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2.15 제 22회 남북 화해와 평화 네트워크 워크숍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문명사적 전환을 우리가 만듭시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 연구원이 주최한 남북 화해와 평화 네트워크 워크숍에 참가하였습니다. 올 한 해 동안 평화재단과 함께 교류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도 해주셨던 20여 명의 전문가 분들이 참석해 토론도 하고 친목도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22회 워크숍의 주제는 “동아시아 신 안보 질서와 우리의 전략”입니다. 먼저 김형기 평화연구원 원장님의 인사를 시작으로 참가한 분들이 각자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화재단의 연구위원, 교수, 작가, 정치경제계 인사 뿐 아니라, 육해공군의 전직 지휘관들도 참석하였습니다. 평화재단과 인연 맺게 된 배경과 근황을 나누며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바쁘신 연말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래는 1박 2일로 하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바빠 도저히 시간이 없다고 하셔서 올해는 하루로 단축했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하는 한편,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 소식을 전하며 무거운 마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늘 가슴 한켠에는 어려운 동포를 생각하고 있는 스님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2018년은 남북 관계에 있어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입니다. 작년 말 심각했던 전쟁 위기가 한풀 꺾이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져 남북 관계에 큰 진전이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는 정체 국면으로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오늘 워크숍에서는 2018년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함께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3가지 주제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먼저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 및 신판문점 체제의 도래를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평화체제 구축 과정과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비핵화 방식에 대한 북미 간의 빅딜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신고-검증-폐기의 매뉴얼 방식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자발적 비핵화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데, 양측의 타협점은 시퀀스방식으로 찾아질 수 있어요. 저는 두 입장을 절충한 방안을 제안드립니다.

한반도가 비핵화 되고 평화 체제가 구축되면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동북아 안보 질서는 한반도 중심의 신 판문점 체제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주도로 한반도를 평화 지대로 만들고, 동아시아 지역 안보포럼을 형성하는 신안보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어서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가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설계도 : 동북아 비핵지대 조약에 기초한 공동안보구상” 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의 발표가 한반도의 평화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초점을 두었다면, 남 교수의 발표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까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를 강조했습니다. 남 교수는 전 세계에서 이미 이루어진 비핵무기지대 조약을 소개한 후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국 주도의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의 방안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지속가능성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에서 마련될 수 있습니다. 중단되었던 동아시아 공동체 재건축이 한반도 평화의 열쇠입니다.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일환으로 동아시아의 비핵무기지대화를 제안드립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의 주역이 되고 공동 안보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세계 비핵지대 회의를 판문점에서 개최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남 교수의 희망이 담긴 발표에 모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동북아 안보지대 구상에 대한 주제 발표를 들은 후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북한에게 비핵화란 무엇인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과연 무엇인지, 비핵화 정책 외 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토론이 깊어졌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자 사회자는 다음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민 평화교육원 원장이 ‘한반도 정세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미중 패권 전쟁의 성격과 전개, 2018년 한반도 비핵화 과정과 중국의 대응을 살펴본 후 2019년 전망을 예상해 보았습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정세에 대한 토론과 더불어 2019년 평화재단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 주제에 비해 주어진 시간은 짧았습니다. 열띤 토론을 마무리하며 스님이 정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관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 관점은, 지금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의 잔설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새로운 패권경쟁 체제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 때 과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보수 세력은 아직도 과거 냉전 체제를 붙잡고 있는 것 같고, 진보 세력은 과거 냉전 체제의 해체에만 갇혀있는 것 같아요. 과거 체제를 해체할 때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데 방해가 안 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놓인 상황을 잘 살피고, 새롭게 전개될 동아시아 질서를 바라보면서, 과거에 마땅히 해체됐어야 했지만 아직 해체되지 않고 있는 구 질서를 어떻게 종결지으면서 새로운 체제로 재편해 나갈 것이냐, 여기에 우리는 집중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 지난 6개월 간 연구원에서 많은 연구를 했는데, 제가 볼 때는 아직 마무리가 덜 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관점은, 과거에는 우리가 강대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희생이 된 측면이 많았는데, 우리가 또 새로운 패권경쟁 속에서 일방적으로 편재되어 똑같은 희생을 반복하는 운명을 맞을 것이냐, 아니면 이번에는 어떤 지혜로운 노력을 해서 새로운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우리의 희생을 줄이고 번영을 누리는 방향으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할 것이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우리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협력경쟁이 되도록 하는 길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강대국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 때문에 오히려 강대국이 영향을 받는, 예전에는 돼지 몸통이 꼬리를 흔들었다면 이번에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그런 문명사적 전환을 이뤄내는 역할을 우리가 한번 해 볼 수는 없을까요?

