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3.17 미국 클리블랜드
"남북교류는 좋은데, 통일까지 꼭 해야 하나요?"

오전 3시 30분 기상하여 보니 스님 방은 불이 켜져 있습니다. 각자 방에서 아침 예불과 기도를 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스님은 어제 디트로이트 강연 준비를 해주고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 박천재, 임정은 님 부부에게 사인한 새로운 백 년 책을 선물하고, 두 딸에게는 단주를 선물해주었습니다. 두 분은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할 때 당시 하일숙 총무님이 계시던 콜럼버스 법당을 다녔습니다.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콜럼버스를 떠나 현재 디트로이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인연으로 디트로이트 강연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스님은 본인들의 방을 스님께 내어준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 두 학생에 질문할 기회를 준다고 하면서 스님과 잠시 차 한잔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을 잘 해 스님과 통역 없이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3월 중순이지만 이 곳은 아직도 곳곳에 잔설이 남아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오늘 인연에 대해 감사하며 잠시 인사를 하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로 출발했습니다.

클리블랜드로 내려가는 길에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을 둘러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몇 년 전 디트로이트시는 파산신청을 했었습니다. 2012년 이 지역에서 스님의 희망강연이 있었을 때 당시 파산한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을 둘러보았는데 6년 만에 다시 방문해 보았습니다.

아직 외곽지역에는 빈 건물들이 방치되거나 파괴되어 사용하지 않는 건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운타운으로 들어갈수록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고, 투자자본이 들어와 도시 전체를 리모델링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었습니다. GM 자동차 본사가 있는 다운타운에 도착하니 6년 전 보다 훨씬 더 많이 개발되고 정비되어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3시간 30분을 차로 달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조미영님댁에 도착하였습니다. 모태 기독교 신앙인 남편분과 아드님이 처음 뵙는 스님께 함께 인사를 하였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늘 강연이 열리는 Brecksville Community Center로 이동하였습니다. 숙소와 강연장 바로 인근에 Cuyahoga Valley 국립공원이 있어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부터 기온이 올라가서 날씨도 따뜻해졌다고 합니다. 날씨도 따뜻하고 주말이라 많은 분들이 삼삼오오 나들이 나오듯이 강연장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이전에는 오하이오주에서 제일 큰 도시였으나 이제는 주도인 콜럼버스보다 인구가 적어졌다고 합니다. 병원과 의료시설이 발달한 도시로 화이트 칼러가 비교적 많이 살고, 오하이오주 중에서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곳이었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럼프 지지자가 아주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강연장에 들어서니 강연장을 찾은 많은 분들이 스님께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전 콜럼버스 법당 총무를 역임한 고창미 님 부부, 이옥식 현 총무님, 불교대학 담당을 하고 있는 정혜진 님이 강연장에 일찍 도착하여 입구에서 안내를 하면서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 캠페인 및 편지 보내기 캠페인 안내물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이리 (Erie) 호수에 인접한 도시로 콜럼버스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콜럼버스 법당에서 이렇게 오신 것입니다. 특히 정혜진 님은 강연 전에 두 차례나 클리블랜드를 찾아 조미영 님과 함께 식당과 한국 슈퍼마켓을 찾아다니며 포스터도 붙이고 홍보하였다고 합니다. 클리블랜드는 한인 인구가 한 오천명 정도 되지만 한글로 된 주간지도 없고, 큰 한인마켓도 없어 홍보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많은 수인 약 100여 명이 참석하여 아주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작년 광화문에서 있었던 ‘2017년 한반도 평화대회’ 동영상 상영이 끝나자 스님은 연단에 올라 클리블랜드를 첫 방문하게 된 계기로 강연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북한 핵무기 개발로 인한 북-미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아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많이 고조되었습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막으려면 한국에서의 평화 활동도 중요하지만 여기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이 평화활동을 하면 100배는 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로 바뀐 스윙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이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을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페어팩스에서 강연을 하면서 이 운동에 함께 동참해 달라고 방문했습니다. 최소 10명 정도 친구에게 연락해서 꼭 함께 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하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재 치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인데 행복해지기 위해 교회도 다녀보고 종교도 바꿔보았지만 행복하지 않아 미국에 있어 그런가 해서 한국에 가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분, 가족과 친척 모두가 한국에 살고 있고 본인만 미국에 살고 있는데 한국에 가족과 친척이 살고 있으니 한반도가 평화롭게 사는 것에 동의하고 평화롭기를 원하지만 꼭 통일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는 분, 적폐 청산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묻는 분, 아이에게 버럭하고 나서 5분이나 10분 뒤에 버럭한 것을 알게 되는데 이 버럭 하는 성질을 어떻게 하면 고칠지 묻는 분, 나이가 70이 되니 죽음에 대해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평화롭게 살다가 죽음의 길을 맞이하고 싶은데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묻는 분등 오늘은 총 5명이 질문하여 스님과 대화를 하였습니다. 그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의 가족들은 모두 한국에 있고 저 혼자 미국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한국에 있다 보니 한반도가 평화롭기를 바라고 한반도 평화 운동에도 많이 공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한이 개성공단 등을 통해서 교류를 하는 것은 좋지만 꼭 통일까지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 한 번 물어봅시다. 통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 손 들어보세요.

