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26. 전국 대의원대회(2) & 한반도 평화축제 인터뷰
“여러분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일에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전국대의원 회의 둘째 날입니다. 스님은 대만에서 열린 INEB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어젯밤에 문경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대의원 총 149명은 어제부터 쉴 틈 없이 꼼꼼하게 내년 사업계획과 사업예산을 살펴보고, 활발하게 질의응답과 제안을 이어갔습니다.

오전에는 평화캠페인에 관한 특별보고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침 이 시간에 들어오셔서 참관하셨습니다. 어제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서울 탑골공원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평화캠페인이 열렸다고 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베를린, 몬트리올, 파리, 워싱턴 등 해외에서도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여세를 몰아 12월 23일, “2017 한반도 평화축제 만인의 바람, 평화를 합창하다”라는 주제로 대규모 평화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12월 23일(토)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평화선언’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국제분쟁 종식을 목표로 새로운 평화의 축제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스님의 평화메시지와 공연, 평화퍼포먼스 등이 열릴 예정입니다. 평화재단과 통일의병 주최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세계평화시민촛불집회’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대의원들은 평화캠페인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님도 대의원들의 질문을 귀 기울여 들으셨습니다. 회향법문에서 스님은 대의원들이 보다 깨어 예산을 편성하고, 재정이 꼭 필요한 곳에 잘 쓰였는지 꼼꼼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당부 말씀을 주셨습니다.

“국가 예산을 편성할 때 국회의원들은 그 돈 한 푼, 한 푼이 다 국민이 피 땀 흘려 노력한 세금으로 이뤄져있다는 것을 알고 국가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또 행정부는 집행할 때 이것이 다 국민이 피 땀 흘려 일한 세금이라는 것을 알고 절약해서 써야 합니다. 또 감사원 등 감사기능을 가진 기관들은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잘 쓰였나 면밀하게 감사해야 합니다.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국정원이 비밀로 쓸 수 있는 돈으로 권력자들에게 상납을 하고, 세금으로 특정한 정치세력을 지지하는데 유용하고, 또 각 정부 기구에서도 세금을 허투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조세저항을 하게 되죠. 세금을 내기 싫어하게 됩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은 세금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조세저항이 별로 없는 이유는 세금이 투명하게 그리고 국민의 복리를 위해 쓰이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내도 아깝지가 않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때로는 자기 버는 수입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오늘 여러분들이 편성한 우리 정토회 예산도 정토회 대중들이 정말 어렵고 어렵게 번 돈을 아껴 쓰고, 좋은 일을 하는데 쓰라고 낸 보시금입니다. 그렇기에 이 보시금을 쓸 때는 매우 절약해서 써야 합니다. 돈을 무조건 안 써야 하는 게 아니라, 돈은 필요한 데 써야 하는데, 매우 절약해서 써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단체 규모가 크고 수치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정말 소중하게 모은 돈이라는 생각이 자꾸 없어집니다. 큰돈을 만지다보면 억 단위도 가볍게 보입니다. 우리는 수행자고, 원래는 수행집단은 돈을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밥을 주면 밥을 먹고 옷을 주면 옷을 입고, 자기 수행하고 전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돈을 만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돼있기 때문에 돈을 만지기는 하지만 돈에 물들어서는 안 됩니다. 돈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은 필요한 데만 써야 하고, 그것도 아껴서 써야 하고, 매우 투명하게 써야하기 때문에, 쓴 것에 대한 기록이나 영수증을 잘 남겨서 보고해줘서 돈을 낸 회원들이 조금의 의심도 없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은 ‘돈 낸 게 아깝지 않고 정말 잘 쓰였구나.’ 하고 느낄 때 보시를 하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전화기를 쓸 때 전화요금을 줄이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하고, 여러분들이 물건을 살 때 좀 더 값싸고 좋은 물품을 구하려고 하고, 어디 갈 때 차를 임대하거나 구입할 때 좀 더 싸고 안전한 걸 구입하듯이, 오히려 자기 돈 쓸 때보다 더 알뜰히 할 때 대중이 신뢰할만한 승가 공동체가 됩니다. 내 개인 돈이라면 좀 더 연구하고 절약할 텐데, 그냥 영수증만 갖다 주면 된다고 생각하면, 돈이 낭비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대의원 여러분들께서는 그런 것을 꼭 명심하셔서 대중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재정을 확보하고, 지원을 해주되 돈을 쓰는 사람들은 그런 수행집단의 원칙에 맞게 돈을 써야 하고, 여러분들이 감독할 때도 누구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그런 정토회 수행원칙에 맞나 이런 것을 잘 살펴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의원뿐만 아니라 공금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의하면 좋을 말씀이었습니다. 평화운동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그래서 정토행자들이 평화운동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도전인지에 대해서도 말씀을 이었습니다.

“정토회가 천일결사를 시작하고 25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5년만 있으면 만일결사 회향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당면한 평화문제는 우리나라에도 큰 도전이지만 우리 정토회에도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우리 정토회가 극복해야할 첫 번째 과제는 ‘종교의 기복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였습니다. 종교는 다 복을 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복을 빌지 않고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느냐하는 문제였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고 여기에서 한 발 나아간 게 불교 교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교리를 공부하는 것을 넘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수행을 체험하는 것으로 옮겨갑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면 비로소 사회 실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사회 실천 활동도 첫 단계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 자선사업은 종교가 제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칭찬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할 수 있는 게 환경운동이나 문화운동입니다. 사회의 저항에 좀 부딪힐 소지가 있지만 그래도 사회 실천을 하면서 크게 마찰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평화운동으로 가게 되면, 평화운동 자체는 종교의 속성과 밀접하게 관련돼있고, 비정치적이지만, 문제는 평화를 깨뜨리는 갈등과 분쟁, 전쟁은 굉장히 정치적인 요소입니다. 평화 자체는 비정치적인데, 평화를 깨뜨리는 분쟁은 지극히 정치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종교는 평화를 외치기는 하는데 평화운동에는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정치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인데, 이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운동을 할 때는 세속의 갈등에 휩쓸릴까 두려워한다면 세상의 갈등을 외면하는 거고, 뛰어들게 되면 세속에 휘말릴 위험이 굉장히 높습니다. 갈등에 통째로 휘말려버립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굉장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수행의 기반이 아주 탄탄하게 다져져야 평화운동을 하면서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휩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행자니까 순수한 마음으로 신심을 갖고 사심 없이 일을 해나가면 마치 부처님이, 하나님이 우리의 길을 인도한 것처럼 그렇게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마음을 가볍게 하고, 몸은 좀 피곤하더라도 이 일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회향법문을 듣고,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스님 말씀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해보자는 분위기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대의원들의 얼굴이 아주 밝고 편안해보였습니다.

스님은 대의원 회의를 마치고 명상원으로 이동하여 ‘한반도 평화축제’ 홍보영상을 위한 인터뷰 촬영을 하였습니다. 12월 2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축제’는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염원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활동가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국민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주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촬영은 다큐멘터리 촬영 전문가인 김재송씨가 재능기부를 하여 진행되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새롭(글), 이일중, 박세환(사진) 박효정(편집)

전체댓글 14

0/200

정지나

"불교교리-수행체험-사회적 실천"
가볍고, 가볍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11-30 09:32:16

고경희

수행자니까~좋습니다^^ 재능기부 해주시는분들 감사드립니다~♡

2017-11-30 00:06:15

일 상

이제 3년씩 7차, 8차년 두 번의 임기가 지나갔고 9차년도 3번째 임기의 대의원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정토회만의 대중주체 풀뿌리 민주주의가 무르익어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사회적 실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2017-11-28 23: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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