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2.13.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송년회
“3.1운동 100주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어제 필리핀 방문 일정을 마치고 11시 비행기로 마닐라 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오늘 새벽 4시 4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 시내로 들어오자마자 9시부터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오전 내내 회의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연이어 미팅을 가진 후 저녁 7시부터 평화재단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동문 송년회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동문 송년회가 열리고 있는 행사장에는 이미 도착한 동문들이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나누며 삼삼오오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7시가 되자 내빈 소개와 함께 송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내빈으로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명강의를 해주셨던 최상용 교수님 내외, 윤수경 여성 리더십 아카데미 교장선생님, 그리고 며칠 전 법륜 스님과 함께 필리핀 강행군을 떠나 새벽에 도착한 김홍신 작가님을 소개했습니다.

최상용 교수님과 김홍신 작가님의 짧은 인사 말씀이 있었고 이어서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낙선을 상처가 아닌 자산으로 삼아 성장해가는 동문들의 밝은 모습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12기 윤후덕 동문이 바쁜 가운데에도 참석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이 위치한 파주 지역의 국회의원으로서 자랑스러움과 책임감에 대한 소감을 나눠주었습니다. 특히 “지난 봄, 남과 북의 정상들이 걸었던 그 길을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동문들과 함께 걸어보면 좋겠다”라고 소회를 밝혀 공감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동문회 사무국장이 2018년 활동 및 회계 보고를, 평화교육원 팀장이 2018년 평화재단의 교육원 사업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평화재단에서는 봄부터 12회의 기획 강좌와 17회의 평화시민아카데미를 진행하여 총 29회의 강좌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평화의 길을 열어가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 덕분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재단으로 이어져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동문들이 가장 기다리던 법륜 스님과의 대화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동문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좀 더 애써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현재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여론을 통해 미국이 한 발 나가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등 한반도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 것은 고맙지만, 한 발 더 나아가서 인도주의 차원에서는 대북 제재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종전선언을 하도록 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이 우방국으로써 충분한 역할을 하도록 국민들이 공개적으로 요청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한 발 더 나아가도록 설득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부나 민간단체 등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북한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해야 합니다. 북한 안에도 보수 세력들은 미국에게 휘둘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지금 상황이 매우 잘 된 것이라는 점은 인정을 해야 됩니다. 난제가 있지만 이 난제는 너무 당연한 겁니다. 쉬우면 벌써 해결됐겠지 지금까지 남아있겠습니까. 또 쉽게 해결이 되면 여러분들이 할 일도 없을 거 아니에요. (모두 웃음)

그렇다고 전쟁이 나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되겠죠.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 실험을 하거나, 미국이 전략적 무기를 가져와서 공격 훈련을 하는 조치가 있지 않는 한, 전쟁의 위험이 다시 고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의 답보 상태가 길어질 위험도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북한은 식량 위기가 매우 악화되고 있어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올 겨울을 넘어가면서 어느 쪽이든 먼저 한 발을 나가주면 좋겠어요. 내년 봄에 북미 간에도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남쪽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져서 좀 늦어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들에게 큰 희망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되면, 평화와 통일을 추진할 동력도 상실하게 돼요. 평화와 통일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든 국민에게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반대 세력들도 잘 아울러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적폐 청산에만 매달려서 국내를 통합하는 동력을 제대로 못 얻는 게 좀 아쉽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동문 여러분들은 이념적으로 접근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어떻게 한반도에 7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전쟁 위험을 종식시켜서 통일로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관점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모처럼의 기회가 소실되지 않도록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스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내년이면 3.1 운동 100주년인데요. 3.1 운동 100주년이 우리 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2019년이면 3.1 운동 100주년인데요. 스님께서는 3.1 운동 100주년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3.1 운동 100주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진보와 보수가 있습니다. 또 독립운동을 했던 후예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고, 친일을 했던 세력의 후예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도 남아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양쪽 세력이 반반으로 나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3.1 운동에 대해서는 다 지지를 할 거예요. 국민통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3.1 운동 100주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초점을 맞춘다면 진보와 보수가 갈라지게 돼요. 진보 세력은 상해 임시정부로부터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있다고 봅니다. 보수 세력은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정부 수립을 건국이라고 봐요. 앞선 두 정부가 그랬잖아요. 이렇게 국론이 갈라져 있습니다. 이것은 누가 옳으냐 그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현재 우리 국민들의 세력이 이렇게 나뉜다는 겁니다.

헌법에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적혀 있어요. 현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더 강조해야 하지만 국민통합이 목표라면 3.1 운동 100주년을 더 강조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과를 빚을 거냐를 두고 얘기하는 거예요.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에서는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 행사는 조금 조촐하게 하고, 3.1 운동 100주년 행사를 더 크게 추진해야 국민통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보수 세력이 동의를 잘 안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3.1 운동은 남한에게는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 정통성의 근원이지만, 북한은 3.1 운동을 우리만큼 높이 평가하지 않고 그냥 독립운동의 한 역사로 봅니다. 3.1 운동이 북한 정부의 정통성에 관계되는 일도 아니고요. 그래서 3.1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남북 공동으로 하는 것에 사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요.

어쨌든 3.1 운동 100주년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비폭력 평화 운동을 했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백만 명 이상이 모여서 했던 큰 규모의 운동입니다. 우리 국민은 4.19 혁명도 이렇게 평화적으로 했고, 촛불시위도 평화적으로 이루었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렇게 국민이 일어나 세상을 뒤집었어요.

