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17. 행복한 대화(8) 경기 김포
“애들 학원비가 너무 아까워요.”

“아내도 10만 원짜리 옷조차 못 사 입고, 저도 한 달에 20만 원 갖고 생활하는데, 학원비로 한 달에 200만 원을 쓰는 게 화가 납니다. 오늘 아내와 강연장에 같이 왔습니다. 법륜 스님께서 오늘 결판을 내주세요.”

"그럼 아내 말을 들어야지요."

"네?"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에서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경기 김포 아트홀에서 65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찾아온 손님과 차담을 하였습니다. 김포시장 비서실장 김덕천 님, 더불어 민주당 여성위원장 안경자 님, 김포시 학교 운영위원 협의회 이종찬 님이었습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행복을 향한 길을 찾아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500석의 자리가 진즉에 꽉 차고, 시민들은 그냥 발길을 돌릴 수 없어 로비에도 앉았습니다. 스님은 한국인의 행복도와 행복도가 낮은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 뒤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17살 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총 여덟 분이 다양한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그중 고액의 사교육비로 아내와 다툰다는 남자분과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액의 학원비, 이거 문제 아닌가요?

“저는 아이들 학원비가 너무 아깝습니다.”

“학원비 아까우면 안 보내면 되지요.”

“그런데 그게 저희 아내와 타협점이 없어서요.”

“아내가 계속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자고 그래요?”

“네, 계속 보내자고 그럽니다.”

“그럼 아내 말을 들어야지요.”

“그런데 화가 나서요.”

“그러면 안 되지요.”

“네?”

문제의 본질은

“학원을 보내냐 안 보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는 학원을 안 보내고 싶다고 하고, 아내는 학원을 보내고 싶다고 할 때, 문제의 핵심은 ‘학원이 필요 없다’가 아니고 ‘부부지간에 서로 견해가 다르다’입니다. 지금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못 보고 있어요.

질문자가 지금 ‘나는 옳고 아내가 틀렸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갈등이 생긴 겁니다. 아내와 질문자는 아이 학원 문제에 대해서 서로 견해가 다른 거예요. 견해가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내 의견을 한 번 말해보는 거예요. 서로 견해가 다를 뿐이지 누가 옳고 그른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일단 내 의견을 한 번 말해보세요. 이때 아내가 내 의견을 받아주면 다행인데, 아내가 안 받아주면 다음에는 타협점을 한 번 이야기해보세요.

그래도 안 받아주면 갈등하고 싸우게 되는데, 싸우면 아이한테 굉장히 나빠요. 돈이 좀 아깝더라도 이때는 싸우는 것보다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주는 게 아이 교육상 좋습니다.

무조건 아내 말만 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첫째, 내 의견을 말해서 아내가 받아주면 좋아요. 그런데 아내가 내 의견을 안 받아주면, 둘째, 중간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두 과목에 50만 원 든다고 하면 한 과목만 한 번 해 보자고 이야기해 보는 겁니다. 아내가 오케이 하면 다행이에요. 그런데 아내가 안 된다고 하면, 둘이서 싸우는 것과 아내 말을 들어주는 것, 두 가지 선택만 남아요. 이때 어느 게 아이 교육상 더 좋을까요?”

“아내의 말을 받아들이는 게 낫죠.”

“다른 길이 있는데 내가 그걸 안 하는 게 아니에요. 아내의 말을 받아들이는 게 아이 교육상 더 낫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막다른 길의 결론으로 내가 한 가지를 선택하는 거예요. 그걸 갖고 갈등을 계속 일으키고 화를 내는 것보다는 그냥 아내 의견을 수용해서 서로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아이 교육상 좋아요. 그러니 ‘싸우지 않기 위해 치르는 비용으로 오십만 원은 아깝지 않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학원비가 핵심이 아니에요. 학원비가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내 의견이 안 놓아지는 거예요. 학원비든, 옷을 살 돈이든, 시댁에 주는 돈이든, 돈을 얼마 쓰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두 사람의 견해가 다른 것이 핵심이에요.”

“아내도 10만 원짜리 옷조차 못 사 입고, 저도 한 달에 20만 원 갖고 생활하는데, 학원비로 한 달에 200만 원을 쓰는 게 화가 납니다.”

“그러면 아내한테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해 보세요.

‘여보, 아이한테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은 교육상 별로 효과도 안 나고 낭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비에 쓰겠다고 하면 ‘그래! 당신 뜻대로 해보자’ 이렇게 하세요.”

“그래서 오늘 강연장에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법륜 스님께서 오늘 결판을 내주세요.”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내를 강연장에 데리고 오면 질문자가 손해예요. 이럴 때 스님의 답변은 항상 ‘아내의 뜻대로 하세요’ 이렇게 지침을 주기 때문이에요. (모두 웃음)

오늘 마이크를 잘못 들었어요. 질문자가 현명했으면 아내한테 마이크를 줘서 ‘당신이 질문하세요’라고 해야죠. 만약 아내 분이 질문했다면 스님이 뭐라고 답했을까요?

