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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2018.4.15. 경전반 특강 수련, 두북 농사

오늘은 경전반 학생들을 위한 특강 수련이 있는 날입니다. 전 날, 비를 뚫고 문경 수련원으로 온 249명의 학생들이 강당에 가득 찼습니다. 배우겠다는 마음들이 모이니 기운이 넘쳤습니다. 전날 명상을 해서 그런지 정신도 맑았습니다.

문경 대 수련장에서 하룻밤을 잔 대중들은 새벽 4시에 기상해 108배와 명상을 한 후 스님이 수련장에 들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새벽 6시,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이 끝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봄 경전반 학생들은 불교대학에서 배운 내용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질문들을 통해 공부하면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마음들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경전반 4강에서 법문 해주셨던 내용 중 ‘무주상보시’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질문한 청년은 무주상보시를 화두로 현재 수행하고 있는데 삶 속에서 꼭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잘 되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두 번째로 질문한 50대 여성은 바라는 바가 없으면 괴로움은 없지만 즐거움도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세 번째로 질문한 50대의 남성은 평온한 표정으로 재미있는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삶에는 큰 의미가 없는데 수행을 열심히 할 이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20대 청년의 질문으로 부처님은 연기법을 만드신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있던 인연의 법칙을 있는 그대로 관하신 거라고 배웠다며 그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구했습니다.

다섯 번째로 질문한 50대 남성은 ‘12연기’와 ‘생로병사’가 연결된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생로병사’는 육체적인 부분인데 ‘12연기’가 마음작용 위주로 설명된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은 50대 여성분의 질문입니다. 복을 많이 지으면 극락에 가고 죄를 많이 지으면 지옥에 가는데 그건 존재가 있어야 지옥도 가고 극락도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무아’라고 배웠는데 헷갈린다고 하셨습니다.

일곱 번째 질문은 50대 남성분의 질문으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깨달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님은 어떻게 깨달으셨고 깨달은 이후엔 어떠신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50대 여성은 비싼 강남땅에 본부 불사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스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스님은 특유의 재치와 지혜로 답변해주셨습니다. 그중 깨달음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앞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제 질문이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조목조목 의문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런데 집에 가면 또(모두 웃음) 궁금증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드립니다. 서울구경을 갈 때는 서울에 가본 사람이 ‘이러, 이러해서 좋더라’ 해서 가보는 것이잖아요. 저는 깨달음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스님,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깨달음은 어떤 상태입니까? 저 같은 사람들이 깨달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스님께서는 깨닫기 전에 어떻게 하셨고, 깨달은 이후에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 여쭙겠습니다.”

“질문자는 ‘깨달음’이라는 용어를 절대화시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절대적인 신을 믿는 것처럼 깨달음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어요. 질문자는 지금 ‘깨달음’이라는 용어만 쓸 뿐 사유체계는 신을 믿는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말은 깨닫기 위해서 수행한다고 하지만 그건 ‘수행’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돈을 벌어야 되겠다.’ 했는데 10년, 20년을 노력했는데도 돈을 못 벌면 그 사람이 괴로울까요, 안 괴로울까요?”

“(대중들) 괴로워요.”

“예, 괴롭겠지요. 어떤 사람이 ‘출세를 해야 되겠다.’ 해서 국회의원 선거에 5번, 6번 출마했는데도 계속 떨어지면 그 사람은 괴로울까요, 안 괴로울까요?”

“(대중들) 괴로워요.”

“예, 괴롭겠지요. 또 가수나 탤런트가 유명해지려고 10년, 20년 노력을 했는데도 유명해지지 않으면 괴로울까요, 안 괴로울까요?”

“(대중들) 괴로워요.”

“예, 괴롭겠지요. 그런데 어떤 스님이 선방에 앉아서, 질문자처럼 깨달으려고, 20년 동안 참선을 했는데 못 깨달으면 괴로울까요, 안 괴로울까요?”

“(대중들) 괴로워요.”

“예. 그때 깨달음이라는 건 돈이나 명예나 권력과 동격, 즉 집착의 대상일 뿐이에요. 그것은 돈을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하나의 욕망인 거예요. 이런 깨달음을 추구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해탈에 못 이르는 거예요. 깨달음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그게 해탈과 열반으로 가는 길이 아니에요. 수행을 하면 하루 하면 하루 한 만큼, 열흘 하면 열흘 한 만큼 나아가야 돼요. 만약 선방에서 수행을 10년 했다면 어떤 일에 보통사람보다 화가 많이 나야 될까요, 적게 나야 될까요?”

“(대중들) 적게 나야 돼요.”

“예. 또는 사람이 죽었을 때 우는 걸 보통 사람보다 적게 울어야 되겠지요. ‘나는 10년 공부했는데 아직도 못 깨달았다’고 괴로워하면 그 사람이 추구한 깨달음은 욕망의 대상이지 깨달음이 아니에요. 지금 질문자는 그런 깨달음을 상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수행을 오래 해도, 그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돈 벌 듯이, 출세하려고 하듯이 욕망으로 하기 때문에 얼굴이 밝지 못하고, 자연스럽지 못하고, 심각해서는 목에 힘을 주는 거예요.(모두 웃음) 수행하는데 목에 힘 줄 일이 뭐가 있어요?

