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05.01. 행복한 대화 (서울 송파)
“매일 사람들에게 시달려서 괴로워요.”

오늘은 노동자의 날입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회의를 한 후 저녁 7시에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서울 송파 구민회관으로 갔습니다 . 봉사자들은 성심성의껏 준비한 강연에 많은 참여자가 모이기를 바라며 일찌감치 송파구민회관에 모여 강연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강연이 열리기 30분 전부터 이미 3층까지 모두 차근차근 입장하는 참가자들로 700여 석이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복도는 이미 참여 신청자들로 가득 넘쳐 오늘 강연의 열기를 시작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복학교에 대한 소개 영상에 이어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마무리 될 무렵, 우렁찬 박수와 환호 속에 무대로 입장하였습니다. 스님은 합장으로 대중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스님은 이미 만석이라 맨 앞자리에 깔개를 깔고 앉은 참여자들에게 “늦게 온 복으로 앞에 앉았다.”라며 웃으며 위로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다소 목소리가 가라앉으신 스님은 미세먼지와 환경 이야기로 운을 때셨습니다. 오늘 저녁 비소식이 있다며, 계절적인 봄과 한반도 평화의 봄에 대해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예정되어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빌어 희망의 말씀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작년 겨울만 하더라도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올까? 싶더니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어 이제 진짜 봄이 오려나?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하며, 그러나 최종적 결정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아직 완연한 봄이 온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계절적으로 봄이 올 때는 꽃샘추위가 왔다가 따뜻해졌다가 하듯이 몇 번의 고비가 있겠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올 시기가 되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700석 좌석을 만석으로 채우고 앞자리까지 가득 메운 참석자들로 강연장이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착각’과 ‘오해’, ‘무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깨달음’이라는 서두의 말씀을 마치고 스님과 행복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모두 아홉 명의 질문자가 있었습니다. 재수를 해서 올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더 좋은 학교를 못 가서 다시 공부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남학생, 부자가 되고 싶은데 지나간 기회를 왜 못 잡았을까? 후회된다는 30대 회사원, 군대 제대한 아들이 놀고 있어서 고민이라는 어머니, 불교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일상에서의 수행 방법에 대해 문의한 40대 가장, 헤어진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서 연락을 하고 싶은데 연락을 해도 될지 묻는 남학생,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 미국으로 가고 싶은데 남편과 떨어져야 하는 것에 대해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은 50대 여성, 직장 생활에서 행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직을 고민한다는 직장인, ‘페미니즘’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묻는 질문자, 마지막은 한반도의 평화 체제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질문 등 다양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어렵다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명쾌한 대화에 속이 시원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은 40대 가장입니다. 불교서적을 보면 고통의 원인이 ‘탐진치’라고 하던데, 그 반대말이 뭘까 생각해 보니 ‘만족, 감사, 나눔’인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불만이 가득한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으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성악설(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하다고 생각하는 사상)을 믿지 않게 일상에서 하기 좋은 수행방법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뭐가 문제인데요?”(모두 웃음)

“저는 하루 종일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민원을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공무원이에요?”

“예, 그러다 보니까 매일 사람들에게 시달립니다. 이해관계 때문에, 욕심 때문에 싸우는 모습들을 계속 보다보니까...”

“그러면 직장을 그만두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그게...”

“민원인들이 와서 시비하기 때문에 질문자의 직업도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없으면 공공기관의 민원과나 회사의 민원부서도 없을 거예요. 그들이 시비해 주는 것 때문에 질문자가 밥 먹고 사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래서 항상 ‘당신들이 와서 이렇게 화도 내고, 고함도 지르고 하니까 나한테 월급이 주어집니다. 당신들은 나에게 은혜를 베푸는 구세주들입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 거기 앉아서 자기네끼리 싸우든, 시비하든, 항의하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한번 시간당 계산을 해 보세요. 월급이 만약 250만 원이라면 25일 근무하니까 하루 평균 10만 원이잖아요? 그러면 하루에 8시간 근무하니까 한 시간에 12,000원이 넘는 꼴이잖아요. 그 민원인들이 시비하는 거 한 시간 구경하면 12,000원, 또 한 시간 구경하면 12,000원, 또 한 시간 구경하면 12,000원이잖아요.(모두 웃음)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면 되는데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공짜로 먹으려니까 지금 힘이 드는 거예요. ‘민원인들이 고함 좀 안 쳤으면 좋겠다. 항의를 안 했으면 좋겠다. 자기네끼리 안 싸웠으면 좋겠다.’ 이러면서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도 필요하고, 법률도 필요하고, 또 경찰도 필요하고, 소방공무원도 필요한 거지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안 싸웠으면 좋겠다’ 하는 건, 앞서 질문한 분이 ‘우리 아들이 공부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에요.(모두 웃음) 봄에 ‘가을처럼 시원했으면 좋겠다.’ 하거나 가을에 ‘새잎이 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랑 같은 거예요.

