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26.저녁. 행복한 대화(13) 경주
“남의 눈치를 봐서 힘들어요...”

남의 시각에 사로잡혀서 전전긍긍하며 인생을 살지 마세요.
남을 의식할 때는 자기 자신한테 이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너 잘 보이고 싶니? 그 사람한테 잘 보여서 뭐할래?’

스님은 평화재단 원로님들과 헤어진 후 경주고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강연이 있기 전에 경주 시장님과의 만남이 있었으며, 스님은 시장님이 인사 말씀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특별히 경주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0명만 듣게 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고등학생들도 함께 했습니다.

경주고등학교는 스님의 모교이기도 합니다. 스님은 후배인 고등학생들에게 반가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아니 고등학생이 공부 안 하고 여기 왜 왔어요?”(모두 웃음)

“공부보다 즉문즉설 듣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학생의 당찬 대답에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강연에 앞서 경주 지역의 행복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후 무대에 오른 스님은 대한민국의 행복도에 대한 이야기 나눈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5명에게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중 엄격한 아버지 밑에 자라서 눈치를 보고 위축되는 성격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상대방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의 감정이 온몸으로 다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상대방의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 제 자신이 위축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오지 않아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늘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되고, 또 그 사람의 감정에 동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음이 약하고 예민하고 걱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유리 멘탈입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질문하는 걸 들어보니까 그 정도는 사는데 특별히 지장은 없는 거 같아요. 그렇게 따지면 뭐든지 다 문제가 돼요. 마음을 좁혀서 요거도 문제 삼고, 저거도 문제 삼으면, 세상이 문제투성이입니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사실은 아무 문제도 없어요. 지금 말한 그 정도는 모든 사람이 다 겪는 문제예요. 여기 눈치 안 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높은 사람 만나면 눈치 보거나 약간 위축되는 것은 누구나 다 그래요.

그게 좀 지나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면 개선을 좀 해야죠. 만약 질문자가 방금 얘기한 것보다 실제는 더 예민하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제가 보기에는 치료받을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치료받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다 싶어요?”

“치료 받을 정도는 아니고, 나이가 들면서 멘탈이 점점 약해지는 거 같아요.”

“힘들면 병원에 가면 돼요. 병원에 가는 걸 나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아기를 낳고 산후에 힘들어하거나, 남녀가 연애하다 헤어져 힘들어하거나, 주변 지인이 돌아가셔서 힘들어하는 모든 것들이 다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런 심리적 상처는 1,2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가 돼요. 옛날부터 ‘세월이 약이다’라고 했던 건 자연 치유가 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내버려두면 3년 끌고 갈 것을 병원에 가서 상담하고 치료받으면 6개월이나 3개월 만에도 나을 수 있다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낫잖아요. 굳이 3년을 끌 필요가 있을까요?

감기 걸렸을 때 가만히 놔두면 10일 만에 낫지만 자칫 잘못하면 폐렴으로 전환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으면 3일 만에 치료가 됩니다. 그냥 놔두면 10일 걸리고, 병원에 가면 3일 걸린다면, 병원비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일주일이라도 빨리 치료하는 게 낫잖아요. 이렇게 관점을 갖고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스스로가 조금 민감하다고 여겨지면 정신과에 가 보세요. ‘제가 좀 민감합니다’라고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보시고 ‘그 정도는 세상 사람 다 그렇습니다’라고 하면 치료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고, 조금 예민하다 싶으면 치료를 받으면 돼요. 치료를 받으면 훨씬 나아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질환에 대해 무지해서 치료를 거부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받는 것에 대해 약간 오해가 있는 걸 의미해요.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미쳐서 머리를 산발하고 쓰레기통 뒤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신과에 가보라고 하면 ‘내가 미쳤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처럼 남의 눈치를 보는 것도 누구나 다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인데, 조금 도에 지나치다 싶으면 약간의 치료를 받으면 돼요.

그런데 제가 여러분과 상담할 때 이야기해주는 건 자가 치료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 분이 돌아가셨을 때 그냥 내버려 두면 좋아지는데 3년 걸릴 테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남편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3년 지나면 어차피 이 병은 나을 텐데 굳이 3년 끌어서 나을 필요가 뭐가 있나. 오늘 당장 낫는 게 좋지.’

시험에 떨어져서 오늘 기분이 나쁘다면, 1년이 지나도 이 기분 나쁨이 계속 유지될까요? 기분 나쁨으로부터 언젠가는 자유로워지겠죠. 그렇다고 합격한 건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치유가 된다면 굳이 1년 있다가 치유하는 게 나아요? 오늘 당장 좋아지는 게 나아요?”

“오늘 당장 좋아지는 게 낫죠.”

“그래서 수행은 파격적인 겁니다. 어차피 좋아질 거면 굳이 1년을 끌어서 좋아질 필요가 없어요. 오늘 시험에 떨어지면 ‘떨어졌구나’ 하고 ‘그럼, 공부하자!’ 이렇게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 일로 술 먹고 괴로워하는 건 공부에도 도움이 안 되고, 건강에도 도움이 안 돼요. 그런 낭비적인 시간을 보낼 필요 없어요. 물론 그렇게 하는 사람이 이해는 되지만 그게 바람직한 건 아닙니다.

