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04.11. 행복한 대화 대구 즉문즉설 강연
“가정환경이 불행했던 남자 친구와의 결혼이 걱정돼요.”

오늘은 수요 수행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수행법회는 보통 영상법문을 보지만 오늘은 특별히 북미평화협정 백악관 10만 명 청원 달성 기념으로 스님이 직접 법문을 했습니다. 서초법당에서 스님이 법문을 설하는 동안 전국 법당과 해외 법당에서도 생방송으로 시청했습니다.

스님은 날씨에 빗대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기대와 전망으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서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핵무기를 북한이 폐기하겠다는 의향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한반도의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 간 국교 정상화의 가능성도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북 간의 긴장 속에서 불안정했던 정전 체제를 이제 완전히 종식시키고 전쟁 불안 없이 정말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터전을 우리가 만들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북미 간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가는 이 때 평화협정까지 체결되어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전쟁을 종식시키는 종전협정, 평화를 가져오는 평화협정, 다시는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불가침협정, 그 이름이 어떻든 좋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금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정부만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핵무기를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미국도 한국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을 맺어 달라.’ 라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청원을 하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할 의향을 이미 보였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게 이 얘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이 여기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 정부에 요청을 하는 거예요.

이 백악관 청원은 미국 시민권이 없어도 전 세계 누구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 있는 우리 교포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파리에서도, 런던에서도, 베를린에서도,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시드니에서도, 방콕에서도, 도쿄에서도, 또 미국의 각 도시는 물론 캐나다 밴쿠버, 토론토를 비롯한 세계 각처에서 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민들보다도 더 가까운 당사자가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에요. 전쟁이 나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평화가 정착되면 가장 큰 덕을 보는 게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들도 열심히 하자고 했습니다.

한 달 안에 온라인 서명이 십만 명 이상 이루어지면 백악관에서는 60일 안에 그 사안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를 표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백악관과 NSC(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 문제를 인식했다는 얘기예요. 그냥 듣는 게 아니라 공식적으로 인식하고 접수했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가 북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청원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직접 서명 받는 것보다 집에서 해도 되는 온라인 서명을 받는 게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면서 두 번, 세월호 때 한 번, 이렇게 세 번이나 백만 명 서명운동에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엄청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온라인이라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요. 또 자기 이름이긴 하지만 영어로 써야 한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화면에 영어가 쭉 나타나니까 겁부터 내는 거예요. (모두 웃음) 또 요청을 보내면 본인 확인을 할 때 ‘맞습니다’하고 확인해줘야 하는데 이것도 우리가 지금까지 안 해본 서명 형태였어요. 지금까지는 요청을 보내기만 했으니까요. 이런 어려움이 있어서 30일 안에 못 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길거리까지 나가고 친구들에게도 열성적으로 전파했었죠. (모두 웃음)

그 정도로 열성적으로 해주신 덕분에 사실은 30일도 되기 전에 26일째인 4월 9일 오후 4시를 기해서 십만이 넘었습니다.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박수)

그런데 평화협정은 아직은 모르는 일이에요. 이게 얼마나 어려우면 70년을 해결 못했겠어요? 그러니 우리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헤헤’ 하고 있으면 안 되고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기도도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요즘 계속 기적이 일어나니까 기적이 계속 이어지도록 기도를 더 열심히 해야죠.

저는 5월 22일에 정상회담을 하면 좋겠어요. (큰 박수) 5월 22일까지는 어렵더라도 6월 초 정도까지는 성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를 대비해 기도를 해야 합니다. 첫째, 기도를 합시다.

둘째, 우리가 통일을 위해서 의병도 만들고 여러 가지로 노력해왔어요. 지난 겨울에는 전쟁 방지를 위해서, 이번 10만 서명 운동은 평화 정착을 위해서, 이렇게 힘을 모았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좀 희망을 가지되, 긴장을 놓으면 안 됩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만약에 회담 결과가 잘못된다면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으니까 6월 말에 전쟁 반대 평화대회 일정도 잡아놨어요. (모두 웃음) 잡아놨다가 취소하는 건 좋은 일이에요. 안 해도 되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항상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 운명이 달려 있는 중대한 시기이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보면서도 항상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자세를 아직 견지해야 해요. 그러니 서명은 계속 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확대해 나가도록 합시다.

마지막 잔설을 누가 치우고 누가 녹일 것인가. 잔설이 녹는 건 분명한데 과연 언제쯤 녹을 것인가. 지금 우리는 이런 상황에 와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마지막 잔설을 녹이고 따뜻한 봄날로 나아가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우리 모두 바라마지 않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 국교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서 더 이상 아무런 전쟁 불안 없이 평안한 터전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4월 초 맹렬했던 꽃샘추위와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 학교, 직장 곳곳에서 10만 명 청원을 위해 서명운동에 나선 해외동포들과 통일의병들, 그리고 공동체 성원을 포함한 전국의 정토행자들에게 몇 번이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계속되는 스님의 감사 인사에서 그만큼 절박하고도 간절한 평화의 염원이 전해졌습니다.

