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25. 전국 대의원 회의 회향식
“답보 상태인 남북관계, 해결책은?”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전국 대의원 회의가 1박 2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회의를 마친 대의원들을 위해 회향 법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일주일 동안 몸 상태가 계속 안 좋았습니다. 전국 대의원 회의가 열리는 이틀 동안은 별도의 약속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어제 오후와 오늘 오전에는 휴식을 취했습니다. 스님에게 휴식이라 함은 바로 농사일입니다.

한편 문경 수련원 인근에 위치한 연수원에는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어제는 부산 동래와 서면에서 70명, 오늘은 부산 해운대와 사하, 울산에서 40명이 와서 봉사를 했습니다. 마침 눈이 그쳐서 스님은 연수원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봉사자들을 격려했습니다.

보살님들은 주로 내부 청소를 하고, 거사님들이 폐자재를 운반하는 일을 했습니다. 포크레인이나 덤프트럭이 없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개미 군단처럼 협동하는 방식으로 곳곳이 정비되고 있었습니다.

공사를 책임지는 이복희 보살님에게 스님은 _“절반은 했어요?”_라고 물어봤고, 보살님은 “절반 정도는 했습니다”라고 하면서 “1월 말이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자원봉사 방식으로 공사를 하다 보니 연기될 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연수 교육 프로그램을 이 공간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전국 대의원 회의 회향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의원들은 1박 2일 동안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올해 결산을 평가하고, 내년 예산을 점검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스님을 모시고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연수원 공사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먼저 이야기한 후 _“대의원 여러분들도 대중들을 격려할 겸 시간이 날 때 꼭 한 번은 가서 봉사를 해주면 좋겠다”_라고 하면서 회향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스님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남북 관계는 현재 어떤 국면에 놓여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작년 겨울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남북을 둘러싼 상황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후 지금은 다소 답보 상태처럼 보이지만,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작년 12월 23일에 전쟁 위험이 높아졌다며 평화 집회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지금은 전쟁의 위험이 많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것만 해도 커다란 진척이지요.

그러나 전쟁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단계는 아닙니다. 북한은 주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남한과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반면 남한과 미국은 전략 자산을 동원한 공격형 훈련으로 북한을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정상회담 후 북한은 핵 실험장을 폐기했고, 미국을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 실험장도 해체했습니다. 그에 대해 남한과 미국은 전략 자산을 동원한 기존의 공격형 훈련을 멈추었습니다. 이렇게 쌍방 간 위협을 줄임으로 인해 긴장이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핵물질과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라’고 북한에 요구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북한은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를 멈추고,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맺자’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어요. 지금 미국과 북한은 상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만큼 그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게 ‘핵물질 제거는 차후에 하더라도 우선 가지고 있는 모든 핵을 신고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핵물질을 얼마나 생산했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있는지 신고를 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우선 신고를 해야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믿음이 생긴다는 입장입니다. 반면에 북한은 핵실험장과 장거리 미사일 기지도 폐쇄했으니 미국도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완화를 통해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에서는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미국에서는 핵 신고를 요구하면서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은 무엇일까요?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시기가 올 때까지 도발 없이 2년간 버틸 각오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 빨리 해결하고자 한다면 미국 정부와 직접 타결을 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허락하는 한에서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한국이 놓인 상황이 그렇습니다. 한국은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고, 그럴 경우 정부 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둘째, 북한이 두 발을 나가면서 미국을 한 발 당기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미국의 요구대로 한 발 더 나아간다고 해도 핵물질 신고를 통해 이 문제를 풀기는 어렵습니다. 설령 북한이 신고를 한다고 해도 미국에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맞지 않다고 하거나 검증하겠다고 하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지체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자칫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봐도 확인 가능한 비핵화 행동을 취하는 것이에요. 그중 하나가 바로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찰단이 와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핵 신고는 ‘다른 곳에도 있지 않느냐’ 하고 의심을 하면 검증하기가 아주 어려운 문제인데, 영변 핵시설 폐쇄는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고 이미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없애고, 한 발이 아니라 두 발을 앞서 나가면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과감함을 보인다면 타결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손해 보는 조치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내의 여론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여론을 무릅쓰고 미국이 한 발 나오게 하려면 북한이 과감한 선행조치를 통해 트럼프의 입지를 세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한 발 나가니 미국도 한 발 나와라’ 이렇게 해서는 합의가 어렵습니다. 북한이 두 발을 나가면서 미국을 한 발 당기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여전히 ‘우리가 두 발을 나갔는데도 미국이 한 발 따라와 주지 않으면 어떡하나’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나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북한이 두 발을 나갔는데도 미국이 한 발을 따라주지 않으면, 러시아와 중국에서 ‘미국이 너무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틈을 타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느슨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한반도가 평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서 북한을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미·중 사이의 경쟁에서 미국에 유리할지, 아니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어 남한과 일본의 무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을 상대하는데 미국에 유리할지를 두고 저울질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기는 어렵습니다. 경제 제재는 UN 안보리 결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완화 결정도 동의되어야 합니다. 즉, 미국이 반대하면 나머지 4개국이 찬성을 해도 제재 완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 미국이 너무한다는 소리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나오면 그들로 인해 제재가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 남한의 입장이 곤란해집니다. 지금 남북 사이에는 상당한 합의를 본 상황인데, 미국이 강경하게 나가면 남한 정부 입장에서는 합의안을 모두 실천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진행을 해왔는데, 한국 정부가 한 발 더 나가서 북한과의 합의를 이행해버리면 한·미 관계가 틀어질 위험이 있어요. 한·미 관계가 틀어지면 남한 내에 있는 보수 세력이 저항을 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 될 만큼 많습니다. 한국 정부의 색채가 바뀌어 지난 10년 동안 겪은 것처럼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반대하면 문제는 더욱 풀기가 어려워집니다.