이번에는‘남북이 사이좋게 지내면 되지 꼭 통일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생각하시는 분, 손 들어보세요.

우선 기권이 4분의 1 정도 되고 (청중 웃음) 통일이 꼭 필요한가 하시는 분들이 4분의 1 정도 되고,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분들이 절반 조금 넘어 보이네요. 통일 문제도 우리들의 마음을 따르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다른 이유보다 사람들이 통일을 원하는 것이 통일이 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면 왜 많은 사람들이 통일이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할까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당연히 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당위론에 가깝습니다. 둘째는 통일을 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이익이라는 실리론이 있습니다.

당위론은 이익을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연세가 80이 되신 할머니가 병원에 갔는데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수술을 하려니까 수술비가 작게는 5,000불에서 많게는 10,000불까지 든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 할머니는 살아봐야 몇 년 못 사시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할 필요가 있나 하고 고민할까요? 가족의 입장에서 그런 계산은 안 합니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앞으로 몇 년을 사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수술해서 건강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러니 나중에 손해가 나더라도 일단 수술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많이 뒤처진 북한과 하나가 되면 경제적인 타격이 있는 것 아니냐, 우리에게 손해 보는 게 아니냐 하는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산가족이 된 분들에게는 이런 계산이 없어요. 만약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려고 한다면, 그게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따지려고 안 하잖아요. 아무리 손해가 나도 우선 아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 것처럼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나중에 손해가 나더라도 우선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위론의 입장입니다. 이 입장에서는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본주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통일이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많이 따집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나이 드신 분들은 전쟁의 경험이 있거나 부모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욕도 많이 하지만 모금함에 돈은 내고 가는 분들이 많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젊은 세대들은 북한에 대한 감정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욕도 별로 하지 않지만, 동시에 모금함에 돈을 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무관심한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이것은 심리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의 마음 한 켠에는 북한에 대해 미운 감정이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니 그 생각을 하면 분하기도 해요. 그런데 또 나라가 못 살아서 사람들이 굶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쌍하게 여겨집니다. 우리가 가족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도 대개 이렇습니다. 한편으로는 밉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쌍하게 느껴지지요.

여러분들도 가족에 대해 생각하면 이런 감정이 많이 들잖아요? 제가 상담을 해도 이런 사람들이 많아요. 스님 앞에서는 자기 딸이 말을 안 듣는다며 욕을 많이 해요. 그렇게 자기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한참 동안 욕을 해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되면 슬쩍 ‘스님, 어디 주변에 소개시켜 줄만한 좋은 총각 없어요?’ 하고 물어요. (청중 웃음)

가만 보면 얼마나 모순이에요? 자기 엄마가 봐도 말을 안 듣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누구한테 소개시켜 달라는 거예요? (청중 웃음)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이중성입니다. 소위 애증(愛憎)이라고 해요.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이 같이 나타나는 거예요.

이러한 감정적 배경이 있는 당위론을 가진 사람들은 이익인지 손해인지 크게 따지지 않고, 그저 한 민족이니까 하나로 통일된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위론의 입장은 잠시 두고, 실리론의 측면에서도 통일이 이익인지 한 번 따져보면 어떨까 싶어요.

남북이 분단된 지 올해로 73년째, 그리고 1948년 남북의 독자적인 정부가 생긴 지 올해가 70년째입니다. 상해 임시정부는 1919년에 세워졌으니 내년이면 상해 임시정부 수립과 3·1 운동이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로 6·25가 일어난 지 68년이 되었고, 정전협정을 맺은 지 65년이 흘렀습니다.

