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9.28~30 농사일, 통일체육축전
“오늘 만큼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 잊고 마음껏 노세요!”

9월 28일

새벽 2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잠시 눈을 붙인 후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하는 발우공양에 참석해 서울공동체 대중들에게 인사했습니다. 서울공동체 대중들도 먼 길을 다녀온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해외 순회강연 잘 마치고 어제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발우공양 끝나고 인사를 하면 이야기도 나누고 할 수 있는데 발우공양 전에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종교인모임이 있어서 나가야 되어서요. 식사 못하고 가는 것 양해해 주세요. 다들 건강히 잘 지내셨죠?”

“네”

“감사합니다.”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한 분으로서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손수 발우공양에 참석하는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아침 7시부터는 종교인 조찬 모임이 평화재단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종교인 분들에게 미국 방문에 대해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였고 스님이 보고 듣고 느낀 현재의 대북 관련 미국의 분위기를 공유하였습니다. _“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해 미국 국민들과 행정부서 및 전문가 내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지만, 중간선거로 현 정책이 쉽게 바뀔 가능성은 적어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올해까지는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_는 전망도 공유하였습니다.

스님의 브리핑이 끝나고 현재 한국 사회의 전망과 주요 기성 종교의 사회적 위상 추락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성직자부터 신도까지 물질만능주의 팽배를 지적하며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함에 대해 공감하였습니다.

이후 기획위 회의를 마치고 오후에는 두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다음 날 고향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마을회관에서 점심공양을 대접하는 일정이 있습니다. 스님과 수행팀은 저녁을 먹고 늦은 밤까지 식재료를 씻고 다듬고 챙기는 일을 함께 하였습니다.

9월 29일

아침부터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시작합니다.

“오늘 점심에는 법륜 스님께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자 합니다. 어르신들은 한 분도 빠지지 마시고 12시에 마을회관으로 오셔서 함께 식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알려드립니다...”

어르신들이 혹여 못 들으실까 한 마디 한마디씩 천천히 되풀이해서 친절하게 방송을 했습니다.

오전 내내 국을 끓이고 전을 굽고 나물을 하고 마을회관으로 음식물을 날랐습니다.

점심 때가 되자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마을 회관으로 들어섭니다. 할머니들에 비해 할아버지들 숫자가 비할 대 없이 적었습니다. 할아버지들이 많이 돌아가신가 봅니다.

점심을 손수 만들어 대접하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9월 30일

새벽 기도를 마치고 아침이 어스름 밝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스님과 수행팀은 뒷산에 밤을 따러 갔습니다. 비는 그첬는데 밤새 비가 와서 땅과 풀잎이 젖어있어 우의를 입고 두꺼운 장갑에 완전 무장을 했습니다.

추석 이후에 아무도 찾지 않았는지 밤나무들 아래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밤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밤송이 위주로 발로 밟아서 까고, 수행팀은 밤송이에서 이미 떨어져 나와 수풀 사이에서 깨끗한 얼굴로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는 알밤들을 주워 모았습니다.

손톱만한 밤부터 아이 주먹만 한 밤까지 밤나무에 따라 밤들도 크기가 참 다양했습니다. 스님과 수행팀은 한 시간 여 만에 묵직하게 한 자루씩을 메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로 통일체육축전 장소인 울산 삼동 면민 운동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오늘은 남북한 동포가 함께하는 ‘통일체육축전’이 열리는 날입니다. 추석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한 새터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 행사는 매년 추석 무렵 열리는데요. 올해로 15년째에 이르렀습니다.

울산은 아침부터 태풍 짜미의 영향인지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이슬비 속에서도 대형 버스에서 김밥 상자와 과일 상자 등 먹거리를 잔뜩 들고 신나는 음악 속에 살짝살짝 몸을 흔들며 지나가는 새터민들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웃음이 넘쳤습니다.