1990년대 말, 기아의 고통으로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살리기 위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 2008년, 또 한 차례 불어닥친 북한의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촉구했던 100만인 서명운동, 2014년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중 141만 명 서명 등 가장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던 우리 정토행자들이 한반도 평화의 길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라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일구었습니다.

스님은 수행법회를 마친 후 저녁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대구의 날씨는 봄이라기엔 너무 더운 초여름 날씨였습니다. 신아중학교의 넓은 운동장의 초록, 바쁘게 싹을 키우는 높은 가지의 연록과 맑은 하늘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강연장 입구에는 평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청원하는 10만 서명’을 권유하는 분들과 서명에 동참하는 분들로 북적였습니다. 활기찬 움직임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겠다는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강연을 준비하는 봉사자들이 소리 없이 움직이면서 650여 명의 청중을 질서정연하게 안내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단상에 오르자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스님은 봄 날씨로 첫 말씀을 열었습니다. 계절의 봄이 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냉전이 해체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우리 앞에 다가왔고, 진정한 한반도의 봄이 오기를 원하면 백악관 청원 서명에 동참해달라는 독려 말씀도 잊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마음의 봄이 제일 중요합니다. 마음이 얼어붙으면 얼굴이 굳어져요. 얼어붙은 마음이 봄눈 녹듯이 녹아야 얼굴이 가볍고 행복하고 기쁜 표정이 됩니다. 행복은 화, 짜증, 외로움, 고통 등의 감정으로 스스로가 괴롭지 않은 것이 행복입니다. 우리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국민운동이 바로 행복학교입니다.”

스님의 여는 말씀에서 우리의 근본 마음은 처음도 끝도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여는 말씀에 이어서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6명이 질문했습니다.

24살의 여성은 16년을 함께 행복하게 살던 강아지와 이별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슬프고 가슴이 아파 이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질문했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은 남자 친구의 가정환경이 매우 복잡한데 어릴 때 엄마와 헤어지고 새어머니가 여러 번 바뀌어 결혼 생활 중 힘들어지면 남자친구가 헤어짐을 먼저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면 엄마에게 욕을 많이 하고 본인이 말리면 아버지와 충돌하는데, 그런 아버지가 불쌍하고 안쓰럽기도 한데 어떤 마음으로 아버지를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 상대의 주장을 들으면 사실인지 아닌지 구별이 힘든데 사건의 진실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 남편이 생활비 한번 주지 않아 평생을 혼자 힘으로 돈 벌어 집 사고 가정을 꾸려오다가 최근에 이혼했는데 집이 남편 명의로 되어 있어 집 명의를 바꿀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보수당을 지지하는 대구경북의 시민들이 같은 당만 계속 찍어준 결과 대구는 청년 일자리도 없어졌는데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쁜데도 계속 그 당만 찍어주는 시민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자유한국당의 이원집정제 개헌안과 현재의 개헌 방향, 북미 관계의 전망이 알고 싶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가정환경이 복잡한 남자 친구와의 결혼 생활 중 남자 친구가 이별을 먼저 생각할까 봐 걱정된다는 여성의 질문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주위 사람들과 어른들은 결혼 상대를 볼 때 그 사람의 가정환경을 꼭 봐야 한다고 하는데, 제 남자친구의 가정환경이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남자친구는 외동이고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봐주시고, 그 후로는 아버지, 새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고2 때 새어머니가 모든 재산을 가지고 도망가셨습니다. 그때부터 몇 년 간 혼자서 살다가 성인이 돼서 다시 아버지랑 다른 새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전부터는 취업하면서 다른 지방에서 자취를 시작해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새어머니의 자리가 여러 번 바뀌는 모습을 보았기에 남자친구가 결혼생활이 힘들면 쉽게 이별을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됩니다. 더군다나 남자친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연애 관계가 아닌 일반 이성 친구도 여러 명 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사람이 변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연애할 때의 모습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건 결혼해서 사는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혼자 사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어떡해요? 스님에게 물어볼 걸 물어봐야죠.(모두 웃음)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면 ‘동거’예요. 한 집에서 생활을 같이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연애는 동거는 아니에요. ‘별거’지요. 따로 살면서 필요할 때 만나는 게 연애고, 결혼은 한 집에 같이 사는 ‘동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연애는 좋아하는 감정만 있으면 돼요. 나이 차이가 나도 괜찮고,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도 괜찮고, 지식적으로 차이가 나도 괜찮아요. 좋아하는 감정만 있으면 연애는 성립하는 거예요. 이것은 국경도 초월할 수 있고, 집안도 초월할 수 있고, 이념도 초월할 수 있어요.