그래서 3.1 운동의 영향으로 대한 ‘제국’ 부흥 운동이 아니라 대한 ‘민국’ 수립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더 이상 나라의 주인이 임금이 아니라 민(民)이라고 생각한 거죠. 3.1 운동은 민이 주인이 된 지 100주년이 됐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3.1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기보다는, 100인을 구성하는 것부터 잡음이 많이 나고 있어요. 그냥 이벤트 행사 몇 개 치르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평화 통일의 첫 발을 내딛는 새로운 백 년의 출발’, ‘자주독립’ 이런 의미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못 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어요.

3.1 운동, 4.19 혁명, 촛불 혁명을 돌아보면,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변화시켰습니다. 6월 항쟁 때도 그랬고, 태안반도 기름 제거할 때도 그랬고, 월드컵 때도 백만 명이 모였잖아요. 우리 국민이 가진 평화적인 동력은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매우 드뭅니다. 세계사를 보면 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대부분 유혈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평화적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자랑스러움을 살리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3.1 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잘 새겨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문들은 3.1 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새기며 박수로 공감하였습니다. 이어서 “인간은 놀이를 할 때만이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가장 자발성이 발휘되는 놀이의 시간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월드뮤직 그룹 “훌(WHOOL) 밴드”의 초청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밴드는 세종문화회관 예술감독 출신이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타이틀곡 등 50여 편의 영화 음악을 제작한 최윤상 감독이 창단한 국악 기반의 크로스오버 케이팝 그룹입니다.

장구 장단과 기타 반주에 맞춰 ‘직녀에게’란 노래로 시작하여 '그대 오르는 언덕', 앵콜곡 ‘임진강’,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익환 목사의 시를 노래한 ‘비무장지대’까지 총 4곡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 중에서 3곡은 모두 시를 노래로 만들었다는 공통점 외에 남한, 북한, 일본에서 모두 사랑받았고 또 저마다의 이유로 세 나라에서 모두 금지곡이 되는 슬픈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로 가자 ♫
비무장지대로 가자
얼룩진 군복은 벗어라
비무장지대로
비무장지대로 오라 ♫
비무장지대로 오라
따발총 계급장 버리고 오라
비무장지대로.”

가사에 한을 담은 듯한 음색이 더해져 ‘비무장지대’ 노래는 좌중의 분위기를 숙연하게 하면서도 힘을 가진 리듬으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다음은 재밌는 퀴즈대회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선물부터 뒤풀이 상금까지 걸려서인지 모두 소속 기수의 명예를 걸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법륜스님 책을 선물 받은 동문은 즉석에서 스님으로부터 저자 사인까지 덤으로 받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초기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다져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을 맞추는 문제부터 역대 가장 적은 연금을 받은 임금이 누구인지 묻는 넌센스 퀴즈까지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동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장 쉬운 숫자가 뭐냐는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못 하자 사회자가 “십구만~”이라고 정답을 말해줬습니다. 청중은 물론 법륜 스님도 박장대소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무대 앞으로 나가 깜짝 퀴즈를 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계란을 ‘닭알’이라고 합니다. 전구는 뭐라고 할까요?”

몇몇 동문들이 곧바로 답을 맞추었습니다. 정답은 ‘불알’입니다.

통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 그런지 이 정도는 상식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스님은 두 번째 퀴즈를 내었습니다.

“그럼 샹들리에는 뭐라고 부를까요?”

7기 동문이 가장 먼저 답을 해서 상금을 탔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답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답은 ‘떼불알’이었습니다.

퀴즈와 함께 선물이 바닥이 나자 준비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습니다. 동문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고 막간을 이용해서 여기저기서 함께 사진 찍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환해진 표정의 동문들은 선물을 한아름씩 들고 동기들과 함께 뒷 모임을 하기 위해 행사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스님은 일부 동문들과의 사진 촬영에 응해 주느라 한동안 머물다가 인사를 나누고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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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원 노금찬

아쉬움과 안타까움.. 문익환 목사님의 '비무장 지대'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소박하지만 큰 마음들. 감사합니다. 따뜻합니다.

2019-01-30 09:29:21

제2기통일의병

펑화에 대한 단상

때론 죽고자해야 산다
20대 젊은 시절
나는 조용하고 말이 많지 않았어
그래서 그랬는지 가끔
나를 얕본 짓궂은 친구들이
괴롭히기 시작할 때면
나는 상대를 쏘아보며
한판 붙자 설레발을 쳤지
입에는 평소와 다른 격한
쌍시옷 발음과 더불어...
나의 눈빛은 이미 죽기를 각오했어 !
내 서슬퍼른 눈빛에 상대는 꼬리를 내렸고
서로 주먹다짐까진 가진 않았어
다음은 서로의 평화가 왔어
잘 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내가 평화를 원해
적당히 넘어가길 원했다면
나는 아마 계속 그 친구의 괴롭힘과
멸시속에서 이게 그래도 평화다하고
살았을거야
나는 그럴 수가 앖었어 !
그런것이 나에겐 삶이 아니라
바로 죽음이었으니......
평화가 감상적인 평화의 노래를 부른다고
올까 ?
차라리 전쟁도 불사한다는 그대의
눈빛과 의지의 표현에서 오지 않을까 ?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이
생각나

2019-01-08 16:46:26

하늘

우리 민족은 역사적인 순간마다 늘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했군요 자랑스럽습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잘 치러 국론이 통합되면 좋겠어요

2018-12-20 06: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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