‘남편 하자는 대로 하세요.’ (청중 박수)

질문자가 생각이 조금 부족했어요. 본인이 질문을 했기 때문에 ‘아내 하자는 대로 하세요’라는 답을 얻은 겁니다. 학원비가 핵심이 아니고 둘이서 견해가 다른 겁니다. 화를 낼 필요가 없어요. 견해가 다를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내 의견을 솔직하게 얘기해서 상대의 동의를 얻는 거예요. 그런데 동의를 얻는 것은 성공할 확률이 별로 없어요. 다 자기 견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서로 절반씩 타협하는 겁니다. 사실은 타협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요. 남북 간의 대화를 보세요. 우리가 하자는 대로 북한이 다 하면 제일 좋겠죠? 그런데 그게 잘 안돼요. 그래서 작년까지만 해도 전쟁이 일어날 뻔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약간 타협을 하고 있는 겁니다. 타협을 하니까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국이 더 양보를 많이 한 것 같다고 일부에서는 지금 난리잖아요. 제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사실은 북한이 더 양보를 한 겁니다. 예를 들어 휴전선에서 쌍방 간 5km씩 물러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5km 물러난 것만 생각하면 우리가 불리한 것 같지만 북한도 5km 밖으로 나갔어요. 우리는 첨단 장비가 있기 때문에 5km 떨어져도 정보를 수집할 수가 있는데, 북한은 첨단 장비가 없기 때문에 멀리 물러나면 까막눈이 되어버려요. 뒤로 물러날수록 북한이 더 불리한 거예요. 남북 양쪽을 다 보면 사실은 북한이 불리한 조건에 놓인 거예요. 똑같이 5km를 물러났지만 북한은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군부는 지금 불만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대의 처지를 안 보고 우리 입장만 생각하니까 이걸 못 보는 겁니다.

이것처럼 질문자도 똑같아요. 내 생각만 하면 아내의 주장이 불만일 수 있어요. 나는 하나도 안 내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아내와 의논해서 100만 원 쓰던 것을 50만 원으로 줄이자고 타협해 보는 겁니다. 나는 50만 원 쓰는 것도 불만일 수 있죠. 그러나 ‘아내가 절반이라도 양보해줘서 고맙다’ 이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끝까지 고집을 하면, 싸우는 것보다는 그래도 돈을 더 쓰는 것이 나아요. 알았죠?”

“예. 알겠습니다.”

“질문자는 ‘아내가 오늘 스님 법문 듣고 좀 양보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하면 안 됩니다. (청중 웃음) 그런 생각을 하면 집에 가서 아내가 양보 안 하면 화가 더 나요. 강연장까지 데려갔는데 변하는 게 없으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는 오늘부터 ‘아내한테 맞추겠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바꾸겠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양심이 있다면 조금 찔리는 게 있겠죠.” (청중 박수)

“감사합니다.”

누구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스님의 입장은 늘 같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해 답변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옳고 그름을 뛰어넘어 무엇이 본질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평생 힘든 인생을 살아왔는데 지금도 서른 된 아들이 속을 썩인다는 60대 아주머니는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지금 살아남았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들어보면 참 안됐죠? 그렇지만 그런 걱정거리를 붙들고 있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돌아봐야 해요. 오늘 행복해야 내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세상 원하는 것이 다 내 마음대로 안 되지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50대인 딸이 어린 시절 엄마가 못해준 게 서운하다고 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70대 어머니와의 대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질문자도 그때 먹고 살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지나간 일은 따질 필요 없어요. 잘한 것도 아니지만 죄도 아니에요. 딸에게는 미안하다고만 하면 됩니다.”

그래도 질문자는 끊임없이 스님과 대화하는 내내 스스로 죄인이라고 하다가 환해진 얼굴로 ‘이제 편하게 살겠습니다.’라고 하여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60대 남성은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이 지나서도 나이 먹을수록 싫은 소리 듣기가 싫어진다며, 특히 친한 친구들과 정치적 견해가 다를 때 화가 난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다만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빙긋이 웃으라고 하였는데, 질문자는 객관적 사실이 있지 않냐며 계속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질문자가 끈질기게 물어준 덕분에 좋은 법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_“존중이란 떠받드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며,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 다를 뿐이다.”_라는 이야기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외에도 종교를 어떻게 믿는지 궁금한 17살 남학생, 달마대사의 원래 이름과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차이가 궁금한 중년 남성, 반려견의 죽음이 두려운 18살 여학생, 15년 된 강아지와의 인연이 궁금한 여성의 질문을 통해서 진정한 불교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질문 덕분에 더욱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내일 스님은 오전에 창원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김천에서 한국 도로공사 초청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대전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조은영, 황신옥, 김윤진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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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그냥 다를 뿐 아무 문제 없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0-26 06:01:51

정명

“존중이란 떠받드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며,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 다를 뿐이다.” 감사합니다.~~^^

2018-10-21 08:17:28

^^^^

그날도 못들어가고ㅜㅜ 콩나물시루같은 버스,맨마지막계단에 위태위태서서 온팔에 기운다빼가며 갔는데 못들어갔네요ㅜㅜ그래도 밖에서 잠시지만 좋은말씀 많이들었습니다^^이젠 강연장가도 스님 뵙기힘드네요ㅜ

2018-10-21 0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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