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2.18 정초 순회법회(1) 대구
“봉사를 왜 해야 되나요?”

오늘은 황금 개띠인 무술년 새해를 맞아 대구법당에서 전국 생중계로 이루어지는 정초법회 날입니다.

파란 한반도 단일기를 흔들며 남북선수단이 동시 입장을 한 평창올림픽의 감동처럼 화창하던 날씨가, 평화올림픽을 시기하는 주변국이 심술부리듯 먹구름이 잔뜩 끼며 쌀쌀해졌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260여 명의 대구법당 회원들이 참석하여 3층 대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정토회 2018년 정초순회법회는 오늘 대경지부를 시작으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대구에서 오전 10시 생중계 법회를 시작으로 오후 두 시에는 대구경북지부 각 법당 주간반, 저녁 7시에는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한 법회가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3일 간 정초기도를 시작하기 때문에 10시 생중계 법회에서 스님은 정초기도를 하는 마음자세와 목적에 대해 먼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요즘은 안전을 발원하는 기도는 별로 없습니다. 그저 ‘돈 많이 벌게 해 달라, 출세하게 해 달라, 당선되게 해 달라, 시험에 합격하게 해 달라 또는 자기 아들은 자기가 봐도 문제아인데 며느리는 좋은 며느리 보게 해 달라, 자기 딸이 자기가 봐도 문제아인데 사위는 좋은 사람으로 보게 해 달라’ 이렇게 욕심으로 기도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우리 선조들은 복을 빌긴 했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욕심으로 빌지는 않았어요. ‘자연재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관재수가 없었으면 좋겠다, 각종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 병고가 없었으면 좋겠다, 한 해가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소박한 기도를 했기 때문에 옛날에는 기도가 좋은 의미였어요. 그렇게 새해를 좋은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하도 욕심으로 하는 기도가 많으니까 ‘기도, 기원’이라는 용어 자체에 나쁜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기도, 기원’의 내용은 욕심이 아니라 주로 안전에 대한 것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이 반영되는 일이 많았어요.

그리고 ‘간절하면 천지신명이 감흥을 한다’는 말이 있지요. 기도는 간절해야 합니다. 소박하면서 간절하면 기도에는 응답이 따릅니다. 그러니 기도를 욕심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욕심으로 공짜로 먹으려고 하니까 간절해지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기도의 내용이 첫째, 소박해야 되고, 둘째, 공익을 위한 거라야 돼요. 개인의 이익을 위할 때는 소박해야 되고, 그리고 ‘나라가 태평했으면 좋겠다, 기후가 순조로웠으면 좋겠다’와 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야 돼요. 그리고 그 자세는 간절해야 합니다. 간절함이야말로 기도 성취의 원동력입니다. 그 마음이 간절하면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거예요. 그러니까 간절하다는 건 ‘마음가짐을 한번 새롭게 한다, 마음을 닦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정초에 이렇게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원을 세우고, 이렇게 출발을 하면 사고를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잠깐 방심해서 물건을 하나 잊어버려도 손해가 크지요? 어디 여행 갔다가 뭘 놔두고 잊어버리는 건 가벼운 일인데, 그 과보가 얼마나 큽니까? 돈의 손실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스마트폰 같은 거 잃어버리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온갖 기록이 거기에 다 들어있으니까요. 또 먼 길을 왔다가 되돌아가는 번거로움도 발생하잖아요. 실수는 잠깐인데 피해는 굉장히 크지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건 일순간이에요. 잠깐 돈이나 욕망에 눈이 어둡거나 무지로 인해서 잠깐 실수할 수 있지만 그 피해는 굉장히 크지요.”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정초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새로워집니다. 오후 2시부터 주간반 활동가들이 활동과 관련한 또는 개인적인 어려움을 스님께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 앞서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 고미숙 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정초 시작할 때 지도법사님을 뵙는 건 행운이며, 2017년은 회기가 바뀌어 정신이 없었는데 2018년은 정신 차리고, 어려운 일 있으면 서로 의논하며 활동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라는 여는 인사말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 소개와 법당별로 준비한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는 대구정토회 102명, 달서정토회 32명, 경주정토회 48명, 구미정토회 32명으로 총 214명입니다. 각 법당 별로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준비해 하여 모두 손뼉을 치며 하나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 소개와 인사가 끝나고 송현법당 김영혜 님이 스님께 꽃다발 증정을 했습니다. 곧이어 대경지부 상임법사 묘당법사님의 인사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많이 와 주셔서 반갑고, 한 해를 새롭게 다지는 시간”이라는 인사말로 모든 사전 행사가 끝나고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에 법문 잘 들었어요?”

