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03.30. 청년 즉문즉설 (수원)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2030 청춘들의 고민 나누기 <청춘 톡톡> 강연이 수원여대 미림관에서 열렸습니다. 청년들은 불금의 황금시간인데도 강연장에 모여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어떤 일을 할 때 너무 결과에 연연해서 망설이지 말라, 젊을 때는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격려하시면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쓴 책 중에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것은 꼭 방황을 하라거나 방황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방황하거나 실패를 해도 그 과정에서 ‘이번 것은 잘 안 되었네. 그럼 다음에는 다르게 시도해볼까?’하고 왜 실패했는지를 돌이켜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면 결국 두 가지 길을 가보게 되어 경험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와요.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결국 자신의 능력이 됩니다. 즉, 실패를 해봐야 능력이 커집니다.

오늘 강연에서도 여러분들의 질문에 제가 대답을 할 수 있으면 여러분들에게 좋아요. 그리고 저도 여러분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하게 될 거예요. 그런데 만약 여러분들이 질문을 했는데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그건 나쁜 것일까요?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그것은 저한테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들의 질문이 없었다면 저는 그것에 대해 모르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텐데 물어봐 준 덕분에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게 된 거죠. 그러면 강연이 끝나고 돌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검색을 해서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렇게 즉문즉설을 하면 사람들이 ‘스님, 아무거나 물으라고 했는데 스님이 모르는 걸 사람들이 물어볼까 봐 겁 안 나요?’하고 걱정해요. (청중 웃음) 그런데 겁 날 이유가 없어요. 알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좋고, 모르면 제 실력을 키울 계기가 되어서 좋잖아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니 겁이 날 게 없어요. 어떻게 봐도 손해날 일이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할 때 너무 망설이지 마세요. 이건 함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너무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망설이는 이유를 가만히 보면 모두 다 결과에 연연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거예요. 젊을 때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한 번 해보는 거예요. 해보고 잘 안 되면 ‘아, 이렇게 하는 게 아니네’하고 새로운 길을 연구해가면 경험과 실력이 쌓이게 돼요.

취직 원서를 낼 때도 그냥 한 번 내보는 거예요. 떨어진다고 너무 상처 입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100번 정도 취직에 떨어지면 그 사람은 나름 입사 시험과 면접에 도사가 될 거예요. 그렇게 경험을 하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알려줄 수 있을 정도가 돼요.

다른 예로, 운전면허 시험에 한 번 만에 합격한 사람이 사고가 덜 날까요, 여러 번 떨어진 다음 우여곡절 끝에 합격한 사람이 사고가 덜 날까요? 운전면허만 놓고 보면 한 번 만에 합격한 사람이 유리한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전에서는 그 사람이 사고 날 확률이 높습니다. 여러 번 떨어진 사람은 당장은 나쁠지 모르지만 실제로 운전할 때 그만큼 조심하기 때문에 사고 날 확률이 낮아요.

그리고 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첫 번째 접촉사고를 경험하는 사람은 미래에 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습니다. 그만큼 주의를 하기 때문이에요. 반면 오랫동안 아무런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사람은 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사고 없이 운전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자만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주식이나 도박성 게임도 처음에 돈을 따는 사람들은 집안을 망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에 시도했는데 돈을 따고, 두 번째도 돈을 따고, 그렇게 초반에 몇 번 돈을 따는 경험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아, 돈을 딸 수 있구나’하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런 믿음이 생긴 다음에는 돈을 잃어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돈을 빌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돈을 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을 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국 많은 돈을 잃게 돼요.

그런데 처음에 돈을 잃고 두 번째도 돈을 잃으면, 아예 그만두거나 설령 중간에 돈을 딴다고 해도 항상 조심하게 됩니다. 처음에 잃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인생의 원리입니다. 뭐든지 처음에 너무 잘 나가면 나중에 위험해질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에 성공한 경험 때문에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려워지는 거예요. 그래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향이 생겨납니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러한 마음 작용의 원리를 잘 알고 해보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질문해 보세요.”

총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졸업예정인 4학년 학생의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해야 하는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데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화를 소개합니다.

“저는 졸업을 앞둔 간호학과 4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곧 취업을 하게 되는데, 제가 그리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잘하는 일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큰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비를 해야 할까요?”

“질문자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네, 갖고 싶어요.”

“먹고살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질문자 입장에서 볼 때 미용하는 일, 물건 나르는 일, 음식 만드는 일, 간호해주는 일 등을 따져보면 그중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단위 시간당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을 것 같아요?”

