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2.11.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2일째
“오늘 우리들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지 이틀째 되는 날입니다. 아침 4시에 기상해서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아침 식사 후 6시에 오늘의 첫번째 학교 준공식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어제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해서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오늘은 휴식을 충분히 취한 덕분이지 일행들 모두 한결 가벼운 몸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첫번째 학교 준공식은 마라막 군내에 소재한 까윌리한 마을입니다. JTS가 2017년 11월에 방문했을 때 이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학교가 5킬로 떨어진 다굼반 초등학교였습니다. 학교로 가는 길이 험하고 특히 비가 올 때는 도로가 걷기 힘들 정도의 상태가 되어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반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간 후 대형 4륜구동 트럭으로 갈아타고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오늘 이용하는 트럭은 의자도 없어서 모두 선 채로 험한 길을 가다 보니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일행 중에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치 소들이 트럭에 실려갈 때의 모습 같네요. 소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럭 안은 순식 간에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바나나 농장 사이를 지나서 언덕길을 올라가니 멀리 산들이 뒤로 보여지면서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스님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리본 컷팅 행사를 하였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의 축하 노래 공연, 주민 대표자의 감사인사, 이어서 이원주 대표님의 학교 건립 진행 과정에 대한 배경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학생의 감사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학교를 지어준 JTS, 그리고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훌륭하게 잘 지어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이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역할을 하겠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도움주신 것에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다음으로 진행된 것은 부모님들의 전통 춤 공연이었습니다. 이곳 원주민들은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송코 마을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송코마을은 JTS가 그들의 문화를 계승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고 있는 마을입니다. 몇 해 전에는 송코 마을의 문화 공연단을 정토회에서 초청해서 천일결사 입재식 때 서울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춤의 동작이 송코 마을과 거의 흡사했는데 춤 실력이 송코 마을보다는 떨어져 보였습니다. 스님이 “송코 마을에 가서 연수를 좀 받고 와야겠다”라고 말해서 모두가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군청, 교육청 그리고 마을 지도자의 감사 말씀이 있은 후 스님이 어린이들에게 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셔요? 학교가 새로 지어지니 기분이 좋아요?”

“네!”

“오늘 학교가 지어진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린이 여러분들도 학교를 지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지금 같이 한 번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해요. 열심히 공부해서 여기 앞에 계시는 사람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JTS에서는 여러분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하겠습니다.

엄마들이 조금 전 춤 주는것 보셨죠? 여러분들도 옷이나 춤과 같은 전통문화를 배우고 잘 계승해야 합니다. 자기 민족과 종족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여기 어머니처럼 춤 출 수 있는 사람 손들어 봐요. 춤 출 줄 아는 사람은 모두 앞으로 나와 봐요.”

즉석에서 어린이들의 즉흥 공연을 제안한 스님 덕분에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끌벅적하게 학교 준공식을 마치고 곧장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주민들이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했지만 다음 일정에 늦지 않기 위해 음식을 먹지는 못하고 사탕수수만 한 다발 챙겨서 흔들리는 트럭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흔들리는 트럭에서 사탕수수를 나눠먹으며 신나게 비포장 도로를 달렸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이동 후 다시 산길 오르막을 2시간 가까이 걸었습니다. 스님은 “나이 드신 보살님께서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일행들 모두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와 물을 챙겨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다소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차근 차근 올랐습니다.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스님도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지 중간 중간 쉬면서 올라갔습니다. 오늘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힘이 났습니다. 따가운 햇빛 속에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몇 차례 돌아가니 멀리 학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무사히 마을에 잘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빈 몸으로 가도 이렇게 힘드는데 마을 주민들은 그 많은 건축 자재를 어떻게 운반을 했을까 상상하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마을 주민들이 시원한 천연 코코넛 쥬스 한 잔씩을 건내주었습니다. 산골오지에는 손님들에게 특별히 대접할 것이 없어서 코코넛을 따서 대접해 주는데 땀 흘린 후 마시는 코코넛 쥬스는 정말 보약 같았습니다.

오늘 두번째로 학교 준공식이 열린 곳은 마하약 마을입니다. 학생 60명이 학교가 없어서 마을회관을 학교 건물로 사용 중이었는데, 이번에 JTS가 학교를 지어주면서 정규 학교로 인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수고를 했는데 이제는 정규 학교가 되면서 정규 선생님들이 파견되어 교육의 질을 많이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마자 리본 컷팅을 시작으로 준공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박하게 그러나 정성스럽게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교실 3개, 교사 숙소, 화장실이 각각 멋지게 완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본교의 교장선생님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공부할 장소가 없어서 임시 학교로 운영이 되었는데, 이제는 이 깊은 산속에서 이렇게 훌륭한 학교가 지어져서 우리 어린이들이 보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교육을 받게 되어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JTS가 이 마을의 교육에 관심과 도움을 준 것을 잊지 않고, 저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우겠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외부의 도움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이런 곳에 학교가 지어지고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값지게 여겨졌습니다.

학교증서 전달식과 준비된 행사를 마치고 스님의 축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마도 힘들게 올라 오셔서인지 학생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오늘 학교가 새로 지어져서 기분이 좋아요?”

“네!”

“이 학교는 저절로 만들어졌어요?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었나요?”

“누군가가 만들었어요."

“이 학교는 여러분들의 부모님들이 직접 지은 학교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결석하지 말고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야 돼요.

도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그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아시겠죠?”

“네.”

스님은 도움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학생 대표의 감사 인사가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끔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이어서 학년별로 가방을 전달했습니다. 학생들은 수줍게 가방을 받았습니다. 이 가방에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그들의 꿈이 꼭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준공식을 마무리하고 난 후 마을 주민들이 소박하게 차려준 음식으로 늦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서 힘들지 않게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틀 동안 4곳의 학교 준공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4곳의 학교건축과 준공식 행사 준비에 필리핀JTS 실무자들의 노고가 많았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JTS 센터로 향했습니다. 센터까지는 차로 5시간이 걸렸습니다.

가는 도중에 수밀라오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에 들러서 쌀 2가마를 기증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벌써 날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학교 기숙사에서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이원주 회장님은 필요한 쌀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며 학교 기숙사 운영 상황을 체크했습니다. 2년 전 준공식 때 장애 학생들의 수화 공연이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그 공연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던 모습이 기억나기도 했습니다.

늦은 밤길을 계속 달려 JTS 센터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긴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내일 오전은 필리핀 사업계획에 대한 점검과 회의를 한 후 스님은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때에 배워야 합니다. 오늘은 가난한 민다나오 주민들의 꿈, JTS의 꿈, 스님의 꿈이 함께 이뤄진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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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원 노금찬

감사합니다_()_

2019-01-30 08:35:39

보산등

큰 복 지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1-12 15:54:40

규원

좋은일로 세상의 그늘진곳까지 따스하고 희망찬꿈을
심어주는 모습 너무 감동입니다.함께 행복함에 감사합니다.

2018-12-15 2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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