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4.30 농사일
“스님 법문을 듣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꼭 승진을 해야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새벽 3시, 아직 깜깜한 가운데 스님은 두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어제 경주 남산순례를 마치자마자 급히 자재법사님 댁 문상하느라 서울로 올라온 덕분에 오늘 울산에서 예정되어 있던 오전 미팅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서둘러 나선 것이었습니다.

아침 6시 20분, 두북에 도착하자마자 스님은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침 기도 후, 정원 앞과 뒤, 온실을 살펴보고 찾아오신 손님을 잠깐 만난 뒤 다시 정원과 온실을 손보는 일을 이어서 하였습니다.

뒷밭에 가득 올라온 더덕 순 중 일부를 덜어서 모종 만들기를 하였습니다. 스티로폼 박스를 모종 화분으로 재활용 했습니다. 여리디 여린 더덕 순들이 짓밟혀 자라지 못하기 보다는 모종으로 만들어서 적당한 위치에 심으면 더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또 온실 옆 면 비닐을 대나무에 말아 올려 온실 안도 통풍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돌을 걷어 내고 일렬로 앉아 대나무에 비닐을 말은 다음 철근으로 조여주니 단정하게 여름을 보낼 온실로 정비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대나무 두 개를 이어서 매었던 것 보다 훨씬 단정하다.”

스님이 틈틈이 다듬어 둔 대나무들이 요모조모 쓰일 곳이 많았습니다. 매번 이렇게 비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는지 행자님이 기계식으로 설치를 하면 어떠냐고 말하니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가보면 버려둔 비닐하우스 재료들이 널려 있으니 주워서 정비를 해도 되는데, 굳이 새로 만들 필요가 뭐가 있겠어. 재미삼아 하는데 뭐 하러 돈을 들이나.”

주워 온 벽돌을 가져다가 밭 위에 길을 만들었습니다. 밭 사이를 오갈 때 발 디딜 곳이 필요해서 벽돌을 놓았더니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복숭아 나무도 웃자란 가지를 톱으로 잘라 다듬어주었습니다.

점심 공양을 하고 나니 한 낮의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습니다. 온도계의 온도가 24도라고 알려주었지만 체감온도는 훨씬 높게 느껴졌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이 남은 정진을 하며 한 낮을 뜨겁게 보내고 있는 사이, 스님은 또 모자와 장갑을 끼고 복숭아나무 가지를 정리하였습니다.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스님. 스님의 휴식 방법은 밭에서 흙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문수팀 행자님들도 정진을 마치고 서둘러 준비하여 밭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흰색, 적색 양배추, 참외 모종을 심고 싹이 나지 않는 완두콩 자리에 가시오이를 다시 심었습니다. 양배추는 벌레들이 많이 생겨 심은 모종에 한랭사를 씌워 1차적인 벌레 피해로부터 막아주는 작업도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수박을 심을 수 있도록 미리 수박용 간이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주었는데 거기에 짚을 덮어 심기 전 땅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도 하였습니다.

모종 심기가 거의 마무리되자 스님은 다시 대나무 준비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수박, 오이, 가지, 참외, 오늘의 모든 작물에는 지지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나무를 미리 충분히 준비해둘 예정이었습니다.

밭에 모종이 각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 줄 한 줄 시기에 맞춰 심었던 것이 이제는 고구마와 생강 등 몇 가지 작물들을 심을 자리만 남기고 거의 채워졌습니다.

이제 모종들은 햇빛과 물과 바람을 만나고 스님의 발소리를 듣고 손길을 맞으며 무럭무럭 자라날 것입니다.

오늘은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4월13일 언양 강연에서 있었던 질문 중 감동이 있었지만 소개하지 못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경기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1년 전쯤에 대기업에서 정리해고가 되어서 1년 넘게 실업자로 지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변변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40대 초반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 해고되고 나서 6개월 정도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괴로움을 떨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우연히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된 뒤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듣고, 자기 전까지 틀어놓고 잔지 6, 7개월 정도 됐습니다. 정말이지 스님 덕분에 제 생활이 180도로 바뀌어서 가족과 어르신이 많이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스님 강의를 들으면서 폐단이라면 폐단이라고 할까요. 제가 직장을 안 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모두 웃음) 제가 전에는 ‘그렇게 돈 많이 벌던 직장을 다녔었는데 100만 원, 200만 원 받는 일을 해야 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던 거지, 정작 100만 원, 200만 원 벌 수 있는 일자리는 수두룩하더라고요. 지금은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키시는 어르신들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모두 웃음) 일당으로 5만 원에서 10만 원을 벌어서 고기도 살 수 있고, 쌀도 살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꼭 그렇게 직위, 돈, 명예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직장생활을 해야 되나 싶어요.