전국 동시 생중계 시스템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데 대해 회원들이 불편하지 않았는지 마음을 살피는 말씀으로 법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정토회는 수행공동체 정토회라고 말합니다. 정토회는 신앙공동체가 아니라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인 수행공동체입니다. 수행자와 종교인은 차이가 있습니다.

종교인은 나보다 더 능력 있고, 힘이 센 어떤 존재를 믿고 따라서 그 분이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믿는 것이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그것과는 다릅니다. 우리들이 겪는 많은 고민, 괴로움은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기보다 나의 욕심, 분노, 어리석음, 무지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되면 이런 모든 고뇌가 사라진다는 관점을 가지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순간순간 알아차려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수행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어리석음에 빠져 살아왔기 때문에 그 구습이 남아서 나도 모르게 자꾸 힘들면 남에게 빌고, 의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종교인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종교인 중에 욕심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많지만, 소박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무사안일을 비는 착한 신자들은 정토회가 수용해야 않느냐 해서 정토회에서 목표는 수행공동체이지만, 착한 신자들도 이 공동체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정회원 제도가 있습니다. 정회원은 수행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정토회는 목표가 수행자 집단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정회원 제도를 둬서 정토회의 방향을 설정할 때 정회원 이상의 의견을 받아서 결정하고 있습니다. 혹시 종교집단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수행자의 원칙을 지켜나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한 여러분들은, 적어도 ‘나는 수행자가 되겠다. 부처가 되겠다’는 원을 세운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마음은 그렇게 냈는지 몰라도 수준이 안 되고 있습니다.(모두 웃음) 수준이 안 되는 것도 괜찮은데 내가 수행자라는 것을 망각합니다. 종교인이라면 복을 빌면 되지만, 수행자는 정진을 해야 합니다. 항상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알아차림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늘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합니다. 들뜨거나 흥분하거나 괴로우면 안돼요.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집중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늘 깨어있어 알아차림을 유지하고 자기도 모르게 놓치면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게 아니라 금방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수행자라는 자기 존재를 놓아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수행자라면 반드시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키고, 지키지 못하면 포살과 자자를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정진을 해야 하고, 보시와 봉사를 해야 하고, 내가 수행자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법문을 듣고 생활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돈, 인기, 출세가 목표가 아니라 해탈과 열반이 목표입니다. 그 해탈과 열반을 향해 가는데 있어서 세상에 살아도 집착이 없다면 결혼해도 괜찮고, 장사해도 괜찮고 직장 다녀도 괜찮고, 정치해도 괜찮다고 열어준 것입니다. 능히 세상 속에 살면서도 수행의 원칙을 지키고 살 수 있으면 재가 수행자가 되어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보니까 돈을 보면 돈에 집착하고, 사람을 보면 사람에 집착하면 출가 수행자가 되어야합니다. 자기 점검을 해보고 재가 수행자가 될 수준이 안 되면 출가를 해야 됩니다. (모두 웃음)

여러분들이 수행자의 관점을 놓치면 정토회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토회는 설립취지가 수행자의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봉사를 하더라도 수행자가 봉사를 하는 거지 자선단체 회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 댓가를 바라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리는 유루복을 구하는 자들이 아니라 무루복을 구하는 자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정토회의 기둥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초 때 내가 수행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하도록 한 번 확인을 하고, 수행자로서 정진을 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고 장애가 있는지 마음껏 묻고, 정토회가 수행원칙에 맞는지 비판도 할 줄 알아야합니다. 그러니 지난 1년 동안 수행하면서 어떤 과제나 어려움이 있었는지 편안하고 자유롭게 눈치 볼 것 없이 이야기를 해봅시다.”

