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2.13 정초 정회원 법회 (8) 강원 경기동부
“남들 따라 갈팡질팡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분당 정토법당에서 강원경기동부지부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정초 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오후 2시에 주간반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법회를 한 후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법회를 했습니다.

스님은 아침 7시 30분, 종교인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종교인모임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을 주제로 목사님, 신부님, 교령님, 교무님, 주교님, 스님이 매월 함께 모여 대화하는 모임입니다. 벌써 햇수로 15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새벽부터 준비한 아침밥상이 나오자 스님은 가장 원로이신 김명혁 목사님에게 기독교식으로 식사 기도를 청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생명을 주시고, 또 때때로 모여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정성을 모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북이 화해해서 서로 끌어안고 울고 통일을 이루는 그 날을 바라보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다 함께) “아멘.”

밝은 웃음 속에서 아침식사가 끝나자 곧이어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은 로힝야 난민에게 가스스토브를 10만 대를 지원한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모이신 분들은 잘 되었다고 축하하며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회의를 하였습니다. 각 종교별 학술행사 진행사항과 합동행사 장소 등을 논의하였습니다. 스님은 불교계 행사로 2월 27일에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독립운동가 용성스님”에 대해 발표하려고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만해 한용운 스님과 달리 용성스님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한 평생 노력했지만 세상에 알려진 것은 거의 없는 분입니다.

“좋네요. 그런 숨은 이야기들이 알려질 필요가 있지요.”

스님의 제안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습니다. 또, 다른 종교에서도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그와 같지 않을까요?”

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흔적 없이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던 용성 스님의 행보가 평화와 화해를 위해 부단히 애써온 스님의 행보와 참 닮았습니다.

종교인모임을 마친 스님은 다시 서초정토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10시부터는 정회원들을 위한 포살법회 촬영이 있기 때문입니다. 촬영 후 실무진들과 포살법회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스님은 “효율보다 원칙을 지킬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꽉 찬 오전을 보낸 후 스님은 경기 분당으로 향했습니다. 졸업수련으로 스님과 동행하고 있는 행자대학원 13기 행자들이 스님을 배웅하자 “같이 밥먹을 시간도 없네요. 분당에서 봐요.” 하고 법당을 나섰습니다.

한편,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주간법회를 위해 40여 명의 봉사자들은 오전 9시부터 모여 법당 안팎에서 소임을 시작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모이는 정회원들을 맞이한다는 설렘으로 봉사자들의 얼굴이 환했습니다. 대법당 안에는 강원경기동부 지부 5개 정토회, 27개 법당의 정회원을 맞이하기 위해 200여 개의 방석이 발디딜 틈 없이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꼼꼼한 리허설과 사전 안내를 마친 1시 45분. 대법당은 이미 만석이 되었습니다.

강원경기동부 상임법사인 무변심 법사님의 여는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정초 순회 법회에서 만난 도반들의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며 정진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는 말씀과 함께 ‘정진 제일 지부 강원경기동부지부’라고 지부 사무국장에게 들었다며 정진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었습니다.

참가자 소개 시간에는 프리랜서, 사활팀 밴드 대문 소임, 불대홍보 광고모델이라는 소임 소개가 있어 모두 웃었습니다. 정회원 10명 전원이 참석한 수정법당은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참가자 소개를 마친 뒤 ‘3년 6개월 만에 국가고시보다 더 어렵다는 정회원이 되었다’며 홍천법당 장태훈 님이 윤동주의 ‘서시’를 우렁차게 독창했습니다. 대중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장태훈 님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이어 분당정토회 ‘불대르 홍보팀’은 화려하고 신나는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청중은 너나 할 것 없이 어깨를 들썩이고 박수를 치며 불대르 홍보팀과 흥을 함께 했습니다.

흥겨운 축하 공연 뒤에 지난 일 년간의 활동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법문을 듣기에 앞서 자리 정돈을 하며 스님은 대법당 밖에 있는 회원들을 법좌 옆 빈자리로 들어오라 하셨습니다. 뜨겁게 달궈졌던 분위기는 죽비소리에 이내 고요해졌습니다.

