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2 정토회 시무식 기념법문
“불편은 느끼되 불평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됩시다.”

오늘은 정토회 활동가들이 서초법당에 모여서 시무식을 했습니다. 법당이 활동가들로 가득 찼습니다. 오늘 시무식은 정토회 각 지역법당에 생방송으로 중계가 됐습니다.

“‘이래도 한 해, 저래도 한 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쉬웠든, 어려웠든, 좋은 일이 많았든, 나쁜 일이 많았든, 어쨌든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지난해를 보내면서 지난해에 겪었던 많은 일들이 여러분들께 상처로 남지 않고, 경험으로 남아서 새해에 일하는 데에 있어서 큰 교훈이 됐으면 합니다.

2018년도 업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요? 사람에게는 각자 본분이 있습니다. 자기 본분에 충실하면서 다른 일을 할 때 사람들은 ‘합당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기 본분에 충실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일을 하면 사람들은 ‘조금 주제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토회 회원들에게는 주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수행자, 우리는 수행자라는 겁니다. 이게 바탕이에요. 우리는 수행자로서 환경운동도 하고, 평화운동도 하고, 구호활동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수행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채 그런 일을 하면 그 사람은 그냥 환경운동가이고,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고, 구호활동을 하는 자선사업가일뿐 정토회 회원, 즉 수행자는 아니라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자칫 잘못하면 이걸 잊기가 쉬워요.

우리가 평화운동이나 환경운동은 좀 못해도, 구호활동에는 좀 서툴러도 우리의 기본바탕이 수행자라면 세상은 우리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그냥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만 평가받게 될 텐데, 그러기에는 우리의 능력이나 실력이 밥만 먹고 그것만 하는 사람들에 못 미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즉 정토행자들 중에는 각 분야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은 줄로 아는데, 그 재능만 가지고 기여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물론 그런 재능 있는 사람들은 정토회의 굉장한 자산으로서, 정토회 활동을 위해 그 재능만 기여하더라도 참 고마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에게는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정토회 멤버’는 수행자로서의 자기 입지가 분명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많은 사회적인 활동을 해야 합니다. 어쩌면 시민단체나 각 분야 전문가들보다도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될 경우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그 전문성만으로 경쟁하려고 애쓰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 최대의 경쟁력은 여러분들이 수행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무슨 일을 하든 수행을 바탕으로 해야 됩니다.

그럼 무엇이 수행일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절하는 게 수행일까요? 참선하거나 염불하는 게 수행일까요? 그것만이 수행은 아닙니다. 어떤 경계,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 것, 그 상황에 빠져들지 않는 것, 주변에 끌려 다니는 노예가 되지 않는 것, 이런 것이 수행입니다. 즉 상황에 자극을 받자 감정이 흥분되어서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그런다면, 스스로는 자기가 굉장히 옳고,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수행의 관점에서 그것은 경계에 끄달린 것입니다. 바깥 상황이 자극을 주니까 자기 업식이 흥분해 생각도 잘못하고, 행동도 잘못하고, 말도 잘못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누구나 다 하는 거예요. 그렇게 경계에 끄달리고, 상황의 노예가 되는 걸 바로 ‘중생’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붓다의 길, 수행의 길은 뭡니까?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지요. 자기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지금 우리가 당장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지금 끄달리고 있더라도, 우리의 목표는 거기에 끄달리지 않는 겁니다. 현재 상황에 자극을 받아서 자기 업식이 흥분해서 감정이 치솟을 때, 그 감정에 빠져들지 말아야 합니다. 자꾸 감정에 빠져들면서 자기가 수행자라고 하면 안 됩니다. 또,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럼 나는 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구나. 나는 집에 가야 되겠다.’(모두 웃음)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미 감정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사고가 부정적인 겁니다.

그러니까 알아차림, 자각의 힘이 있으면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도 ‘아, 내가 상황에 빠져들었구나. 감정에 휘둘렸구나. 깜빡 놓쳤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겁니다. 비록 짜증내고, 화내고, 물러서는 마음을 냈다하더라도 ‘나는 수행자다’라고 본분을 지키는 사람은 지적을 받거나 어느 순간에 자각하게 되면 되돌아오는 힘이 있습니다. 수행자와 수행자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그겁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인격이 얼마나 고상하냐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가지고 수행자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수는 없고, 비록 흥분에 빠졌더라도 알아차리고 되돌아오는 힘이 있다면 그는 수행자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평소에 경계에 잘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만약 어떤 상황의 경계에 빠졌을 때 지적을 받고도 돌아오는 힘이 없으면 그는 수행자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드러난 현재의 모습만 가지고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저 사람은 아주 차분하고 일을 잘 하는데 왜 자꾸 지적을 하지?’, ‘저 사람은 늘 흥분하는 등 더러운 성질을 피우는데 왜 자꾸 봐주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잘못입니다. 각자 타고난 업식과 형성된 업식이 있기 때문에 바꾸고 싶다고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나 돌아오는 힘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기다려야 됩니다. 또, 돌아오는 힘이 없어서 평소에 잘하다가도 한번 흥분하면 물불을 못 가리는 사람은 지적을 받게 됩니다. 그는 수행자의 본분을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행자의 본분을 지키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여기는 사회운동집단이 아니잖아요. 여기는 회사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고, 바로 수행자 집단이잖아요. 우리는 수행자 집단으로서 각자 개인수행만 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일, 즉 중생을 위하는 일, 나라를 위하는 일, 세계평화를 위하는 일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는 주체의 기본적인 입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걸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이것만 잘 하면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이걸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이걸 바탕으로 한다’는 건 뭐냐 하면, 기본적으로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남의 도움이나 남의 위로를 받아서 자기 삶을 살려는 어린애 같은 생각을 버리고, 어른으로서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을 지고, 나아가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 또는 어린 사람들을 돌보는 게 바로 수행자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을 진다’는 게 상구보리(上求菩提)이고,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남을 돕는 일을 하자’는 게 하화중생(下化衆生)입니다. 이 둘이 합쳐진 게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정토행자의 10대 과제’ 중에도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라는 구절이 있는 겁니다. 이게 바탕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자’는 거예요.

