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2.28. 정초정회원순회법회_광주전라지부
“아들을 독립시키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초순회법회 마지막 날로 광주전라지부 정회원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2018년에도 정회원들이 수행자로서의 삶을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점검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였습니다. 스님의 그 정성과 애정이 긴 겨울을 깨우고, 긴 가뭄을 해갈하는 듯 광주에는 아침부터 이른 봄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손님이 오시는 것을 봄비로 일러주는 듯 모두가 설레던 날! 2시에는 주간반을 위해,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을 위해 법회가 열렸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기 전,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보았던 삼지연 합창단의 감동을 되살린 복장을 하고 활짝 핀 연꽃들로 변신한 도반들이 스님 일행과 전라도 각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정초 새해맞이가 법당 안팎으로 한창이었습니다.

주간 정초법회에는 총 61명의 정회원이 참석하였습니다. 대광법사님의 인사 말씀으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정초를 맞이해서 이렇게 얼굴을 가까이서 자주 볼 수 있어 반갑고 좋습니다. 새로운 해, 새로운 봄을 맞이하여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을 더욱 행복하게 걸어갈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혼자서 잘 안되었던 것들, 오늘 이 자리에서 스님께 내어놓으셔도 되고, 또 다른 도반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불어 해결되는 것도 느낄 것입니다. 모쪼록 모두에게 의미있는 또 한 번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게요.”

이어 광주전라지부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이선회 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 발심행자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정말 반갑습니다. 스님이 인도에서 비를 몰고 오신다 했다더니, 요즘 가뭄에 스님께서 광주도 비를 몰고 와주셨구나 싶네요. 이 길을 함께 가는 도반들이 있어 행복을 실감하며 사는 요즘입니다. 오늘도 지도법사님과의 시간을 흠뻑 누리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정토회별 참가자 소개가 있었습니다. 광주, 순천, 전주정토회에서 오신 정회원들이 차례로 나와 소개한 뒤, 준비한 퍼포먼스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마친 데에 대한 기쁨과 새해를 모두 함께 반갑게 맞이하자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대로 삼지연 합창단의 ‘반갑습니다’ 노래와 율동은 모두에게 큰 웃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정토 도반들 지도 법사님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수행하니 세상을 맑히는 정토행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정토세상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정토 도반들. 반갑습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 행자들 그뤠잇 환경실천 기본입니다
국민행복지수 수직 상승 통일 잔칫날도 앞당기세
모두가 행복해지는 정토세상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무술 새해에도 몽씬 복 짓세’
멋들어지게 개사한 ‘반갑습니다’ 노래가 제법 프로급의 솜씨여서 더욱 크나큰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감동과 즐거움의 시간을 가진 후, 긴 가뭄에 봄비만큼이나 기다리던 스님의 법문 시간이 시작 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은, 매년 정초법회를 하는 이유와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 차분히 하나하나 법문하였습니다. ‘나는 수행자입니다. 나는 수행자입니다. 나는 수!행!자!입니다’ 세 번을 스님과 함께 명심문으로 외는 동안 더욱 경건해지기도 했습니다. 수행자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다시 그 마음자세를 바로 잡아주시는 죽비와 같은 말씀들이 잔잔하게 법당 안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 대출을 끼고라도 해보려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려니 걱정과 망설임이 생긴다는 질문, 인도성지순례 비용을 모으기 위해 적금을 같이 들려고 하는데 그것이 잘하는 방법인지 여쭙고 싶다는 질문, 이번 9-4차 실천과제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인데 일상에서 특히 외식할 때는 지키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며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질문,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해서 스님 말씀처럼 스무 살이 됐으니 독립을 시킬 생각에 홀가분한데 어떻게 하면 아들도 아빠도 엄마인 나도 자연스럽게 올바른 독립을 시킬 수 있을지 여쭙는 질문, 현재 아들이 단기유학 중인데 아내는 아이를 1년 더 연장하고 싶어 하고 아이의 의견은 아직 묻지 않았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질문,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의 딸을 동생인 내가 키우고 있는데 잘 키워야지 하면서도 마음처럼 안될 때마다 자꾸 자책과 괴로움이 생긴다며 어떻게 마음을 잡고 기도해야 할지 스님께 무거운 마음을 내놓으신 분까지 총 다섯 분이 질문하셨습니다.