한국 정부의 입지를 세워준다는 측면에서도 북한이 두 발 더 나아가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지금 미국이 관계를 풀지 않는 것이구나’ 하는 여론이 생겨야 남한 정부가 미국보다 조금 속도를 더 내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업 지구를 재개하는 부분은 남한 정부의 주도 하에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답보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판이 깨어질 정도는 아닙니다. 진척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디뎌주면 좋은데, 미국의 여론 등을 고려해보면 그것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반면 북한은 자기들이 한 발 디뎠다고 생각하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까 내부에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게 두 발 더 나아가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제안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상황을 타결하려면 북한이 두 발을 더 나가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선물을 안겨준다면 제2차 북·미 정상회담도 성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가 무르익었으니 절망할 필요도 없고, 동시에 아주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거라 기대할 문제도 아닙니다. 이것은 수행과도 비슷합니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부처님께서는 ‘운명도 바뀔 수 있다, 다만 바뀌기가 어렵다’라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어렵길래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해야만 변화가 가능하다고 하셨겠습니까.

그런 것처럼 한반도 문제도 지난 70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만큼 그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반면 7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해결할 때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남한 정부가 가능하면 보수 세력과 야당을 껴안고 가면 좋은데, 야당과의 긴밀한 협치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년 반 동안 어떤 개혁 법안 통과도 잘 안 되었는데, 만약 남북 관계까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자칫 민심이 돌아설 위험이 있어요. 평화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가 동참하도록 설득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설득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수 세력은 평화 문제에 찬성을 하면 자기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보수 세력이 평화 문제에 동참하는 전제 위에 다른 정치적인 문제들을 양보하는 방향으로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정부가 힘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지, 정부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힘이 빠진 다음에는 동참을 요구해도 야당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정부 초기에 힘이 아주 강할 때 과감하게 양보하고 포용을 해야 합니다.

어렵긴 하지만 우리는 힘을 내서 우리가 목표한 바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자꾸 ‘힘들다’, ‘아프다’ 하면 일이 성취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희망을 안고 나아가야 일이 이루어지지, 물러나는 마음을 내면 끝이 없습니다.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크게 할 일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국민의 여론은 정부의 입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언제나 희망을 주시는 말씀에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봅니다. 대의원들은 큰 박수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대의원 회의에서는 예산 외에 기타 안건으로 수행 법회 개편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스님은 _“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매주 전국에서 진행되는 수행 법회도 수행자들을 위한 법회가 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라며 “일반 사람들도 참석할 수는 있지만 그들을 배려해서 법회 성격을 바꿀 필요는 없다”_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행 법회는 수행자들을 위한 법회로, 정토불교대학은 수행자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경전반은 서원 행자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각각의 성격을 분명히 해서 운영하기로 합의가 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스님은 1박 2일 간 열심히 회의에 참여한 대중들을 격려하면서 법문을 마쳤습니다.

“대의원 여러분들도 대중의 모범이 되어서 우리들이 세운 서원을 함께 성취해 나가기를 당부드립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먹으라고 수련원에서는 맛있는 귤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나눠주었습니다.

대의원들은 떡을 한 입 물고 도반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맞은편에 희양산과 시원한 바람이 수련원 언덕길을 내려가는 대중들을 반갑게 배웅해 주었습니다.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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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어렵다,어렵다 하면 자꾸 어렵습니다
정해진것이 있다면 바꿀수없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습때문바뀌는 것이 어려운것이 사실이며 현실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17 09:01:56

무지랭이

모두가 건강하시기를_()_

2018-11-29 15:07:48

김혜경

녜 스님 항상 감로수와 같은 법문입니다. 감사드리며 건강하소서.^6

2018-11-29 07: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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