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2.5 경찰교육원 초청강연 & 부천 즉문즉설 강연
“남편이 남들 있는 곳에서 저를 무시해서 속상해요.”

겨울 햇살이 따스한 12월 5일 오전 10시, 아산에 있는 경찰교육원에서 스님의 즉문즉설 초청 특강이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2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의 전국 현직 순경 및 간부 614명이 참석하였습니다. 스님은 접견실에서 잠시 면담을 하고 10시 10분경에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동일 집단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기 어려워한다는 여는 말씀으로 시작하여 오늘은 총 5명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계급사회에서 동료나 후배들이 진급을 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분, 6번의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한 부모님에 대한 트라우마로 여자친구와 싸우기만 하면 헤어져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는 분, 힘들어하는 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스님의 좋은 말씀이 필요하다는 분, 무의식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궁금해 하는 분, 술주정이나 과격한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 등 개인과 가족, 수행, 직장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특유의 역설적인 긍정성과 통찰력으로 질문자들에게 명쾌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강연 중간에 이동하거나 나가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 시종일관 다소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스님은 참석자들에게 직업에 대한 격려를 하면서 “자비심을 가지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정리 말씀으로 오늘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에는 부천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저녁이 되자 날씨가 매우 추워졌습니다. 지하철역에서 행사장까지는 20여분이 걸렸습니다. 외부 안내를 맡은 안내자분들이 추운데도 환하게 웃으며 자세하게 길 안내를 했습니다.

행사장에는 신청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인천경기서부지부 행복학교 학생들이 준비했는데, 청중석에는 총 550여 명의 부천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스님의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외로움을 느끼시는지? 외로움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인관계 중 이성이 대쉬하는 경우 화가 납니다.”
“아픈 사람과 가까이하면 저도 아픕니다.”
“남편이 친구와 가족이 있는 곳에서 저를 무시해서 속상합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 집착이 심합니다. 꿈과 집착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결혼하고 싶은데 남자를 만나면 단점이 자꾸 보입니다.”
“사람에 대해 의심을 많이 합니다. 정신병처럼 될까 봐 걱정되어서 고쳐보고 싶어요.”
“꿈이 너무 큽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쓰러지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불안장애가 와서 신경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통일에 대해 질문합니다. 북한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통일이 100년은 걸릴 것 같은데, 정부나 국민이 어떻게 해야 최선일까요?”

오늘은 그 중 청중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던 네 번째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저 같은 고민을 가진 분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남편이 저를 너무 무시해서 속상합니다. 특히 친구나 가족, 친척들 앞에서 자주 그럽니다. 운전을 못한다, 애가 공부를 못하는 건 저를 닮아서 그렇다, 고 말합니다.”

“일단 얘기해 봅시다. 운전을 못하는 건 사실이에요, 사실이 아니에요?”

“밤에 좀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운전을 못한다’고 하면 ‘예, 못합니다’ 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질문자는 학교 다닐 때 공부 1등 했어요, 못 했어요?”

“못 했지요.”

“그럼 ‘엄마 닮아서 못 한다’고 하면 ‘예, 맞습니다. 저를 닮아서 못 합니다’라고 말하면 되지요. 그게 뭐 별 거라고 그래요.”

“그런 걸 자꾸 시댁식구들 앞에서 지적해요.”

“상대는 그냥 자기 생긴 대로, 성질대로 얘기하는 거지, 나를 무시하려고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내가 그걸 듣기 싫으니까 ‘나를 무시하는 구나’라고 느끼는 거예요. 질문자가 그렇게 느끼는 건 맞는데, ‘상대가 질문자를 무시했다.’ 이렇게 단정할 수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실제 상대한테 물어보면 ‘나는 너를 무시한 적이 없어’라고 얘기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상대는 그냥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말을 했을 뿐이에요.

우리가 말을 할 때 그냥 얘기한다는 게 ‘아니, 배운 사람이 그것도 모르나? 여자가 그것도 모르나? 학생이 그것도 모르나?’ 이러는 수가 있단 말이에요. 꼭 무시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말이 그냥 그렇게 튀어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의 남편도 습관이 그런 거예요. 꼭 질문자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도 말투가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그건 남편의 말투이지 질문자를 무시하려는 건 아닌데, 질문자는 ‘이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해 주세요’라고 원하는 게 있으니까, 남편이 그 원하는 대로 말을 안 해 주니까 ‘저 인간이 나를 무시해서 저러는 구나’라고 느낀다는 거예요. 그렇게 느끼면 누구 손해예요?”

“저요.”

“예, 자기 손해예요. 그렇게 느끼면서 괴로워하며 살든지,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안 살든지, ‘저 사람 말투가 저렇구나’ 하고 행복하게 살든지, 셋 중에 어느 거 할래요?”(모두 웃음)

“그런데 남편은 자기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는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우리 아들도 그걸 보고 자라면 그렇게 될 것 같아서 걱정돼요.”

“그러니까 그게 무시해서가 아니라 말투를 닮는 거예요. 무시하는 걸 닮는 게 아니라 말투를 닮는다는 거예요, 말투를.”

“그러면 아이가 그런 말투를 배우지 않도록 제가 잘...”