그중 이제 스무 살이 된 아들의 독립을 어떻게 하면 거부감 없이 순조롭게 독립시킬 수 있는지 그 지혜를 얻고 싶다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립니다.

“둘째 아들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는데요. 지금까지는 제가 다 받아줬는데, 이제 독립을 시켜야 하니까 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싶어요. 한편으론 대학 등록금이랑 학비도 안 대준다고 하는 건 조금 과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아이한테 이제 너는 독립을 해야 하고 안 나갈 거면 집세를 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아이 생일이 8월이라서 8월까지는 안 내도 되지만(모두 웃음) 8월 이후부터는 생활비를 내기로 협상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제가 유리한 조건이니까 수행법회를 꼭 와야 한다거나, 집안 살림을 하라든가, 백일출가를 가야 한다든가, 이렇게 어떤 조건을 걸지 고민이 돼요.(질문자 웃음)

그런데 남편은 둘째가 대학교를 가는 것만도 고마워해요. 첫째가 대학을 안 가서 둘째는 대학을 간다고만 해도 고마워서 ‘학비 걱정하지 말고 학교만 잘 다니면 된다’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이럴 때 어떻게 아이를 잘 독립시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모두 웃음)

“질문자는 독립시킬 생각만 하고 있는데, 아이와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싸우면 좋지 않고 또 아이가 엄마에 대해서 섭섭하게 생각하게 할 수 있어요.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는 상대가 성인이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면 독립을 시킬 때에는 먼저 아들을 성인으로 대우해줘야 합니다. 오늘부터 말도 존경어를 써야 하고, 명령은 일체 하면 안 되고, 반드시 의견도 들어줘야 하고, 이렇게 마치 스님을 만나거나 이웃집 어른을 만나듯 성인으로 완전히 대우를 해주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그렇게 전제를 하면 이런 얘기가 설득력이 좀 있는데, 말로만 ‘너 독립해야 한다! 이제 스무 살 됐으니 나가야 한다!’라고 하면 섭섭해요. 애 취급을 하면서 말로는 또 독립하라고 하는 건 안 맞아요.

그래서 독립하라는 말을 하기 전에 제일 먼저, 아들이 스무 살이 딱 되면 질문자가 아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야 해요.
‘지금까지는 내가 보호자고 너는 보호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엄마가 너한테 말도 놓고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너에게 함부로 한 것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늘부터 너는 성인이 됐기 때문에 엄마가 오늘부터 너를 존중하고 한 사람의 인격으로 대하겠다. 나도 좀 어색하고 너도 어색하겠지만 그건 엄마가 정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이제는 어른이어서 그런 거다. 네가 밖에 나가면 어른 대우를 받을 텐데도 집에서는 엄마가 너를 어린애로 키우다 보니까 자꾸 어린애로 취급하는 습관이 있는데, 엄마도 그 습관을 극복해야 하고 너도 이제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질문자가 먼저 아들을 어른으로 인정해주는 자세를 먼저 가지세요. 그리고 그게 되거든 거기에 따라서 ‘엄마로부터 존경받는 자가 됐다면 너도 너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고 해야죠.

아마 이 말을 하기 전에 자기가 그런 대우를 받으면 매사에 독립하는 쪽으로 생각이 갈 거예요. ‘독립해라!’라고 말해서 독립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면 자식에게 지원을 해줘도 자기가 알아서 ‘아닙니다, 어머니.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도움을 받으면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줄 알게 됩니다. 도움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는 거예요.

꼭 금전적인 면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독립된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이 지원을 해주는 건 도움을 받는 거잖아요. 엄마가 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는 것이니까 돈으로 갚고 안 갚고를 떠나서 우선 반드시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하거든요. 그 다음에 여력이 되면 갚아야 하는 일이고요.

그런데 형편이 조금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남이어도 ‘보태 써라’ 이렇게 돈을 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버지 입장에서는 아들에게 그렇게 줄 수는 있어요. 남한테도 장학금을 주잖아요. 줄 수는 있기 때문에 그걸 갖고 ‘주면 안 된다!’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어요. 자기 돈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남편의 권리니까요. 질문자가 ‘나는 이제 아이를 성인으로 대우하고 이것이 아이의 장래에도 좋다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하겠다. 당신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의향은 낼 수 있지만 ‘너도 그렇게 해라!’ 이렇게 말할 권리는 없다는 거예요.