이것은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미투 운동’을 보더라도 옛날에는 영웅이 세상을 움직였는데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이 움직여지는 새로운 문명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이것은 유튜브와 같은 기술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고요. 저는 우리가 안보 현안에서도 이런 새로운 문명을 하나 창조해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평화교육 파트는 이런 변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평화운동 파트는 이런 변화를 가져오도록 민간 차원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첫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무엇일까. 둘째,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못 온 이유가 무엇일까. 셋째,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문제를 어떻게 합의해야 할까. 현 상황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이 해결의 열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주한미군 주둔비를 미국이 원하는 만큼 부담해 준다면, 대북 제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고,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올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도록 북한에 ‘영변 핵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딜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만약 이런 예상이 맞다면, 동독에 주둔했던 소비에트 군대의 러시아 이전에 따른 엄청난 주둔비를 독일이 다 부담해준 것처럼 우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주한미군 주둔비를 해결해 주는 게 크게 봤을 때 우리의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느냐? 아니면 그런 부당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게 더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한 판단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이 문제는 옳다 그르다의 시각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의 국가 이익에 어떤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냐에 따라서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비판을 받더라도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여론을 형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어쨌든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키를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미 운동이나 친미 운동이 아닌 미국에게 강력히 요구하는 용미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진정 우리의 우방이라면,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평화로 전환될 수 있는 이 결정적인 순간에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켜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라는 역사적 과제를 풀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이 시점에 미국이 우리의 우방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는 대중 운동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미국을 설득하는데 힘이 부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뭔가 대중운동이 일어나야 될 때인가’ 아니면 ‘아직은 정부만 지켜봐야 될 때인가’ 하는 고민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2019년도에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끝으로 다함께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저녁식사는 평화재단의 실무자와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정성스레 준비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그 자리에서 조촐하게 송년회를 가졌습니다. 한 분 한 분 앞으로 나와 지난 1년 동안 평화재단과 함께 하면서 느꼈던 소회들을 가볍게 나누면서 노래도 한 곡씩 불렀습니다.

다들 평생 공직에만 계신 분들이어서 음악과는 거리가 멀 줄 알았는데, 기타 연주를 멋지게 보여주는가 하면 가곡을 멋지게 부르는 분도 있었습니다. 평소 시를 즐겨 쓰신다는 분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를 지어서 읊기도 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은 남한의 대중 가요를 반주에 맞춰 불렀고, 남한의 교수님은 북한 노래를 반주에 맞춰 불렀습니다.

평화재단 송년회는 남과 북이 만나고, 육군 해군 공군이 만나고, 종교인, 학자, 전직 장관, 차관, 소설가가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이미 통일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스님의 말씀처럼 평화를 만들어가는 평화재단의 사회인사 분들도 이미 통일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 청년팀에서 주관하는 청년역사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특강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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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자세를 갖는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제3의 시각으로 말씀해주실때 깜짝 놀랐습니다.
300년 앞을 보시는 스님 혜안에 놀랄뿐입니다.

2019-01-01 12:26:40

정지나

\"나는 이미 평화로운 한반도에 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27 09:46:38

나그네

완전 멋진 모임입니다. 응원합니다.

2018-12-21 07: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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