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5.16 행복한 대화 (대전 유성구)
“중학생 딸이 거짓말을 해요.”

오늘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 아침 6시에 두북에 도착한 스님은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을 갈아입고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해서 고구마를 심으려고 모종을 구해 왔는데 일부 해가 나서 해그름에 심기로 하고, 상치, 치커리, 겨자채등 채소를 수확해서 서울 공동체에 보낼 준비를 했습니다. 또 대밭에서 죽순을 한바구니 따서 삶아서 손질했습니다.

오후3시가 넘자 스님은 오늘 강연을 위해 대전으로 출발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비 소식이 들리지만 대전은 비가 올 듯 말 듯 하늘이 흐렸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오신 분들의 표정은 화창한 봄날처럼 환한 얼굴이었습니다.

강연 시작 전, 스님의 사인을 받고 싶다며 책을 사는 분, ‘한반도 평화협정 백악관 청원 서명’에 대해 안내를 받고 서명하는 분, 즉문즉설 참석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 찍는 분들로 강연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칩니다.

대전 유성구 청소년 수련관은 340여 자리가 있었습니다. 강연 시작 40분 전에 이미 좌석이 가득 찼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출입구에 서서 1시간을 기다리다가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 행복학교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입장했습니다. 청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한국 날씨가 사계절이 다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역시 봄이 최고죠? (모두 웃음) 요즘은 날씨도 좋지만 한반도에 평화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65년 만에 과연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인지, 아니면 또 문턱까지 왔다가 가버리는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좀 불확실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남북 간에만 정상회담이 열린 게 아니라 북한과 미국 간에도 정상회담이 열리기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옛날보다는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지난 65년간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는 건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에요. 너무 낙관적으로 다 잘 될 것처럼 생각하면 또 실망하게 돼요. 그러면 또 이렇게들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약속을 그렇게 많이 해도 안 됐잖아! 에이, 이번에도 하나마나 안 될 거다!’ 이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역사 발전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안 됐지만 다음에는 될 수도 있어요. 어린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데 10번을 넘어졌어요. 그래서 ‘아이고, 나는 자전거하고 안 맞나 봐. 어떻게 10번이나 넘어질 수 있어?’ 이렇게 포기하기 쉬워요. 그러나 10번 넘어졌다는 것은 영영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탈 때가 다 돼간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지난번까지 계속 안 됐다는 건 ‘그래서 또 안 될 거야!’가 아니라 ‘이제 될 때가 다 돼간다. 때가 됐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이번에 꼭 되느냐? 그건 아니에요. 꼭 11번째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건 아닙니다. 11번이든 12번이든 13번이든, 넘어지는 회수가 많아지면 탈 수 있게 될 때가 다가왔다는 뜻이에요. 마찬가지로, 그동안에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됐다는 것은 ‘또 안 될 거야!’가 아니라 ‘이제 될 때가 다 돼간다. 그런데 쉽지는 않다’라고 알아야 해요.

‘될 때가 다 돼간다’라는 건 희망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쉽지는 않다’라는 말은 너무 낙관적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안 될 때를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더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조금 좋은 분위기예요.

사물을 볼 때 예견이라는 게 있잖아요. 어떤 현상을 관찰하면 직관이란 게 있어요.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를 한다고 할 때 5월 중으로 하겠다고 했죠? 그러면 5월 중으로 하는 경우의 수가 있고, 두세 달 연기되는 경우의 수가 있고, 아예 결렬돼버리는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회담이 약속대로 진행이 되는 게 상책, 연기되는 게 중책, 결렬되는 게 하책인데 지금 회담을 하기로 날짜를 잡았다는 것은 잘된 거예요. 어느 정도 양쪽이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회담 장소를 평양에서 하느냐, 판문점에서 하느냐, 제3국에서 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요. 평양에서 한다고 하면 ‘합의가 다 됐다’ 이렇게 보시면 돼요. 판문점에서 하겠다고 하면 ‘일부 이견이 있지만 거의 됐다’ 이렇게 보고, 제3국, 예를 들어 싱가폴에서 한다고 하면 ‘아직 이견이 많다’ 이렇게 봐야 해요.

결과를 보고 아는 게 아니라, 날짜 문제며 장소 문제를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때 벌써 대충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지를 우리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상호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환영받고 난리겠죠.

간 사람은 ‘내가 적진에 가서 항복을 받아왔다!’ 이렇게 얘기할 테고 마중하는 사람은 ‘봐라, 세계 최강국이 찾아와서 무릎을 꿇지 않았느냐!’ 이럴 거예요.

