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18. 행복한 대화(9) 경남 창원, 한국도로공사 초청강연
싸우는 부부 vs 이를 지켜보는 자식,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창원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김천에서 한국 도로공사 초청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대전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어제 김포에서 강연을 마친 스님은 서초법당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새벽 5시에 창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강연이 열린 경남도청 대강당에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강연 시작 전 700여 석이 다 차고 300여 명의 사람들은 서서 들었습니다.

오늘은 총 9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즉문즉설 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의 질문자들이 질문을 하고, 서로 잘 이해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싸우는 부모님을 보는 게 힘들다는 아들의 질문과 싸우는 부모님인 어머니의 질문을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먼저 부모님이 싸우는 걸 보다가 암이 걸릴 것 같다는 아들의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부모님 싸우는 것 보다가 암에 걸리겠어요.

“제 부모님 이야기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40년 동안 끊임없이 여자 문제로 어머니 속을 썩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는 나이가 드시니까 의처증에다 결벽증에 잔소리까지 하셔서 제 어머니 나이가 70인데 아직도 집 밖을 마음 편히 놀러 못 나가십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어머니를 괴롭힙니다. 자식으로서 해 드릴 수 있는 건 자주 찾아뵙는 것뿐인데 부모님 때문에 저도 마음고생이 심해서 이제 암이 걸릴 것 같습니다.”

질문자는 울먹이며 질문을 마쳤습니다. 스님이 편안한 어조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네,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을 가르쳐야 돼요, 아니면 못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을 가르쳐야 돼요?”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을 가르쳐야 됩니다.”

“확실해요?”

“네”

“나이는 몇 살이세요?”

“마흔 살입니다.”

“결혼했어요?”

“네, 결혼했습니다.”

“아이가 몇이에요?”

“아들 하나, 딸 하나, 초등학생 두 명 있습니다.”

”네, 아직 아이들 장가보내고 시집보내고 못했겠네요 “

“네”

“부모님은 자녀를 몇 명 낳았어요?”

“사 남매를 낳으셨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이 질문자보다 두 명이나 더 많이 낳았잖아요. 형제분들 모두 결혼했어요, 안 했어요?”

“모두 결혼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부모님과 질문자 중 누가 더 능력 있는 사람인가요? (청중 웃음) 질문자가 아버지 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면 아버지가 들으실까요? 질문자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만 움켜쥐고 자꾸 문제를 삼는데, 두 분은 싸워가면서도 자녀 네 명을 낳아 다 키웠단 말이에요. 질문자는 부부끼리 안 싸우고도 아버지가 한 만큼 못했잖아요. 그래서 아버지가 질문자 말을 들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질문자가 아버지 말을 들어야지 왜 아버지가 질문자 말을 듣겠어요. 경험적으로 모든 것이 아버지가 더 앞서잖아요. 그건 자식 된 도리로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질문자가 마흔이니까 부모님이 벌써 결혼한 지 40년이 넘었잖아요. 두 부부가 싸우면서도 40년 잘 사셨으니까 앞으로도 잘 사실 거예요. 전혀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두 분이 싸우든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본인 가정이나 잘 돌보면 돼요, 이건 걱정거리가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청중 박수)

“아버지는 아들이 그런 이야기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나의 아버지인 것이니까 그런 거 따지지 말고 집에 가면 인사하고, 어머니가 이야기하면 들어 드리고 하세요. 어머니 전화만 받고 본인이 어머니 편이 되어 버리면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 되어 버려요. 아버지가 진짜 나쁜 사람이면 어머니는 아버지와 살지 않았을 겁니다. 벌써 이혼을 했겠지요. 같이 산다는 것은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버리기에는 아깝기 때문에 그래요. (청중 웃음)

부모님이 사이좋게 사는 방법은 없어요. 그건 내 바람일 뿐이에요. 부모님이 사이좋게 살기를 바라는 것은 100점을 원하는 것이에요. 부모님이 이혼하는 것이 0점이라면 싸우면서 사는 것은 50점은 되거든요. ‘이혼 안 하고 사는 것만 해도 대단하시다.’ 이렇게 부모님을 늘 존경해야 합니다. 마음을 이렇게 먹어야 부모에 대한 효심이 일어납니다.

아버지는 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면 본인은 불효자가 되는 겁니다. 문제 해결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스스로가 문제 많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괴롭고 자존심도 상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안 되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없는 것 보다는 낫다’ 라고 생각해야 해요. 어머니가 불만을 이야기하시면 ‘어머니, 힘드시지요’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아버지를 두둔해도 안 되고, 비난해도 안 됩니다. 아버지를 두둔하면 어머니의 기분이 나빠지고, 아버지를 욕해도 자식이라고 키워놨더니 아버지 욕한다고 역시 어머니의 기분이 나빠지게 됩니다. 남의 부부싸움에는 절대로 끼어들면 안 돼요.”

이번에는 위 사연의 질문자의 어머니와 꼭 같은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결벽증, 의처증 남편과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저는 처음부터 안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 힘들게 48년을 살았습니다. 남편은 결혼 하고부터 바람을 피웠고 집안 살림은 신경을 안 썼습니다. 3년 전부터 바람은 안 피우는 것 같은데 저를 무시하고 힘들게 합니다. 결벽증, 의처증, 잔소리에 저는 화병, 우울증 등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힘이 드는데, 남편은 저한테 성질부리고 싶으면 막 대합니다. 우리 자식들은 모두 남편을 안 보려고 합니다.”

“자녀들 나이가 몇인가요?”

“47세, 45세, 43세, 40세 입니다.”

“그래서 자제분들 넷 모두 결혼해서 다 잘 살아요?”

“네.” (청중 웃음)

“그러면 된 거예요. 이제 본인 할 일은 다 했기 때문에 영감님과 살기 싫으면 안 살아도 돼요.”

