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1.29 즉문즉설 대구 달성여성문화복지센터
“아들 때문에 죽겠어요”

눈이 올 것 같은 포근한 날입니다. 오늘은 대구 달성 여성문화 복지센터에서 강연이 열렸습니다. 달성군의 인구수가 전국 군단위에서 1위입니다. 강연장 좌석이 310좌석밖에 되지 않아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총 545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동통로까지 꽉 찬 강연장의 열기가 시작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봉사자들 또한 한 명이라도 더 들으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안내했습니다. 이번 강연은 달서 행복학교 봉사자들 총 49명이 준비했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남편이 산악회에 다니며 바람을 피우는데 이혼을 안 해줘서 괴롭다는 분, 실직 상태인 아들이 술을 자주 마시고 와서 보는 것이 힘들다는 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머니가 걱정이라는 분, 1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는데 삶과 건강 중에 인생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 있을지 묻는 분, 어릴 적 부모님의 싸움으로 정서가 긴장되고 불안해서 고민인 분, 딸만 챙기는 시어머니에게 불만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힘들다는 분, 연애하고 싶은 욕망을 제어할 방법이 있는지 묻는 분, 극한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지 묻는 분, 혹시 한반도에 전쟁이 날까 걱정이 된다는 분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중에서 오늘은 아들 때문에 고민이라는 2번째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아들의 독립을 외치다가 요즘 죽을 지경에 처해서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청중 웃음)

“뭐가 그렇게 고민이에요?”

“아들이 올해 서른 살인데, 지난 9월까지 직장에 다니다가 지금은 실직 상태예요. 직장에 나갈듯 말듯 하면서도 안 나가고 계속 집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술을 마시면 아이가 많이 변해요.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술을 자주 마십니다. 그러다보니 아들이 술을 마시는 날에는 제가 많이 긴장됩니다. 아들을 내쫓아야 되는지, 따뜻하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갈등을 많이 하게 되고, 제 수준이 아직 모자라서 그런지 제가 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아들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어요. 남편과의 갈등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지만 큰 아들은 여전히 제게 아픈 손가락입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아들을 봐야 할지요?”

“아들이 스무살을 넘으면 이제 내 아들이라는 생각을 너무 하시면 안 됩니다. 이제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우해주어야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아이를 돌본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꾸 아이 대하는 자세가 나와요. 습관적으로 불쑥 나오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차츰 아이를 한 명의 남자, 성인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셔야 해요.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우해준다는 것은 우선 존중해주는 자세를 말합니다. 그러니 자꾸 간섭하거나 잔소리하면 안 됩니다. 직장을 가든지 집에 있든지는 더이상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이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웃집 아저씨가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간다고 잔소리 하나요? 안하잖아요. 비록 마음속으로는 안타깝게 느껴도 관여할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들의 일에 있어서도 마음이 쓰이지만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야 합니다.

남편과의 갈등은 많이 해결되었다고 하는데, 남편과의 문제가 어떤 과정으로 해결되었는지 살펴보세요. 남편은 어떻게든 같이 살아야 하는 인간관계이고, 아들과는 결국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인간관계입니다. 그러니 이 둘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달리 말하면, 남편과의 문제는 이혼을 하지 않는 한 죽으나 사나 풀어야 할 문제이고, 아들과의 문제는 풀어도 되고 안 풀어도 되는 문제입니다. 같이 안 살면 돼요. 그리고 아들은 이미 나로부터 독립한 존재이기 때문에 ‘살든 죽든 그건 그의 일이다’하고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렇게 질문자의 입장이 분명해야 문제를 해결하기 쉬워집니다. 그러고 나면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직장에 나가든 안 나가든 그건 네 일이지만 네가 내 집에 사는 동안에는 네가 그렇게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가라.’ 이렇게 지금부터 아들과의 애착관계를 끊어서 내보내는 방법이 있어요.

두 번째는 ‘아들도 서른 살에 직장이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오죽 답답하면 술을 마실까’하고 아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거예요. 불쌍하게 여기라는 게 아니라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겁니다. 이렇게 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 아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매일 절을 하면서 ‘저 분이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면 저렇게 술을 먹겠습니까. 술이라도 먹고 마음을 푸니, 술은 보약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면서 100일 정도 기도를 해보세요. 아들이 직장에 나가든 안 나가든, 집에 오든 안 오든, 술을 먹든 안 먹든 일절 간섭하지 말고 질문자는 오로지 이렇게 기도만 하는 거예요. 기도를 통해서 그런 아들이 집에 있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면 그것도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즉, 내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면 아들이 술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내가 아무렇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과 대화를 해야 조금씩 나아질 수 있어요. ‘너 왜 직장 안 나가냐, 왜 그렇게 술은 많이 마시냐?’ 이렇게 말고, 그냥 대화를 나누면서 아들의 마음을 받아주라는 말이에요. 그러다보면 아들도 조금씩 자기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되고, 나름의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우선 내 마음을 편히 한 다음 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내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들을 내보내는 게 나을지, 우선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해 본 다음 추이를 봐서 그 다음 단계로 아들을 내보내는 게 나을지는 질문자가 선택을 하시면 돼요.”