수행자의 자세에 대한 법문이 끝나고 곧이어 즉문즉설이 이어졌습니다. 총 여섯 분이 질문했습니다.

첫 번째로, 지역 법당이 있는데 본부 불사를 왜 해야 하는지, 자신이 세뇌당한 건 아닌지, <깨달음의 장> 역사에 대한 질문 등 세 가지 질문을 했고, 두 번째는 애 아빠가 사망하고 스님께 기도문을 받아 일 년 반 정도 기도했는데 기도하는 동안 아이와 사이가 나빠져 기도하지 않은 지 7년쯤 되었는데 괜찮은지에 대한 질문, 세 번째는 남편이 사고 후 좀 나아지니 술을 마셔 알코올성 치매 증상이 왔는데, 나는 법당 소임자이면서 봉사도 못하고 정회원 자격도 정지될 지경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 네 번째는 포항에 사는데 지진이 계속 일어나 원전과 방폐장이 있어 불안감이 크다는 질문과 법당 의병이 특위의병으로 잘 나오려 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질문, 다섯 번째는 불안감이 커서 남편이 떠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마지막으로 스님이 기도문을 주셔서 2년 동안 기도했는데 남편이 왜 은인인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즉문즉설이 끝나고 대구경북지부 통일특위 활동가들이 특별공연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에 맞춘 율동을 했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율동을 따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에 손잡고 ‘터’를 함께 부른 뒤, 스님에게 새해인사를 했습니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단체 사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저녁 7시, 저녁반을 위한 법회가 이어졌습니다. 연휴 끝날 즈음임에도 불구하고 수행자의 자세를 돌아보기 위해 130여 명의 저녁반 정회원이 참석하였습니다.

묘당법사님 인사말로 저녁 정초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설은 잘 쇠셨습니까? 아침에 스님 법문 들으셨어요? 한 해를 시작하는 정초기도 입재일입니다. 한 해를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법문을 통해 새롭게 다짐을 하고 수행자적인 관점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두북수련원에 계신 화광법사님, 봉화수련원을 지키는 희광법사님도 함께했습니다.

다음으로 전병찬 대구정토회 대표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복이 있어 오늘 법회를 세 번이나 들었습니다. 원을 세우셨나요? 전 올해 원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 아침 수행을 빠뜨리지 말고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기 수행이 기본적으로 되면 보시와 봉사가 저절로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이웃과 세상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라는 원도 세우면 좋겠습니다. 정회원은 정토회의 꽃이니 자부심을 갖고 수행하고 화합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참가자 소개와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그 중 대구정토회 남산법당이 인상적입니다. 평창올림픽기념 북한 예술단 공연을 흉내 내어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입니다’란 노래를 불러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남산법당 앞장서서 평화통일 앞당기자!”란 구호도 힘찬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대구법당 정회원 40명이 나와 흰 티와 붉은 한복 치마를 동여매어 입고 등장해 “대구법당 그레잇, 법륜스님 그레잇, 평화통일 슈퍼그레잇!” 이렇게 짧게 구호를 외친 뒤 ‘뿐이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사전행사를 흥겹게 마무리했습니다.