스님은 정토회는 불교 신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수행자의 모임이라고 강조하면서 수행자의 모임으로서 청정하고 화합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중 정토회에 남 따라와서 정회원까지 되었다는 분과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3년 전에 즉문즉설을 듣고 행복학교를 가보았습니다. 행복학교를 하니 불교대학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고, 불교대학을 졸업하니 또 경전반 하면서 봉사하라는 권유를 받았어요.(모두 웃음)

처음에는 스님 법문이 굉장히 새롭고 좋았는데 요즘은 약간 모순이 느껴져요. 남편한테 숙이라고 하시는데, 정토회 활동을 하다 보면 부딪치게 되고, 남편 하라는 대로 하면 정토회 활동이 안 돼요. 그래서 욕 얻어먹으면서 살고 있어요.

또 자기 스스로 하라고 하지만 결국은 정토회의 뜻에 따라서 자기를 내세우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이걸 중도(中道)라고 하지만 저는 이게 약간 말장난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요즘에는 수행자라는 게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세뇌당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모두 웃음)

친구들을 만나면 이질감, 거리감,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고 제가 너무 촌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정토회에 너무 의지해서 여기서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모두 웃음) 정토회에서 진짜 좋은 일을 하고 있고, 저도 커피 마시는 것보다 여기 돈을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있지만, 정말 이게 맞는 건가 싶어요.

남들이 장터 간다고 해서 똥지게 지고 나온 사람마냥 즉문즉설 들으러 갔다가 3년째 정토회에 나오면서 어느새 정회원이 돼버렸습니다. 이렇게 어영부영 갈팡질팡할 때는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토회 국장님 이하 여러분에게 물어볼게요. 왜 저런 사람을 정회원 시켰어요?(모두 웃음) 수행자의 의지가 있는 사람만 해도 정회원 할 사람이 많은데 의지도 없이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 지고 장에 오는 사람을 시키면 어떡해요.

안 해도 돼요. 오늘부터 그냥 여기 안 오고 한번 집에서 살아보세요. 까짓 거, 인생이 얼마나 오래 산다고 그래요?

살아보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면 계속 그렇게 살면 돼요. 그런데 정토회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면 갈등이 없을까요? 처음엔 그 문제로 인한 갈등은 없어지는 것 같지만 조금 지나면 다른 갈등이 생겨요. 새로 생긴 괴로움이 정토회 나가는 것 때문에 부부간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만큼 괴로울 거예요. 이렇게 자꾸 갈등이 생겨서 괴로우면 ‘아, 이 괴로운 게 정토회 나가는 거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거구나’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걸 스스로 확인을 해야 주체가 됩니다.

정토회 안 나오고 집에 있어보니까 더 허전하고 더 재미가 없는지도 한 번 살펴보세요. 친구들하고 귀걸이도 사고, 화장도 하고, 맛있는 데 가서 먹어도 보고, 이렇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세요. 그런데 질문자는 여기 오기 전에 그런 거 다 해보지 않았어요?”

“다 엄청 많이 해봤습니다.”(모두 웃음)

“그렇게 해보니까 재미만 있고 괴로운 건 없었어요?”

“더 많이 해보고 싶었죠.”

“그럼 좀 더 해보고 와요. 아직 젊은것 같으니까 좀 더 해보고 흰머리 날 때 와도 괜찮아요.”(모두 웃음)

“아니, 맨 처음에는 괴로워서 왔는데 이게 좀 해소되고 나니까 또 약간 다른 마음이 들어서요.”

“그래요. 해소되고 나니까 또 여기서 있는 것보다는 거기가 더 좋아 보이겠죠. 그래서 제가 한번 가보라는 거예요. 여기 있으면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듯이, 거기 가서 있어 보면 또 좋아 보이던 게 괴로움이 되는 게 보일 거예요. 이렇게 해서 두 번째로 다시 오면 이건 스님이 오라 해서 온 게 아니라 자기 발로 온 거예요.

