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3~4 정토불교대학 수계식 졸업식 & 세계종교의회 참석 3일째
"욕망을 따라가지도 않고 억제하지도 않는, 새로운 길"

스님은 세계종교의회 한반도 평화 세션이 끝나자마자 행사장을 나왔지만 주말에 고속도로를 청소하느라 길이 막혀있어 돌아가느라고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토론토 정토법당에 도착했습니다.

토론토 정토법당에 도착한 후 바로 저녁 8시 30분부터 북미 동부지구 캐나다 동부지역 수계식과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세계 종교 의회 일정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졸업식과 수계식을 낮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밤이나 새벽에라도 하겠다"는 총무님의 요청에 따라 저녁에 수계식과 졸업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토론토 정토법당, 몬트리올 정토법회, 워털루 정토법회에서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는 16명의 대중들은 오후 3시부터 토론토 법당에 모였습니다. 2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불교대, 경전반을 1년 동안 다니며 변화된 나의 삶'이라는 주제로 함께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움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처음 만난 분들도 오랜 벗처럼 반갑고 친숙한 느낌이었고 한 분 한 분 나누기는 수행담이며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스님이 토론토 법당에 도착하자 수계식과 졸업식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대중들이 반갑게 스님에게 인사를 합니다. 바로 스님을 모시고 김순영 님의 인례로 수계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스님은 수계자들에게 1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수계를 받게 된 것에 대해 축하하며 수계자는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말씀해 주었습니다. 특히 최소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 수계를 받는 의미, 그리고 신자가 아닌 수행자의 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여 수행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제3의 길인 중도를 발견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욕망이 일어날 때 그 욕망을 쫓아서 만족을 얻는 길과 욕망을 억제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길이 있습니다. 욕망을 따르자니 과보가 따르고, 욕망을 억제하자니 스트레스가 따르고, 이래도 괴롭고 저래도 괴롭습니다. 이것을 그 당시 세상에서는 쾌락의 길, 고행의 길이라고 불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두 가지 길이 다 해탈의 길이 아닌 것을 아시고 그 두 길이 아닌 제3의 길을 발견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중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중도에 대해 깨달음을 얻으시고 마침내 모든 고뇌로부터 벗어나셨습니다. 모든 고뇌로부터 벗어난 이 길을 부처님은 ‘수행의 길’이라고 정의를 하셨습니다. 종교는 '내가 괴로울 때 내 괴로움을 구제해 주는 나 밖의 어떤 존재가 있고, 그 존재에게 빌면 내 괴로움이 해결된다'라고 믿습니다. 그런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갖는 자라고 해서 '신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괴로움이 나의 어리석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을 알아 어리석음을 타파하여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자를 말합니다. 이것은 무지를 닦고 깨닫는 길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하는 사람을 닦는 자, 즉 수행자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소위 수행자의 길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스스로 깨달아서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셨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괴로움 속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분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이 좋은 법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도 이 법문을 듣고 그들 또한 고뇌로부터 벗어났습니다. 이러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들을 부처님의 제자 또는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이어서 불자로서 다섯 가지 계율을 반드시 지킬 것을 서원하는 수계의식을 가졌습니다. 수계자들은 무릎을 꿇고 호궤 합장 자세를 취한 후 오랜 세월 동안 지은 허물을 참회하고 수행자로서 살아갈 것을 발원하는 연비의식을 경건한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수계자 한 명 한 명에게 수계증과 불명을 수여하고 그 의미도 자상하게 해설해 주었습니다. 수계의식과 부처님께 헌화를 마치고 스님의 간절한 발원에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임금이 지구장의 영접사를 끝으로 수계식을 마친 후 곧바로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수계식에 이어 지난 1년 동안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수료한 분들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앞서 수계를 받은 10명과 함께 오늘 졸업하는 캐나다 동부지역 정토불교대학 수료생 11명 중 토론토 6명, 몬트리올 2명, 그리고 정토 경전반 수료생 15명 중 토론토 법당 2명, 몬트리올 법회 2명, 워털루 법회 3명, 총 16명이 오늘 졸업식에 함께 했습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르쳐 주신 스님에게 정토불교대학생을 대표해 몬트리올 법회 졸업생이 꽃다발을 증정했습니다. 졸업생 일동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다 함께 부르면서 스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고,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밤늦은 시간까지 수계식과 졸업식을 해 주신 스님께 대중들은 감사의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저녁 11시 30분이 다 되어 수계식과 졸업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정토회 수계식 및 졸업식 역사상 아마도 가장 늦은 시간에 수계식과 졸업식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계한 대중 전체가 기념사진 촬영을 한 후 스님은 수계자 한 명 한 명과도 개인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생들은 법당 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수행자로 다시 태어난 기쁨을 서로 축하하며 모두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숙소로 귀가하니 밤 12시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 후 지금까지 잠시의 휴식도 없이 일정을 가지고 식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한 분이 호박죽을 준비했다고 하여 숙소에 돌아와 호박죽으로 간단히 요기한 후 내일 일정을 공유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하루 종일 일정을 갖고 밤 12시에 귀가까지 오늘도 긴 하루를 보내고 날이 저물었습니다.