불교나 천주교나 기독교나 다 종교인들을 이름하여 성직자(聖職者)라고 하잖아요? 직업에 성직(聖職)이 어디에 있어요? 왜 자기네 직업만 성스럽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청소하는 건 성스럽지 않고 더럽고, 앉아서 참선하는 건 성스럽다는 거예요? 이런 것 자체가 옛날에 종교가 세상을 지배할 때 나온 이념에 불과한 거예요. 질문자도 자꾸 그런 용어에 집착해서 휩쓸리면 종교인들을 숭배하게 돼요. 여러분들은 스님을 숭배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여러분들의 숭배를 받으려고 제가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에요. 저는 이렇게 사는 게 좋아서 이렇게 사는 거예요.

제가 여러분보다 수행이 잘됐나, 안됐나를 점검하는 건 내가 여러분들보다 덜 괴롭나가 핵심이지, 지식을 많이 아는 게 핵심이 아니에요. 그러면 그건 학자지요. ‘학자로서 아는 게 많다.’ 이렇게 평가하고, ‘가수로서 노래를 잘한다.’ 이렇게 평가하는 것처럼 수행이 잘 됐나, 안 됐나 하는 건 ‘얼마나 자유로운 사고체계를 갖고 있느냐.’ 이렇게 평가해야 되는 거예요. 자유로운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고뇌가 그만큼 적다는 거예요. 사유체계가 자유롭다는 것은 특정한 이념이나 어떤 형식에 덜 집착한다는 얘기니까요. 관점을 그렇게 가져야 돼요.

질문자가 넘어졌는데, 마치 서있는 것처럼 착각하면 그건 오류잖아요. 넘어졌을 때는 ‘오? 내가 넘어졌네?’ 이렇게 아는 게 깨달음이에요. 넘어졌을 때 넘어졌다는 진실을 자각하는 것, 그게 깨달음이에요. 깨달음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래요. 예를 들어 꿈속에서 강도에서 쫓겨서 막 도망을 다니는 건, 사실이 아닌 걸 사실처럼 착각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때 눈을 딱 뜨고 ‘꿈이네?’ 이러는 게 깨달음이에요. ‘꿈에서 깬다’ 해서 ‘깨달음’이란 말이 나온 거예요. 깨달음이라는 건 ‘오류가 시정됐다’는 뜻이에요. 꿈속에서 꿈인 줄 알면 강도에게 쫓겨 도망갈 일이 없어요.

여러분들이 지금 괴로운 건 어떤 오류에서 발생한 거예요. 그 인식상의 오류가 시정이 되어서 ‘오? 아니네?’ 이렇게 자각하는 게 바로 깨달음이에요. 그럼 깨달으면 뭐가 사라질까요?”

“괴로움.”

“예, 괴로움이 사라지는 거예요. 깨달음이라는 것은, 오류를 오류라고 자각하는 거예요. 즉 진실을 발견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괴로움이 없어져요. 얼마나 쉬워요? 이게 결혼 여부와 무슨 관계가 있어요? 이게 지식을 많이 알고, 조금 아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불교교리를 엄청나게 공부해서 불교학 박사가 됐다 하더라도 아내가 자기 말 안 들으면 성질을 낼까요, 안 낼까요?(모두 웃음) 성질을 낸다면 그는 수행과는 관계없는 ‘학자’라는 거예요.”

“(대중들) 예.”

“예, 여러분들은 이제 더 이상 종교가 세뇌한 대로 사는 노예로 살지 마세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수행자입니다. 바로 여러분들 자신. 여러분들이 수행하면 여러분들 자신이 제일 위대한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수행자는 어떤 왕보다도, 신보다도 위에 있는 거예요. 이런 자부심이 있어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신자 수준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성직자한테 늘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수준인 거예요. 그렇다고 교만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우리가 교만할 게 뭐가 있어요? 겸손해야지요. 그러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수행자가 아니에요. 부처님 당시에 노예 계급 출신이 브라만한테 심리적으로 위축이 됐어요, 안 됐어요?”

“(대중들) 위축됐어요.”

“예, 그런데 노예 계급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서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브라만을 봤을 때 위축이 될까요, 안 될까요?”

“(대중들) 안돼요.”

“예, 그런데 위축이 안 된다고 그가 브라만을 깔볼까요?(모두 웃음) 그런 건 아니란 말이에요. 예의로 대하되 심리적으로는 위축이 안돼야 해요.
그래서 우리가 ‘행자, 회원’이라는 용어를 쓰는 건데, 신자라는 말이 오래 쓰던 용어다 보니까 ‘불교신자, 우리 신도’ 가끔 이런 말을 쓰게 되지만, 사실 여러분들은 신도가 아니에요. 수행자지요. 관점을 그렇게 가지세요.”