분단을 거쳐 전쟁을 치르면서 한반도는 거의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런 폐허 위에서 우리는 지난 65년 동안 세계인들이 놀랄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전 세계를 봐도 이렇게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는 보기가 드뭅니다. 싱가포르, 홍콩 등 인구가 작은 도시국가가 성장한 경우는 없지 않지만, 인구 4,5천만 규모의 국가가 이렇게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경우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경제만 성장한 것이 아닙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주화도 모범적으로 이루어냈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아직 해결하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4·19 혁명과 광주항쟁 및 6월 항쟁을 거쳐 최근에 일어난 촛불 혁명에 이르기까지 아래로부터 민주화를 잘 이루어내었습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서도 보셨겠지만 이제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인천 제2터미널을 처음으로 이용하게 되었는데, 시설이 거의 특급호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 공항 운영이나 편리도 면에서 인천공항이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국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선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개선을 필요한 부분들도 많이 있음을 인정해야 해요. 빈부격차가 여전히 심하고, 사회에 팽배한 불공정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이 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는 자랑스러워할 만한 나라이지만, 그 기반 위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지난 60여 년간의 경제성장을 돌이켜보면 박정희 정부 18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11%였습니다. 뒤를 이은 전두환 군사정부 7년 동안은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였고, 노태우 정부 8%, 김영삼 정부 7%, 김대중 정부 5% 그리고 노무현 정부 때 4%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진보 정권을 비판하면서 경제를 잘 몰라서 5%, 4%에 그쳤다며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7% 성장을 약속했습니다. 이미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많은 비리와 의혹들이 나왔지만 7%의 경제성장을 약속하는 후보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눈감고 찍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연평균 3% 성장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최근 박근혜 정부가 연평균 2.8%를 기록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첫 해에는 3%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남은 임기에 걸쳐 전체적으로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률의 하락세는 특정 정부가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이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분단된 상태로도 모범적인 경제성장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 성장 동력이 다 소진된 상태에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구구조, 경제구조를 보면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의 성장세는 바라보기가 어렵습니다.

수출경제를 제외하면 국내 경제상황은 이미 굉장히 어려운 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욕구를 내려놓고 ‘무조건 성장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살 만하니 빈부격차만 조금 해소하면 괜찮겠다. 더 이상 환경파괴를 할 게 아니라 환경보호도 하고 미세먼지도 차츰 줄여나가면서 저성장 분배를 추구하자’는 입장을 취하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향을 선호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에 저 혼자 사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장기적 침체 국면에 들어가기보다는 성장이 더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즉, 아직 많은 국민들이 더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북한개발 수요 뿐입니다.

이건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성장을 하고자 할 때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입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미개발 지역입니다. 북한 개발이 이루어지면 이미 한국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인건비로 중국을 거쳐 베트남, 인도로 빠져나간 중소기업들이 북한에 들어가서 낮은 인건비에 기초해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즉,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과 결합하면 북한이 새로운 소비재 생산 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소비재 생산 기지가 일본에서 출발해서 한국으로 왔다가 지금은 중국과 베트남으로 많이 넘어갔습니다. 중국에서도 인건비가 월 500불 가까이 되니까 그다음 생산기지로 인도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북한개발이 이루어지면 인구가 월등히 큰 인도만큼은 안 될지 모르지만 북한도 상당한 생산기지의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처음 개설될 때 인건비가 월 57불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에 5% 이상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57불의 5%면 3불이 채 안됩니다. 그러면 첫 해 월급이 57불, 두 번째 해에는 60불, 그다음 해에는 63불, 66불 이렇게 천천히 올라간다는 뜻이에요. 이건 사실 북한에서는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이 낮은 임금으로 인해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한국기업들은 커다란 수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에게 음식도 주고 특근 수당도 주고 해서, 개성공단이 폐쇄될 때의 임금 수준이 월 157불이었습니다. 당시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받는 임금은 250불이었습니다. 두만강 건너 연변 지역으로 건너간 북한 노동자들은 특근 수당까지 합하면 300불 가까이 받고 있습니다.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500불이었는데, 중국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같은 시간 동안 일을 해도 북한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중국 노동자들에 비해 10% 정도 높다고 해요. 게다가 중국 노동자들은 주말에 쉬고, 명절에도 쉬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기숙사에 들어와서 하루에 열몇 시간씩 일주일에 7일을 일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으면 중국 공장들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개성공단도 생산력 높은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는데 갑자기 문을 닫았잖아요. 일부에서는 북한에 커다란 손해가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미친 영향보다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100여 개의 남한 기업에 끼친 손실이 훨씬 더 컸습니다.

