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28 서초문화예술회관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허리가 아픈데도 식당을 나가는 엄마와 주식을 하려는 아빠, 어떡하죠?”

오늘은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가 열렸습니다.

서울제주지부 행복학교 봉사자 47명이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7시 강연을 위해 봉사자들은 3시부터 온 분도 있고 4시에 온 분도 있습니다. 서초문화예술회관의 로비 공간을 잘 활용하여 봉사자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6시가 되니 한 분씩 강연장에 청중들이 들어옵니다. 점점 추워지는 요즘인데 오후에는 두꺼운 외투가 살짝 부담되게 느껴지는 온도라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좋았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흐린 날이지만, 지하철 입구에서 강연장 입구를 들어서면 봉사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강연장을 찾는 사람들을 반겼습니다. 685석 중 684석이 찼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행복학교를 졸업한 소프라노 박수정 님이 “Over the rainbow”와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들려주었습니다. 노랫말처럼 청중뿐만 아니라 강연 준비를 함께 하는 모든 분이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들어서자 관객들은 힘차게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은 “제가 서초구에 산다는 거 알아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주셨습니다. 특히 서초구청장님이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했는데 저녁 6시에 약속이 있었으나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한 시간을 미루었으며 스님에게 구청직원들을 위해서도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서초구는 잘 사는 분들도 많지만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스님이 그분들을 위해 큰 금액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드디어, 스님의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불빛이 비치면 어둠이 사라지고, 아침 햇살이 비치면 이슬이 사라지듯, 우리의 번뇌가 사라지는 것이 즉문즉설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총 13분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살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은데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더 가질 수 있을까요?”
“저녁에 혼자 있는 시간에 폭식을 심하게 하고 다음 날이면 후회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변에서 힘든 사람들을 많이 보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온라인 세상을 보면 제가 사는 세상과 너무 달라서 세상의 간격을 좁히고 싶습니다. 힘든 사람을 보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요?”
“재혼해서 아이를 낳고 다시 헤어졌는데 남편과 자신에 대한 원망이 많은데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부모님께서 식당을 운영합니다. 최근에 허리 수술을 한 어머니와 마찰이 있던 아버지가 가게를 접고 주식을 하려고 하는데,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게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질문드립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날 어떤 손님이 큰 신을 모시고 있어 말문을 터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들과도 마찰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 사람들이 헐뜯고 싸우고 나만이 옳다고 합니다. 종교 간 분쟁도 있는데, 어떻게 종교 간에 화합할 수 있는지요”
“결혼한 지 22년 차 된 주부인데, 남편의 여자 문제를 알게 된 후로 남편과의 관계가 어렵습니다. 이혼이든 뭐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남편과 계속 살아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상담사로서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상담이 줄면서 수익도 줄고 자신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장차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남자 고등학생이 다음과 같이 질문했습니다.
“공부할 때 어떻게 하면 간절함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수술 후 재활병원을 가고 싶다고 하는데 올해는 빚을 내어서 보내드리기로 했으나 내년 겨울에도 가기를 원하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2번 안되고 내년에 또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일을 하면서 할지 공부에만 전염해야 할지 고민이신 분, 남편의 과거 문제가 떠오르면 화가 난다는 분 이렇게 질문을 주었습니다.

그중에서 5번째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식당을 8년째 운영 중입니다. 영세한 사업장이라 아침 8시에서 밤 12시까지 일을 하세요. 아버지께서는 원래 다른 사업을 하셨는데 식당을 해오시던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신지가 8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식당 일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어머니와 갈등이 좀 있었어요. 어머니가 상대적으로 일을 많이 하시던 편이었는데, 그러던 중 올해 어머니께서 두 번째 허리 수술을 받으셨어요. 그 수술이 잘못되어서 다리에 마비가 와가지고 정상적인 거동이 힘들어지셨어요. 어머니는 허리수술 후에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도 생계 때문에 식당에 나가서 일하고 계신데, 저는 어머니께서 지금 당장은 식당 일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지만 어머니는 가게를 그만두면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시면서 아버지와 함께 식당 일을 계속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최근에 평소 어머니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아버지께서는 이참에 식당을 접고, 오랫동안 당신이 올인하고자 했던 주식을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지금 어머니의 허리수술 결과 때문에 병원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준비 중인데, 몸도 성치 않아서 더 힘드신 어머니를 비난하면서 가게를 접고 불안정한 주식을 하겠다는 아버지를 저는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제가 5월부터 고민했는데도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아서 오늘 스님의 지혜를 빌리고자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가게는 어찌하는 것이 좋을까요? 또 부모님께는 어떤 힘이 되어드리면 좋을까요? 또 아버지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질문자는 결혼하셨어요?”

“아니요.”

“그럼 부모님과 같이 살아요?”

“예.”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도 제 부모 말을 잘 들어요, 안 들어요?”

“잘 안 들어요.”

“그런데 다 큰 부모가 자식 말을 들을까요, 안 들을까요?”(모두 웃음)

“안 들어요.”

“예. ‘부모가 내 말을 들을 거다’라고 생각하면 질문자만 괴로워지는 거예요. 질문자는 부모가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부모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이만큼 키웠잖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그렇게 못 했잖아요.”