“예, 잘 알겠습니다.”(모두 박수)

철학적인 이야기가 계속되자 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때로는 생각하듯 고개를 숙이며 스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질문자가 환하게 웃을 때까지 스님은 차근차근 이해시켜주시려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느덧 약속한 3시간이 다 지나가고 9시가 다 되었습니다. 대중들도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변해준 스님에게 박수갈채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경전반 학생들은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많이 웃고 또 스스로의 수행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밖에는 맑은 아침 공기와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섞였습니다. 청정도량에서 정진하는 이 과정이 행복임을 느낍니다.

경전반 특강 수련 강연을 마치고 곧바로 문경 정토수련원을 출발한 스님은 오후 2시 무렵에 두북 정토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두북 수련원 곳곳에 농사를 짓고 있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님이 갑자기 모습을 보이자 봉사자들은 너무나 반가워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 후 말했습니다.

“이제 여기에 농장을 만들 테니까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주말마다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지어야 해요.”

봉사자들은 “네” 하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 후 내일부터 1박 2일 동안 이곳 두북 수련원에서 방송 촬영을 하기 때문에 촬영을 도와줄 행자님 16명과 함께 입재식을 했습니다. 수련에 임하는 마음으로 이번 방송 촬영에 임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스님은 몇 가지 유의사항을 알려준 후 입재식을 마쳤습니다.

이후 탑곡 수련원으로 올라가 농사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둘러보았습니다. 봄에 뿌려 놓은 씨앗들 중에 일부는 벌써 싹이 나온 것들도 보였습니다.

스님은 장갑을 낀 후 곧바로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겨자채, 브로콜리, 상추, 치커리 4종류의 씨앗을 밭에 심었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호미로 땅을 판 후 손가락만 한 크기의 모종들을 하나씩 땅 속에 넣은 후 흙으로 덮었습니다.

스님은 혹시 수분이 부족할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물을 한 번씩 주고, 다시 흙으로 덮어주자”라고 했습니다.

손으로 흙을 만져보니 흙이 제법 따뜻했습니다. 다리를 쪼그리고 앉아 밭고랑을 따라 한참 동안 옆걸음질을 하다 보니 이마에 땀도 살짝 맺혔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마음도 더 시원하게 해줍니다.

농사일을 마친 후 저녁에는 내일부터 방송 촬영을 어떻게 할지 방송국에서 온 피디, 작가들과 미팅을 한 후 오늘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부터는 1박 2일 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최솔미, 노기선, 정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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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2018-04-21삭제
우리들에, 나에 모든것은 잘 살펴보면 다 내 욕구와 욕심임을 알아 아~~~그렇구나하며 나를 내려 놓는 연습 즉 알아차리고, 내려놓고 오늘도 쭉~~~~ 감사합니다. 꾸벅^^
정윤희|2018-04-19삭제
깨달음을 절대화하고 있었네요 저는~
혜등명|2018-04-18삭제
깨달음이 뭔지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치를 깨달아 마음이 편안해지는것~~^^
혜등명|2018-04-18삭제
깨달음이 뭔지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치를 깨달아 마음이 편안해지는것~~^^
임무진|2018-04-18삭제
깨달음이라는 것에 집착하니 또 괴로움이 생깁니다. 매일 수행해도 헛한것 같고... 스님 법문 통해 깨달음은 인식상의 오류를 수정한다는 의미를 깨닫습니다. 여러 경계를 통해 내가 화내는 게 진실을 보지 못하기에 화가 남을 알아차립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깨달을 기회를 준 일체 중생에게 감사합니다.
무애|2018-04-18삭제
깨달음이 무엇인지 피부에 와닿게 쉽게 설명해주시는 스님 감사해요.
김진아|2018-04-18삭제
즐겁게 잘 봤습니다. 나머지 답변도 너무 궁금하네요. 스님도, 써서 올려주시는 분들도 참 감사합니다.
^^^^|2018-04-17삭제
어떤 방송인지 궁금하네요^^깨달음에도 허세를부리지않는 스님^^*
송미해|2018-04-17삭제
저도 그 곳에서 농사 지어 보고싶은 마음이 막 올라옵니다 직접해보면 또 어떨진 모르겠지만요 감사합니다
아련야|2018-04-17삭제
채식주의자인데요.채식주의자들이,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머지 않아서,스님들과 하나의 큰 살림을 꾸리게 되는,공동체 마을의 형식으로 불자들이 행복하게 살지 않겠는가?하는,긍정의 미래를 봅니다.그럴까요?스님?
이기사|2018-04-17삭제
감사합니다
고경희|2018-04-17삭제
오? 내가 넘어졌네? 아는것이 깨달음~ 정말 멋집니다~
조정|2018-04-17삭제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김혜경|2018-04-17삭제
자유로운 사고체계 참 맞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진정 깨달음의 정의입니다. 고맙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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