이런 노동자뿐만 아니라 북한에는 도로, 철도, 제방시설, 건축 등 엄청난 개발수요가 있습니다. 물론 건설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이 비용은 소비라기보다는 투자입니다.

만약 서울, 원산, 나진, 연해주를 연결해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만들면 10조 원 가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운임료의 절감을 계산했을 때 20년 정도 운영하면 초기 투자비용은 모두 회수된다고 합니다. 즉, 북한의 인프라 개발은 소비적이라기보다는 투자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니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유치가 가능합니다.

현재 세계의 자본시장은 돈을 투자할 곳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개발이 이루어지면 아주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남북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아서 그렇지 남북한 사이에 평화가 구축되고 서로 간의 투자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당장 정치적인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즉 경제적인 교류와 통합만으로도 한국은 새로운 경제 성장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개발에 있어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진출하는 게 좋습니다. 대기업은 이미 체계적인 기술이 있기 때문에 북한 개발에 진출하면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로 돈을 벌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의 경쟁력을 생각할 때 자본과 기술이 있는 대기업은 세계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치중하고, 북한 개발은 중소기업에게 투자처로 열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살아나면 많은 수의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대기업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이미 발달된 자동화 기술이 많은 인력들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자본에 비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요.

얼마 전에 어느 보험회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회사는 20년 전에는 1년에 3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때보다 영업규모는 몇십 배 커졌는데, 올해의 신입사원의 수는 5명이었다고 해요. 20년 전에는 300명 중 150명은 내근을 하고 나머지 150명은 영업사원이었는데, 올해는 5명 중 1명만 내근을 하고 나머지 4명은 영업사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노동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어요. 수치로는 청년실업률이 5%, 7%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젊은이들의 절반 정도가 일자리가 없습니다.

북한 개발은 이런 실업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기회의 창입니다. 북한 개발로 인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큽니다. 그러니 이번에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분명하다면 북한 역시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한이 자꾸 돈을 달라고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도 내부로는 이미 시장경제가 정착했습니다. 현재 북한 안에 500개가 넘는 시장이 형성되어있고, 주민생활도 모두 친시 장화 되어있습니다. 북한에서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 350만 명이 된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와 연결되지 않을 뿐 국내적으로 보면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남은 일은 외부로의 개방입니다. 그러니 체제의 안정만 보장되면 북한도 개방을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정치적 통합은 나중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즉 경제적 통합만으로도 남북한에 가져다줄 수 있는 경제적 시너지 효과는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면에서 통일은 우리에게 미래의 희망이자 비전입니다. 반면에 평화는 우리가 지난 60여 년 간 이루어놓은 것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것을 잃을 수 없기 때문에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통일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우리의 선택이에요. 성장을 원한다면 통일로 나아가야 하고,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저성장 국면에 머물러도 좋다는 입장이라면 굳이 통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현재의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지금 이대로는 저성장 국면으로만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하강국면으로까지 나아갈 소지가 많습니다.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한반도로 인해 중국과 일본도 협력관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반면 한반도 분단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갈등을 일으키면 덩달아 중국과 일본도 대결과 갈등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 국면에서는 미국, 남한, 일본이 한 패가 되고, 중국, 러시아, 북한이 한 패가 되어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되는 위험지역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전쟁이냐 평화냐를 두고 아주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래의 번영으로 나아갈 것이냐 정체할 것이냐를 두고 분기점을 맞이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의 개인적인 인격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는 미국 내부의 문제로 남겨두더라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낫습니다. 북한도 말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미국에도 뭔가 맞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해결책을 찾기에 더 좋아요. (청중 웃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위험부담이 있는 도박이에요. 그만큼 전쟁의 위험도 높아졌고, 동시에 협상의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최종 결정이 어느 쪽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인가를 두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저 어느 쪽으로 가겠지 하고 점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되도록 전쟁의 위험은 낮추는 쪽으로, 그리고 협상의 가능성은 높이는 쪽으로 가야 지금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것입니다. 이번에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그만큼 전쟁의 위험이 높아져서 자칫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특사가 남한에 오고, 남한의 특사가 다시 북한을 방문했는데, 북한이 남한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는 왜 그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지 어떻게든 설득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올라갔다고 해요. 그렇게 6가지 안건을 준비해서 두 시간 동안 브리핑을 할 계획으로 올라갔는데 막상 브리핑을 하니까 ‘그래, 군사훈련해야 하는 것 이해한다’며 회담은 40분 만에 끝나고 식사만 3시간을 하고 내려왔다고 합니다.