그런데 결혼은 동거예요. 즉 생활을 같이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결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에요. 한 사람이 밥을 하면 한 사람은 방 청소를 한다든지,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본 뒤에는 물을 잘 내린다든지, 생활규칙을 잘 지켜줘야 생활에 불편이 없어요. 그런데 옷을 벗어서 아무데나 집어던져 놓는다든지,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을 안 내리고 나온다든지 하면 곤란하겠죠. 대다수 남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는 통에 자꾸 변기 앞에 뭘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남자 화장실에 가면 이런 말을 써놨어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모두 웃음)

이런 건 연애할 때는 별 문제가 아닐뿐더러 연애하는 동안에는 볼 수도 없는 일이에요. 그러나 함께 살면 이게 바로 나타나는 일입니다.

그 다음에 밥이 질다, 되다, 음식이 짜다, 싱겁다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늦게 잔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발을 안 씻어서 냄새가 난다, 이도 안 닦고 키스하자고 한다(모두 웃음), 이런 게 문제가 되죠. 서로가 좋다고 껴안다가도 입에서 냄새가 나면 같이 생활하는데 굉장히 불쾌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문제는 생활에서 나타나는 거예요.

이런 생활태도 문제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성격 문제예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토라진다, 말을 안 한다, 집을 나가버린다, 화를 내서 물건을 막 집어던진다, 이러면 같이 사는 데 굉장히 불편해요. 이런 건 연애할 때는 거의 못 봐요. 연애할 때는 따로 살면서 잠깐 만나서 얘기하는 정도니까요. 생활태도는 아예 못 보고, 성격은 3분의 1 정도밖에 못 봐요. 1년쯤 사귀어도 그래요. 그 순간에는 어지간하면 참을 수 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능력도 좀 필요하겠죠. 어느 정도 돈을 벌 능력이 있느냐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생활을 같이 하면 제일 많이 부딪히는 게 생활태도, 즉 습관이에요. 두 번째가 성격, 세 번째가 능력이고요. 외모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상대방 얼굴을 보고 못 생겼다고 성질내는 사람은 없어요.(모두 웃음)

그런데 결혼을 할 때는 이걸 반대 순서로 정합니다. 제일 먼저 외모를 봐요. 이게 반입니다. 두 번째, 능력을 봅니다. ‘재산이 있느냐? 직장은 어디냐? 월수입은 얼마냐? 공부는 어디까지 했느냐?’ 이건 전부 능력 평가예요. 이거 두 가지만 보지, 성격도 안 보고 생활습관도 안 봐요.

결혼 조건이 좋았는데 정작 살아보면 못 사는 사람들이 다수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상대 남자나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선택을 할 때 잘못 선택을 한 거예요. 연애는 이런 걸 안 봐도 돼요. 연애는 좋아하는 감정이 제일 중요해요. 안 좋아하는 사람하고 연애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나 생활은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함께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싫지만 않으면 돼요. ‘손도 닿기 싫다’ 이런 정도만 아니면 사는 건 전혀 문제가 없어요. 사는 건 남자들끼리나 여자들끼리도 자취하면서 다 살 수 있어요. 사는 데는 서로의 책임과 의무를 잘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요. 여러분들이 룸메이트를 구한다면 상대가 부잣집 자식이든 인물이 잘났든 별로 상관 안 하잖아요. 동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생활태도와 성격이에요. 그러니까 연애와 결혼을 자꾸 혼동하시면 안 돼요. 결혼은 동거, 즉 함께 사는 것입니다. 룸메이트를 구한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그러면 순서를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요? 흔히 생각하는 순서와 거꾸로 하면 무난해요. 그런데 지금 이걸 잘못 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좋은 감정이 있는데다가 생활태도도 괜찮고 성격도 괜찮은 룸메이트라면 물론 제일 좋겠죠. 그러나 좋은 감정과 생활태도나 성격이 괜찮은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두 가지 다 가질 수는 없다고 한다면 생활태도나 성격을 선택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덜 받고 오래 살아야 하니까요.

지금 질문자가 보는 능력이라는 것도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아예 보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연애할 때는 안 봐도 되지만 결혼할 때는 어느 정도는 봐야 해요. 인물보다는 그게 더 중요해요. 어른들 얘기가 맞아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격이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생활태도입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이런 환경에서 자랐다 하면 벌써 예측이 되는 면이 있죠. 엄마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았잖아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엄마 역할을 할 각오를 해야 해요. ‘남편한테 사랑을 받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고 ‘큰아들 하나 키운다’ 이렇게 관점을 처음부터 딱 가져야 해요. 심리 현상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거예요.

