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27. 행복한대화(26) 경기 광주
“남편 사업이 또 망할까 봐 걱정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경기 광주 남한산성 아트홀에서 천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을 하였습니다.

어제 두북에서 올라온 스님은 오늘 오전 병원 진료를 받고 평화재단에서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한 후 남한산성 아트홀로 이동하였습니다.

쌀쌀한 저녁이었지만, 남한산성 아트홀에는 강연이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청중들의 큰 박수와 환호 속에서 스님은 무대에 올랐습니다. 공연을 하는 대극장이다 보니 무대는 반원 모양으로 나와 있고 그 무대를 청중석이 둘러싸 청중과 호흡하기 좋은 구조였습니다.

“저녁은 드셨어요?”

청중이 천 여 명이었지만, 마치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스님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한국인의 낮은 행복도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10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질문자들의 갖가지 사연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는데요. 오늘은 남편의 사업이 망할까 봐 걱정인 40대 여성의 질문과 결혼생활을 걱정하는 예비신랑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또 망할까 봐 걱정이에요.

“남편이 작년부터 대출을 받아 사업을 다시 시작했어요.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아서 이익을 내기보다 겨우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남편은 전에도 사업을 하느라 많은 빚을 졌기에 둘이서 열심히 빚을 갚아서 다 청산한 지가 얼마 안 됐어요. 그런데 빚을 갚자마자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혹시나 예전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까 봐 너무 걱정됩니다.

사랑하니까 같이 살긴 해야 할 텐데, 그 고생을 또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게 두렵습니다. 노력하는 남편한테 용기를 줘야 하는데, 옛날로 돌아가기가 너무 싫습니다. 스님께 용기가 되는 말을 얻고자 질문드립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해줘요? 남편은 하겠다고 하고 아내는 반대한다면, 같이 사는 부부가 서로 의논해서 해결하면 되죠.”

“반대가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요.”

“저더러 사업이 잘 되도록 해달라는 거예요?”

“옛날처럼 될까 봐 두려워요. 예전에도 사업을 하면서 빚을 많이 지게 돼서 저도 일을 열심히 해서 같이 빚을 다 청산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런데, 다시 대출을 얻어서 또 사업을 한다니까...”

“빚이 아직 남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나아요, 그래도 빚을 다 갚고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나아요?” (모두 웃음)

질문자의 이야기에 같이 한숨을 쉬던 청중들은 스님의 한마디에 같은 상황이 반전되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빚을 다 갚고 시작하는 게 낫지만, 다시 빚을 지니까요...”

“당연히 빚을 질 수도 있죠,.”

“그걸 또 갚아야 하는 그 상황이 힘들어요.”

“당연히 갚아야죠. 대출을 얻었으면 빚을 진 거고, 그러면 나중에 당연히 빚을 갚아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런데 빚을 갚는 그 고통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요.”

“힘들면 사업을 하지 말라고 말렸어야죠.” (모두 웃음)

“말렸어야 했는데 저질러버렸어요.”

“저질렀으면 갚으면 되죠.” (모두 웃음)

“예전에 같이 갚아보니 제가 너무 힘들어요.”

“그럼 이혼하면 되죠.” (모두 웃음)

“애들이 많아서 이혼은 못하겠어요.”

“빚 갚기가 싫으면 이혼하든지, 이혼을 못하면 사업을 못하게 말리든지, 못 말렸으면 빚을 갚든지, 셋 중 하나를 해야죠. 이혼은 못 하겠고, 말리지도 못했으니, 이제 남은 길은 빚 갚는 것밖에 없어요. 착실히 빚을 갚아야죠.” (모두 웃음)

“제가 남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 용기를 북돋아줘요? 팍 망해버려야죠. (모두 웃음) 그래야 ‘봐라, 내 말 안 듣고 하더니 잘 됐다’ 이 소리를 할 수 있죠.”

“그렇게 해도 되나요?”

“돼요.”

“여자가 그런 말을 하면 되던 일도 안 된다는 소릴 들었는데요.

“안 돼야죠.(모두 웃음) 그 인간이 나한테 너무 걱정 끼쳤잖아요. 사업이 잘 될지 안 될지 아직 모르잖아요. 걱정한다고 잘 되거나 걱정한다고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아직 시작하기 전이면 말리든지 하겠지만 이미 시작했는데 지금 이렇게 얘기해서 무슨 도움이 돼요?”

