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6~7 세계종교의회 5일째 & 출국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없습니다."

스님은 토론토에 와있는 동안 한국과 14시간의 시차로 인해 매일 밤 12시와 새벽 2시 사이에 기상하고 있습니다. 새벽 3시 30분 기상하여 스님 방 앞에 가니 어김없이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도 업무를 보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오늘은 새벽 2시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통역을 맡아준 제이슨 님은 오늘 아침 워싱턴 DC로 돌아갔습니다. 도착해서 바로 직장에 출근할 수 있도록 아침 5시에 토론토 국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3일 동안 수고한 제이슨 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내년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스님은 감사의 인사로 영어 번역한 신간에 사인을 해서 드렸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아침식사 후 8시에 행사장으로 출발하니 어제에 비해 비교적 여유롭게 아침 일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제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비에 젖어 낙엽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좀 춥지만 쌀쌀한 날씨가 약간 상쾌한 기분도 듭니다.

이번 행사 기간 중 매일 오전 세 시간이 배정된 총회는 전체 참가자가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전쟁, 증오, 폭력에 맞서기’입니다. 힌두교 내부 개혁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타 종교인들이 아닌 힌두교 근본주의자들로부터 공격당한 이야기도 들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사람들이 서로 믿고 신뢰했지만 전쟁이 일어난 후에는 서로 믿지 못하고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 전쟁, 증오,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자기의 믿음 안에서 사회 실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하멧드 간디의 손자라고 하신 아룬 간디(Arun Gandi)는 인도계 미국인 사회운동가로서 어린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성장하였으며 모하멧드 간디의 다섯 번째 손자라고 합니다. 아룬 간디 님은 ‘두려움을 제거하지 못한 자유는 환상에 불과하다.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자유를 얻으려면 반드시 내면의 두려움부터 없애야 한다’라고 얘기하였습니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회참여 활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상 깊었습니다.

오전 일정에 참가한 후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3일 전에 만났던 북한 지원 활동가 오미애 님과 추가로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후에는 비핵화에 관한 세션에 들어가서 캐나다 교회 협의회가 평화를 위해 발표한 평화 원칙들, 그리고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 철폐를 위한 국제 캠페인(ICAN: The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의 활동에 대해 들었습니다.

비핵화 세션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깐 복도에 앉아 있는데 일본계로서 미국 아이다호 대학교 교수라고 본인을 소개한 분이 스님에게 찾아와 "어제 오전 정의 총회에서 인상 깊게 스님의 말씀을 들었다"라고 인사하였습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도 화해에 대해서 할 일이 아주 많이 있는데, 스님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고, 일도 함께 하면 좋겠다"라고 하였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세션을 마치고 잠시 다른 세션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도 "어제 정의 총회에서 스님 말씀을 들었다"라고 하며 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 하는 분들, 인사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캐나다 최초 여성 총리였던 킴 캠벨과 상원의원들의 세션에 들어가서 그들의 발표도 들었습니다.

스님은 시차로 인하여 잠을 푹 주무시지 못하고 어제부터는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밤 8시 30분에 시작하는 차세대 총회까지 두 시간을 기다리기는 어려워 인터넷 생중계로 보기로 하고 오늘은 일찍 숙소로 출발했습니다.

7시경 숙소에 도착해 토론토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식사 후 5일 간 정성스레 공양을 준비해주고 머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해준 정연희 님 가족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함께 지원해준 박옥숙 님에게 스님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영어 번역본 신간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스님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35세 이하 청년들의 차세대 총회를 컴퓨터로 잠시 시청했습니다.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지 오늘은 눈을 조금 붙이고 일어나서 다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스님이 주로 행사 참관을 주로 했기 때문에 어제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 중 소개하지 못한 스님과 질문자와의 대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Today, you spoke about the North Korean children who were starving and because of politics they couldn’t be fed. You said that justice can be defined as food for the hungry and shelter for people who don’t have home. Could you speak more about the division of North and South Korea, and the politics there that prevents much good things from happening."

(오늘 오전 정의 총회에서 스님께서 정치 때문에 굶어 죽는 북한 아이들에게 음식을 줄 수 없었다고 하셨고, 배고픈 이에게는 음식이 정의이고, 집이 없는 이들에게는 거주할 곳이 정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북 간의 분단 문제 그리고 올바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좀 더 말씀 부탁드립니다.)

"남북 간의 분단은 한국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국과 소련이 결정한 것입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쪽은 미국이 원하는 정부를, 북쪽은 소비에트가 원하는 정부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미소의 경쟁이 결국 남북 간의 경쟁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그것이 전쟁으로까지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쟁 이후에는 남북 사이에도 증오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괴뢰’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그것이 지금 70년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이것이 한국 사람들의 비극입니다. 북쪽에서 굶어 죽는데도 적이라고 생각해서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쪽 또한 식량의 부족을 숨겼습니다. 왜냐하면 남북 간의 경쟁에서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은 북한 주민들 300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엄청난 비극이었습니다.

또 많은 난민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누구도 돕지 않았습니다. UN의 규정에 의하면 식량 부족으로 굶주리면 인도적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악마화했기 때문에 지금도 인도적 지원까지 금지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난민을 불법 이주자라고 해서 돕지 못하게 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나 난민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그들을 외면한 겁니다.