‘아, 이건 아니다. 정토회가 더 낫다. 카페에서 차마시고 친구하고 목걸이 가격이 얼마니, 어디서 샀니, 얘기하는 것보다는 정토회에서 환경실천활동을 하든, 도반들하고 JTS 모금을 하는 게 내가 더 보람 있다.’

질문자의 경우에는 ‘이렇게 하면 세상이 좋아진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우선 이게 나한테 더 좋은 거라는 확신이 들어야 재발심이 된단 얘기예요. 지금은 얼떨결에 가서 이리저리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의심이 늘 들고, ‘내가 세뇌당했나’ 이런 생각까지 들잖아요. 여기선 세뇌라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해요. 정신차리라고만 얘기하죠.(모두 웃음)

그런데 그것마저도 ‘세뇌를 시킨다’ 이렇게 오해가 생기니까, 그럴 때는 가서 한번 있어 보고 질문자가 스스로 평가를 해보세요. ‘아, 여기가 더 좋구나. 괜히 정토회 가서 내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 이러면 그냥 살아요. 그런데 있어 보니까 ‘아, 여기서도 또 괴로움이 생기는구나. 정토회에 있어서 부부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었구나’ 이걸 알게 된다면 이제는 진짜 자기 발로 정토회에 와야죠.

지금도 사실은 누가 오라고 한 게 아니라 질문자가 자기 발로 왔어요. 자기 발로 왔는데 미련이 남아 가지고 내 발로 안 왔다며 자꾸 자기한테 자기가 합리화하는 거예요. ‘세뇌당해서 왔다, 거름지고 왔다’ 이렇게요. 아무도 질문자더러 오라는 사람이 없는데 질문자가 그냥 왔고, 싹싹하게 웃으면서 일을 잘하니까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예요. 여기 시킨 사람도 어떤 목표를 갖고 시킨 사람이 없어요. 일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모두 웃음) 질문자도 하다 보니 이리 됐잖아요.

이게 인생이에요. 질문자가 태어날 때 어떤 목표의식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부모님이 질문자를 낳으려고 딱 목표를 세워서 낳은 게 아니에요. 꼭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려고 한 게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냥 한국말을 배웠고, 부모님이 유치원에 보내서 유치원을 다녔고, 친구들이 다 초등학교 가니까 초등학교 갔고, 친구들이 중학교 가니까 중학교 갔고, 고등학교 가니까 고등학교 갔고, 대학교 가니까 대학 갔고, 친구들이 결혼한다니까 질문자도 결혼했고 살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가 또 정토회 간다니까 따라왔고요.

그런데 이렇게 따라온 게 마치 정토회가 처음인 양 얘기하니까 제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 남 하는 대로 따라와 놓고 왜 정토회 온 것만 새삼스럽게 ‘세뇌당해서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지고 장에 왔다’ 이런 말을 해요? 질문자의 인생이 내내 그랬는데요. 지금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법문을 다시 한번 잘 들어보세요.

남편하고 갈등이 있다고 했는데 수행의 관점에서는 간단한 문제예요. 지금 질문자는 절에 가니까 남편하고 갈등이 생기고, 남편하고 갈등을 없애려면 절에 못 오고, 절에 오면 남편하고 갈등이 있고, 그래서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다’ 이렇게 지금 생각하잖아요.

해결책은 간단해요. 질문자가 남편의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절에 가고 싶으면 가면 되고, 남편의 입장에서는 내가 절에 가는 게 싫다는 것이 이해가 되니까 저녁에 들어갔을 때 남편이 ‘왜 절에 갔냐!’ 하면 ‘죄송합니다’ 이러면 되죠. ‘내일부터 안 갈 거지?’ 이러면 ‘예’라고 대답하고, 오고 싶으면 또 오면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왔다가 저녁에 들어갔을 때 ‘왜 갔냐!’ 이러면 또 ‘죄송합니다’ 이러면 되고요. 질문자가 뻣뻣하게 고개를 들려고 하니까 모순이 생기는 거예요. 고개만 팍 숙여주면 아무 모순도 없어요.”

