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4.17 행복한 대화 서울 도봉구청 편
“의식이 없는 어머니, 연명 치료를 계속 해야 할까요?”

오늘 스님은 오전 내내 경주에서 방송국에서 온 스텝들과 함께 방송 촬영을 했습니다. 날씨가 화창하고 봄기운이 완연해서 촬영도 아주 재미있게 잘 진행되었습니다. 2시 무렵 방송 촬영을 마치고 스텝들과 인사를 나눈 후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저녁 7시에는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포근한 날씨 속에 도봉구청 2층 강당에서 ‘법륜스님과 행복한 대화’ 강연이 열렸습니다.

2층 강당으로 들어가는 로비에는 강연을 들으러 온 도봉구민들이 신청서를 쓰고 입장했습니다. 강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강연장의 400석의 좌석이 점점 주인을 찾고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줄 서신 분들이 입장하자 강연장의 좌석이 만석이 되어 많은 분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법륜스님의 강연 영상을 보며 스님을 기다렸습니다.

사회자가 행복학교 소개 영상을 보여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행복학교 입학 안내가 있었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자 강연장을 내어주신 이동진 도봉구청장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은 책을 통해서든, 강연을 통해서든, 우리들에게 큰 위로를 주십니다. 현재는 불안한 사회라 걱정거리가 많으신데 법륜스님과 행복한 대화 나누면서 큰 위로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법륜스님을 생각하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응답하라 1988》의 무대가 도봉구 쌍문동입니다. ‘그대 아무 걱정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 가슴 깊이 묻어버리고...’ 법륜스님을 생각하면 이 노래가 떠오릅니다, 마음속의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고 행복한 마음으로 법륜스님의 강연 들으시기 바랍니다.”

구청장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법륜스님의 소개 영상이 나왔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자 관중의 박수와 함께 법륜스님이 힘찬 걸음으로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강연을 시작하는 말씀이 끝나고 곧바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미리 받은 질문지는 16분인데 스님은 9분의 질문을 뽑아서 답변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어머니가 5년 전에 갑자기 급성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자식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사회생활로 우울해질 때가 많은데, 이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잘 극복할지를 물었던 첫번째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시던 어머니께서 5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어요. 그 이후에 두세 번 호흡곤란과 심정지가 있었고, 지금은 겨우 호흡만 하시는 상태로 요양원에 누워계십니다. 의식이 없으셔서 알아보지도, 듣지도 못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자식으로서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있는데요, 제가 사회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때때로 마음이 아프고, 걱정되고, 우울해지고, 그럴 때가 많습니다. 이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잘 극복을 해서 살아가야 할지 궁금합니다. 과연 이렇게 걱정만 하는 자식을 어머니께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실지... 어머니께서는 자식이 어떻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실지도 궁금합니다.”

“어머니께서 의식은 있으신데 표현을 못 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의식 자체가 없으세요?”

“아예 의식이 없으십니다.”

“그러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계신 거예요?”

“아니요, 다행히 자가호흡을 하십니다.”

“그러면 영양은 어떻게 공급받고 계세요?”

“목에 호스를 연결해서 공급받고 계십니다.”

“그렇게 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5년 됐습니다.”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올해 일흔넷 되셨어요.”

“그러니까 지금 어머니께서는 연명치료를 하고 계신 건데, 연명치료를 하는 게 좋은지, 안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지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의사나 요양원의 의견은 어때요?”

“지난주에도 어머니께 호흡곤란이 와서 응급실에 가셨다가 안정을 되찾으셔서 퇴원은 하셨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이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저는 더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요...”

“의식이 없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보면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안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

“돌아가신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어머니의 육체만 잡고 있는 거지요.