‘마음이 불편하다.’ 이건 업식에 따라 경계가 탁 부딪치면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거예요. ‘재래식 화장실에 가면 불편하다’, ‘목욕을 못 하면 불편하다.’ 이런 건 누구나 다 느끼는 거예요. 그러나 이 불편은 화장실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고 습관으로부터 오는 겁니다. 즉, 자기 까르마와 부딪쳐서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화장실이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는 상황에서 ‘화장실이 왜 이러냐?’ 이렇게 불평하는 건 경계를 탓하는 거고, 그건 이미 경계에 놀아난 거예요. 불편함은 느끼되 불평은 하지 말아야 됩니다. 수행자와 수행자 아닌 사람의 차이는 이거예요. 물론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 더 좋지요. 그러나 불편을 느끼는 건 자기 까르마가 경계에 부딪쳐서 일으키는 반응이에요. 그 반응에 끄달려서 불평하는 걸로 가면 이미 감정에 빠진 겁니다. 그래서 불편은 느끼되 불평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걸 올해의 명심문으로 삼아서 1년간 생활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이유로든 마음이 불편하면 ‘마음이 좀 불편하다’는 건 느끼되 불평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해 보세요. 그런데 참아서는 안 되고, 즉 불평이 있는데 말만 안 하는 수준이면 안 되고, 불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됩니다. 올해에는 이런 관점을 가지고 생활해 보시길 바라겠고요,

제가 희망편지를 통해 ‘10가지 새 발원’을 띄웠는데,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욕심내기보다는 나누며 살겠습니다.
화내기보다는 자비롭게 살겠습니다.
어리석기보다는 지혜롭게 살겠습니다.
교만하기보다는 겸손하게 살겠습니다.
비굴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살겠습니다.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사치하기보다는 검소하게 살겠습니다.
의지하기보다는 의지처가 되겠습니다.
절망하기보다는 희망을 만들어가며 살겠습니다.
천상에 가서 즐거움을 누리기보다는 지옥에 가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하겠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마음으로 살아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누면 열 가지이고, 한 가지로 돌아가면 ‘불편은 느끼되 불평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입니다. 올해에는 이걸 딱 명심하셔서 불평이 나올 때마다 ‘오! 내가 수행자임을 놓쳤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서 한 해를 보내시길 바라고요.
이런 기본바탕, 수행자라는 바탕 위에 올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서울법당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각 법당들에서도 시무식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올해 헌법이 개정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방분권을 기초로 하고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서 좀 더 민주주의가 우리들 생활 속에 스미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국민적 합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데, 과연 이게 실제 성과로 나타날지 모르겠어요. 이런 걸 대비해서 전국의 각 지역 정토회도 좀 더 지역중심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고요.

또, 1차 만일결사의 마무리가 4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4년 후면 우리가 2차 만일결사에 입재하게 되는데, 정토회의 설립목표가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도 이 좋은 법을 전해서 그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희망을 주자’는 것이잖아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해외에 계시는 동포 여러분들에 대한 활동에 치중해 왔는데, 2차 만일결사부터는 각 나라의 자국민들을 위한 활동도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의 말씀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법문도 각국의 언어로 정리해서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전법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야겠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도 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각 부서별로 내년도 사업에 대한 발표도 할 예정입니다. 각 부서별 발표를 들으면서 사업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밥을 짓고 있는데, 내가 지금 밥 짓는 게 우리 정토회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거기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우리 신체 중에 얼굴만 중요하고, 눈만 중요한 게 아니라 손발도 중요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내장들도 다 중요합니다. 심지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눈썹이나 겨드랑이의 털도 다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정토회 발전을 위해서 내가 중요하다. 소중하다’는 걸 자각하려면 정토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유가 잘 안 되면 ‘내가 하는 일이랑 정토회랑 무슨 상관이냐? 내가 정토회에 밥 지으려고 왔나? 청소하려고 왔나?’ 이렇게 생각하기가 쉬워요. 지금 인도와 필리핀에 파견되어 현지에서 수고하시는 자원 활동가들을 위해서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말씀이 끝나고 각 지부 활동가들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필리핀 활동가들이 보내온 짧은 새해 인사 영상을 봤습니다. 그리고 서울정토회 활동가들은 깜찍한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습니다. 서울제주지부 활동가들은 ‘내게 강 같은 평화’ 라는 평화를 원하는 성가를 불렀는데 복장도 성가단처럼 준비했습니다. 서울공동체는 ‘손에 손잡고’를 손잡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들의 짧고 굵은 기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시무식을 모두 마치고 활동가들은 다같이 새해 떡국을 먹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란희, 박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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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후니

존경합니다 법륜스님
나눔,자비,지혜,겸손,당당,사랑,검소,주인,희망,구제
좋은말씀 가슴에 새겨서 저도 수행자의 기본을 알고 끊임없이 정진하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2018-01-08 22:19:34

해랑사

내 카르마로 인한 경계에 부딪히며 불편은 느낄지라도 불평하지 않는 삶을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2018-01-08 10:28:09

박노화

스님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항상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

2018-01-07 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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