이어서 법륜스님의 저녁 활동가들을 위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녁반에서도 총 여섯 명이 질문했습니다. 파리협정에 지구 온난화가 0.85도까지 올랐다고 하여 걱정스러운데 인류의 발전은 자연파괴를 해야만 발전이 가능한 건지 궁금하다는 질문, 21년간 역정 많고 고함을 잘 지르는 시어머니에게 고된 시집살이를 하다 분가하니 그동안 억눌린 감정이 남편에게 폭발하니 남편이 수행하는 꼴을 못 보겠다고 하며 수행 그만하라고 하는데 기도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 가을불교대학 학생이 불교대학 오기 전에도 잘 살았는데 굳이 봉사하면서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대처하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 불교대학 담당인데 학생들이 <깨달음의장>에 가지 않으려 해서 어떻게 하면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질문, 아들 나이 서른이고 직장생활 하는데 성인인 조카들 세뱃돈을 주니 우리보다 잘 사는데 왜 세뱃돈을 주느냐고 하고, 남자가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고 하니 왜 그래야 하냐고 물어 언쟁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질문, 마지막으로 스물네 살인 아들이 스무 살 때부터 집 밖을 나가려 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만 하는데 10개월 전부터는 집에서 해주는 밥을 안 먹고 시켜먹으니 몸이 상할까 불안하고 걱정된다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중, 불교대학 오기 전에도 잘 살았는데 굳이 봉사를 해야되냐는 불교대학 학생의 질문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냐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립니다.

“저는 가을불교대학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대학 학생들과 얘기 나누다가 고민이 생겼어요. 학생들이 불대에 오기 전에도 괴로움이 없이 잘 살아왔는데, 굳이 여기 와서 발을 깊이 들여서 봉사를 해야 되느냐고 묻는 거예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을 잘 아는데, 그렇게 고민을 말하는 표정이 너무 진지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봄 불대 홍보도 해야 되는데 (모두 웃음) 이런 고민을 들었을 때 제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제가 말을 잘못하면 오히려 오해를 빚을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이 자리에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본인 생각대로 얘기하면 되지요. 제가 어떻게 말하라고 가르쳐주면 오늘 그거 하나만 배워서 내일 그 학생과 얘기해보면 그 사람은 또 다른 얘기할 거예요.(모두 웃음) 그렇기 때문에 아무 도움이 안돼요. 그냥 잘 모르겠으면 ‘그러네요. 말씀 들어보니 그러네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되지,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모르면 ‘모른다’ 그러면 되고, 동의가 되면 ‘나도 그렇다.’ 하면 되고, 동의가 안 되면 ‘나는 그 문제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봤고,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그냥 편안하게 얘기하면 돼요.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저도 들어주기만 하고 별 말씀을 드리진 못 했습니다.”

“그래도 돼요. 남이 묻는 말에 꼭 대답을 다 해야 될 이유가 없습니다. ‘아, 저 사람은 지금 저런 마음이구나.’ 이러면 돼요.”

“예.”

“그 사람이 지금 봉사하고 싶다는 거예요, 봉사하기 싫다는 거예요?”

“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하고 있는데 그런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하기 싫어서 그래요.(모두 웃음) 하기 싫으니까 그런 마음이 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남산 가자’고 했을 때 상대방도 가고 싶으면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가기 싫으면 ‘왜 가야 되는데요?’ 하거든요. ‘왜 가야 되는데요?’라는 말은 ‘가기 싫다’는 말이에요. 그 사람에게 ‘이런, 이런 이유로 가야 된다’고 설명했을 때 ‘가기 싫은 마음’이 없어지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면 ‘꼭 가야 됩니까? 거기 간다고 뭐가 좋습니까?’라고 문제제기를 또 해요. 이건 가기가 싫다는 얘기예요.

그럴 때는 웃으면서 ‘하면 재밌잖아요.’ 이러면 되는 거예요. 왜 가야 되는지 설명하지 말고 ‘재미가 없어요?’ 이렇게 물어보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아니, 재미가 없진 않아요.’ 하겠지요. 스님 같으면 상대가 가기 싫은 것 같아서 ‘가기 싫지?’라고 콱 집어서 얘기할 텐데,(모두 웃음) 도반이 그렇게 얘기하면 상대가 기분 나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물어볼 수 있지요. ‘가기 싫지?’라고 직설적으로 묻지 말고 ‘재미가 없어요?’라고 물어볼 순 있잖아요. 그래서 ‘재미가 없다’고 하면 또 그저 대화를 하면 돼요.

