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5.5. 평화교육원 힐링 동문회
“무기력을 고치려면?”

지난 주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오늘 아침 5월22일 한미정상회담이 발표되는 등 한반도에 따뜻한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5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평화재단 교육원에서는 평화, 여성리더십아카데미 힐링동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2014년 7기를 끝으로 종료된 여성리더십아카데미와, 2016년 15기를 끝으로 종료된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수료한 800여명의 평화·여성리더십아카데미 총동문회는 지금까지 일 년에 두 차례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동문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통일이라는 한길로 평화재단과 함께 가고자 하는 동문들은 이렇게 법륜스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동문회가 민주시민으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힐링 동문회에는 약 70여명의 평화·여성 리더십아카데미 동문들이 참여하였고,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즉문즉설 시간에는 역시 요즘 급변하는 평화분위기를 맞이해서 통일이 되면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4.3사건에 대한 질문, 개인적인 고민을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 중 무기력으로 힘든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립니다.

“제가 현재 무기력이 심해진 것 같아 질문 드립니다. 해야 하는 일도 하기 귀찮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걸 해결하려면 뭘 먼저 해야 할까요?”

“네. 그럴 땐 가만히 있어야 해요.(모두 웃음) 그냥 가만히 있어 봐요.

그런데 제일 빨리 회복을 하려면 굶는 게 방법입니다. 인간은 정신작용이 있고 생명작용이 있잖아요. 생명작용을 기반으로 정신작용이 일어나는데 정신작용이 무기력할 때 굶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굶는 게 닷새, 일주일, 열흘을 넘어가면 정신작용보다 생존본능이 중요해집니다. 이 몸이 살아야 한다는 생존의 본능이 일어나면 정신적인 문제는 부차적이 돼요. 사람이 죽음 앞에 서면 ‘내가 시험을 쳤는데 안 됐다’, ‘뭘 하고 싶은데 못 했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게 되거든요.

그래서 제 경험에 의하면 뭘 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면 돼요. 이 세상에 굳이 해야 할 게 뭐가 있어요?(모두 웃음) 그것도 강박관념이거든요. ‘뭘 해야 한다’, 이게 강박관념이에요. 지금 ‘위기가 왔다, 우리가 뭐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것도 강박관념이에요.(모두 웃음) 꼴뚜기가 뛰면 망둥이도 뛴다고 하죠. 이게 강박관념이란 말이에요. 자길 희생해서라도 뭘 하려는 것이거든요.

희생은 할 필요가 없고, 다른 사람이 하겠다고 하면 하라고 하면 돼요. 지금 누군가가 나서서 통일운동 하겠다고 하면 하라고 하면 돼요. 우리가 굳이 거기에 경쟁을 할 게 뭐가 있어요? 통일운동 하려고 하면 하라고 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하려고 하면 하라고 하면 됩니다. 정부 돈을 내가 가져다주든 다른 단체가 주든 어쨌든 북한주민들에게 주면 되지, 그걸 꼭 내가 받아서 가져다줘야 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다른 단체가 안 하면 우리가 해야겠지만 하겠다면 주면 됩니다.

그래서 지금 별로 할 일이 없으면 가만히 그냥 있으면 돼요.(모두 웃음) 가만히 있어도 먹고는 살 수 있어요?”

“급한 불은 없지만 그러면 미래가 암울할 것 같아서요.”(질문자 웃음)

“그러면 생기가 돌 때까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요.

두 번째, 이왕 가만히 있는 거니까 돈도 절약할 수 있게 음식을 안 먹으면 빨리 일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하나의 자연치유 방법이에요. 그런데 이런 자연치유 방법은 의지가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 방법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거예요. 육체병을 치료하는 의학이 100퍼센트 발달했다고 한다면 마음병을 치료하는 정신의학은 아직 한 20퍼센트 정도 발달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아직 초보단계이기는 해도 제가 볼 때는 뭐 굿을 한다든지 안수기도를 하는 다른 방법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정신과의 처방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무기력한 것도 정신작용의 문제거든요. 진료를 받아보면 무기력의 핵심이 육체로부터 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우리가 흔한 표현으로 ‘기가 빠진다’고 하는 상태가 될 수 있어요. 기가 빠지면 정신력도 약해지잖아요. 의사가 봐서 그런 신체적인 문제일 때는 약물치료가 필요하고 그게 아니라 신체는 괜찮지만 정신적인 게 문제라고 하면 정신적으로 안정시켜주는 치료를 조금 받으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보는 게 좋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제는 정신과 병원에 안 가려고 한다는 거예요. 육체가 아프면 너무 과하게 병원을 찾는데 반해서 마음이 아픈 경우엔 병원을 너무 안 가요. 통계 숫자가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가입국 중 제일 높다는 건 들었죠? OECD 평균의 2.5배입니다. 하루에 36명이 죽습니다. 전에는 42명까지 늘었는데 그나마 좀 줄어든 거예요. 저는 그걸 제 덕도 좀 있다고 생각해요.(모두 박수) 2011년에 최고로 올랐다가 그 이후로 조금씩이라도 줄고 있습니다.