“사실 제가 여기 다니기 전에는 교회를 다녔거든요. 교회 다니다가 중간에 정토회로 오니까 더 헷갈리기도 해요.”

“아까도 얘기했잖아요. 교회 다니다가 와서만 갈등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절에 다니다가 와도 갈등이 있어요. 아까 교회나 절은 다 ‘종교’라고 했잖아요. 종교는 복을 빌기 때문에 잘 차려입고 가서 열심히 빌면 더 큰 것을 얻는다고 믿는 거고, 정토회는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해요. 사치도 하지 말라고 하고요. 또 남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것을 남 주라고 가르쳐요. 성경도 읽어보면 내 걸 남 주라고 했어요, 남의 걸 얻어오라고 했어요?”

“주라고 하긴 했는데...”(모두 웃음)

“‘내 걸 주라고 하긴 했는데, 교회 가면 얻으려고 하더라’ 이거죠? 질문자는 남이 주는 것을 얻기를 좋아하는 걸 보니 거지인 쪽이 더 편한가 봐요.(모두 웃음) 거기 가서 좀 더 얻어먹고 오세요. 질문자가 수행적 관점이 안 잡혀서 그래요. 구걸 좀 더 하고 와요. ‘구걸해서는 인생이 안 풀린다’ 이런 생각이 들면 주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게 돼요.”

“네, 무슨 얘긴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뭘 조금 알아요? 전혀 모르면서요.(모두 웃음)”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솔직한 질문자 덕분에 즉문즉설 내내 유쾌했습니다. 스님은 조금 더 보충하여 설명해주었습니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이 6년 고행해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기 직전에 마왕의 세 딸이 유혹했다는 내용이 있죠? 그때 마왕의 세 딸이 정진 중인 부처님한테 이렇게 얘기해요.

‘이렇게 좋은 봄날, 우리와 같이 즐기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나무 밑에서 밥도 굶어가며 정진하다가 죽어버리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의 몸매를 한번 보소서. 얼마나 아름다운 가요? 젊을 때 우리와 함께 즐기고, 꼭 수행이 필요하면 머리가 희끗하니 늙었을 때 해도 되지 않습니까?’

이게 맞는 말 같아요, 틀린 말 같아요? 제가 들어보면 마음에 쏙 들도록 맞는 말이에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게 마음에 들면 자재천왕의 아들이에요. 마왕의 아들, 신의 아들이에요. 수행하고는 정반대예요.

수행적 관점은 어떨까요? 그 여인들에게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잘 채색된 항아리에 똥만 가득 찬 것들아!’

잘 채색된 항아리라는 게 즐거움이고, 똥이라는 건 괴로움이에요. 이 즐거움의 본질이 괴로움이라는 거예요. 이걸 꿰뚫어 알면 거기에 미련을 갖지 않게 되는데, 질문자는 지금 지혜가 없어서 그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현상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왜 이 아름다운 걸 놓으라고 하느냐’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충분히 이해가 돼요. 때로는 저도 거기에 동의가 된다니까요.(모두 웃음)

그러니 질문자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다만 아직 삶의 본질을 못 꿰뚫어서 지금 이런 혼란이 좀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서 한 번 실컷 즐기다가 구덩이에 한번 빠져 보고 다시 오든지,(모두 웃음) 아니면 정신을 딱 차려서 다시 한번 법문을 듣고 점검을 해보든지 하세요.

질문 잘했어요. 용감해요. 그런 얘긴 보통은 남부끄러워서 못 하는데 굉장해요. 그런 얘기를 어떻게 이 많은 대중 앞에서 막 얘기해요? 수행하면 앞으로 큰 인물 되겠어요. 내가 필요한 얘기를 남이야 뭐라고 하든 딱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저런 얘기 하라고 하면 못해요. 그런 마음이야 속에 있죠. 질문자 같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 많이 있어요.(모두 웃음) 오늘 질문자가 속 시원하게 대변해 준 거예요. 잘했어요.”