“아들 태교를 할 때도 그렇고, 양육과정도 그렇고 아이를 조금 과격하게 키웠어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맨정신일 때는 여전히 엄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 별 말을 안 하는데, 술을 마시고 나면 자기 속에 잠재된 것들이 엄마를 향해 많이 표출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도 웃으면서 ‘엄마, 예전에 왜 그렇게 심하게 했어?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 마음도 많이 아픕니다. 제 성질이 더러워서 아이도 험하게 다루었다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들도 자기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니까 많이 힘들어 해요. 물론 지금은 후회를 해도 아무 소용은 없겠지만, 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아이가 어릴 때 제가 너무 심하게 해서…”

“술을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심리가 억압되어 있다는 말이에요. 어릴 때 말을 하려고 할 때 선생님이나 부모가 야단을 심하게 쳐서 못하게 할 때 심리가 억압된 것이 아직 남아 있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의 심리가 억압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이라도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줄 수 있어요. ‘우리 아이 잘 되게 해주세요’ 하는 게 기도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를 이해한다면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아이고, 엄마가 어리석어서 그랬는데, 네가 상처를 많이 입었구나. 미안하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자도 잘못했거나 큰 죄를 지은 건 아니에요. 질문자도 아이를 해치려고 한 게 아니라 본인도 어리석은 상태에서 살기 바쁘다보니 아이한테 성질을 내었는데, 다만 그게 아이한테는 상처가 된 거예요. 그러니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면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고 대화를 나누는 것과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을 섞으면 안 됩니다. 내가 어떻게 키웠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은 스무살이 넘은 청년이니까 이제 내 아들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대우해주어야 하는 입장부터 분명해야 합니다. 그는 한사람의 독립된 사람이니 내가 일절 간섭을 하면 안 돼요. 우선 이런 분명한 입장에 전제된 다음, 과거를 돌이켜보니 아이의 억압된 심리에 내가 영향을 준 부분이 있으니까 그건 내가 받아주어야 하는 거예요. 내가 과거에 잘못을 했다하더라도 밥을 더 잘해주어야겠다거나 용돈을 주어야겠다거나 혹은 잔소리를 하는 등 그 아이를 독립된 성인으로 대우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 어떤 단계의 해결책을 선택하더라도 우선 독립된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출발을 해야 해요. 한 사람으로서 아들이 어떤 인생을 살든 그저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입장에 서야 합니다. 그러니 간섭하거나 잔소리는하면 안 돼요. 그러면서 그 사람의 심리 형성에 내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풀어주는데는 기여를 해야 되겠다 싶으면 아이에게 잔소리는 일절 하지 않고 그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마음을 받아줄 때 문제가 해결이 되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독립관 관계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거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가 이야기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또 잔소리를 하게 돼요.”

“아들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주로 입을 다물고 아무 말을 안 하려고 해요.”

“입을 다물기만 하면 안 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해요.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고, 네가 그랬구나, 그때 네가 가슴이 많이 아팠구나, 그때 네가 상처를 많이 입었구나’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주는 거예요. 가만히 있는다고 들어주는 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받아주는거에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거야 기분이 나쁠 때도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잖아요? (청중 웃음) 그러니 아이가 이야기 할 때는 그 마음을 받아주어야 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청중 박수)

강연이 모두 끝난 후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여쭤봤습니다.

“선택하기에 앞서 감정을 따르지 말고 이득과 손실을 잘 따져보고 결정하라.”가 기억에 남았다고 차분하게 대답한 분이 있었습니다. “균형이 꼭 50대 50이 아니다. 90대 10일 수도 있다.”라고 밝게 대답한 분이 있었고,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라고 씩씩한 목소리로 답한 분이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에서 글을 쓴 희망리포터 노미옥입니다. 현장에서 기록하며 스님 법문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줄 소감 인터뷰를 할 때도 설레고 좋았습니다. 사진 찍어주시느라 고생하신 봉사자분께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늘 강연에서 사진을 찍은 문성해입니다. 오랜만에 강연장에 와서 법문 듣고 도반님과 얘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진 포인트를 잡으려고 기다리며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같이 웃을 수 있어 좋았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노미옥_글
문성해_사진
조태준_녹취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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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왠지 짠합니다. 다 큰아들 놓치못하는 엄마의 맘~그러나 아들을 위해 그 집착을 놓아야함을~압니다.

2017-12-06 21:49:35

명법정도

노미옥,문성해,조태준 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난존자처럼 부처님 말씀을 생생하게 전해주시는 법륜,법ㆍ진리의 수레바퀴의 한 축을 담당하셨습니다.
님들이 아니었으면 법ㆍ진리의 수레바퀴가 1cm도 굴러갈 수 없었습니다.
행복을 또한 심어주셨습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2017-12-06 06:07:54

조수진

스님.좋은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2017-12-04 00: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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