여러분, 앞으로는 연명치료를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연명치료가 과연 생명에 대한 존중이냐, 오히려 생명에 대한 학대냐 하는 건 논란 중인데요, 현재 법적으로는 연명치료를 할 수밖에 없게 돼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산소호흡기를 떼거나 호스로 영양을 공급하는 걸 멈출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면 살인행위에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의사는 계속 연명치료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그 결정은 결국 가족이 해야 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연명치료에 대해 종교인이나 사회적으로 양식 있는 사람들로 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거기에 위임을 하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거기에 의뢰를 하면 거기에서 평가를 해서 ‘제거를 해도 좋다’ 이렇게 결정해 주는 제도가 있어야 됩니다. 이게 없으면 의사는 계속 연명치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병원수익을 위해서도 연명치료를 하는 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통계도 있어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 1년 전까지 쓴 의료비의 합과 연명치료를 하는 마지막 1년의 의료비가 같다.’ 이만큼 재정적으로도 손실이 큽니다. 그리고 또, 환자한테 실제로 굉장한 고통이고요. 그래서 요즘 미국 등에서는 의식이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의식이 있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않고, 대신에 남은 생을 조금 더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고통을 줄여준다든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는 노력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거의 사회운동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여기에 제일 찬성해야 될 사람이 의사와 병원이어야 되는데, 사실 여기에 제일 걸림돌이 병원입니다. 왜냐하면 병원 수익의 많은 부분을 연명치료가 차지하고 있거든요. 보험 시스템으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나이가 20대, 30대인데 의식은 없지만 자가 호흡을 하고 있다면, 100명 중에 1명은 어쩌다가 깨어날 수도 있고, 또 깨어나면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사람한테는 연명치료를 해 볼 수 있겠죠. 그러나 벌써 연세가 드실 만큼 드셨고, 연명치료를 해서 깨어난다고 하시더라도 수명을 오래 유지하기가 어려운 분께 연명을 치료를 한다는 것은 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어머니께서 링겔이나 산소호흡기 등을 통해서 육체만 유지할 뿐 이미 돌아가셨다’ 라고 생각을 해야 됩니다. 그러니 연명치료를 오히려 중단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못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살아나실 수도 있었는데...’ 하면서 나중에 또 후회합니다. 만약 꿈에라도 어머니께서 나타나시면 또 난리가 납니다. ‘하, 내가 조금 더 기다렸으면 어머니께서 깨어나실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는 미련과 집착이 사실 결정을 굉장히 어렵게 하고, 또 실제 많은 가정에서 분란을 겪습니다. 며느리는 ‘이제 5년이나 되었으니까 연명치료를 그만 합시다.’ 해도 딸들은 반대하는 거예요. 그래서 집안에 엄청난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며느리들은 직접 보살피다 보니까, 또 눈으로 보니까 ‘아, 이제는 멈출 때가 됐다’ 하지만 딸들은 ‘네 엄마 아니라고 그러느냐?’고 나오니까 말도 못 꺼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가서 가족회의를 하고 연명치료를 중단시켜준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그게 살생이라면 저는 지옥 갈 죄를 여러 번 지은 거예요.