“그렇게 하려면 헤어져야지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시아버지도 그런 말투를 갖고도 살았고, 우리 남편도 그런 말투를 갖고도 살았으니 우리 아들도 그런 말투를 갖고도 잘 살 거라고 생각을 해야지요. ‘저런 말투로는 못 산다’가 아니라요. 경상도 남자랑 서울 여자랑 살면 거의 다, 열의 아홉은 ‘남자가 여자를 무시한다’고 느낍니다. 말투가 그렇게 툭툭 튀어나와서요. 그러니까 사람은 괜찮은데 말투가 별로예요. 한국인이니까 한국말이 나오듯이, 말투를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웠기 때문에 조절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자기도 모르게 말투가 그렇게 툭 튀어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말투가 저렇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말을 그렇게 안 하면 좋지요. 그런데 왜 그런 인간을 질문자가 만났느냐, 왜 그런 사람을 선택했느냐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 질문자가 그런 사람이 영 싫다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헤어지면 되고, ‘말투가 저렇구나’ 하고 상대를 이해하면 사는데 지장이 없어요. 그런데 계속 ‘고치라’고 하면 그 인간이 고칠 수가 없어요. 왜? 그건 어릴 때부터 습관이 든 것이기 때문에, 그 집에서 배운 것이기 때문에 그걸 고치는 건 불가능해요. 본인이 고치겠다고 결심해도 안 고쳐져요. 왜냐하면 이건 무의식으로부터 자동으로 나오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질문자도 남편의 말을 나에게 맞게 해석을 좀 해야 돼요. 그걸 한국말이라고 듣지 말고 영어라고 생각하거나(모두 웃음) 에스키모어라고 생각하고 해석을 하세요. 아시겠어요?”

“예.”

“해석을 할래요?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헤어질래요?”

“해석을 할게요.”

“남편이 질문자를 무시한다면 왜 질문자하고 살겠어요? 그리고 남자들도 이런 점은 이해를 하셔야 돼요.

질문자의 남편도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지만 자기 복에 그렇게 좋은 남자 구할 자신 있어요?(모두 웃음) 말투 빼고 다른 건 괜찮으니까 사귀었을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100% 다 좋을 순 없고, 말투가 좀 문제다.’ 이렇게 생각하고 ‘아, 저건 말의 습관이니 마음에 없는 소리다.’ 이렇게 봐서 질문자가 그걸 좋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남편을 고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러니까 ‘난 그런 소리 듣고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으면 ‘안녕히 계세요. 바이바이’ 하고 헤어져야 돼요. 달리 길이 없어요.

여러분들이 뭘 원하는지 제가 알아요. 그 남편의 말버릇을 고쳐줬으면 좋겠지요? 그런데 그건 저도 못 해요.(모두 웃음) 제가 그런 걸 고칠 능력이 있으면 김정은이나 트럼프를 먼저 고치지요.(모두 웃음) 남은 고치기가 어려워요. 제가 여러분과 이렇게 대화하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고치는데 조금 도움을 주겠다는 건데, 자기 고치는 것도 쉬워요, 어려워요?”

“어려워요.”

“예. 그래서 제가 가끔 자기 고치고 싶다는 사람이 질문하면 뭐라고 그래요? ‘아이고, 마, 생긴 대로 사세요’라고 할 때가 많잖아요. 왜? 자기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러니 남을 고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선택을 해야 돼요. 그것을 하나의 말투라고 생각하고 좋게 받아들여서 행복하게 살든지, 아니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헤어진 후 말투 좋은 남자를 새로 구하든지,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시비하면서 죽을 때까지 살든지. 어느 게 낫겠어요?”

“첫 번째요.”(모두 웃음)

“사지선다형 질문에는 금방 답을 하네요.”

“예, 감사합니다.”

“예.”(모두 박수)

강연을 마무리 하며 스님은 말했습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도가 떨어질까요? 사고방식이 부정적이라서 그렇습니다. 성질 급하면 짜증이 많고, 욕심이 많으면 불만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하면 갈등이 심합니다.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강연을 나가는 청중들에게 기억에 남는 말을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자기 바꾸기도 힘든데 남편 고치려고 하지 마라.”
“쓸데없는 욕심 부리면 괴롭다.”
“상대방은 안 바뀐다.”
“다양한 질문들이 많은데 일일이 답하시는 스님이 힘들겠다.”
“자기 생각 안에 갇혀 있지 마라.”

550여 명의 많은 청중들은 각기 다른 느낌을 가지며 돌아갔습니다.


부천정토회 광명법당 희망리포터 이수향입니다. 처음 쓰는 게 아닌데도 여전히 긴장되었습니다. 행사장 안에서 반짝이는 머리띠를 한 내부 안내 봉사자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나니 긴장이 풀렸습니다. 나의 업식을 따라가지 말고 꾸준히 수행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잘 안 된다고 괴로우면 그것은 욕심이다.”

어느새 또 놓치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글 : 천혜경, 이수향
사진 : 김지혜
녹취: 정란희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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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화

고마워요.
가까운 소식을 이렇게 현장에 있는것처럼 전달해줘서요

2017-12-08 10:59:20

정지나

“상대방은 안 바뀐다.”
절대적 진리입니다 또 잊어버리고 상대방만을 쳐다보다 다사 나에게 올인^^
감사합니다.

2017-12-08 09:23:08

일 상

상대를 고치라 하기전에 나를 먼저 돌아봐야겠습니다.

2017-12-08 00: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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