자살률을 줄일려면 우울증을 조기발견하고 조기치료를 해야 해요. 우리가 신체의 영양을 위해서 각 보건소에 사람을 보내고 학교에 영양사를 두듯이, 정신적인 건강을 담당하는 사람이 각 동사무소에 배치되고 각 학교에 배치돼야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조기발견해서 치료하면 많이 나아져요.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것도 조기발견해서 치료했으면 지금 대한항공 같은 저런 일은 없죠.(모두 웃음) 저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에요.(모두 웃음) 크게 보면 어머니가 우울증이 있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심리가 불안해서 감정조절이 잘 안 돼요. 이런 건 다 조기치료를 받으면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왜 이런 경우가 많냐면 우울증이 일어나는 사람의 비율은 선진국과 비슷한데 우울증 치료약 소비가 선진국의 1/10 수준밖에 안 됩니다.(모두 탄식) 병원에 잘 안 갈뿐더러, 가더라도 약을 안 먹는다는 거예요. 우리는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정신적인 문제로 치료받는 걸 부모들이 굉장히 부정시하고 꺼리는 게 있어서 병원 기록을 안 남기려고 해요. 그래서 치료를 안 받습니다. 옛날에 정신과에 가면 ‘미쳤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어릴 때 치료를 잘 못 받고, 커서도 그런 인식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애인하고 헤어져서 너무 가슴 아프고 무기력하다면 병원에 가야 해요.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은 것 때문에 화가 나서 밥맛도 없고 이래도 사실은 병원에 가야 해요. 이건 놔두면 대부분 자연치유가 됩니다. 그런데 자연치유를 하려면 예를 들어 몇 달이 걸린다면, 병원 가서 치료받으면 훨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까 유리해요. 감기하고 똑같아요. 감기를 놔두면 자연치유가 되긴 하지만 치료받으면 회복기간이 좀 빠르잖아요. 그리고 감기도 간혹 폐렴으로 전환돼서 위험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냥 무기력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진료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그렇게 치료를 안 하려고 하면 오히려 병을 더 키워요. 무기력한데다 자꾸 강박관념으로 ‘뭘 해야 한다!’ 이러면 무기력증이 심해집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편안하게 가만히 있는 게 나아요. 가만히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모두 웃음) 제가 여러분들을 명상센터에 데려다 놓고 일주일 동안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죽겠다고 할 거예요. 가서 중노동을 하는 게 낫지, 가만히 못 있어요.

그러니까 이럴 때는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일이 많으면 바쁘게도 움직일 줄 알고, 일이 없으면 가만히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1년에 닷새나 일주일 정도는 명상 프로그램에 들어와서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래야 인생이 쫓기지 않아요. 여러분은 일 없으면 불안하잖아요. 불안해하는 게 없어야 해요. 호주머니에 돈 없어도 불안하잖아요. 아무 것도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해요. 안 그러면 아무리 돈이 많이 있어도 조급하고 불안하게 살아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선 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보세요. 내내 컴퓨터 게임하고 이런 건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모두 웃음) 조급하고 불안하니까 자꾸 TV를 보고 뭘 봐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병이 안 낫습니다. 오히려 거기에 중독이 돼요. 아무것도 안 해야 해요. 책도 안 보고 TV도 안 보고 핸드폰도 안 쓰고 가만히 있어보세요. 그러면 처음에는 더 미칠 것 같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불안이 가라앉습니다. 그러면 편안해져요. 그렇게 되면 그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에요.

그렇게 되면 다시 밥 먹는 것, 자기 생활, 청소 이런 걸 하는 일상으로 복귀해도 돼요. 제가 젊을 때 해본 경험에 비춰보면 무기력할 때 굶으면 좀 더 빨리 일어나져요. 굶으면 무의식적으로 생존욕구가 일어나거든요. 그러나 굶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것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거나, 진료를 받거나, 그렇게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함께 만든 사람들
서민정, 손명희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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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을 심하게 앓았을때에도 참 무기력했었던 것 같아요ㅜ사람땜에ㅜ사랑땜에ㅜ힘든일 겪어도 잘헤쳐나가질 못하니 삶이 무기력의 연속인것같습니다ㅠ

2018-05-14 01:33:37

광명일

그냥 지켜봐 주세요.
각자의 길이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2018-05-11 08:02:29

송미해

다른 것으로 중독 되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봅니다
감사합니다

2018-05-09 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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