남편이 술 먹는 것 때문에 괴로워한다고 남편이 술을 덜 먹는 것도 아니고 아무 해결책이 없는데도 이걸 가지고 괴로워해요. 이런 것은 감정 낭비입니다.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내가 불쌍해서 운다고 그 사람한테 도움이 안 돼요. 내가 울어주는 것이 그 사람한테 도움이 되면 그렇게 하는 것도 필요해요.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라 감정 낭비를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 사람이 안 됐으면, 우는 것보다는 그 사람 손을 잡아주든지, 경제적 지원을 해 주든지,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도와주는 행위가 중요하지, 혼자 집에 와서 우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아침에 5시 일어나기로 했는데 벨이 울려요. 이때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는 것은 노력이 아닙니다. 번뇌입니다. ‘일어나야지’라는 말은 일어났다는 말이에요? 안 일어났다는 말이에요? 안 일어났다는 얘기예요. ‘일어나야지’라는 말은 일어나기 싫다는 거예요. ‘일어나야지’ 하는 것을 노력이라고 보는 게 말단을 쫓는 거예요. ‘일어나야지’라는 것이 일어나기 싫다는 마음이라는 걸 딱 보는 게 ‘직지인심’입니다. 바로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겁니다.

만약 ‘일어나기 싫어’ 하는 마음을 딱 꿰뚫어 봤다면 자면 돼요. 그러면 지각하는 손실이 따르겠죠. 손실이 싫으면 일어나기 싫어도 벌떡 일어나면 돼요. ‘일어나야지’ 백 번 해도 그건 누워 있을 때의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그건 번뇌에 불과합니다. 벌떡 일어나버리면 ‘일어나야지’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아요. 이게 선의 가장 핵심이에요.

본질을 꿰뚫어야 합니다. ‘해야지’ 하는 건 하기 싫다는 뜻이에요. ‘믿어야지’라는 건 안 믿어진다는 얘기예요. 신앙을 가질 때도 ‘믿어야지’ 이렇게 접근하면 안 돼요. 그건 안 믿어진다는 것을 말해요. 안 믿어지면 안 믿으면 되지 왜 억지로 믿으려고 그래요? 자기가 딱 경험을 해 버리면 믿기 싫어도 믿어지는 거예요. ‘남편을 사랑해야지’ 이 말은 사랑이 안 된다는 거예요. 자꾸 결심하고 각오해서 스트레스를 만들지 마세요. 본질을 딱 꿰뚫어서 싫으면 그냥 놓아 버리고 과보를 각오하면 됩니다.

삶은 심플해야 됩니다. 지금 질문자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남의 눈치를 보고 사는 거예요. 남한테 잘 보여서 뭐하려고 그래요? 그 사람한테 피해만 안 주면 되죠. 남의 시각에 사로잡혀서 전전긍긍하며 인생을 살지 마세요. 남을 의식할 때는 자기 자신한테 이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너 잘 보이고 싶니? 그 사람한테 잘 보여서 뭐할래?’

오랜 습관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그러나 그런 마음이 일어날 때 거기에 빠지지 마세요. 일어나기 싫은 건 이해가 돼요. 그러나 거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건 벌떡 일어나버리는 거예요. 남을 의식하는 건 내 업식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못해요. 그러나 사로잡히지는 마세요.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각을 해야 돼요.

‘너 또 잘 보이고 싶어 하는구나. 너 또 남 의식하네. 왜 의식하지?’

이렇게 자기가 자기한테 지적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4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남편의 술 취한 모습을 보면 화가 나요.
  • 동종업 간 경쟁이 심해서 사업에 회의감이 들어요.
  •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 6살, 4살 두 아들을 키우기 힘들고, 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힘들어요.

스님은 특히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질문에 50분 동안 상세히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참석한 고등학생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그 대화를 듣다 뒤이은 학부모도 고민이 해결됐다고 하였습니다.

긴 하루가 지났습니다. 내일 스님은 전국 불교대학, 경전반 담당자 나들이에 참석한 후 경전반 학생들을 위해 특강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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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사람들

나는 이 친구들에게 별로 좋은 감정이 없어요.
지방 양반, 탐관오리의 후예들.


내 인맥 중에 경주고등학교 나온 놈들은 없습니다.

2024-02-24 13:02:43

공부 잘하는 사람들

똑똑한 문벌 양반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는 또 얼마나 잘합니까?

쓸데없는 자존심은 또 얼마나 셉니까?


스님은 이런 곳에서도
1년 안에 불교학을 공부하며 통달했다 이 말이야.

2024-02-24 13:01:52

정지나

잘보여서 뭐하게요~?!
그러게요...사랑고파병...헐떡이는 나를 또 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1-07 05: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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