그런데 지금 집안어르신이 걱정하시는 건, 제가 법륜스님 강의에 너무 빠져서 일도 안 하고,(모두 웃음) 직장을 구할 생각도 안 하고 있다는 거예요. 아내는 자기가 벌겠다면서 아르바이트를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모두 웃음) 저는 지금도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퇴직금도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 위급할 때 쓰면 되거든요. 나가기만 하면 돈벌이는 되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건, 제가 아이들을 부양해야 된다는 겁니다. 스님, 제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건지요?”(모두 웃음)

“아주 잘 살고 있어요.”

“아, 그렇습니까?”(모두 웃음)

“아무 문제없어요. 부모님이나 다른 분들이 질문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요. 질문자는 대기업에 가서 돈을 많이 벌었던 사람이고, 또 그런 남자인 줄 알고 부인도 질문자와 결혼했을 텐데, 지금은 직장도 잃고 그렇게 지내니까 부인이 보기에는 남자가 좀 답답해 보일 거예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질문자에게는 사실 약간 우울한 증상이 있어요.”

“예...”

“질문자는 경쟁사회에서 너무 찌들면 스스로 그걸 못 견뎌내고, 나중에는 병이 날 수도 있어요. 직장 잃고도 아마 그런 증상이 좀 나타났을 것 같은데요?”

“예, 맞습니다.”

“지금 법문을 듣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을 얻었다고 하니까 그건 굉장히 좋은 현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살펴보면, 부모나 배우자가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오직 그저 돈, 돈을 잘 벌면 훌륭한 사람으로 보고, 돈 못 벌면 나쁜 사람으로 보고, 그러는 수준이에요. 질문자의 건강상태로 볼 때는 지금 이렇게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있는 게 최고의 복입니다. 이 상태에서 부인이든 부모가 이 사람한테 뭘 더 원하면 안돼요. 그러면 큰 재앙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부인이나 부모를 나무랄 수도 없는 게, 그들은 그걸 볼 수 있는 눈이 없거든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들이, 남편이 직장 다니면서 돈 잘 벌다가 지금은 이렇게 됐으니까 답답하게 느끼는 거지요. 그들은 ‘네가 정신 차리고 조금만 잘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그걸 압박으로 느끼면 그때부터 병이 도지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는 그들이 뭐라 그러든 강박관념을 느끼지 말고, 신경을 쓰지 마세요. 그 사람들한테 얘기해봐야 그 사람들은 옛날의 질문자만 자꾸 생각하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그냥 ‘아이고,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우선 저는 건강부터 회복을 하겠습니다.’ 하는 마음을 가지시면 돼요.

그리고 만약 질문자가 처음부터 대기업에 취직을 안 했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거예요. 그러면 부모도 질문자에게 기대를 안 했을 거고, 부인이 질문자랑 결혼을 안 했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질문자도 첫 직장으로 그런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다음에 두 번째 직장을 구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꾸 옛날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예, 맞습니다.”

“질문자는 ‘옛날엔 내가 월 천만 원을 벌었는데, 지금 이거 벌겠다고 일을 해야 되느냐?’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직장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여러분들, 서울역에 가보세요. 한 300명의 노숙자가 있습니다. 그 노숙자들 중에 여자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대중들) 있어요.”
“(대중들) 없어요.”

“있으면 한 명쯤 있을까 거의 없어요. 그건 뭘 말하느냐 하면, 여자는 생존능력이 강하다는 겁니다. 두 번째, 거기 농민 출신이 있을까요? 없어요. 농민은 아무 데나 가서 일하는 훈련이 되어있기 때문에 거기 없습니다. 세 번째, 거기 일용직 노동자 출신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 때나 나가면 일거리가 있기 때문에 거기 없어요. 그럼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옛날에 다 뭐하던 사람이었을까요?”

“(한 대중) 잘 나가던 사람이요.”

“그렇다고 너무 잘 나갔던 사람은 아니고,(모두 웃음) 보통 중소기업 사장을 했거나 가게 사장을 했거나 대기업 중간간부를 했던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IMF 때 갑자기 부도로 회사가 망했거나 직장에서 해고됐거나 한 뒤로 다시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겁니다. 그들은 자꾸 옛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막노동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가정에서도, 원래 좀 살았기 때문에 그 부인이나 가족들의 기대가 있는데 그 기대를 다 채울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직장에서 해고되고도 가방 들고 출근하는 척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꾸 술을 마시게 되고, 그렇게 힘들 때 술을 마시다 보니까 알코올중독이 되는 거예요. 직장도 없는데다가 알코올중독까지 되니까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버리고, 다른 가족들도 관계를 끓고, 그러다 보니까 오갈 데가 없어서 노숙자가 되는 거거든요.