이 외에도 세 가지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직책에 욕심을 갖는 도반, 직장에서 어려운 일을 나에게 미루고 모함하는 동료와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 희귀 난치병에 걸려 새벽 정진에 물러서는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불교대학 강의를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사념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번에는 허무했어요. 제가 제대로 공부하는 게 맞을까요?

질문을 모두 받은 후 스님은 수행을 부지런히 할 것을 당부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정토회의 생명은 역시 수행입니다. 수행을 기초로 해서 보시와 봉사가 있어야 합니다. 절을 하는 게 수행이 아니에요. 내가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경지로 나아가는 게 수행입니다. 매일 정진하고 법문을 듣는 목표도 바로 거기에 있어요. 남편이 요즘 내 말을 잘 들어서 내가 편안하다 하면 이거는 어린애같이 보호받는 것에 속합니다. 내가 몸이 안 아파서 편안하다 하면 이거는 이건 바깥 경계가 나를 도와주는 거예요.

남편이 뭐라고 해도, 자식이 뭐라고 해도, 세상이 어떻게 대해도, 몸에 병이 나도 상관없이 내가 편안해야 합니다. 이게 해탈이에요. 육체적 통증은 있지만, 비록 통증이 있어도 생각을 딱 바꿔보세요. 통증이 있어도 사는 게 나은지, 이럴 바에는 죽는 게 나은지 살펴봐서 그래도 살아있는 게 낫다 싶을 때 ‘아이고, 그래도 살아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얘기예요. ‘안 아팠으면’ 여기에 매달리면 죽을 지경이 돼요. 통증이 있고 없고 가 수행이 아니에요. 그거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이지, 수행이 하는 일이 아니에요. 아까처럼 책임자가 14강을 돌려야 하는데 15강을 돌렸니 어쩌니 하는 건 일에 속하는 것이고요. 수행은 그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내가 편안한 거예요. 내가 편안하다고 하면 그걸 그냥 놔둬도 되고, 그걸 시정을 요구해도 됩니다.

정토회는 첫째, 내가 편안한 가운데, 다시 말해 평화적으로 하는 게 1번이고, 두 번째,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해요. 모순이나 차별이 있으면 시정하고, 전쟁은 평화로 바꾸고,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면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자 합니다. 그런데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내 성질에 안 맞거나 내가 불편해서가 아니에요.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편안할 수 있는 수행의 과제를 안고 살아가되, 중생과 세상을 위해서,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우리는 실천해 가는 거예요. 이게 대승불교예요. 그래서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즉 ‘위로는 보리를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런 수행 정진을 꾸준히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무엇보다 정토회 정회원으로서의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고 활동해야 하는지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법문을 마치고 강원경기동부지부 김복경 사무국장이 인사말에 “스님 말씀처럼 성질은 더럽지만, 옆에 있는 도반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옆을 돌아보세요.”라고 하자 대중은 도반의 얼굴을 서로 마주 보며 까르르 웃었습니다.

자리가 좁아 스님께 앉아서 삼배를 하고, 꽃다발 증정과 ‘스승의 은혜’를 합창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스승님께 고마운 마음이 몽글몽글 올라와 코끝이 찡하고 눈가가 뜨거워졌습니다.

이어서 오늘 함께한 도반들의 영상을 보고, 강원경기동부 정회원 전체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분당법당 전지영 님의 재치 있는 진행으로 청중은 한바탕 웃으며 하나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미쳐봤나?” “미쳐봤다”로 시작한 구호를 함께 외친 뒤 ‘진짜 수행자’를 힘차게 부르고 스님께 두 손 모아 마음을 담은 하트를 가득 날렸습니다. 뜨거운 퍼포먼스를 마치자 내 옆에 있는 도반 하나하나가 참으로 소중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토회별 사진촬영을 마치고 도반들은 아쉬운 마음을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몇몇 분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오길 너무 잘했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정초법회가 열렸습니다. 직장에서 겨우 시간 맞춰 오는 사람들을 위해 강경 지부에서는 떡과 귤을 준비해 맞이해주었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법당은 각 정토회별 구호를 연습하는 소리로 활기찼습니다.