사람은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가도 싫어하는 감정이 생기는 건데, ‘너는 어제 좋다고 해놓고, 왜 오늘은 싫다고 하느냐? 그럴 거면 어제 좋다고 하지를 말지!’라고 한다면 그건 전혀 이치에 안 맞는 얘기예요. 좋아하면 ‘봄이 왔구나.’, 싫어하면 ‘가을이 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거기에 놀아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사람의 감정은 늘 그냥 경계에 따라 움직이는 거니까요. 자연현상이 계절에 따라 바뀌듯이 말이에요.

그러니 질문자한테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탐이니, 진이니, 치니, 그 반대말은 뭐니,(모두 웃음)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어봤던 거예요. 불교교리 알아서 뭐하려고요?(모두 웃음) 지금 질문자가 괴롭다니까, 괴로우면

‘왜 괴로우냐?’
‘민원인이 자꾸 민원을 제기하니까 괴롭다.’
‘민원인이 민원을 제기하는데 왜 괴롭냐?’
‘자기네끼리 싸우니까 괴롭다.’
‘그들이 자기네끼리 싸우는데 왜 질문자가 괴롭냐?’

이렇게 괴로움의 원인을 자꾸 따져봐서 ‘그들을 구경하면 되지 별일 아니구나’, 즉 ‘괴로울 일이 아니구나.’ 하고 알아버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거예요. 이걸 교리적으로 정리하자면 ‘이것이 괴로움이다, 이것이 괴로움의 원인이다,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이다,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다’, 즉 이걸 고집멸도(苦集滅道)라 하고, 이것이 바로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에요.

부처님의 제자들이 깨쳤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 ‘괴로움,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 이 네 가지 사유체계를 갖고 깨친 거예요. 제가 지금 고(苦) 자도 얘기하지 않았고, 사성제(四聖諦)라는 얘기도 안 하는 대신 늘 여러분께 물어보잖아요. 여러분들이 ‘괴롭다’고 하니까 ‘왜 괴롭냐?’고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이래서 괴롭고, 저래서 괴롭다고 하는데, 그러면 제가 또 물어보잖아요. ‘왜 괴롭냐? 그게 꼭 괴로워 할 일이냐?’고요. 이렇게 자꾸 물어보면 그 다음에 여러분들이 ‘오? 괴로워 할 일이 아니네?’ 이러면 해결되는 것, 이게 진짜 불교 교리이지, 지식으로 외우는 게 교리가 아니에요.

사람이 지나친 욕심을 내면 괴로워요, 안 괴로워요?”

“(대중들) 괴로워요.”

“사람이 지나치게 자기 의견을 고집해서 화내고 성내면 괴로워요, 안 괴로워요?”

“(대중들) 괴로워요.”

“또 오해를 하거나 어리석으면 괴로워요, 안 괴로워요?”

“(대중들) 괴로워요.”

“예, 괴롭지요. 그래서 우리의 괴로움은 지나친 욕심을 내는 탐(貪), 화를 내는 진(瞋), 어리석은 치(癡) 때문이라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외울 필요가 뭐가 있어요? 외워서 뭐하려고요?(모두 웃음) 모두 사실인데요. 사람이 물질에 대해서나 사람에 대해서 지나친 욕심을 내면 괴로울 수밖에 없고, 자기 의견을 고집해서 화를 내면 괴로울 수밖에 없고, 뭘 몰라서 어리석으면 괴로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욕심을 좀 내려놔야 되고, 자기주장을 좀 내려놔야 되고, 어리석음을 깨우쳐야 됩니다. 그러면 괴로움이 없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간단한 이치라서 외울 필요가 없어요.