저는 이 문제를 보고 적대 감정이 모든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있는 2천5백만 북한 주민의 소리를 국제 사회에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그냥 바깥사람들이 마음대로 그들을 이렇게 저렇게 규정합니다.

요즘 남북 간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종결시키자는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DMZ 양쪽으로 군대를 조금 물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 첫 시작을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이해는 아직 부족합니다. 이것은 북한의 핵문제 때문입니다. 이러한 핵문제에 대한 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우리는 그 고통을 해소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위기에 처해있을 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가 말한 대로 우리는 적대감정을 해소하는 노력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전쟁까지 치렀고 일부 정치인들이 이것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현실을 인정하지만 이것은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것이 현재 저희들이 안고 있는 과제입니다."

"You have been working tirelessly for many years to alleviate the suffering in your country, how do you deal with, or you never experience, frustration of feeling that the suffering is far greater than what you can resolve? What is your motivation to alleviate suffering? How do you differentiate that from the attachment that you see in many social activists?"

(스님께서는 한국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쉼 없이 활동을 하고 계신데, 세상의 고통이 너무 커서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서 좌절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아니면 그런 적이 없으신가요? 스님께서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동기부여는 무엇입니까? 그런 동기부여와 많은 사회활동가들이 보이는 집착과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저도 좌절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내가 문제를 너무 빨리 해결을 하려고 하거나, 욕심을 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면 저는 금방 편안한 상태로 돌아옵니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욕심도 아니고 원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로우면 욕심입니다. 그것이 원이라면 괴롭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계속 방법을 찾아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을 가지면 시간이 흐를수록 능력이 커지는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불쌍한 사람을 보고 아무 행동도 안 하고 울기만 한다면 그것은 감정 낭비입니다. 그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째,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루어지면 다행이에요.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만둘 수도 있고, 다시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또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안 된다고 괴로울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괴롭다는 것은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번의 노력을 해야 되는데 2번 하고 안 된다고 괴로워하는 것이 욕심입니다.

둘째,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능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해줄 수 있으면 해 주면 되고, 해 줄 수 없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그만두면 됩니다. 그것을 못해주었다고 괴롭다면 그것 또한 집착입니다."

즉문즉설 강연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정토회 영문 브료셔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작년 연말인 12월 23일 광화문 평화대회에서 사용했던 ‘평화의 바람(Peace in Korea)’ 배지를 올려두었습니다. 외국인 한 분이 배지를 달고 있어 따뜻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들 뚫듯이, 조그만 구멍이 큰 댐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이, 작은 정성이 모여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바람이 불기를 기원해 봅니다.

11월 7일

아침 기도를 하고 짐을 꾸린 후 공항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습니다. 정연희 님과 박옥숙 님이 준비한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다 함께 집 앞에서 멋진 단풍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스님은 내년에 보자고 인사를 하며 공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향후 국제국에서 국제연대활동과 외국어 전법을 위한 방향 설정을 모색하는 회의를 스님과 함께 공항에서 1시간가량 하였습니다. 스님은 "일주일간 수고 많았다"라고 격려해주면서 출국심사대로 들어갔습니다.


스님은 7일 오전 11시 40분 비행기로 한국으로 출국해 약 13시간 비행 후 한국 시간으로 8일 오후 3시경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세계종교의회 동행 취재를 마치며

스님은 1993년도 이후 두 번째로 세계종교의회에 참가했지만, 이번 제6차 세계종교의회는 처음으로 국제국 실무자 2명이 스님과 함께 참가하였습니다. 세계종교의회가 어떤 조직인지 어떤 종류의 컨퍼런스인지 모르는 게 많아 준비가 많이 미흡했지만 지난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보고 배운 것들을 거름 삼아 이제 외국어 전법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가한 개인과 단체들은 박람회장을 중심으로 각자 자신의 종교와 단체를 알리고 홍보하는 한편,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세션들에서는 정신적인 면으로든 사회활동을 통해서든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오전 3시간 동안 열리는 총회에서는 현재 가장 당면한 과제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같이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이어서 굉장히 알찬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한 모든 분들은 원주민,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전쟁, 혐오 등을 반대하는 평화운동을 하고, 종교, 언어, 민족은 다르지만 모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세계종교의회는 전 세계적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 실천을 하고 있는 종교 단체와 개인들이 만나 서로를 격려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아가는 자리였습니다. 간화선과 영성적인 부분에서는 일부 불교단체들이 보이기는 하였지만 매일 오전에 있는 사회참여의 주연설자로 참여하는 한국 종교인과 불교단체는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큰 국제행사에 한국의 종교단체와 각 나라의 불교단체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계종교의회에 참석해봄으로써 정토회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종교인들마저도 분노(anger)를 사회 실천 활동의 원천이라고 생각하고, 분노의 에너지로 사회참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 같은 말을 이곳에서도 들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마음의 평화와 자비의 사회화’를 실천하고 ‘일과 수행의 통일’을 통해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타 종교인들과도 더 열심히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행사에 일주일간 참여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김길님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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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3-04 18:38:34

정지나

행복할 권리!!!
지키고,지켜주고 감사합니다 꾸벅^^

2018-11-21 08:36:08

큰바다

자비의 사회화! 좋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1-14 08: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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