‘아, 이 사람들이 잘 데가 없어서 여기서 이러는 거구나.’ 해서 시민단체 등이 그들에게 잘 방도 마련해 주고, 침대도 마련해 주면서 ‘이리 와서 사세요.’ 그런다고 그 사람들이 거기 들어가서 살까요? 안 살 아요. 그런 데서는 답답해서 못 사는 거예요. 술, 담배를 못 하게 하니까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서울역에서 구걸해서 다만 돈 천 원이라도 구하면 소주 사먹고 거기 엎어져서 자고, 그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힘든 거예요. 질문자도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될 소지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정신건강이 안 좋기 때문에 우선 스님 법문을 듣고 여기까지 온 건데, 이제는 ‘직장을 아예 안 갖겠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가족들이 먹고 살만큼은 벌어야 되잖아요. 그렇지요?”

“예, 그렇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나가서 일당 5만 원, 7만 원, 10만 원 받는 일, 즉 일용직으로 지내다 보면,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서 갑자기 그만둔다든지, 내가 그 집에 종업원으로 있었는데 그 집 사장이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서 처분을 해야 된다든지, 이런 일이 살다보면 생길까요, 안 생길까요?”

“예,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그걸 인수하면 돼요. 그런데 지금 퇴직금 받은 것을 투자해서 새로 가게를 연다면, 그거 놔뒀으면 10년 먹을 걸, 3년 안에 다 날려버릴 확률이 90%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경기가 그렇게 좋은 때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질문자는 선택을 잘 한 거예요. 그러니까 마음을 좀 편안하게 갖고 지내세요. 그리고 부인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집안일도 좀 거들고, 아이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세요. 그러다가 또 직장을 구해서 나가게 되면 아이들 얼굴을 또 못 보게 되잖아요. 그렇지요?”

“예, 맞습니다.”

“미국 공화당에 2인자인 하원 국회의장, 그러니까 다음 대통령후보 공화당 선두 주자인 사람이 정계를 은퇴했어요. 이름이 ‘폴 라이언’인데, 47세밖에 안됐는데 국회의장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정계 은퇴를 한 이유가 뭐냐 하면, 자기 아이가 셋인데 정치한다고 바쁘니까 주말부부, 주말아빠로 산 거예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쯤 나이인데, 자기는 주말아빠로 살기 싫고, 전일아빠로 살고 싶다는 거예요. 이 사람은 미국에서 아주 촉망받는 정치인으로서 다음 대선이나 그 다음 대선 후보 1번으로 예약된 거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는데도 그만둬버렸단 말이에요. 그만큼 가족을 중요시한 거예요. 본인이 자랄 때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가 그나마도 일찍 죽고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을 못 받은 채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자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분은 그렇게 성공했어도 어렸을 때 채워지지 않았던 것 때문에 가슴이 많이 아팠는데, 자기 아이들한테도 그런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가 않다는 거예요. 우리 눈에는 국회의장이나 대통령 같은 자리가 너무 좋아 보이잖아요. 그런데 가족보다 더 소중한 건 없어요.

질문자도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까 집안에 관심을 좀 갖고요, 또 일용직으로 돈을 벌면서 기도도 하고, 수행도 하다 보면 기회가 자연스럽게 올 거예요. 성실하게 하면 질문자를 옆에서 잘 지켜본 사람이 픽업을 해가든지, 그런 기회가 올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뭘 억지로 하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기회가 와도 막상 할까, 말까 망설일 정도인데, 억지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신건강이 다시 나빠질 수도 있어요.”

“예, 맞습니다.”

“그렇게 수행을 하면서 살아보세요.”

“예, 스님,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봄 햇살이 참 따뜻합니다. 마음도 따뜻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전체댓글 15

0/200

^^^^

스님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손재주가 많으신 스님~농사일솜씨도 넘좋으신거 같아요~다만 얼굴이 부으신거같으신데 휴식도 일만큼 중요하답니다 연세가 있으시니ㅜ

2018-05-06 19:08:52

보현화

감사합니다

2018-05-04 19:46:22

이기사

감사합니다

2018-05-03 15:54:0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