그래도 자식된 도리로 보면 이 문제는 마음에 걸리는 문제지요. 그래서 이런 문제는 제가 하는 즉문즉설을 넘어서는 질문이라서, 종교적으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런 경우에 불교에서는 어떻게 하느냐? ‘생전예수제(生前預修齋)’라는 걸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좋은 곳으로 가라고 49제를 지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생전예수제를 지내는 겁니다. 생전예수제란 ‘살아계실 때 미리 제를 지낸다’는 뜻이거든요. 질문자가 만약 불교인이라면 이럴 때는 49일 동안 집에서 생전예수제를 지내주세요. 그러면 자연적으로 수명을 마치게 됩니다. ‘빨리 돌아가시라고 지내는 제인가?’ 이렇게 잘못 이해하시면 안 됩니다. 그게 아니고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으로 가시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제를 지낸 뒤에 자연적으로 수명이 끊어지면 부담이 제일 적지요. 여러분들은 집착이 잘 안 끊어지니까, 그리고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니까 종교적으로 ‘생전예수제’를 지내보세요. 그러면 자연수명을 마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연명치료를 무리해서 하지 마세요. 호흡곤란이 있으면 자연적으로 가실 수 있도록 놓아두는 게 좋습니다. 이것은 부모에 대한 불효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어머니의 고통을 줄여드리는 길입니다. 안락사처럼 일부러 주사를 놓아서 돌아가시게 하는 게 아니라 연명치료를 중단시켜서 자연사하도록 돕는 건 나쁜 행위가 아니에요. 오히려 어머니께서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돌아가시게 해 드리는 게 효자입니다. 어머니의 고통스런 생을 끄는 게 효가 아니고, 편안하게 돌아가시도록 해 드리는 게 효라는 거예요. 질문자는 항상 마음으로 ‘어머니, 편안하게 좋은 데로 가십시오.’ 하고 기도를 하면 좋아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8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재수를 하는데 계속해서 공부하기가 싫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으면 괴로운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는 질문, 불교대학를 나오고 <깨달음의장>도 다녀오고 삶이 가벼워져서 걱정 없는데 중2, 초5, 두 딸이 많이 다퉈서 중재하면 한 명이 억울해 하고 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걱정이라는 질문,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는데 자꾸 생각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괴로워하는 질문, 초등학생인데 동생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안 되고, 친구가 질문자에게 나쁜 말을 하는데도 의견을 전달하지 못해 괴롭다는 질문, 무서운 책을 많이 읽어서 살인에 대한 공포가 심해 밤에 잠이 안 와서 1시까지 안 자고 있다가 아침에는 피곤해서 못 일어나는데 어떡할지 묻는 질문, 일주일에 한 번씩 절에 다니는데 명부전에 갔다가 나오면 기분이 안 좋은데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 도반님들이 통일기도를 열심히 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지원하고 있는데 기도가 어느 정도 성취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 늦게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기가 안 생겨서 고민인데 주변에서 묻는 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고민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9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웃고 손뼉 치다 보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강연을 마치면서 스님이 물었습니다.

“재미있고 즐겁고 유익했어요? 재미있고 유익하지 못하면 강연장 밖에 나가면 남는 게 없습니다. 유익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으면 지루하고 졸려요.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아야 합니다. 나도 좋고 너도 좋아야 합니다. 나만 좋고 너는 안 좋으면 네가 못 참아서 과보가 따르고, 너만 좋고 나는 안 좋으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못 참습니다.”

질문자는 심각하게 질문하는데 대중들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려 강연장 안이 웃음꽃으로 활짝 핀 가운데 스님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자는 심각하게 질문하면 법륜스님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답변을 하여서 도봉구민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화가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두 어린이 질문자에게 답변을 듣고 어떤지 소감을 물었습니다. 동생 문제와 친구 문제에 대해 질문한 어린이는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 것 같고 친구 문제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라고 하고, 밤에 잠이 안 와서 고민이라고 한 질문자는 “심하면 아빠랑 상의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에 아기가 생기지 않아 질문한 질문자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방향으로 말씀해주시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라고 말하며 편안한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져서 돌아가는 도봉구민들의 모습을 보니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책 사인회에서는 사람들이 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스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 휴대폰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 등 스님과 함께한 순간을 기억하려는 사람들도 붐볐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한 후 모든 강연일정을 마쳤습니다. 가시기 전에는 봉사자들에게도 수고했다는 덕담과 함께 책에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행복은 지금 여기서 시작입니다. 지금보다 더 행복도를 높여 이 행복이 한반도의 행복으로 뻗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내일은 부산 남구에서 행복한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계속 이어집니다.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바다 하수엽 이정현 정란희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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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감사합니다
집착을 멈춥니다

2018-04-25 06:06:33

송미해

감사합니다

2018-04-21 21:04:59

정지나

감사합니다.꾸벅^^

2018-04-21 09: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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