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 해돋이 & 공동체 사찰순례
“2018년 새해 첫날입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15분부터 바로 천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려면 서둘러야 해서 부랴부랴 아침공양과 청소까지 일사천리로 마쳤습니다. 본격적으로 떠나기 전에 지도법사님께 삼배로 세배를 올렸습니다.

저마다 스님께서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기원했는데, 스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며 웃었습니다.

“저한테 건강하라고 할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건강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요한 올 한해에도 여러분들이 많은 활동들을 할 수가 있죠.”

이어 새해 덕담 겸 명심문을 주셨습니다.

“불편은 하되 불평과 불만은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내어 보세요.”

불편한 상황은 있을 수 있으되 불평불만을 하는 대신 오히려 기꺼운 마음을 내어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해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마음의 지표로 삼고 올 한해 집중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의욕이 솟았습니다.

아직 어두운 새벽길을 1시간여 달려 포항 조사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거센 바닷바람이 온몸을 세차게 부딪혀왔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동이 터오는 바다를 보니 다들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대중들이 남극 펭귄들처럼 뒤뚱뒤뚱 발을 구르면서 새날 새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누군가 막대기를 들어 쓱쓱 ‘한반도 평화’라는 글자를 크게 그렸습니다. 강풍에 한껏 고개를 치켜든 파도가 어찌나 기세 좋게 달려드는지 모두들 화들짝 놀라 뒷걸음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떠오른다”라고 외치자 대중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또 누군가의 선창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라며 손을 맞잡고 합창을 시작했습니다. 살짝 고개를 내민 태양이 점점 동글동글해지더니 마침내 두리둥실 시뻘건 몸을 다 드러낼 때까지, 여기저기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거센 바닷바람 속에서도 국내외 정토행자들께 새해 첫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2018년 새해 첫날입니다.
동해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하는 일마다 다 잘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는 수행정진 하셔서
마음에 불편은 있되 불만은 없는
그런 수행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는 어떤 일이든
망설이지 말고 기꺼이 하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저희 한반도에는 지금 전쟁의 위기가 있는데
새해에는 전쟁의 위기가 없는
그런 평화로운 한해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또 2월에 평창 올림픽이 있는데
평창 올림픽이 평화의 올림픽이 되도록
온 국민이 함께 염원하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도 항상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해돋이를 선명하게 본 덕분인지 기분 좋게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포항 보경사와 안동 봉정사 사찰순례를 하고, 충주 지역 역사유적지를 들를 계획이었습니다.

포항 보경사는 602년(진평왕 25)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대덕 지명에 의하여 창건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날 사찰 안에서의 예절에 대해 스님께 말씀을 들은 터라 모두들 조용히 예를 갖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중요문화재로는 보물 제252호로 지정된 원진국사비와 보물 제430호로 지정된 부도가 있는데, 부도로 길을 잡지 않고, 십이폭포 쪽으로 향했습니다. 십이폭포를 모두 둘러볼 시간은 없었지만, 상생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역사책에도 등장하는 안동 봉정사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이 있는 사찰로 유명한 곳입니다. 672년 신라 문무왕 12년에 의상(義湘) 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건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초입부터 고색창연한 기풍에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국보 제311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먼저 참배하고 부처님께 삼배의 예를 올린 뒤, 극락전(국보 제15호)을 참배했습니다. 스님께서 먼저 제안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목조건물이 숱한 전란과 6.25 전쟁을 다 무사히 넘겨 지금까지 오래도록 잘 버틴 것에 경의를 표하고, 우리 모두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립시다.”

유수스님의 목탁과 독송을 따라 대중들은 한 마음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나무아미타불” 정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누천년의 빛나는 역사가 우리 후손들에게 잘 계승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기도를 마친 뒤 극락전 앞에서 전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무래도 젊고 발랄한 청춘들이 많아서인지 저도 모르게 파이팅을 외치거나 큰소리로 까르륵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재차 사찰에서의 예절에 대해 당부 말씀을 주셨습니다.

“법당을 출입할 때는 반드시 정면이 아니라 측면으로 출입하고요, 참배를 할 때도 정면을 막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정면을 피해서 참배를 해야 합니다. 또 먼저 들어간 사람이 반드시 안쪽으로 들어가서 절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뒤에 들어오는 사람이 절을 할 수가 있습니다. 입구에서 절을 하면 뒷사람이 기다려야 하고 밀리게 됩니다.

