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2.22. 동지법회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옵니다.

오늘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입니다. 스님은 동지를 맞아 서초동 정토법당에서 오전과 저녁 두 번에 걸쳐 법문을 하였습니다. 구름이 끼고 흐린 날이지만 전국적으로 기온이 많이 올라 서울은 낮에 영상 8도 까지 오른 포근한 날이었습니다.

동지법회는 멀리 있거나 직접 참가할 수 없는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전국과 해외에도 생방송으로 중계했습니다. 스님은 법문에 앞서 이 자리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생방송으로 함께 하는 분들을 위해 박수를 보내자고 해서 모두 우렁찬 박수를 쳤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동지입니다. 팥죽은 드셨어요? 동지에는 왜 팥죽을 먹고, 기도를 드릴까요? 동지는 객관적으로는 단순한 절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민속 명절이 되고 불교 명절이 된 데는 그 절기의 특징이 있어요.

사람들이 보통 굉장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을 날씨에 비유를 하면 추운 겨울로 표현 합니다. 우리에게 뭔가 새로운 희망이 있다는 걸 절기로 말할 땐 따뜻한 봄이라고 해요. 그래서 동지는 추운 겨울에서 봄의 희망을 보는 날로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사실은 긴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올 거라는 희망을 누구나 피부로 다 느낄 수 있는 날은 입춘이에요. 그런데 동지는 동지를 지나고도 계속 더 춥잖아요. 그런데 왜 동지가 봄의 희망처럼 보일까요?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그 내부, 즉 이면을 알아야 해요.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알아야만 이런 이치를 알 수가 있습니다.

오늘 동지로서 가장 긴 밤을 지나게 되니까 내일부터는 낮의 길이가 조금씩 조금씩 길어지겠죠.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면 날씨가 점점 따뜻해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 날씨가 따뜻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은 원인이고, 점점 따뜻해지는 것은 결과예요. 인연과보의 법칙에 의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 날씨는 따뜻해져야 할 것 같죠? 그런데 그렇지 않는 것은 지구라고 하는 물체가 식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데워지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열을 가하면 바로 데워지고 열이 빠지면 바로 식는 게 아니라 점점 데워지고 점점 식는 이런 특징 때문에 오늘부터 점점 해가 더 길게 비치더라도 지금까지 점점 짧게 비쳤던 원인에 따른 결과가 약 한 달 후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낮의 길이는 오늘이 가장 짧지만 가장 춥기는 오늘부터 한 달 뒤 정도 전후가 가장 춥고, 하지 때 낮의 길이가 가장 길더라도 가장 덥기는 하지가 지나고 한 달 쯤 지나야 가장 덥습니다.

그러니까 짧게 관찰하면 인과법칙에 안 맞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니, 왜 해가 길어졌는데 아직도 추우냐?’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이건 아침에 해가 떴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침에 동이 트면 따뜻해져야 하는데 동이 트는데도 계속 추워집니다. 그래서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추워요. 또 낮 12시에 해가 가장 높이 뜨면 12시에 가장 더워야 하는데 오후 2시나 3시가 되어야 하루 중 가장 덥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게 데워지고 식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겨나요.

누가 봐도 ‘아, 이제 긴 겨울은 가고 봄이 시작됐구나’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입춘이에요. 입춘 때 따뜻해서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입춘 때도 굉장히 추워요. 그러나 가장 추운 꼭지점은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죠. 춥다는 소한, 대한 지나면 얼어 죽을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가장 추운 날을 지나면 아직도 춥긴 하지만 이걸 입춘이라 그래요. ‘봄이 시작됐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실제로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봄은 춘분이 지나야 합니다. 춘분이 지나야 개나리꽃이 피고 벚꽃이 피고 진달래가 피어요. 이렇듯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다들 봄을 알 수 있는 건 춘분이 지나서고, 그때는 이미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더 길 때입니다. 이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조금 예민한 사람은 가장 추운 꼭지점을 지나면 벌써 ‘봄은 시작이 됐다’ 하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그걸 우리가 ‘입춘’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거예요. 입춘이라고 해서 바로 따뜻한 줄 알면 안 됩니다. 그때도 굉장히 춥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최저온도는, 즉 꼭지점은 지났다는 얘기예요. 물론 예외는 있지만 보통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입춘 기도를 하는 이유도 이제 어려운 시절은 지났다는 뜻에서예요. 앞으로 어려운 시절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겪었던 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는 의미예요.