상대가 묻는다고 꼭 답을 주려고 하면 안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대화할 때 자꾸 답을 주려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나 어디서 나왔어?’ 그러면 여러분들은 일단 당황하거든요. 답을 주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그럴 게 아니라 ‘그게 왜 궁금하지?’ 이렇게 대화를 해 볼 수 있잖아요.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니?’ 이렇게 물었을 때 아이가 뭐라고 대답하는 사이에 화제를 바꿔버리면 되잖아요. ‘아, 그게 그래서 궁금했구나’라고 얘기하다가 ‘오? 벌써 밥 먹을 시간이 됐네. 가자!’ 이러고 가버리면 돼요.(모두 웃음)

그건 질문에 대답을 해 주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어디서 나왔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왜 그걸 갑자기 궁금하게 생각했는지가 중요한 거거든요. 그 아이에게는 어떤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뭘 보다가, 혹은 누구한테 뭘 들었거나. 그런 궁금증이 일어난 원인을 규명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아, 그래서 네가 그것이 궁금했구나. 그런데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밥 먹고 나서 또 얘기하자.’ 이렇게 해서 또 지나가버리면 걔는 잊어버려요.(모두 웃음)

그러나 아이가 그걸 계속 궁금해 한다면 어떤 이유가 있는 거고, 그러면 거기에 대한 대화를 계속 할 수가 있겠지요. 그러나 어린애가 지나가는 말로 질문한 거라면 그냥 배꼽을 가리키면 되고, 조금 더 커서 그런 질문을 하면 조금 더 진지하게 말해 주고, 정말 궁금해 하면 사실대로 말해 주는 등 그 수준에 맞게 설명을 해 줘야 되겠지요.

여러분들도 수행하기 싫으면 ‘지금까지도 수행 안 하고 잘 살았는데 꼭 수행해야 되나? 108배 안 하고도 지금까지 잘 살았는데 왜 갑자기, 무엇 때문에 아침마다 108배를 해야 되냐?’ 이런 생각들을 다 할 거예요. 그게 ‘하기 싫다’는 얘기거든요. 그럴 때 극복하는 방법은 뭐겠어요? 왜 108배를 해야 되는지를 따진다고 극복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냥 해 버리면 돼요. 그냥 해 버리면, 그래서 며칠 지나면 또 그 생각이 없어지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이유를 묻는 것은 하기 싫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불대 학생이 ‘봉사를 왜 해야 되느냐?’ 이렇게 말할 때 그 질문에 너무 따라가며 답을 하다 보면 논쟁이 되기가 쉽고, 대답이 궁해지기가 쉬워요. ‘봉사가 재미가 없어요?’ 이렇게 대화를 해 보면 아마 담당자가 자꾸 시켜서, 의무로 느껴서 그럴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좀 힘들어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화제를 바꿔버려야 돼요.

‘방석을 꼭 이렇게 펴야 되느냐? 꼭 줄을 맞춰야 되느냐? 각자 가져와서 깔고 앉으면 되지 왜 꼭 누가 와서 먼저 펴야 되느냐?’ 이렇게 질문을 할 때 먼저 방석을 펴야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건 그 사람이 질문하는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은 ‘싫다’는 거예요. 그런 질문을 할 때는 얼른 ‘아이고,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부처님의 대화법을 이해하시면 도움이 되실겁니다. 부처님께서는 타심(他心), 즉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서 화제를 바꾸셨잖아요. 예를 들어 ‘너 왜 밥 얻어먹으러 오니?’라는 말은 ‘주기가 싫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한테 ‘나는 이런 이유로 밥을 얻어먹는다’는 얘기를 해 봐야 그건 논쟁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화제를 바꿔서 얘기하셨지요.

‘댁에 가끔 손님이 옵니까?’
‘옵니다.’
‘손님이 가끔 선물도 갖고 옵니까?’
‘갖고 오지요.’
‘갖고 온 선물을 안 받으면 그건 누구 겁니까?’
‘가져온 사람 거죠.’