똑같은 걸 놓고 이렇게 양쪽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타협을 해야 그게 가능한 거예요. 타협이 그만큼 안 되면 판문점에서 적절하게 조율해야 하고요. 제3국에서 한다는 건 각자 자기가 원하는 답이 충분히 안 주어졌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이려면 제3국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그러면 합의가 안 되겠구나’ 이렇게 보시면 안 돼요. 제3국에서라도 정상회담을 한다는 건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는 뜻이에요. 비핵화,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큰 틀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고 안전보장을 해준다는 큰 틀에서 대강의 합의를 보았다는 뜻입니다. 체제에 대해 안전보장을 해주겠다는 말은 전쟁을 종식시키겠다, 평화에 대한 보장을 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일이 복잡하겠죠.

‘핵을 내일 당장 없애라!’
‘그걸 어떻게 당장 없애느냐? 10년의 시간을 달라.’
‘그럼 좋다, 2년 주겠다.’
‘아니다, 8년이 필요하다.’
‘아니다, 3년 주겠다.’
‘아니다, 5년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거예요. 가만히 보니까 미국이 요구가 좀 많아요. 핵만이 아니라 화학무기도 없애라고 하고 인권도 개선하라고 하죠.

우리가 어릴 때 냇가에 가보면 바위 밑에 가재가 숨어 있어요. 가재를 잡으려면 개구리 뒷다리를 나뭇가지에 묶어 바위 밑에 집어넣습니다. 넣어놓고 가만히 기다리면 나뭇가지가 까딱까딱 해요. 가재가 미끼를 물었다는 신호예요. 그런데 물었다고 해서 바로 팍 잡아당기면 안 나와요. 조금씩 조금씩,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천천히 잡아당겨야 가재가 기어 나오는 거예요. 그렇게 나오면 기다렸다가 탁 잡죠. 성질이 급해서 팍 잡아당겨버리면 미끼가 빠져버리든지, 가재가 미끼를 놓아버립니다. 그러면 큰 바위를 들어내야 해요. (모두 웃음) 그러면 힘들잖아요. 조금만 천천히 잡아당기면 잡을 수 있어요.

제가 볼 때는 미국이 한꺼번에 다 먹으려고 하는 생각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조금 시끄럽습니다. 벌써 시끄러운 게 나타나죠? 여러분들은 시끄럽다고 하면 바로 ‘어, 안 되네’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벌써 회담 장소며 날짜 정하는 걸 보면 대강 상황을 알 수가 있어요. 스님이 점쟁이 같아요?”

“네!” (모두 크게 대답, 웃음)

"점을 치는 게 아니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통찰력이 조금 작용하는 거에요."

스님은 날씨 이야기와 더불어 ‘한 현상을 연구하고 사물의 전모를 볼 줄 알아야 지혜와 통찰력이 생긴다’는 말과 ‘계절의 봄, 한반도의 봄, 마음의 봄을 열어가라’는 당부의 말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아홉 분이 질문했습니다. 그 중 오늘은 거짓말 하는 중학교 딸아이가 고민인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중학교 1학년 딸이 작년부터 사춘기가 시작됐나 봐요. 모든 아이들이 사춘기를 거치니까 지켜봐주려고 하지만 정도가 조금 지나칩니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거짓말이 눈에 뻔히 보여요. 제가 그걸 다 들춰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제 인생이 고달플 것 같아서 지금은 눈감아주고 있는데 그게 자꾸 정도가 넘어가니까 힘들어요. 이걸 어느 선까지 봐줘야 하는지, 애가 정말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는 그냥 멈춰줘야 하는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자식이 질문자한테 뭐든지 솔직하게 말해주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거짓말을 조금씩은 하는 걸 원합니까? 질문자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 봐요.”

“뭐든 솔직하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요.”

“자식이 어떤 행동이나 어떤 말을 하든 질문자가 거기에 간섭을 안 하면 솔직하게 말하죠.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이 공부는 안 하고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해봅시다. ‘엄마, 나 오늘 남자친구랑 뽀뽀했어!’ 이렇게 말할 때 ‘아, 그랬니? 잘 했다!’ (모두 큰 웃음)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애가 엄마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요.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건 벌써 엄마가 ‘중학교 1학년이 남자친구 사귈 때니?’ 이렇게 얘기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아이가 생각할 때 ‘아, 남자친구 얘기는 엄마한테 하면 안 되겠다. 또 이러저러한 얘기도 엄마한테 하면 안 되겠다’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점점 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성적이 꼴찌가 나와도 엄마가 ‘아이고, 성적 그거 별로 중요하지 않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밥 먹어라’ 이렇게 하면 애가 엄마한테 성적을 속일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1등 못했다고, 5등 못했다고, 신경질 내고 야단치니까 거짓말하는 거죠. 아이가 성적 받아보고 ‘중간을 못했다. 엄마가 알면 큰일 났다’ 싶으니까 성적표를 안 받았다고 하든지, 30등에서 ‘0’자를 요령껏 지워가지고 3등을 만들든지 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거짓말하고 싶어서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거짓말 안 하면 자기한테 불이익이 돌아오니까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 거짓말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요. 스님한테 얘기할 때도 어떤 문제에 이해관계가 걸리면 다 거짓말해요.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다 거짓말을 하고 사는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딸이 사춘기가 오기 직전까지는 모든 엄마들이 갖고 싶어 하는 착한 딸이었거든요. 그런데 사춘기가 딱 오면서 지금은 정말 갖기 싫은 딸로 바뀌었어요. (모두 웃음) 주변에서 제가 참견을 안 해서 그렇다고.......”