북한에 다녀온 남한의 특사단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서 북한과 나눈 이야기를 잘 설득하려고 준비해서 갔는데 트럼프도 이야기를 듣더니 주변과 따로 의논하는 과정 없이 ‘그래, 그럼 5월 안에 만나는 것으로 하지’ 하고 금방 결정이 났다고 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이 비슷하지요? (청중 웃음)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의 성향으로는 이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 거예요. 아마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른 참모들과 둘러앉아서 논의를 한 다음 결정을 내렸을 텐데, 트럼프 대통령은 성향이 다릅니다.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처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군사적 긴장이 많이 고조되었는데, 미국은 군사적 공격 준비를 거의 다 마쳤다고 합니다. 군사적 공격을 하고자 한다면 지금 그 직전에 와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코피 전략’이라는 것은 집중적으로 몇 곳만 빨리 공격하고 철수하면 북한이 반격을 못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즉 코만 얼른 때려서 코피가 나고 아이가 울면 이기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자칫 잘못하면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화력은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등의 나라와는 다릅니다. 이렇게 한편으로는 군사적 옵션을 병행한 협박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을 제안하는 두 가지가 동시에 오가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옵션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든 전쟁의 위험을 낮추고 협상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발전해 온 대한민국도 이미 자랑스러운 나라지만,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통일은 우리에게 희망이자 비전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5명의 질문자와의 답변을 모두 마치고 스님은 다시 한번 ‘한반도에 전쟁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이제 지금 남북 간, 북미 간에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이런 기회를 살려 한반도의 전쟁을 넘어서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회를 함께 살려보도록 해봅시다.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가서 클릭하여 청원도 하고 편지도 보내야 합니다. 비록 내가 한국에 살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가족, 친척, 친구들이 모두 한국에 사니 미국에 사는 여러분들이 한반도에서 그분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협력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마무리를 하니 모두들 스님에게 뜨거운 박수로 감사인사를 하고 함께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5명과 2시간 30분 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에 스님은 오늘 강연장을 찾은 많은 분들과 함께 인사하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이 오셨습니다.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곳을 처음 찾은 스님께 먼 곳까지 찾아 주신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분은 늘 영상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하면서 스님 옷자락을 직접 잡아보시는 분도 있어 모두들 즐거워하였습니다. 한 분은 스님께 이곳까지 찾아주심에 감사하다고 카드에 손글씨로 꾹꾹 눌러 적어 스님 덕분에 인생이 즐거워졌다고 감사인사를 하였습니다.

강연 뒷마무리를 하고 스님은 강연 준비를 해준 조미영 님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 멀리 콜럼버스에서부터 와서 함께 강연 안내와 캠페인 진행을 한 콜럼버스 법당 이옥식 총무님과 활동가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많고 의사들이 특히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 분들이 모두 나가면서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안내물을 받아가지고 가니 따뜻한 봄 날씨처럼 한반도에 훈훈한 평화의 바람이 불 것 같은 따뜻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과 자원봉사를 한 콜럼버스 법당 회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분이 계셔서 함께 한국식당으로 이동하여 식사하였습니다. 식당에서도 강연장을 찾았던 분들이 단체로 식사를 하러 와있었는데 스님께 이 곳까지 와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다시 인사하고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오늘 스님 일행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준 구본철, 구미영 부부님께 감사인사로 ‘새로운 백 년’ 책을 선물하였습니다. 그리고 식사한 식당의 장정숙 사장님이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시를 해주었습니다. 스님도 사장님께 ‘새로운 백 년’ 책을 선물하고 인사한 뒤 숙소로 돌아와 일행들과 내일 일정을 공유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강연이라 홍보할 매체도, 홍보할 사람도, 홍보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막연히 강연 장소만 정해놓고 몇 군데에 포스터 몇 장을 붙여놓았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하여 시종일관 진지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 강연을 잘 마쳐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일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소식 전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 https://goo.gl/esnn3g

  1. 청원 사이트를 클릭하고 [sign now]를 누른 후(스마트폰의 경우) 개인 이름(영문)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후 다시 [sign now] 를 누릅니다.

  2. 이후 자신이 입력한 메일(또는 스팸메일함)로 들어온 confirm 메일에서
    "Confirm your signature by clicking here."을 누르면 서명이 완료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정란희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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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일

스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2018-03-23 08:58:28

임호경

스승님이계셔서 행복합니다.

2018-03-22 10:26:35

송미해

세상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 오늘도 따라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18-03-21 17: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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