질문자는 울먹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무리 말려도 말려지지가 않잖아요.”

“말려지지 않으면 이혼을 해야죠.” (모두 웃음)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못해요.”

“그러면 빚을 갚으면 되죠.(모두 웃음) 여기에 무슨 다른 해결책이 있겠어요?”

“빚을 갚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면 이혼하는 수밖에 없죠. 종교인들은 이럴 때 거짓말을 좀 해요. 기도를 이렇게 하면 사업이 잘 될 거라든지, 기도를 저렇게 하면 빚을 안 갚아도 될 거라든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말을 못 해요. 미안합니다.”

“아직 망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요. 망하지 않았으면 본인이 알아서 갚을 테고, 망하면 내가 대신 갚아주면 될 텐데, 뭐가 큰 어려움이에요? 망해서 내가 갚아야 할 때,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세요.

‘아이고, 그래도 사람 안 죽고 살았으니 다행이다. 돈이야 까짓 거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데 뭐 큰일이냐? 그래, 우리 둘이 같이 갚읍시다.’

이러면 부부의 정이 더 생기죠. 이왕 돈을 잃었다면 사람이라도 건져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러나 아직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에요. 걱정하지 말고 아직은 좀 더 놔둬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제가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인사를 듣네요. (모두 웃음) 남편이 질문자의 말을 좀 들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안 듣는 걸 어떡해요?

남편이 질문자 말을 안 듣는 게 더 힘들까요, 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는데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 말을 안 듣는 게 더 힘들까요? 어떤 게 더 힘들 것 같아요?”

“스님이 더 힘드실 것 같아요.”

“질문자는 지금 남편이 자기 말을 안 듣는 게 굉장히 힘들죠?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제 말 안 들어서 둘 사이에 진척이 안 되면, 우리나라는 전쟁이 나든지 큰 일을 당한단 말이에요. 이런 큰일을 두고도 능력이 없어서 구경만 하고 있는데, 제가 무슨 힘이 있어서 질문자 남편을 고쳐주겠어요? 제가 질문자 남편을 고쳐줄 힘이 있으면 한반도 평화에 보태야지, 거기에 보태서 되겠어요? (모두 웃음)

사물을 이렇게 보셔야 해요. 첫째, 남편을 말려봤지만 말릴 수 없었잖아요. 그러면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든지, 아니면 헤어지든지 두 길밖에 없다는 거예요. 돈은 손실이 나지만 애들 생각을 하니까 같이 살 수밖에 없다면, 사업을 하는 쪽으로 가는 거예요. 이 사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은 모르잖아요. 성공하면 빚을 안 갚아도 되고, 실패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지난번에도 실패해서 같이 빚을 갚았으니까요. 전에 갚았으니까 이번에 갚는 것은 별로 안 어려워요. 전에도 갚았는데 또 갚으면 되죠 뭐.

지난번에 빚을 갚으면서 힘들었던 것이 질문자에게 트라우마가 된 거예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처럼 상처가 된 겁니다. 지난번에도 큰일 난 줄 알았는데 이러쿵저러쿵 해서 다 갚았잖아요. 그러니 이번에는 좀 배짱이 있어야죠.

‘잘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또 둘이 노력해서 이러쿵저러쿵 해서 갚으면 되지!’

마음을 이렇게 먹어 보세요. 어차피 헤어지지도 못할 처지이잖아요.”

울 것 같은 얼굴로 용기를 달라 던 질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습니다. 다음은 결혼을 두 달 앞둔 예비신랑의 질문인데요. 짧지만 유쾌했습니다.

성격이 강한 여자 친구,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까요?

“아내 될 사람이 자존심이 너무 세고 욕심도 많습니다. 지인들도 하나같이 ‘성격이 강하다,’ ‘네가 자폭한다’ 이런 우려스러운 이야기를 여러 번 해주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마이크를 앞에 계신 남자분한테 한번 줘 봐요. 결혼해보신 분이 한번 대답해 보세요. 저는 결혼을 안 해봐서 대답을 못 하겠어요.” (모두 웃음)

중년 남성이 마이크를 쥐고 일어섰습니다.

“참으면서 살면 행복할 겁니다.”