“그런 얘기하면 안 돼요. 딸이 내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나의 노예라는 얘기고, 나의 하인이라는 얘기예요. 딸이 내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는 건 자기가 주인 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축하해줘야죠.” (모두 웃음과 박수)

“아니, 제 말을 듣고 안 듣고를 떠나서 누가 봐도 모범적이었던 아이가...”

“누구 말이든지 안 들어야 자기가 주인이 되죠. (모두 웃음) 원래 남의 말을 안 들어야 해요. 부처님이 엄마 말을 들었으면 출가 못했어요. 그러니 남의 말을 안 듣는 건 굉장히 좋은 거예요.

그런데 이걸 잘 알아야 해요. 사춘기가 와서 내 말을 안 듣는 걸까요? 아니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사춘기’라고 이름을 붙이는 걸까요? (대중 웃음) 내 말을 안 들으면 무조건 사춘기라고 그래요. 초등학교 6학년이 내 말을 안 들으면 사춘기가 일찍 왔다고 하고, 고등학생이 돼서 내 말을 안 들으면 애가 갑자기 사춘기가 늦게 와서 그런다고 해요. 스님은 애를 안 키워 봐도 이렇게 속속들이 다 안다니까요.” (모두 큰 웃음)

“아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해지도록 하려면 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지금까지 얘기했잖아요. (모두 큰 웃음) 자녀들이 내 말을 잘 듣는 게 꼭 좋은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의 자녀가 여러분들의 말만 듣는다면 그건 여러분들의 노예지, 자유인이 아닙니다. 자유인이라는 것은 자기가 결정하는 것을 뜻해요.

사춘기라는 건 신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에요. 어린애라는 것은 보호받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아이는 부모 말을 잘 들어야 해요. 그런데 신체적으로는 13세가 되면 성인입니다. 한편 정신적으로는 만 18세가 돼야 성인입니다. 우리 나이로는 20세가 돼야 사회적으로 성인이에요. 신체적으로는 만 13세가 성인이고요.

만 13세는 우리 나이로 14세인데, 그러면 중학교 1학년에 해당돼요. 예컨대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선생님하고 연애를 했다면 선생님이 형사처벌을 안 받습니다. 아이가 신체적으로는 성인이기 때문이에요. 형사처벌은 안 받는다는 거예요. 그러나 선생이라는 사회적 책임은 져야 합니다. 18세 미만의 아이, 즉 미성년자하고 연애를 하면 선생 자격이 없어요. 그래서 선생 자격이 박탈됩니다.

그런데 13세 미만의 아이와 이성 교제를 했다면 이 경우는 아이가 동의를 해도 선생님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감옥 간다는 말이에요. 미성년자는 자기 의사를 결정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13세 이후로는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는 거예요. 13세 아래로는 자기결정권이 없습니다.

사회적인 권리는 조금 달라요. 사회적으로 성인의 권리는 만 18세부터예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우리 나이 20세, 즉 만 19세부터로 정해서 투표권도 그때부터 줘요. 원래 세계적으로는 만 18세예요.

지금 우리가 ‘청소년 문제’라고 부르는 건 왜 생길까요? 신체에 대한 성인이 되는 시기와 사회적으로 성인 취급을 해주는 시기가 지금 5년 차이가 나요. 이 기간을 두고 우리가 청소년 문제니, 문제아니 하는 거예요.

