까 어떻게 조율을 할까?’ 하고 매일 연구 중이에요. 그런데 제가 항상 미국한테 얘기하는 건 ‘그렇게 하면 너희 나쁘다’가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미국은 절대로 말을 안 듣습니다. '이 문제를 이렇게 풀면 장기적으로 너희한테 손해다.’ 이렇게 해야 듣습니다. 제가 지금 워싱턴 타임즈에 글을 기고했더니 실어준다고 연락이 왔는데, 여러분도 나중에 한번 읽어보세요. 미국한테 ‘이렇게 하면 너희한테 손해다. 이렇게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또 성공해도 너희한테 손해다.’ 그렇게 썼거든요. 북한한테도 ‘이렇게 하면 너희한테 손해다. 이렇게 해서 서로의 이익을 맞춰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썼고요.

그러니까 질문자도 아이한테 ‘엄마가 훌륭하다. 네가 나쁘다’ 그러면 안 되고, ‘그러면 너한테 손해다’ 라는 걸 자꾸 각성하도록 조언을 해서 아이가 싫지만 손해 안 보기 위해서 엄마를 조금 받아들이도록 해 보세요.

이런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10년에 걸친 시간 동안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이걸 해결하려고 해도 10년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은 10년간 벌여놓고 해결은 1년 만에 하려니까 안 되는 거예요.

첫째, 그런 ‘욕심’ 때문에 안 되는 거고, 둘째, 연구를 안 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겁니다. 항상 연구를 해야 돼요.

지금 제 연구대상은 트럼프와 김정은입니다.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딱 ‘핵개발 중지’를 합의하는 것인데, 트럼프는 오바마나 부시, 클린턴이 써먹었던 방법은 안 써요. 그러니까 트럼프가 ‘이 인간들이 못한 걸 내가 했다’는 마음이 들도록 포장해줘야 돼요. 제 고민은 어떻게 포장해서 트럼프가 ‘아무도 못한 걸 내가 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득할 것이냐는 거예요. 그러니까 트럼프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북한이 나한테 좀 숙였다’ 이런 느낌이 드는 안이어야 되고,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드디어 수용했다’ 이런 느낌이 드는 안이어야 되는데, 이 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되느냐는 거예요. 이걸 사람들이 연구를 해야지요. 이게 쉬우면 누가 해결을 못 하겠어요?

질문자도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우선 질문자와 딸이 서로 신뢰하고, 질문자와 아내가 서로 신뢰해야 나중에 질문자가 두 사람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가 있는 거예요. 미국이 저를 신뢰하고, 북한이 저를 신뢰해야 협상을 붙이지, 미국도 북한도 다 저를 싫어하면 저는 아무 쓸모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지금 이 두 사람 사이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건 너무 목표를 높이 설정한 거예요. 1차 목표는 질문자와 딸의 신뢰관계, 또 질문자와 아내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그리고 2차 목표는, 내 신뢰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풀면 되겠는지, 연구하는 거예요. 그것도 좀 장기적인 계획을 잡아서요. 단기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요.”

“예, 잘 알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함께 공감하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유스호스텔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점심식사 장소인 제1관문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단풍 구경을 나온 나들이객으로 산책길이 복잡하였지만, 정토회 회원답게 질서정연하게 이동하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식사를 마무리하고, 스님은 제2관문까지 나들이에 앞서 간략하게 문경새재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새재’라는 의미는 고갯길이 너무 험하고 높아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고도 하고, 억새를 경상도에서는 새라고 하는데 억새풀이 많아서 새재라고도 하고, 새로 낸 고갯길이라서 새재라고도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거사님들의 노고를 격려해 주기 위하여 스님께서 참가자 모두와 악수를 해 주신 후 제2관문 조곡관으로 거사들의 나들이가 본격적으로 출발을 합니다. 스님께서 다 함께 노래한 곡 부르자며, 선창을 하였습니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아름다운 단풍 길을 도반들과 함께하니 발걸음이 가볍고 소풍 나온 중학생마냥 신이 난 거사님들의 표정이 느껴집니다.

공용으로 출장 가는 관리들의 숙소 자리인 조령원터를 둘러보고, 스님은 단체사진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소그룹별로 사진촬영을 하자고 제안을 하셔서 거사님들께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사진촬영 후 스님은 중요한 모임이 저녁에 있는데 오늘 교통체증이 예상되어 먼저 출발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한 후 바쁘게 먼저 내려가시고, 거사님들은 제2관문까지 나들이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불편한 마음은 나의 문제이지, 상대가 원인이 아니라는 수행적 관점과 항상 연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크게 다가왔다는 거사님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또 스님을 알아보시고 많은 분들께서 인사를 하실 때마다 “안녕하세요?” 라고 화답을 해 주시는 스님의 모습, 참가한 거사님들을 두루 살펴주시는 마음에 너무 감사하고 감동이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활동가 나들이 후 서울로 이동하여 사무실로 출근을 하였습니다. 기자회견과 집회관련해서 스님의 의견이 필요한 실무자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의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후에는 늦은 저녁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였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을 했습니다.

배문희, 이일중(글), 이일중(사진) 정란희, 손명희 (녹취)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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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좋다, 싫다 다 자기 습관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모든것들에 결과를 결정짓는 내 습관들 오늘도 좀 자세히 살피고 살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1-06 09:41:26

^^^^

워싱턴 타임즈에 기고하신 스님 글,읽어보고 싶네요^^질문하나에도 북한 미국 함께 대비해 생각하시니..스님 머리가,마음이 얼마나 복잡하실지 짐작이 가네요 ㅠ 역으로,이래서 통일운동 한번 해볼만한 일일까요?ㅠ

2017-11-05 05:09:18

무량덕

워싱턴 타임지 기고하셨다니 스님의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자세를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1-02 14: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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