두 번째, 질문자가 연애 관계가 아닌 다른 이성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회사일로 늦게 들어오면 남자친구가 질문자를 의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반드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는 거예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또 도망가는 경험을 했으니 여자에 대해서 약간 불신이 있기 쉬워요. 나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무의식 세계에 불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질문자가 왜 나를 못 믿느냐, 왜 의심을 하느냐고 막 화를 내면 안 돼요. 이 사람의 심리에 이런 요인이 있으니까 이걸 배려해줘야 합니다. 성질내고 어린애처럼 굴 때도 질문자가 ‘아, 엄마한테 사랑을 못 받아서 이렇구나. 내가 보살펴줘야지’ 이런 마음을 내야 해요. 이렇게 의심을 할 때도 ‘아, 지금까지 경험이 그랬으니까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아이고, 여보. 그래, 그래’ 하면서 차분하게 얘기해야지, ‘왜 나를 못 믿고 그러냐? 너는 뭘 잘했냐?’ 이렇게 나가면 반드시 싸우게 돼요. 예를 들자면 분석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러니까 결혼하지 마라’가 스님 얘기의 본질은 아니에요. 이런 점을 알고 결혼하라는 거예요. 질문자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어떻게 결혼해? 나는 그냥 사랑만 받고 싶어’라고 한다면 이분은 연애 상대로는 좋지만 결혼 상대로는 좋지가 않습니다. 결혼은 동거니까요.

그런데 정말 좋아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정말 좋아하면 그 좋아하는 사람하고 한 1년 살아보고 말아도 되잖아요. (모두 웃음) 그게 뭐 걱정이에요? 만약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병에 걸려서 1년밖에 못 산다 하면 얼른 결혼해야죠. 그 좋아하는 사람하고 1년이라도 함께 살아봐야 하잖아요. 요즘같이 좋은 세상에 너무 그렇게 머리 아프게 계산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아기가 생기면 상황이 달라져요. 두 남녀 사이에서는 관계가 자유롭지만 아기가 생기면 아기에 대한 책임이라는 게 생깁니다.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볼 책임이 질문자에게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걸 아셔야 해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말씀에 청중들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중간 중간 감탄과 함께 화통하게 웃기도 했습니다. 스님의 통쾌한 답변을 들었을 때는 질문자의 마음에 공감하며 안타까움과 함께 위로의 박수도 보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관련된 질문, 긴 세월을 아프게 살아오신 할머니의 하염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스님의 진지한 답변으로 강연 시간은 2시간 30분을 훌쩍 넘겼습니다. 질문자는 6명이나 됐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즉문즉설이 끝나고 스님은 “한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러니 사람에 대해, 어떤 사안에 대해 한쪽으로만 치우쳐 보지 말고 여러 가지 면을 다 잘 살펴봐야 합니다.” 라고 당부하며 말씀을 맺었습니다.

강연장 앞 복도에서 스님의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의 책을 들고 함께 온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사인을 받은 분들의 모습은 분명 행복도가 한 단계 올라가 있었습니다. 책 사인을 받고 스님 옆에서 셀카를 찍는 청년의 모습은 흡사 물오른 버드나무같이 희망을 안고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대구경북의 시민들에 관해 질문했던 젊은 청년에게 스님의 답변을 들은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스님의 답변이 좋았습니다. 제 생각이 한 곳에 박혀 고정되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나쁘다고 생각한 사람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알게 되었으니 노력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어떤 점에서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한 발 떨어져서 살펴보고 분석해봐야겠습니다.”

청년은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오늘 강연을 준비하고 진행한 봉사자들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봉사자들의 표정은 햇살처럼 화사했습니다. 특히 강연이 주최된 동구 지역만 따로 사진을 한 번 더 찍자고 스님이 제안하자 봉사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스님은 사진 촬영을 마치고 환한 모습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우리 마음의 봄은 바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걸 초봄의 즉문즉설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스님이 정신적 스승으로 모셨던 서암큰스님이 열반하신지 1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오전에 기념 행사에 참석한 후 저녁에는 제천으로 이동해 시민들과 함께 행복한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안정미, 김태식, 손명희, 이새롭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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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그냥 검색하다가 우연히봤는데 스님말씀에 깊은 감탄을 얻고갑니다. 감사합니다.

2018-08-10 17:44:54

임무진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아 사랑고파병에 걸려 있습니다. 아내도 비슷한 유년 생활을 겪었습니다. 서로 사랑해 달라 조르니 늘 헐떡입니다. 이제 불법만난 내가 먼저 받으려 하기보다 주려 합니다. 이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임을 알려주신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의지하기 보다 의지처가 됩니다.

2018-05-04 10:15:28

송미해

큰아이 학원 가는 길에 정토회에서 서명운동 하시는 분들 뵈었는데
무관심한 시민들 속에서 열심히 하시더라구요
스님께도 서명운동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2018-04-13 20: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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