11월 4일 토론토 세계 종교 의회 3일째 날이 밝았습니다. 새벽 5시에 기도를 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오전 9시부터 진행되는 ‘기후 행동 (Climate Action)’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행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스님이 발표하는 일정이나 미팅은 따로 없고 다른 분들의 발표를 듣는 날이라 마음이 조금 여유로웠습니다.

며칠 만에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도 참 좋았습니다. 비가 그친 대신 영하로 기온이 떨어져 차에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정연희 총무님의 남편 이호영 님이 어느새 차 앞유리에 낀 성에를 제거해두었습니다. 부끄러우신지 봉사자가 한 명 몰래 와서 해놓고 간 것 같다고 농담을 하여 다들 웃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가는 길에 차가 별로 없어 주위 경관을 즐기며 여유롭게 이동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해 오늘 첫 번째 주요 행사인 “기후 행동” 총회에 참석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 스님은 행사에 앞서 뭔가 메모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에서든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메모할 것이 있으면 늘 무언가를 적고 탐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세계 종교 의회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3시간 동안 세계 각지에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인디언 원주민 팀의 공연을 시작으로 북극의 그린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아마존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몸소 겪고 있는 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특히 아마존에서 오신 강연자는 "백인들은 귀 기울여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들은 오직 도시를 건설하고 금속과 광물을 얻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 원주민들은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는데 원주민 언어로 심플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어서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여러 강연자들이 환경문제의 원인으로 우리의 이기심, 욕심, 무관심을 들었습니다. 또 현재 우리가 당면한 환경적인 위기는 과학과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우리들 삶의 자세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종교적이고 영적인 해결책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로마 교황청에서 온 분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표하여 메시지를 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기후 행동 총회를 마치고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소화도 시킬 겸 첫날 방문했던 전시장으로 가서 부스를 둘러보고 잠시 휴식했습니다.


다음으로 들어간 세션에서는 대만 영취산 교단의 심도 스님이 미얀마에 건립할 예정인 University of Life and Peace(생명 평화 대학교)에 대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고, 미국과 독일의 대학에서 종교학 및 생태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패널로 참석해 발표를 했습니다. 이 세션에 들어갔다가 스님은 한국에서 온 진월스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뒤이어 생태 문명, 혹은 에코 문명(Eco Civilization)에 대한 패널 발표를 들었습니다. 외부 세계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 전에 먼저 내면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 내면의 변화는 다시 외부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정토회 천일결사의 첫 번째 목표인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인다”는 내용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세션을 마치고 내일 ‘정의’ 총회를 맡고 있는 생태문명연구소 (Institution for Ecological Civilization)의 Phip Clayton(필립 클레이톤) 소장님과도 인사도 하였습니다.

이어 내일 아침에 있을 스님의 발표를 위해 잠시 회의를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청중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영어 통역으로 스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니 간단치가 않습니다.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끝에 스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고를 구성해보기로 했습니다.

만족할 만하게 내용이 정해지자 스님은 "이제 밥 먹으러 가자!"라고 하며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토론토 야경이 멋있게 보입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되었습니다. 내일 일정을 논의한 뒤 스님은 내일을 위해 우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내일은 세계 종교 의회 4일째로 스님의 “정의” 총회 연설과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이
김순영, 김지현, 임금이, 장호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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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인다”는 내용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1-10 07:22:42

혜등명

매일 매일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는 일정에도 지역의 요청에 하시는데까지 하시겠다고 답변해주신 스승인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애써주신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은 전법하는것이라 믿고 전밥하겠습니다.

2018-11-09 23:37:50

송미해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나만 생각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삶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11-08 19: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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