신체적으로 성인이 됐을 때 사회적인 성인의 권리도 똑같이 줘버리면 청소년 문제라는 게 없어요. 청소년 자체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원시시대나 옛날 왕조 시대에는 청소년 문제 같은 게 없었습니다. 신체적인 건 성인이 됐는데 사회적으로는 성인 취급을 안 해주는 데서 지금과 같은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왜 이런 게 생겼을까요? 근대에 들어오면서 학습 기간이 길어져서 이런 차이가 생긴 거예요. 만약에 학교를 안 간다면 이런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죠. 예컨대 일을 한다고 하면, 13살이면 신체적으로 벌써 성인의 70퍼센트 정도 몫은 할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아셔야 해요.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아이들이 불쌍한 거예요. 자연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잖아요. 그러니까 신체적 성인으로 인정받는 때와 사회적 성인으로 인정받는 때가 차이 나는 이 5년 사이에 아이는 어른으로서의 자기 태도를 연습해야 해요. 사회적으로는 18세가 넘어야 부모 승낙 없이 결혼할 수 있습니다. 18세 미만은 부모 승낙 없이 결혼을 못 합니다. 연애는 할 수 있지만 결혼은 못 해요. 스님이 되려고 해도 20세 미만은 부모의 승낙서가 있어야 해요. 20세가 넘으면 승낙서가 필요 없어요.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면 돼요. 이 사이의 5년이란 기간에는 어떤 건 말을 듣고 어떤 말은 안 들으면서 아이가 어른 연습을 해나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기간에 자기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아이를 좀 지켜봐줘야 해요. 아이들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자꾸 문제아를 만드는 거예요.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를 자꾸 문제아라고 해요. 엄마부터 계속 ‘너는 문제아야, 너는 문제아야.’ 하니까 애가 어떻게 저항을 안 하며, 어떻게 기가 안 죽겠어요? 공부 못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공부 못해서 기가 죽는 게 아니라, 공부 못한다고 자꾸 면박을 주니까 기가 죽는 거예요. 아예 학교를 안 가면 공부 못한다고 기죽을 일도 없어요.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해서 아이와 대화를 하고, 적당한 거짓말은 좀 봐주세요. 엄마가 평소에 마음을 열어놔야 아이가 정말 위급할 때 엄마한테 와서 의논을 합니다. 애가 만약에 연애를 하다가 아기를 가졌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세상 누구한테도 말 못해도 엄마한테는 가서 말해야 하는데, 세상 사람한테는 다 말해도 엄마한테는 말 못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에요. 그래서 아기를 유기하는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모든 것은 내 안에 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시간이 다 되어 질문하지 못한 세 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마지막까지도 재치 있는 말을 했습니다.

“뒷말 하는 거 나쁜 거 아닙니다. 스님 앞에서 누가 ‘강연을 뭐 이런 식으로 하노?’ 하는 게 좋아요? 아니면 집에 가면서 ‘스님 강연 별거 아니네’ 하는 게 좋아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세상사는 게 좋아집니다.”

이 외에도 8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야 하는지 형제간에 의견이 달라 고민인 분, 나를 버리고 간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엄마를 찾았으나 관계가 좋지 않아 고민인 분, 남의 눈치를 잘 보고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할까 봐 고민인 분, 시어머니 꿈에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꿈에 나타나 양복을 달라 하신다며 며느리인 내게 새 옷을 사서 태워 달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분, 친구가 우울증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여학생, 직장 선택이 고민인 회사원, 아들이 투병 중인데 아들 가족과 함께 살게 해줘야 하는지 고민인 어머니, 장애인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이 가끔은 힘들다는 분 등 여러 고민을 내놓았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행사장에서는 스님의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책에 사인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뻐하시는 분들에게 오늘 강연 소감을 여쭤보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지혜로운 답을 주셔서 좋았다, 유튜브로 법문을 많이 보는데, 직접 강연장에 와서 보니 훨씬 내용이 재미있고 청중과 함께 호흡하니 더 좋았다” 등등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중 질문자인 한 분은 “시원했다. 사실 전생 말씀을 해주실 줄 알았는데 너무너무 명확한 말씀을 해주셔서 고민이 완전 해결되었다”라면서 기뻐하는 얼굴이 활짝 핀 꽃 한 송이 같았습니다.

오늘 강연을 준비한 행복학교 학생과 봉사자들은 웃는 얼굴로 청중에게 배웅 인사를 한 후 스님과 단체 사진도 찍고 뒷마무리까지 했습니다.

비 오고 흐린 날씨에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 생각 하나 바꾸면 환경이 어떠하더라도 나 자신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신명옥, 고재영, 손명희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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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진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자기한테 불이익이 닥치는 것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아이에게 잔소리하고 간섭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잘 살고 있습니다. 제 잣대로 상을 짓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뒤에서 바라봅니다.

2018-06-05 09:45:48

정지나

상대가 거짓말을 내게 하는 이유가....상대에게 보여준 내 행동과 관련이 있었네요
전혀 생각지 못한 이면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05-24 09:26:33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8-05-21 15: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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