“그런데 이 나이에 살아봐야 얼마 살지도 못하는데 헤어지면 뭐하겠어요? 그냥 살겠습니다. 기도문만 꼭 주세요.” (청중 웃음)

“남편과 안 살아도 된다는데 왜 꼭 살려고 그래요. 아니 안 살겠다는 것을 제가 말려야 되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제가 들어봐도 그런 사람과는 안 사는 게 낫겠다 싶은데 왜 꼭 같이 살려고 그래요?”

“헤어지면 조금 있는 재산도 경매처분해서 둘이서 갈라야 하니 그것도 좀 억울하고요. 남편이 젊어서는 더 속을 썩였어도 같이 살아왔는데 나이 많이 들고 나서 갈라서기는 싫습니다.”

“남편이 의처증, 결벽증에 잔소리까지 하는데 힘들어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서 기도문을 주십시오.”

“그래서 지금 살지 말라고 답을 주잖아요.” (청중 웃음)

“그래도 살아야 됩니다.” (청중 박장대소)

“그러면 옆에 남자 분에게 마이크 잠깐 줘보세요.”

스님은 아까 부모님 싸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질문했던 분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지금 집에 가서 아버지한테 할 말 있어요?”

“저는 이야기 듣고 다 깨우쳤습니다.” (청중 웃음)

연이어 웃음이 터지면서 청중석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네. 그럼 질문자로 돌아가서 만약 오늘 집에 갔더니 남편이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하면 본인 지금 마음이 ‘잘 죽었다, 이제야 내 소원이 성취됐다’ 할 거 같아요, 아니면 ‘불쌍하다’ 할 거 같아요? (청중 웃음)

제가 볼 때는 그냥 헤어지면 되겠는데 재산도 있고 복잡해서 안 되겠다고 하니까 남편이 그냥 가다가 팍 죽어버리면 이혼할 일도 없고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그러면 의심도 안 받고 잔소리도 안 듣고 혼자 집도 차지하고 살 수 있는데, 그래도 옆에 있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죽어버리는 게 나을까요?”

“그래도 아직 확 죽으면 안 됩니다.”

“왜요, 아직도 남자가 필요해요?”

“남자는 필요 없는데요. 제 마음이 좀 그렇네요.”

“그래서 이런 기도문이 나오는 거예요. 남편에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마다 이렇게 기도해보세요.

‘잔소리하고 의심을 하더라도 죽고 없는 것보다는 낫다.’

잔소리하고 의심하는 건 못 고쳐요. 그때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죽고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계속 기도를 해보세요.”

“아이고, 죽고 없는 것보다는 낫다.” (청중 박장대소)

“앞에 꼭 ‘그래도’를 붙여야 돼요.”

“그래도 죽고 없는 것보다 낫다.”

“그렇게 하면 괜찮아요. 남편이 막 성질을 낼 때는 차라리 확 죽고 없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어요. 순간적으로는 남편이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저와 대화도 하고 이성을 차리고 생각을 해보면, 살았으니 성질도 내고, 살아 있으니 의심도 하는 거니까, 그래도 살아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네, 스님. 그런데 기도문이 참 수월하네예.” (청중 박장대소)

“그래요!”

“저는 허리도 아프고 몸도 안 좋아서 절도 못 하는데 절하라고 하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오늘 기도문이 참 마음에 듭니다.” (청중 박수)

“해결이 됐습니까?”

“네. 됐습니다.”

질문자가 재미있어서 실컷 웃으며 들었지만 한 생각 바꾸면 바로 행복해질 수 있는 도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대화를 지켜보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한 질문자는 앞사람의 질문과 답변을 듣다가 고민이 해결됐다며 인사만 간단히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 문을 들어오기 전에는 제 고민이 아주 컸는데요. 막상 스님 말씀 들어보니 고민할 게 없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스님도 환한 웃음과 함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런 사람이 진짜 훌륭한 사람이에요.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깨달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듣고도 못 깨달아요. 아주 잘 하셨어요.” (청중 웃음)

이 외에도 적성을 찾는 방법이 궁금한 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이혼 준비를 하는데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묻는 분, 천주교 신자인데 불교가 자꾸 좋아져서 고민이라는 분, 시험을 준비하는 딸이 불안해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분, 요양병원에 계신 시어머니의 연명치료에 대해 묻는 분, 이별 통보를 한 남자 친구가 여전히 좋아 고민이라는 분의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네”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잘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어요. 꼭 뭘 고치고 뭘 바꿔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도 행복할 수가 있어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게 여러분들 행복하게 사시고요. 또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행복학교에 가셔서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강연장에 들어오기 전과 후에 바깥 상황이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강연장을 나가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무게로 가벼워진 얼굴이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부터 김천에서 한국 도로공사 초청 강연이 있었기에 스님은 바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도로공사 본사에는 500여 명의 직원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한국 도로공사 사장님과 면담을 한 후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도로공사 초청 강연도 즉문즉설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고민보다 불교나 역사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요. 윤회에 대한 질문, 신라가 외세의 힘을 빌려 통일했다고 하는데 현재 남북통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 설정스님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했는데 불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아이의 친구가 까칠하다고 하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언제 어디서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어서 저녁 7시부터 대전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기에 스님은 바로 이동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함께 하는 사람들
안영주, 구자흥, 이미란, 김윤진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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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그곳.감사합니다 꾸벅^^

2018-10-27 05:25:11

송미해

저의 어리석음을 다시 깨우칩니다.
고맙습니다

2018-10-21 09:10:05

정명

\"꼭 뭘 고치고 뭘 바꿔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도 행복할 수가 있어요. \" 감사합니다.~~^^

2018-10-21 08: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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