그러면 입춘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동지는 왜 기도하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죠. 지금 동지를 지나도 지금보다 더 추운 날이 앞으로 계속됩니다. 그렇지만 이치로 보면 이미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봄은 예견이 돼 있어요. 아직 봄이 오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추워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치적으로는 이미 예견이 돼 있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동지의 원리는 우리의 수행과 같습니다. 오늘 내가 발심을 해서 수행, 즉 기도에 입재하면 오늘이 동짓날이 됩니다. 오늘부터 열심히 백일기도를 하는데도 기도하는 기간이 기도하기 전보다 더 나빠요. 온갖 재앙이 생기죠. 그러니까 기도를 하다가 다 집어치워 버려요. 그러나 오늘 마음을 새롭게 내면 오늘이 곧 동짓날입니다. 오늘 내가 새로운 마음을 내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치로 보면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내일, 모레, 열흘, 한 달 후, 두 달 후가 기도하기 전보다 더 나빠지는 것은 동지를 지난 뒤 날씨가 더 추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지금 잘못해서가 아니라 옛날에 잘못해놓은 것의 과보예요. 인연을 짓고 과보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게 한 달 후에 나타나는 것도 있고, 1년 후에 나타나는 것도 있고, 10년 후에 나타나는 것도 있고, 윤회로 얘기하자면 다음 생에 나타나는 것도 있고, 자손 대에 나타나는 것도 있어요. 이런 이치 때문에 기도를 해도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인연과보를 믿다가 안 믿다가를 반복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과보가 금방 나타나면 믿어지는데 나쁜 짓 하는데도 당장 아무 결과가 없고 좋은 일 해도 당장 좋은 결과가 없으니까 ‘에이, 좋은 일 해봐야 소용없다. 나쁜 짓해도 잘만 살더라’ 이런 얘기를 하게 돼요.

그런데 좀 더 길게 보고 그 일어나는 과정을 다 보면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어요. 잘못을 하면 그건 깊은 산속 깊은 바다 속에 숨는다 하더라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지은 공덕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공덕을 달라고 기도할 필요가 없어요. 여러분들이 좋은 인연을 지으면 공덕은 저절로 오게 돼 있는 거예요. 이걸 굳이 달라고 하는 사람은 인연과보를 사실은 안 믿는 거예요. 공덕을 짓지도 않아놓고 복 달라고 욕심을 내고, 또 공덕을 지어놓고도 복이 오는 것을 못 믿잖아요.

그래서 인연과보를 믿는 사람은 어떤 재앙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건 이미 다 옛날에 내가 어리석을 때 지은 인연의 과보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이고, 내가 지금 지은 선행의 결과는 마땅히 오게 돼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기다리지 않게 됩니다.

동지는 원래 단순한 절기긴 하지만 이렇듯 수행과 비교했을 때 이치가 비슷하게 작용하고 깊은 의미가 있다 보니까 불교에서는 이 절기를 특별히 중요시했습니다. 그래서 수행을 하면 업장이 녹아나듯 이 동지가 재앙을 쫓는 날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또 전통적으로 중국이나 한국 쪽에는 붉은 색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물리친다고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붉은 팥으로 죽을 쒀서 뿌리고, 이렇게 하면 재앙이 없어진다고 믿게 됐어요. 이것은 이치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예요. 그런 민속 문화가 생겨나서 이것이 전통 불교 안에 지금도 하나의 문화로서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된 거예요.

지금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한국에 전쟁 위기가 지금 높아졌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들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외국 사람들이 너도 나도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분위기에까지 이르렀어요. 사실은 우리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가 이 위기에 처해서 어떡해야 할까요? ‘아이고, 불안하다. 도망가자!’ 이러면 사회가 혼란에 빠집니다. 그렇다고 ‘에이, 전쟁이 뭐 일어나겠냐?’ 하고 무사태평하면 엄청난 재난, 즉 재앙이 닥치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불안 초조해 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위험이 있다면 위험을 사전에 막아야 합니다.

그러면 오늘부터 우리가 이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서 기도를 하거나 집회를 하거나 우리의 이러한 바람을 세계만방에 알리게 되면 오늘부터 위기가 점점 줄어들까요? 아니면 우리는 노력을 하는데도 위기가 더 고양될까요? 위기가 더 고양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아니, 우리가 그렇게 기도하고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되잖아. 기도해봐야 소용없더라. 이거는 안 되는 일이야.’