남편은 아마 그렇게 돈도 지원해주면서 애 취급도 좀 할 거예요. 지원을 해주면 항상 조금은 ‘갑’이 되기 때문에 큰소리를 좀 치거든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지원을 안 하려면 갑의 위치를 버려야 해요. 8월이 되기 전에 지금부터 그걸 먼저 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그렇게 해서 8월이 되었을 때 아이가 알아서 독립적으로 행동하면 말할 필요가 없고, 그때 가서도 대우만 받고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이제 선택을 해야죠. 지원을 해주고 잔소리를 하든지, 안 그러면 이렇게 말하고 지원을 끊든지요.
‘너는 성인 자격이 없다. 나는 성인으로 대우하는데 네가 성인 행세를 안 하니까 이제는 네 스스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다.’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하지, ‘오늘부터 너는 성인이야! 나가라!’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부모 자식 간에 너무 엄격하다고 볼 수 있어요. 존중하는 걸 먼저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자식을 늘 어린애 취급하다가 어느 날 스님 법문 듣고 ‘스무 살이니까 쫓아내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모두 웃음) 애가 어릴 때부터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하자는 대로 해주되, 유치원 상급반이나 초등학생 정도 되면 방 청소든 어떤 일이든 엄마가 같이 하세요. 시키지 말고 같이 하는 거예요. 조그마한 일도 ‘아이고, 좀 도와줄래?’ 이렇게 자꾸 같이 하면서 애한테 일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도제 양성을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모두 웃음)

이렇게 해서 밥도 같이 하고, 설거지도 같이 하고, 청소도 같이 해야 어릴 때부터 하는 습관이 돼서 자연스럽게 하죠. 손도 까딱 안 하게끔 밥을 다 해주다가 어느 날 ‘네가 청소해! 네가 밥해!’ 이러면 할 줄도 모르고 하기도 싫으니까 이제 엄마와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버지든 엄마든 애를 아주 어릴 때부터 데리고 같이 일을 해야 해요. 아이를 시켜먹는 게 아니라 같이 일을 해야 합니다. 방을 닦으면 아이 앞에도 걸레를 두고 ‘너도 같이 해볼래?’ 이렇게 같이 방을 닦으며 놀아줘야 한다는 거예요. 애는 어릴 때 노는 것밖에 모르잖아요. 청소로 놀아주고, 망치질로 놀아주고, 설거지로 놀아주고, 밥하는 걸로 놀아주고, 이불 개는 걸로 같이 놀아주면서 조금씩 익히도록 해주세요. ‘이렇게 개면 예쁠까? 저렇게 개면 예쁠까? 네가 한번 개봐라’ 이렇게 같이 이불 개면서 놀아주고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야 해요. 어느 정도 큰 뒤에 갑자기 ‘이불 개라! 자립해라!’ 이런 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업, 다시 말해 습관의 존재잖아요. 모든 감정과 사고가 다 습관으로부터 일어납니다. 습관이라는 것은 요즘 컴퓨터로 말하면 알고리즘하고 거의 비슷합니다. 모든 게 다 습관 된 대로 작동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습관을 처음부터 그렇게 들여야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걸 안 해놓고, 아무런 훈련 과정 없이 어느 날 자식에게 ‘자립해!’ 이렇게 하면 자식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그러면 이제 자식은 핑계를 대죠. ‘딴 집은 안 그러는데 엄마는 왜 그래!’ 이렇게 해서 싸우게 되거나, 지금 얘기한 대로 변명을 해서 ‘만 스무 살 되면 나가겠다!’ 이렇게 해서 생일을 따진다든지, 또 ‘대학만 졸업하면 독립하겠다!’ 이렇게 하든지 해서 자꾸 갈등관계가 됩니다.

자립이라는 것은 갈등하자는 게 아니에요. 아이에게 큰 즐거움이 돼야 합니다. ‘아, 오늘부터 이제 내가 내 갈 길을 정해도 된다!’ 이렇게 기뻐야 해요. 그러니 핵심은 엄마가 자식을 먼저 존중해줘야 합니다. 책임을 묻기 전에 존중부터 해주고 나중에 책임을 물어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즉문즉설이 끝난 후, 법당 밖으로 잔잔히 들려오는 빗물 소리가 그 모든 마음속 무거움을 쓸어내리고 간 것인지, 가볍고 편안해진 표정들이 그야말로 여법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뒤이어 스님과 광주전라지부 도반들 모두 큰 원을 만들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며 주간 법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각 지역 정토회별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신 스님은 회원들에게 한 명씩 얼굴을 마주하며 악수해주시고 올 한 해 수행정진과 봉사를 위한 삶을 격려해주셨습니다.

