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2.17 결사행자회의
“두 눈은 먼 곳을 보되, 두 발은 현실을 딛고 가야 합니다.”

영하 17도를 넘나드는 일요일, 결사행자회의 일정으로 문경 수련원 명상원이 북적였습니다.

결사행자들은 오전에 세 그룹으로 나누어 자자를 하였습니다.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도반이 모여 계본을 중심으로 스스로 발로 참회하는 포살을 먼저 하고 이어서 자자를 진행하였습니다. 점심 공양 후 결사행자 정기회의 입재법문을 스님께 청하였습니다.

“정토회가 결사행자제도를 둔 것은 정토회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정토회는 대부분 최소 3년 정도만 마음을 내어서 수행자의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수행자만으로 정토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 생, 30년은 수행자로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인 결사행자를 구성해서 정토회의 지속성을 담보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각자 정토행자로서 본분은 물론이고 정토회의 순수성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일과 정토회의 미래 발전을 예측하고 계획해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결사행자회의 산하에 기획위원회를 두고 정토회의 장기적인 계획도 세우고, 정토회 내에서 우리가 초발심으로 제기한 수행자로서의 삶이라는 것이 사업이 확대되면서 흐트러지지는 않았나, 지역이 넓어지고 사람이 많아지고 하는 일이 다양해지면서 이곳저곳에서 수행자로서의 원칙이 어긋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것이 수행자의 삶인 양 오해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끝없이 점검해서 무슨 일을 해도 수행자로 산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결사행자들은 통합과 점검의 역할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조금 더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 하면서 ‘사람들의 고뇌를 덜어내는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라는 관점에 있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안은 먼 미래를 본다면 매우 작은 일에 속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아무리 긴 시간을 두고 미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고나 재난이 나서 밀림에 추락한 상황일 때, 우리에게는 한 끼 밥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겠지요.

그런 것처럼 우리의 지향은 그와 같고 그것이 주 관심사지만 지금 한반도에 분쟁이 일어나서 우리의 삶이 파괴된다면 지금의 우리에게는 이 긴급 사태에 대응하는 것이 지금의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차적인 사고에 대해서 대응을 안 하면 미래가 헛된 꿈이 되고, 1차적 사건사고에만 급급하다보면 우리의 미래 희망이 없어져. 그래서 주로는 미래지향적이지만, 적절하게 때로는 더 많은 일은 현안 처리에 둘 수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과거 방식을 고집하면 혼란이 오고 힘이 들지만 지금 변화의 시기야말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새로운 도전도 부처님 당시의 육사외도처럼 시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핵심을 꿰뚫지 못한다면 한 시대를 지내놓고 볼 때, 그것도 한계가 있는 철학이 되고 사상이 되고 삶의 방식이 되어 버립니다. 그냥 한 시대, 짧은 시기에 많은 대중이 호응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우리가 시대의 변화를 잘 예측하고 진실하게 대응하느냐’ 그런 전제 위에 그 양이 빠른 속도로 커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놓치는 것은 긴 시간에서 보면 그것도 부질없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수행자적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 새로운 방식들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항상 세상의 통설, 세상의 관습, 세상이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에 안주한다면 우리가 굳이 새로움을 추구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두 눈은 먼 곳을 보되, 두 발은 현실에 두고 있듯이 지향은 거기에 있지만 지금 우리가 놓인 곳은 관습 위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것을 수용하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조화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도입니다. 중도는 모든 삶의 언제나 적용이 됩니다. 현실과 미래 사이에도 적용이 되고, 좌우 사이에도 적용이 되고, 개척 사업과 현상 유지 사업 사이에도 적용이 되고, 이론과 실천 사이에도 적용이 됩니다. 그러니까 둘은 다 필요한데 그 둘이 상생할 수 있도록 현상이 유지되어야 미래의 희망을 만들 수 있고, 미래의 희망을 이끌어줘야 현실에서의 발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만 안주한다면 지속 가능성이 없어지고, 미래의 희망만 보고 있다면 현실에서 실패하거나 고립되게 됩니다. 그 둘은 반대이면서 늘 상생하고 있어요. ‘서로가 있어서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가 존립하고 발전해나간다.’ 이것을 여러분께서 체험적으로 익혀나가야 여러분의 삶이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마음에 안정을 유지 할 수 있고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것처럼 자기의 행복을 유지 하면서 사회 발전을 꿰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원래 부처님이 가셨던 길이고, 부처님 가셨던 그 길이 다른 길이 아니라 변환기의 이 현실을 아무도 설명을 못 해낼 때 현실을 올바르게 이끈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길, 부처님이 원래 가셨던 길을 가려는 것이기 때문에 정법이라는 것에 당당해야 하고, 낡은 시대의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종교나 제도에 있는 승려라는 지위나 재산이나 이런 것에 위축된다면 출가 수행자들이 부처님 당시, 브라만에 위축되는 것과 똑같습니다. 브라만에 위축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대승불교가 브라만 흉내를 내서 지금 불교 안에 힌두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당당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자긍심, 이 길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낡은 시대의 유산 앞에 여러분 자신이 당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권위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우리는 예의를 갖추어 대해야 합니다. 당당하되 겸손해야 합니다. 당당함이 교만한 생각으로 흘러가서는 안 됩니다. 겸손함이 비굴함으로 가서도 안 됩니다. 그런 것들이 여러분 속에 확고부동하게 잡혀야 현실 세계에서 큰 말썽 없이 꿋꿋이 당당하게 정법을 구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겨울바람 소리가 윙윙 들리는 가운데 스님의 말씀이 귀 기울이는 결사행자들의 눈과 마음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입재법문을 마친 뒤, 12월 23일 평화대회 선언문 원고를 검토하기 위해 잠시 회의장을 나갔다가 일정 점검과 질의응답 시간을 함께 가지고 결사행자회의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문수팀(글, 사진)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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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승

비굴하지말고 겸손하되 당당하라!

2017-12-29 21:02:40

정지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그것이 곧 진정한 당당함이다"
감사합니다.꾸벅^^

2017-12-21 09:18:54

이순덕

법문을 보며 마음이 뜨거워 집니다 열심히 수행전진 하겠습니다

2017-12-20 22: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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