믿음이 약한 사람은 이렇게 되기가 쉬워요. 오늘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면 이것은 동지를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더한 위기가 도래한다 해도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과거의 과보로 지금 몰아닥쳐 오는 거예요. 그 시간은 절기보다 더 길어요. 우리가 지금 노력해도 이 위기는 한 2~3년 동안 계속 몰아쳐 올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노력을 안 한다면 이건 재앙으로 닥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서 일본이 미국을 돕고 러시아가 중국을 돕게 되면 동북아 전체가 전쟁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세계 4대 강국이 부딪치니까 자칫하면 바로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어요. 그러니 우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우리가 반드시 이것은 막아내야 할 일이에요.

그러면 이렇게 위험하다면 전 국민이 다 나서야 되지 않느냐고요? 세상은 늘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에 전 국민이 다 알게 되면 단결해서 위기를 막아내기보다는 혼란에 빠집니다. 물건을 사재기한다든지 주식을 투매한다든지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든지 하는 난리법석이 생기기 쉬워요. 그러니 옆 사람들에게 얘기해도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그것을 힘들어하거나 욕하면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은 오히려 생업에 충실한 게 좋은 일이에요.

그렇다고 모든 국민이 다 무사태평하면 또 큰일이에요. 우리의 운명이 북한이나 미국 손에 달려가지고 전쟁이 일어나요. 우리의 삶이 남의 손에 놀아나게 됩니다. 그들의 불장난에 우리가 죽게 돼요. 이건 우리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역사에서도 보듯 국민의 1퍼센트만 깨어있으면 이걸 막아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친구나 가족이나 주변에 얘기했을 때 ‘쓸데없는 짓 한다’고 하는 사람이 백에 아흔 아홉 명이 되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어요. 그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응, 잘한다. 그래, 안심하고 살아라’ 이렇게 말해주세요. 그런다고 포기하지 말고 백에 한 명, 각성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 인구가 오천만 명이니까 백에 한 명이라고 해도 오십만 명이잖아요. 오십만 명이 아니라 십만 명만 모여도 매주 모이면 큰 힘이 돼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났을 때 백만 명이 몇 달을 모였잖아요. 이 일은 백만 명이 아니라 십만 명만 일단 모여도 사실 이건 막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일에는 백만 명이나 십만 명은 고사하고 단 만 명도 모이기가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집회하면 천 명도 모이기가 어렵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회사가 부도나는 것에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피해가 막대하지만 이게 안 일어난다고 해서 자기한테 뭐 이익 되는 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후회할지 몰라도 일어나기 전까지는 자기하고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안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들이 볼 때는 답답할지 몰라도, 스님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도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가 정말 백 명의 하나, 즉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전쟁 위기를 막는 것은 직장 나가거나 가게 문 여는 것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날이 추운데 어떻게 가나?’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지만, 추운 날씨하고 전쟁의 위험은 비교할 일이 아니에요. 전쟁이 일어난 뒤에 우리가 피난가고, 죽고, 부서진 집이며 건물을 복구하는 데 들 노력의 천 분의 일만 지금 미리 모을 수 있다면 이건 막아낼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 이렇게 서울 법당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의 150여 개 모든 법당에서 다 함께 동지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동지 기도를 하실 때 조상 영가 천도만 할 게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이런 마음도 내셔서 기도하셔야 합니다.

또 세계 곳곳에 계시는 정토행자님들이 꾸준히 평화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뉴욕에서는 UN빌딩 앞에서, 워싱턴 DC에서는 백악관 앞에서, 시드니에서는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파리에서는 에펠탑 앞에서 꾸준히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널리 알리고 신문에도 났어요. 지방에서도 백여 곳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7개 도시에서는 매주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열기를 내일 전부 광화문에 모아서 우리가 만인평화선언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개인 기도를 우선으로 하시고, 내일은 나라와 민족, 그리고 세계 인류를 위한 평화의 기도를 함께 하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봄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동지. 수행의 관점에서 지금 바른 한 생각을 내면, 그 날이 바로 동지입니다. 지금 비록 춥더라도, 지금 비록 전쟁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더라도 평화를 위한 오늘 우리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은 광화문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외치는 한반도 평화대회가 열립니다. 광화문에서 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박성희, 복주희, 손명희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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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7-12-26 17:05:15

정지나

"지금까지 점점 짧게 비쳤던 원인에 따른 결과가 약 한 달 후에 나타납니다."
그저 지금 할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12-26 09:58:34

소중한삶

광화문 집회가 언론에 이슈화 되지못해 아쉽지만 그렇다고 멈추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우리의 노력으로 세계만방에 알려줘서 전쟁위기에서 평화협상으로 나아가길 발원합니다

2017-12-25 09: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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