주간 정회원 정초법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분들에게 오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광주법당 심정순 님은 “오늘은 특히 빈 그릇을 실천하더라도 식당 주인에게 염치없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과 네 사람이 가서 3인분만 시키면 반찬은 추가 요청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그간 놓쳤던 부분을 일깨워주시는구나 하며 세밀하게 짚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병주 님은 “우리의 감정이 까르마, 업식에 따라 일어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감정의 일어남을 명백히 알아차리고 고요하게 깨어있을 때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 믿어집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정리와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며 주간 정초법회를 마쳤습니다.

주간법회에서도 내내 함께하던 비가 계속해서 법당 밖으로 물청소를 하며 손님맞이를 하는 듯합니다. 빗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에 저녁 7시 30분부터는 광주전라지부 저녁 정회원들을 위한 정초법회가 열렸습니다. 2월을 마무리하는 날, 3월을 시작하기 전, 그 설렘이 가득한 채로 직장에서의 피로감도 잊은 채 광주전라지부 총 99명의 정회원이 상기된 얼굴로 한자리에 모이는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광주전라지부 상임법사이신 대광법사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자주 보니 또 좋습니다. 주간법회를 다녀가신 분들이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발길을 옮기시는 것을 보았는데, 힘들게 일하고 오신 저녁부 정회원 여러분들은 더더욱 가볍고 행복하게 법당을 나서길 바라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광주정토회 대표이신 이미숙 님의 밝고 힘찬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를 위해 먼 길 오신 지도법사님께 감사합니다. 일상에서 무겁게 이고 지던 짐들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갖길 바랍니다. 모든 분의 공덕으로 이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지혜를 얻어가고, 일상에서 그 지혜로 행복한 삶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모두 올해도 행복하시게요”

이어서 광주정토회, 전주정토회, 순천정토회 순으로 참가한 정회원들이 모두 앞으로 나와 정토회별 소개와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흡이 척척 맞지 않아 어설픈 듯해도 해맑고 순수한 마음들을 느껴서인지 함께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정토회별 소개가 있고 난 뒤에는 2017년을 지낸 광주전라지부 정회원들의 열정적인 활동 모습들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루 나오는 익숙한 도반들의 모습을 보며 더욱 감동이 되고 지난해 수고한 우리들 모두를 되새기며 힘찬 박수로 감사한 마음을 서로에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스님의 법문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정초 때마다 정초법회를 통해 한 해를 어떤 마음으로 보낼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므로 오늘은 수행점검을 하는 시간입니다.

발심행자는 해탈 열반을 증득하겠다고 발심한 수행자입니다. 신자는 믿는 자이고, 수행자는 닦는 자입니다. 인간은 정신력이 발달하여 잘 사용하면 활용도가 높으나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 부작용이란 괴로움입니다. 정신활동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 괴로움입니다. 괴로움은 인간이 현실적 능력보다 원하는 것이 너무 클 때 그 차이를 채울 수 없어서 일어납니다. 인간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욕망의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합니다. 욕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은 뛰어난 존재이면서도 늘 누군가의 도움을 원해요. 늘 ‘도와 달라, 사랑해 달라. 이해해 달라, 돌봐 달라’ 이렇게 자기 인생을 자기가 못 살고 늘 도와달라고 해요.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욕망을 채우는 것으로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욕망과 집착을 놓고 자유로운 존재, 행복한 존재가 되는 것이 수행입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스승이십니다. 부처님을 뭐라고 하지요? 천상천하유아독존! 입니다. 어디에도 비교할 바가 없이 존귀하다는 거예요.

본래 재가수행자가 출가수행자보다 수준이 더 높아요. 세속에 있으면서도 물들지 않으니까요. 사람을 만나면 사람에 집착하고, 돈을 만지면 돈에 집착한다면 출가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경계에물들지 않으면 세속에 있어도 됩니다. 이렇게 세속에 물들지 않는 수행자의 길을 가기 위해서 책임과 의무가 따르고 그에 따른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복을 지어야 복을 받지요. 이렇게 합당한 것을 바라는 사람은 선량한 신자라고 합니다. 보살은 복을 짓되 복을 탐하지 아니합니다. 이것이 수행자예요. 수행자는 복을 원하는 중생에게 회향해야 합니다. 무주상보시를 해야 합니다. 또 수행자는 당당하되 겸손 하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수행자로서의 삶을 다시금 세밀하게 짚어주시는 귀한 법문이었습니다.
도반들의 얼굴에 법비가 내려 말개진 표정들이 곳곳에 보일 만큼 울림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수행자 맞아요?”