재치 있는 답변에 모두 웃음과 함께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런 여자를 왜 좋아해요?”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것을 잘합니다. 그래서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모두 웃음)

“챙겨주는 것에 호감이 가는 거예요?”

“그냥 매력이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챙겨주는 것에 호감을 느낀다면, 질문자의 무의식 세계에 약간 의지심이 있는 거예요. 엄마를 좀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요. 엄마가 잘 못 챙겨줬어요?”

“네.”

“그러면 앞에 계신 분 얘기대로 아내에게 잡혀 살아야 해요. 아이는 원래 엄마한테 잡혀 사는 거예요.”

“잡혀 살겠습니다.” (청중 박장대소)

“자꾸 이기려고 하면 가정만 시끄러워집니다. 무조건 져주면 돼요. ‘여보, 알았어. 그렇게 할게’ 이렇게 하세요. 그런데 내가 아내 될 사람의 노예예요, 노예는 아니에요?”

“노예는 아닙니다.”

“노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그런데 둘이서 대화를 할 때는 뭐든지 맞춰줘야 해요. 아내가 ‘오늘 저녁에 일찍 들어와’ 하면, ‘알았어, 빨리 올게’ 하고 늦을 일이 있으면 늦게 들어가면 돼요. (모두 웃음)

아내가 ‘빨리 들어와’ 할 때 ‘알았어, 빨리 올게’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내에게 맞춰주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노예는 아니니까, 혹여나 늦게 들어올 일이 있으면 늦게 들어오면 돼요. 내 인생이니까요. 노예처럼 비굴하게 굴 필요는 없어요.

아내가 ‘너 왜 일찍 온다고 해놓고 일찍 안 왔어?’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죄송합니다’ 하면 됩니다. ‘내일부터 일찍 들어와!’ 하면 ‘알겠습니다’ 하면 돼요. 별일 없으면 일찍 들어오고, 별일 있으면 볼 일 보고 들어오면 돼요. 한 대 때리면 한 대 맞으면 되고요. 그걸 갖고 ‘왜 때려!’ 이러면 안 돼요. (모두 웃음)

만나서는 무조건 맞춰줘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아내의 노예는 아니니까 내 할 일이 있으면 하면 돼요. 이렇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어요.

저는 그런 게 싫어서 혼자 살아요. 질문자는 결혼을 하겠다니까 그 정도는 맞춰줘야 결혼생활을 하지, 그것도 안 하겠다면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해요.”

“막상 듣고 보니까 맞춰주는 게 적성에도 맞을 것 같습니다.” (모두 웃음)

“그래요, 잘 살아봐요.”

“감사합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큰 것이 상처가 되어 아이를 위해 재혼하려고 여러 남자를 만났지만 제 맘과 같지 않아요.
  • 사업장 근처 산에 있는 절에서 확성기로 불경을 외워 너무 시끄럽습니다. 스님께 말씀드려 보았지만 해결이 안 돼요.
  • 진득하게 한 가지 일을 하지 못하고 금방 싫증이 나요.
  • 결혼 30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는데 올해부터 너무 힘들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안 돼요.
  • 이혼하면서 남편과 집을 반으로 나누기로 했는데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어요. 제가 간병을 하다가 요양병원에 갔는데 큰 아들이 아버지를 모실 테니 집을 팔아 아버지 몫을 달라고 합니다. 어떡하죠?
    금강경에서 여몽환포영(인생은 꿈, 그림자, 물거품 같다.)이라는 구절을 읽고 허무해졌어요.
  • 인간관계에 비유하여 뱀 입안에 반쯤 들어가 있는 개구리를 보고 어찌해야 합니까?

앞 질문자와의 대화를 듣다가 자기 문제가 해결됐다며 바로 마이크를 넘긴 분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러 질문자의 사례 속에서 자기 권리를 찾고 사는 것의 중요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로비는 한참 동안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강연의 여운이 로비에 머물러있었습니다. 스님은 청중들과 인사를 나누고 책 사인회를 마친 후 다시 서초로 이동하였습니다. 내일 스님은 오전에는 서초 정토법당에서 법회를, 저녁에는 대구에서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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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내가 행복해질 권리!!!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18 08:49:55

정지나

내가 행복해질 권리!!!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18 08:49:40

규원

스님의 좋은법문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합니다.

2018-12-03 13: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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