이때 부처님께서 빙긋이 웃으셨어요. 그래서 상대가

‘그건 왜 묻습니까?’
‘당신이 나한테 욕을 했는데 내가 그걸 안 받으면 그건 누구 겁니까?’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늘 화제의 방향을 조정하셨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의 말에, 그 사람이 시비 거는 말에 말려들지 않으셨어요. 여러분도 예를 들어 남편이 ‘절하지 마라’고 한다고 해서 왜 절을 해야 되는지 남편한테 설명을 하거나 ‘내가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인데 당신이 꺾을 수 있을 것 같냐?’ 이렇게 말하는 건 남편의 말에 말려드는 거예요. 여러분이 절하는 게 남편은 그냥 싫은 거예요. 이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시비를 거는 거니까 그런 말에 말려들 게 아니라 일어나 웃으면서 ‘여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이렇게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하는 게 좋지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내가 계속 절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남편이 저렇게 싫어하는데 내가 계속 절을 해야 되나?’ 이런 식으로 시비로, 즉 옳고 그른 걸 따져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한단 말이에요.

남편에게 따져서 이겨도 남편이 여러분한테 기분 나쁜 건 똑같아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그런 건 따질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럴 때는 그냥 웃어넘기면서 ‘여보, 요새 나한테 기분이 좀 안 좋구나.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 이렇게 화제를 조정하면서 대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걸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토론이 좀 필요는 하지만 10명 중 9명은 그것 따지려고, 그 답 얻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냥 기분이 나쁘니까 문제제기를 하는 거지요. 거기다가 정색을 하고 ‘네가 내 고집을 꺾을 수 있을 줄 알아?’라고 하는 건 말에 끌려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아, 저 사람이 내가 수행하는 걸 싫어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돼요. 그런데 남편이 여러분들이 수행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게 싫으니까 그것도 꼴 보기가 싫은 거지요. 그러니까 웃으면서 화제를 약간 전환해서 대화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자도 학생들이 그렇게 말하면 ‘아, 그러세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먼저 이렇게 수용을 해줘야 돼요. 그렇게 받아들이되 그 주제를 가지고 너무 길게 논쟁하는 건 올바르지 않아요. 그렇다고 안 들은 척, 못 들은 척 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항상 ‘아이고, 그러세요? 혼자 방석 까는 게 힘들었죠?’ 이렇게 받아주세요. ‘방석을 왜 꼭 깔아야 돼요?’라고 하는데 왜 깔아야 되는지 설명하는 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왜 깔아야 되는지 설명하면 질문한 학생이 결국 지게 되잖아요.(모두 웃음) 설명을 듣고 나면 계속 방석을 안 깔 수가 없잖아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그걸 가지고 대화를 하는 건 그 사람의 ‘기분 나쁨’을 해소해 주는 방법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고, 방석 깔기가 힘드시지요? 제가 좀 거들어줄게요.’ 이렇게 그 사람 마음을 알아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즉문즉설이 끝나고 둥글게 서서 손잡고 ‘스승의 은혜’를 함께 불렀습니다. 곧이어 법당에 ‘장미’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활동가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과 법사님들께 장미꽃 한 송이씩을 드렸습니다.

등대처럼 바른길로 이끌어 주는 스승이 있고, 함께 길을 가는 도반이 있기에 때로는 하기 싫고 왜 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로써 대구경북지부 정초 순회법회를 잘 마쳤습니다.

법회가 늦게 끝나서 밤 11시가 넘어서 스님은 대구정토회를 나왔습니다. 내일은 부산울산지부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해운대정토회에서 정초법회가 열립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도경화(글), 김태식(사진), 이창동(사진)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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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승

정회원으로서 정토행자로서 수행자로서 관점을 바로 가지고 정진해 나아가겠습니다. 2018년에도 전세계 전국방방곡곡으로 부처님의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실 스승님께 부처님의 가피로 법체
강건하시옵기를 큰 절 올립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보승합장올립니다._()()()_

2018-02-22 16:00:46

정지나

항상 저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는 시비분별이 있는 저에게

"아, 그러세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함께 할까요?
하며 방긋 웃어보이는 수행을 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2-22 09:24:54

송미해

상대의 말과 행동을 곧이 곧대로 믿고 다 설명하고 살았었요
참 아둔하고 눈치 없이 살았습니다 스님께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2-21 23: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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