이건 교회 다니는 사람도 그렇게 하면 되고, 절에 다니는 사람도 그렇게 하면 되고, 종교가 없는 사람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건데, 부처님께서 무슨 종교나 하나 만들려고 이런 말씀을 하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부처님께서는,

‘왜 괴롭냐? 괴로운 원인을 네가 좀 분석해 봐라.’
‘이게 원인입니다.’
‘그래? 그런데 그게 정말 괴로워할 일이냐? 더 살펴봐라.’
‘더 살펴보니 괴로워할 일이 아니네요.’
‘그래.’

이렇게 하신 거예요. 이게 불교이고, 이게 불교교리예요. 어떤 사람들은 지금 여러분과 제가 이렇게 대화하는 걸 두고 ‘불교를 떠난 인생상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불교라는 것 자체가 원래 괴로움 없는 삶을 지향하는 거예요. 괴로움 없는 삶이 ‘열반’이에요. 그래서 불교는 열반을 증득하는 게 목적이지, 죽어서 천당 가거나 지옥 가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죽어서 예쁘게 태어나거나 부자로 태어나거나 건강하게 태어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고, 건강하려면 운동하면 되지요. 그러니까 괴로움 없이 사는 것, 속박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 수행의 근본목표입니다.

저는 늘 ‘여러분들이 무슨 종교를 갖든 그건 여러분들이 알아서 해라’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교리를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뭐가 괴롭냐고 물으니까 질문자는 민원인 때문에 괴롭다고 했는데요, ‘민원인 때문에 밥 먹고 산다’고 생각하면 괴로울 일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세요. 민원인이 1년 내내 한 명도 없다면 질문자가 근무하고 있는 부서가 없어질까요, 안 없어질까요?”(모두 웃음)

“없어집니다.”

“민원인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면 앞으로 한 명 더 배치되겠지요. 그러니까 민원인이 많다고 너무 신경 쓸 것도 없고, 없다고 신경 쓸 것도 없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모두 웃음과 박수)

스님은 “9명을 했는데도 7명이나 남았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7명에게 아쉬움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이슈인 만큼 평화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으로 참여자 모두 자리를 뜨는 사람 하나 없이 열중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자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함께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는 등 강연장의 분위기는 중간에 손부채질을 하는 참여자가 늘어날 정도로 열기가 가득하였습니다.

스님은 목소리가 별로 안 좋았음에 양해를 다시 한 번 구하며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지요?’ 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스님의 모습에서 긍정적 사고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우리나라가 어려운 국면에서 희망의 국면으로 바뀌고 있으며, 지금 이 상황에서도 욕하는 야당과도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나아가 일본과도 손을 잡아야 동북아 평화가 온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후 책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사인을 받고 강연장을 나가는 분들에게 소감을 여쭈니 “질문자와 스님의 답변을 듣느라 벌써 날이 이렇게 어두워졌는지도 몰랐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드디어 한반도에 종전이 선언되고 다시 북한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상봉이 시작될 것 같아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에 스님께서도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말씀을 해주셔서 잘 들었다.”고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한반도에 꽃피는 계절의 봄과 평화의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마음의 봄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희정, 하수엽, 정란희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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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내가 왜 상대 때문에 힘든가....그는 그저 그에 길을 갈뿐인데.
감사합니다. 꾸벅^^

2018-05-07 09:16:52

고경희

내생각에 사로잡혀 이치를 전혀 모르고 괴로워했음을 알아갑니다

2018-05-05 11:07:27

^^^^

힘든게 없다라고 스님 답변해주셨죠^^그 답변에 많은것을 깨우쳤습니다~따뜻이 맞아주셨던 봉사자분들,안이 덥고 목도 안좋으신데 지혜의 말씀 전해주신 스님~끝까지 함께하진못했지만,그날 참 따뜻한날이었습니다~힘들어도 힘들것이 없는나날 보내겠습니다~~

2018-05-04 19: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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