그리고 절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 고함을 지르거나 소리를 크게 내서는 안 됩니다. 절에서는 가능한 조용조용히 얘기해야 합니다. ‘절간 같다’ 라고 할 때는 두 가지 점을 얘기하는데 하나는 아주 조용하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모든 것이 반듯이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것을 뜻합니다.”

영산암은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인데, 계단 초입부터 영산암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소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참 예쁜 곳이었습니다. 무심결에 눈을 돌려도 그곳엔 단아한 돌담과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 전혀 위압적이지 않은 오래된 나무들, 부드러운 기와지붕 등이 ‘ㅁ’ 자형 안에서 잘 어우러져 있고, 그러면서도 수수하고 청정한 수행자의 도량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그마한 사찰에 은근하게 배어있는 고색창연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서인지 사진을 찍는 대중들의 얼굴이 아주 밝았습니다.

사찰 두 곳을 참배한 뒤에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국보 제198호 단양 적성비가 있는 적성의 성벽에 올라 한 바퀴 둘러본 뒤 충주 탑평리에 있는 7층 중앙탑 앞에서 회향식을 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충주 입석리에 있는 국제 중원 고구려비를 볼려고 했는데, 오늘이 박물관 휴일이라 아쉬움을 남기고 충주 탑평리에 있는 7층 중앙탑만 참배했습니다.

“이 7층석탑은 통일신라 시대에 건립한 석탑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석탑으로 ‘중앙탑’이라고 합니다. 통일신라 시기에 두 스님이 여기서 만났는데, ‘니 어디서 왔노?’, ‘남쪽 끝에서 왔다’ 라고 하고, ‘니 어디서 왔노?’, ‘북쪽 끝에서 왔다’ 라고 하고, ‘니 언제 출발했노?’ 물으니 언제 출발했다고 하고, ‘니 언제 출발했노?’ 라고 물으니 언제 출발했다고 해서 결국 출발한 날이 똑같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가 중앙이구나 알게 되어서 중앙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모두 웃음)

이곳 충주가 우리나라 영토의 중앙인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옛날 이 도시의 이름도 중원경이었습니다. 충주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미륵사지가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배꼽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남북한을 합하면 이곳이 딱 중앙이 안되는데, 통일신라시대에는 국경이 대동강 원산만이었으니까 중앙이 맞습니다.”

스님께서 들려주시는 역사 얘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요새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 도반들도 까르르 웃으며 재미나게 듣는 모습이었습니다. 새벽 4시부터 쉴틈없이 부지런히 순례를 다닌 덕에 모두들 한껏 좋은 기운도 받았지만, 더 지치지 않게 이만 마무리해야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문경공동체 대중들은 문경으로, 서울공동체 대중들은 서울로 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칠층석탑을 바라보며,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방금 신문을 보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하니까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긴 합니다. 우리가 천일동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를 1초도 쉬지 않고 해오고 있는데, 이제 곧 회향일이 다가오지 않습니까. 천일동안 기도했는데 뭐라도 좋은 일이 생겨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기도의 영험이 있지요. (모두 웃음)

만약 남북 관계가 더욱더 나빠지면 또 기도를 해야 하는데, 앞으로 2~3년이 고비 같습니다. 군사 공격을 하든지, 타협을 하든지, 결론이 나야 할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결론이 나도록 함께 기도하고 실천 활동을 해야 합니다. 새해에도 정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파견할 수도 있다고 했다니, 부디 남북당국자가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전쟁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라면서 각자의 처소를 향해 떠났습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준 스님께 공동체 대중 모두가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렇게 공동체 연말-새해 수련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스님은 각종 보고서와 서류들을 챙기며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본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새롭, 박세환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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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불편과 불평 불만이 어찌 다른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8-01-05 00:09:45

쟈스민

존경하는 법륜스님! 어렵고 힘들때 위로가 되어주시고 삶의 지혜와 용기를 주신 법륜스님! 아침마당에 출연하셔서 넘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올한해도 더욱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대중들의 마음에 멘토가 돼어주시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법륜스님의 뜻이 꼭 이루어지시길 기원드립니다. 법륜스님 화이팅~^^

2018-01-04 09:29:08

정지나

"불평,물만말고 더 좋은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
감사합니다^^

2018-01-04 09: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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