“간호하는 일이요.”

“우선 좋고 싫음을 떠나서 현재 질문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을 생각하면 그 일이 단위 시간당 받는 보수가 가장 높겠죠?”

“네.”

“그러면 단위 시간당 보수가 높은 일이 좋아요, 낮은 일이 좋아요?”

“같은 일이라면 많은 것을 하는 게 좋겠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니까요. 돈을 조금 적게 받더라도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이 좋을지, 스트레스를 감내하고서라도 보수를 많이 받는 쪽을 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럴 때는 당연히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쪽이 좋아요.”

“…….”

“이건 우리가 왜 직업을 갖고 돈을 벌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모두 다 행복하게 살려고 직업도 갖고 돈도 버는 거 아닌가요?”

(청중) “맞아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죽고 나면 돈을 많이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한 달 월급으로 300만 원 받는 사람이 스트레스 푸는데 술값으로 100만 원을 쓰고 200만 원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고 (청중 웃음) 스트레스는 안 받는 대신 월급으로 200만 원 받는 사람이 있으면 후자가 낫잖아요?

아니면 월급으로 300만 원 받는데 술값으로 100만 원 쓰고, 아파서 병원비로 50만 원 써서 150만 원 남는 게 나아요, 스트레스 안 받고 그냥 150만 원 받는 게 나아요? 스트레스 안 받고 그냥 150만 원 받는 게 낫죠.

간호 일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신 수입이 크고, 다른 일은 스트레스가 적은 대신 수입이 적다면, 질문자는 스트레스에서 오는 차이와 보수의 차이를 잘 비교해봐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적은 대신 보수가 1~20% 정도 차이 난다면 스트레스가 적은 쪽으로 선택을 해도 큰 차이가 없겠지요. 만약 보수가 세네 배 차이 난다면 보수의 차이를 포기하더라도 스트레스가 적은 쪽으로 택할 것인지, 그 정도 보수 차이면 스트레스를 감내할 것인지를 결정을 해야 해요. 이건 질문자 스스로가 자기 인생관과 가치관 위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심정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도 어려운 곳에 지원을 하려고 해요.”

“어렵다는 것이 합격되기가 어렵다는 뜻이에요, 일의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에요?”

“그곳에 가면 다른 곳보다 일의 난이도가 높고 양이 많아요.”

“일의 난이도가 높고 양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잖아요? 일이 어렵고 양이 많은데 왜 스트레스를 받아요?”

“배울 내용도 더 많으니까요.”

“모르는 걸 배우는 건 재미가 있는 일이지 왜 그게 스트레스예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배우는 건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인간의 사락(四樂, 네 가지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배우고 가르치는 즐거움이 들어가 있는데, 왜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자기가 억지로 배우면 스트레스인데, 좋아서 하는 일이면 즐겁잖아요. 좋아서 한다는 의미는 부모나 남이 억지로 시킨 게 아니라 질문자가 판단을 해서 그쪽 일이 보수가 높아서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는 뜻이에요. 학교 다닐 때도 부모가 억지로 공부를 시키면 스트레스가 되지만 내가 좋아서 스스로 선택해서 공부를 하면 즐거운 일이 되잖아요.

지금도 난이도가 있지만 그쪽에서의 보수나 대우가 좋으니까 그 일을 해보겠다고 선택한 거잖아요? 그러면 그 일이 재미가 있어야지 왜 스트레스를 받아요?”

“…….”

“그 스트레스는 일은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받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 네.”(청중 웃음)

“난이도가 있으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일이에요. 도전을 해보면 그 일을 하는데 내가 가진 재능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가수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제가 오늘부터 갑자기 음악 연습을 한다고 해도 그들처럼 음악을 잘할 수 있을까요? 야구 선수가 돈을 많이 번다고 제가 오늘부터 운동을 한다고 해도 다른 선수들처럼 잘할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그렇다고 제가 능력이 부족한 건가요? 아니에요. 음악이나 운동에 필요한 능력과 내가 가진 능력이 안 맞는 것이지, 한 인간으로서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즉문즉설 하는 것을 놓고 보면 가수나 야구 선수보다 제가 경험도 많잖아요. 그러니 이건 각자가 가진 능력의 종류가 다른 거예요.