무대 앞 합동차례 상에는 떡과 과일들이 차려졌고, 운동회 상품들이 무대 앞에 준비되었습니다. 새터민 360명, 봉사자 300명이 모여 삼동 면민회관이 모처럼 들썩였습니다. 어린이들과 아기 유모차가 많은 행사장이 드문데, 여기선 달리기 연습하는 아이들과 훌라후프를 돌리는 아이들, 페이스페인팅하는 아이들로 인해 분위기가 후끈 달궈졌습니다.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한 스님은 새터민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었고 대구경북 지부 김명선 님의 개회사 및 개식 선언으로 제15회 통일축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새터민들을 환영하는 인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륜입니다. (새터민들의 함성과 박수)

좋은벗들이 창립된 지 올해로 20년이 넘었습니다. 22년 전 저희들은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어야 하고,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평화를 발원했습니다.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교류 협력해서 통일로 나아가야 하며, 적대 관계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좋은 벗이 되어야 한다는 꿈을 안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북녘 동포들이 식량난으로 힘들 때 인도적 지원과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온 탈북난민들을 돕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1996년부터 지원활동을 시작했는데, 탈북난민들을 인터뷰해서 북한 동포들이 겪고 있는 식량난의 고통과 열악한 인권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넘어온 여러분들이 얼마나 어렵게 생활하는지 국제사회에 알려서 우리 북한동포들도 세계 여느 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현재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신 분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추석을 맞아 고향을 그리며 차례도 지내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통일체육축전을 한 지도 올해로 15년째가 되었네요.

지난해만 해도 남북이 전쟁을 할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올 3월부터 분위가 바뀌어서 어쩌면 여러분들이 빠른 시일 내에 고향에 갈 수도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월남에서도 전쟁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보트피플로 떠도는 난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20년 만에 베트남은 개혁개방을 했습니다. 그 때 해외를 떠돌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고생하며 벌어놓은 자본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와 베트남 개발에 큰 공로를 세웠습니다. 현재 베트남은 이 분들의 투자에 의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처럼 여러분들도 지금 남한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곧 북한이 개혁개방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여기서 배운 기술과 지식, 축적한 자본을 갖고 고향을 발전시키는 역군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것은 곧 다가올 미래이며 그리 멀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러니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 형제, 자식들 생각하면서 너무 걱정들 마시고, 오늘은 마음껏 노시기 바랍니다. 몇 년 내로, 고향에 연락도 할 수 있고, 투자도 할 수 있고, 완전한 통일은 안 되더라도 자유왕래가 되는 날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좋은 날을 꿈꿔보면서 차례도 지내고, 마음껏 노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격려에 새터민들도 한층 밝은 표정으로 바뀝니다.

스님과 윤준호 국회의원이 먼저 잔을 올린 후 합동차례를 시작했습니다. 윗동네, 아랫동네 분들이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잔과 함께 삼배를 올렸습니다.

국민체조를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비가 딱 그쳤습니다. 날씨는 점점 맑아지면서 오후에는 파란 하늘과 가을바람이 살짝 불었습니다.

평화팀, 통일팀으로 나뉘어 펼쳐진 경기는 평화팀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신나는 음악과 율동으로 응원전이 펼쳐지고 부스마다 떡과 과일, 먹거리들이 푸짐했습니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윗동네, 아랫동네 모두 나와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를 따라 원을 그리며 한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15년 전 혼자 남한에 와서 그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통일체육축전에 참석했다는 젊은 새댁 새터민에게 참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평일에는 늦게까지 일하느라 아이 얼굴 보기도 바쁜데 이렇게 좋은 날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선물까지 받으니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요. 이런 행사가 자주자주 있으면 좋겠어요.”

스님은 새터민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다가 두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두북으로 돌아와서는 밤을 정리하였습니다. 벌레 먹은 밤은 도려내고 벌레 안 먹은 밤과 덜 먹은 밤을 나누어 분류를 하였습니다.

“밤이 참 고소하네, 오늘 딴 밤들을 내일 대중들과 회의할 때 내서 다들 조금씩 맛보게 하자.”

저녁을 먹은 후 분류하고 정리된 밤들을 잘 씻어서 한 아름 싣고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화숙, 김창연, 수행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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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화

더운 나라 살다보니 가을이 따로 없어
반질반질 알밤 보니 한국 가을 그립네요?
비온 다음날은 알밤 주우러 가는 날인데?
스님과 수행팀도 그걸 아시네요?

그 어느 해보다 새터민분들 마음이 즐겁지 않을까 합니다ㆍ

2018-10-08 11:36:08

하늘바람별

남북한 자유왕래가 멀지 않을 것같다는 스님 말씀...기쁜 소식...감사합니다^^

2018-10-04 09:34:31

정명

감사합니다.~~^^

2018-10-03 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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