“예.”

“그럼 부모가 질문자보다 똑똑해요, 덜 똑똑해요?”

“똑똑하세요.”

“또 부모는 허리가 아프든 어쨌든 그래도 가게를 꾸려서 지금 가정생활을 유지해 나가고 있잖아요.”

“예.”

“질문자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요, 못하고 있어요?”

“못하고 있어요.”

“예. 모든 면에서 부모님은 질문자보다 똑똑한데, 질문자가 그 똑똑한 사람들을 위해서 왜 걱정을 해요? 자기 걱정이나 하세요. 그런 게 ‘낭비’예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까요. 부모가 볼 때 ‘나는 이렇게 살았지만 우리 아이는 정말 나보다 더 잘 사는구나’라는 신뢰가 있으면 질문자가 얘기했을 때 부모가 질문자의 말을 들을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부모보다 잘한 게 하나도 없는데 부모가 왜 질문자의 말을 듣겠어요? 부모가 식당을 하든 말든, 주식을 하든 말든, 그건 그분들끼리 알아서 할 일이에요.

지금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안 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이 세상이 다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지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이렇게 괴로워하는 거에요. 질문자는 지금 아버지를 위해서도 아니고, 어머니를 위해서도 아니고, 자기 원하는 대로 하려는 거예요. ‘엄마는 이렇게 하세요. 아빠는 이렇게 하세요.’ 했을 때 부모가 그 말을 안 듣기 때문에 지금 저한테 질문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지금 질문자한테 ‘아버지한테 주식하지 마시라고 얘기해라’고 하면 질문자가 아버지한테 가서 그 말을 전했을 때 아버지가 그 말을 듣겠어요, 안 듣겠어요?”

“안 들으실 것 같아요.”

“그럼 ‘지금 가서 어머니 허리 아프시니까 식당 그만두시라고 얘기해라’고 하면 질문자가 어머니한테 가서 그 말을 전했을 때 어머니가 그 말을 듣겠어요?”

“아니요.”

“그런데 저한테 그런 질문을 왜 하는 거예요?”

“...”

“그러니까 질문자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스스로 알아야 됩니다. 여기에서 진실은 ‘부모님은 나보다 똑똑한 분들이시다’라는 거예요. 부모님이 싸우든 어쩌든, 그분들은 당신들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주장할 자격이 있다는 거예요. 다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질문자가 볼 때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주식하면 되겠다’는 자신이 있는 거고, 어머니는 몸이 아픈데도 ‘그래도 다른 일 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는 경험적 근거가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아무 근거가 없잖아요.

‘주식을 하지 마라.’
‘그럼 뭐 먹고 살래?’
‘식당을 하지 마라.’
‘뭐 먹고 살래?’

이럴 때 질문자는 해답을 못 내놓잖아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그 문제에 관여할 능력도 없고 자격도 없는 거예요. 우선 질문자는 독립부터 하세요. 알았어요?”

“예.”

“부모님 집에 같이 살고 있으면 질문자는 부모님께 방값 정도는 내야 돼요. 밥값도 내야 돼요. 방값을 못 내면 어머니 식당에 가서 시간당 7,500씩 쳐서 자기 방값만큼 일을 거들어 드리세요. 부모라서 도와드리라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부모에게 빚져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정말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싶다면 자기 몸 하나라도 스스로 건사해서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되어드리라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그것도 안 하면서 걱정만 하고 있는 거예요.”

“퇴근 후에 식당에 가서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예, 잘하는 거예요. 방값도 내고 있어요?”

“예, 무료로 일하고 있어요.”

“방값은 얼마나 내는데요?”

“용돈 조금씩 드리고 있어요.”

“용돈은 도네이션이고, 월세를 내야지요. 방값으로 30만 원이면 30만 원, 50만 원이면 50만 원을 내세요. 그런 관점을 딱 가지시고, 그리고 부모님께서 어떤 결정을 하든지 그것은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예, 알겠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분들에게 오늘 스님의 말씀 중에 가장 마음에 남는 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답해 주었습니다.

“부정적 사고에서 긍정적 사고로의 전환”
“행복할 권리가 있다. 불행을 합리화하지 말라”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라”

특히 한 분이 어떤 질문자의 이야기에 대해서 ‘저는 무시해 버리거나, 혹은 저 사람은 말을 왜 저렇게 하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스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잘 대응해 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스님의 강연이 끝난 후 복잡한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학교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무리 말씀에서, 물질적인 것이 아무리 많고, 지위가 높아도 그런 것들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릴 때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제는 행복이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때가 되지 않았느냐 하며, 우리는 행복해지는 다른 길을 모색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의 의문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우리지만 “일어난 일은 모두 좋은 일이다”라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습니다. 모든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우리 모두가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글_박성희
사진_김광섭
녹취_정란희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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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정도

박성희 님 등 살아계신 아난 존자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법륜,
법ㆍ진리의 수레바퀴가 잘 돌아갈 수 있게끔 바퀴살이 돼주셨습니다.

2017-12-06 06:25:29

조수진

스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지혜롭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7-12-03 23:40:12

정지나

“일어난 일은 모두 좋은 일이다”
그 순간에 참 어렵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조금씩 그 의미를 알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2-02 15: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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