질문자도 새로운 일을 해보고 자기가 가진 능력과 그 일이 요구하는 능력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보고, 설령 잘 안 맞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야’라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그 일이 나의 재능과 잘 안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자학하는 게 아니라 한 번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나와 맞지 않은 일은 버리고 맞는 일을 선택하는 거예요.

반면 어느 날 요리를 했는데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요리가 재미있고 또 다른 사람들도 맛있다고 해서, 요리 학원에 6개월 정도 다닌 다음 요리사 자격증을 따는 경우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노력을 덜 한 것 같은데도 일이 잘 되고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내가 가진 재능이 요리와 잘 맞는 거예요.

만약 이런 경우에는 간호를 전공했다고 하더라도 직업을 간호에서 요리 쪽으로 바꾸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간호 안에서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을 거예요. 수술하는 것을 주로 돕는 일이 있고, 입원 환자들을 주로 돌보는 일도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피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싫은 감정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수술을 돕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렇게 간호 일 내에서도 나의 성향을 고려해서 일을 선택하는 거예요.

어떠한 일도 경험이 없을 때에는 적응하는데 힘이 듭니다. 어린아이들이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어렵고, 태권도를 처음 배울 때 어렵고,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도 어렵듯이, 뭐든지 처음 할 때는 어려워요.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면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익숙해졌는데도 그 일이 싫을 때가 있어요. 익숙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잘한다고 하지만 나는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어요. 그런 일은 내가 가진 성향, 까르마(karma)와 잘 맞지 않는 일인 거예요. 그럴 때에는 일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그 일이 나와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기 위해서는 도전을 해봐야죠.”

“네, 감사합니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면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어요.

의사나 간호사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는 우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픈 사람들만을 만나기 때문이에요. 건강한 사람들만 만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매일 환자들만 만나니까 스트레스가 더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아플 때 짜증이 많이 나잖아요? 환자들은 몸이 불편하다 보니 보통 사람보다 짜증이 많습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대개 ‘내가 치료를 해주는데 왜 나한테 짜증을 내지?’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환자들은 보통 사람보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짜증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환자는 하루빨리 낫고 싶어 하겠지요? 병을 치료해 본 의사나 간호사 입장에서는 병이 빨리 낫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하루빨리 낫고 싶은 환자들의 입장에서는‘치료를 받았는데도 왜 빨리 낫지 않느냐?’하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항의를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몸이 불편해서 짜증이 많은데, ‘수술도 하고,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 왜 낫지 않느냐?’하고 불만이 생기기가 쉽습니다.

그러니 이런 직업을 고려할 때에는 처음부터 이러한 부분을 알고 선택해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환자들을 만나고, 환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짜증이 많다는 것을 알고 직업을 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까다로운 조건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직종보다 보수가 높은 편이에요.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술과 담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술이나 담배와는 멀리 해야 할 직업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의사들이 일반 직종보다 술을 더 많이 먹는 다 고해요.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뜻이겠죠.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이런 어려움을 알고 선택을 하면 괜찮은데,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의사가 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되는 것입니다.

주변에 아픈 사람을 보면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픈 사람만 보면 어떻게든 가서 안마해주고 물이라도 떠주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픈 사람만 보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해요. 그런 사람은 아픈 환자를 볼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환자를 보면 ‘어디가 아픈지 한번 보자’하는 마음부터 생기니까요.

질문자도 간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조금 바꾸어야 해요. 직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귀찮아하는 사람이 의사가 되면 매일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래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직업을 선택할 때 매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매일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를 잘 알고 선택해야 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대개 어떤 직종이 돈을 많이 버는 것만 관심이 있어서 나중에 직장에 나가서는 정작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내 성향을 잘 파악해서 돈을 적게 주더라도 나는 이런 일이 좋다거나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그 일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요즘은 수학, 영어 성적으로 의과대학생들을 뽑으니까 이런 문제가 생겨납니다. 이런 방식을 옳지 않습니다. 평소 아픈 사람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를 보면서 의사, 간호사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옛날에는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비교적 잘 지켜지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가 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의료 비리나 과잉 진료 같은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의사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벌거라고 기대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으니, 의사인데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배우자의 잔소리가 심한 경우가 많아요. 가족들도 의사가 되었으니 가정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주변 친구들도 의사는 돈이 많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것이 스트레스의 또 하나의 요인이 됩니다.