“(대중 모두)네”

머뭇거림 없이 터져 나온 당당한 대답 소리에 스님과 정회원 모두 오히려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웃음소리가 잦아들 즈음 뒤이어 즉문즉설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광주전라지부의 정토회 회원의 숫자가 적은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본인에게도 일어나고 있다며 직장 내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한 질문, 삼국시대 이전을 짚으시며 역사에 대해 다각도로 질문하신 분,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구걸과 걸식에 대해 다시 깊이 알고 싶어졌다는 질문, 정토회 내에서의 사모임에 대한 규제가 답답하게 느껴져 봉사에 대한 생각에 걸림이 생기고 있다는 질문까지 총 다섯 분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 법회는 밤 11시를 다 채울 만큼 그 진지함과 정성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빽빽이 찬 법당 안을 누구도 비우지 않고 흐트러짐 없이 함께 하는 뒷모습들은 이미 감동이 되는 풍경이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도반들 모두가 수행자로서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법을 설해주시는 스님의 모습 또한 감동을 배가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뒤를 가득 채운 정회원들을 향해, 내가 한번 웃겨보겠다고 하시면서 “안 웃으면 쥑이삔다”라고 하니 단박에 모두를 활짝 웃게 해주어서 순식간에 사진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정회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환한 웃음으로 격려해주시고 손잡아주신 스님께 감사하는 마음들이 늦은 밤 시각인 줄을 이미 잊은 듯 보였습니다.

법을 설해주시는 중에, 천만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의 이름은 ‘수행자 나무’ 라 하신 스님의 말씀이 내내 깊게 남는 하루였습니다. 두려워할 필요도, 괴로울 필요도 없는 삶을 당당하게 가라 하신 오늘의 법문은 수행자적 관점을 다시 잡게 해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저녁법회를 마무리하며 유난히 감동으로 상기된 두 분께 소감을 물었습니다.
광주법당 최기원 님은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욕망에 끄달리는 게 모든 중생이 다 그러하다고, 이 욕망은 끊임이 없어서 백사람 천사람 만사람도 채워줄 수 없다는 말씀을 들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중생이 원래 그런 존재라면 수행을 통해서 가벼워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법비를 맞은 듯 감동이 깊었습니다”,

김효연 님은 “부처님이 의식주를 해결하시는 방식 속에 다른 이의 희생을 통해 나의 행복을 쌓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음을 오늘에서야 확연히 알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또한 정토회와 스님이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못해 해온 봉사를 기꺼이 나부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어 더없이 의미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스님께 드리려고 광주법당의 한 도반이 도반들 모두의 숫자만큼 100송이의 장미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나 늦은 시각까지 이어진 법문으로 타이밍을 놓쳐, 장미는 집으로 돌아가는 도반들의 손마다 하나씩 들려졌습니다. 각자 모두 한 송이의 장미들이 되고, 꽃다발이 되고, 화단이 되어줄 광주전라지부의 힘찬 2018년을 법당을 나서는 뒷모습들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광주전라지부 정초순회법회를 끝으로 전국 정초순회법회를 모두 잘 마쳤습니다. 날이 날이니만큼 더욱 설레고 감사했던 이른 봄 단비는 우리 모두의 새로운 시작을 더욱 응원하는 듯, 늦은 밤에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문수미, 최종열, 손명희

▼ 삶을 바꾸는 공부,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정토불교대학
http://edu.jungto.org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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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일

당당한 삶으로
갈길을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8-03-07 08:40:37

선광

수고하셨습니다.
당당하게 살아가요.

2018-03-07 08:03:23

정지나

"모든 게 다 습관 된 대로 작동하거든요"
" 정신활동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 괴로움입니다"
온전히 행복해야할 삶이 괴로운것은 괴로움이 습관으로굳어져있는 하나의 형태일 뿐
그저 습관이 생겨나면 아~~~내 오래된 습관이 생겨났구나 하며 지켜보고, 알아차립니다.
감사합니다.꾸벅^^

2018-03-05 09: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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