젊은 사람들은 직업 선택을 할 때 이런 부분을 유의해야 해요. 대개 한 부분만 보고 선택을 할 때 이런 문제가 나타나기가 쉬워요.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이치를 알고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치는 아직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사람은 어느 정도 인생을 살고 난 뒤에야 ‘아, 이런 일은 결과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저런 일은 결과가 저렇게 흘러가는구나’하고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실감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서초구에서 강연이 있었는데 서초구청 민원실에서 일하는 한 분이 ‘어떻게 하면 민원실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습니까?’하고 질문을 했어요. 그래서 한 마디로 대답을 해주었는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를 밥 먹게 해준다’이었어요. (청중 웃음)

그러니 간호사가 되려고 하면 환자를 싫어하면 안 됩니다. 환자분들이 병원을 찾기 때문에 간호사라는 나의 직업이 있을 수 있고, 내가 밥을 먹고살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관점을 탁 바꾸면 그 사람들이 민원실에 항의를 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환자가 불평을 해도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민원실이나 병원을 누가 찾아오면 ‘나를 밥 먹여주는 손님이 찾아왔구나’하고 반갑게 맞이하면 됩니다.”

스님의 재치 있는 말씀에 청중들은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 외에도 6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욱하는 성격인데 부당한 대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공격적으로 변해 많이 싸우기도 해서 고민인 대학원생, 거짓말을 하여 남에게 큰 피해를 준 친구 때문에 사람을 경계하게 되고 사람에 대한 기대가 깨진 것처럼 무기력해져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가 고민인 청년,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인데 바쁜 연구생활에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 현재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고 전에 독립했다가 실패하여 다시 독립해야 된다는 압박감과 독립을 못하는 제자신이 너무 불안하고 부끄러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청년, 안 좋고 속상한 일이 연속적으로 생길 때 좋은 방향으로 흘려가려고 그러는 건지 그냥 재수가 없는 건지 궁금한 귀여운 20대, 지금까지 살면서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어쩔 수 없이 선택했을 때 기쁨보다는 후회, 불평불만을 좀 많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고민인 대학교 졸업반 학생까지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 가까이에서 눈을 맞추며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질문이 많지 않았지만 힘든 요즘 청년들에게 더 도움을 주고자 하는 스님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예정시간보다 30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아낌없이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마치면서 “다들 행복하게 사세요. 행복하게 살라는 말은 기분 좋게 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어떤 일도 나를 괴롭히는 일은 없다. 그냥 일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이나 사건을 봐야 합니다. 알았죠?”라고 하자 청년들은 유난히 밝은 목소리고 “예”하고 답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개정판인 “방황해도 괜찮아”를 비롯해 새 책을 구입한 많은 사람들이 정연하게 줄을 지어 자기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가볍게 강연장을 나서는 청년들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떠날 줄 몰랐습니다.

욱하는 성격인데 부당한 대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공격적으로 변해 많이 싸우기도 해서 고민인 대학원생에게 스님의 말씀을 듣고 어땠는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욱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질문했는데 스님의 답변이 저한테 힌트가 되었어요. 개들도 훈련할 때 목줄로 살짝 잡으며 교정하잖아요, 습관이 되면 목줄을 잡으면 자동으로 침착해지고 그렇게 되잖아요. 저도 어떤 행동 하나를 정해서 반복적으로 하면서 제가 인식하면 될 것 같다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대답하는 질문자분의 얼굴이 밝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강원 경기동부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파이팅”을 외치는 얼굴에는 봄이 온 듯 예쁜 웃음꽃이 넘실거렸습니다.

봉사자분들은 강원 경기동부 청년 외에 인천, 서울 등 타 지역에서도 선뜻 마음을 내주어 함께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봉사자분들을 둘러보며 일일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손들어 보라 하시며 “수고했다” 격려하여 주셨습니다.

내일은 서초 법당에서 부처님 열반재일 기념법회가 있습니다.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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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선 스님의 지혜로우신말 들으며 힐링합니다 감사합니다~^^예비 간호사님께 ~적성은 간호사안에서도 찾으시면 됩니다 ~ 보건직 공부원. 보건교사.병원. 산업체교사 . 상대적으로 편한 외래나 요양병원. 정신병원 본인의선택간능합니다 하지만 어딜가든 노력은 해야하는것이 당연한것이니 시작하기전부터 힘들어하지마시길 바래요

2018-04-25 06:18:22

선광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가면 좋으련만
쉬운것은 아니라 봅니다.
스님 말씀 잘 간직 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04-04 06:05:01

광명일

감사합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택 하겠지만
선택하였으면 끝까지 해봐야 하겠죠..

2018-04-04 05: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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