저녁 7시가 되자 곧 시작될 법회 참석을 위해 자리가 채워지는 한편 저녁예불이 진행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도반을 본 기쁨과 구호 준비를 하며 들떠있는 마음이 나지막이 들리는 예불문으로 인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디딜 틈 없이 꽉 찬 법당에서 강원경기동부 담당 무변심 법사님을 비롯한 상임 법사님들의 밝은 인사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별로 일어나 한 명, 한 명 소속 법당과 소임, 이름을 말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비좁은 법당에서 정회원들을 잘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겨가며 참가자 소개를 들었습니다. 스님이 자리를 옮겨가며 듣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정회원들에 대한 관심이 느껴져 따뜻했습니다

참가자 소개가 끝나고 특별공연이 있었습니다. 파란 정토불교대학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와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귀여운 율동을 선보였습니다. “뿜바 뿜바” 반주까지 입으로 부르는 모습이 재미있어 대중들은 웃으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재미있게 웃은 후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은 정토회의 정회원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지 마음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무엇보다 수행자가 되기 위해 선택한 길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정토회의 주인이 될 것을 모두 함께 다짐했습니다. 이어서 정회원을 위한 즉문즉설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자유롭게 질문하도록 안내해주었습니다. 총 4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 건물에 환기시설을 잘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 인도 성지순례 시 오리털 침낭, 오리털 파카는 금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통일의병 프로그램 반응이 좋아서 법당에서 해보았는데 사람이 늘자 정토회에서 그만하도록 했어요. 너무 폐쇄적인 것 아닐까요?
  • 정토회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많고 제지하는 사람이 불편해요

스님은 법당에 환기시설이 필요한데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문제 제기한 질문자에게 지도법사의 역할은 법에 대한 것을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다른 법당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해운대 법당에서 재미난 질문이 있었어요. 경전반에 다니는 한 분이 질문을 했어요. 꼭 개근을 하고 싶어서 한 번도 안 빠지고 다니다가 인도 성지순례를 가느라 한 번 빠지게 됐대요. 성지순례니까 좀 봐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정토회는 그런 규정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어요. 자기는 그것도 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어쩔 수가 없으니까 성지순례를 다녀왔어요. 빠진 수업은 나중에 진도를 검색해서 다른 법당에서 보충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다녀왔는데, 자기 정토회 경전반 담당이 14회를 해야 할 때 15회를 틀어버렸대요.(모두 웃음) 그걸 가서 배울 데가 없으니까 이건 담당이 잘못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봐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기에 제가 물었어요.

‘이 시정을 저한테 건의하는 거예요, 행정처에 건의하는 거예요?’
‘법륜스님한테 건의합니다.’
‘저한테 건의한다면 제 답은 “집착을 놔라”입니다.’(모두 웃음과 박수)

왜 집착을 놓으라고 할까요? ‘금강경’ 가르침의 핵심 내용이 상(相)에 집착하지 말라는 거잖아요. 강의 내내 상에 집착하지 말란 얘기를 하는데 이분은 개근이라는 상에 집착을 해서 이렇게 얘기하니까 지도법사로서는 ‘집착을 놔라’ 이렇게밖에 얘기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스님이 늘 법문 할 때 얘기하잖아요. 국가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를 찾아서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바보예요.

‘제가 봐도 그건 당신 권리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 행정처에다가 그 문제를 한 번 제기해 보세요. 누가 잘못했든 어쨌든 당신 잘못이 아니라 정토회에서 운영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공무원이 잘못해도 국가 잘못이라고 하는 것처럼요. 저도 답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니까 한 번 올려보세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렇게 제기한 문제가 어찌어찌해서 저한테 올라온다면 답은 정해졌습니다. “집착을 놔라.”(모두 웃음) 저는 수행 지도하는 사람이지, 행정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요.”

질문자는 스님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 끝에 스님은 수행자로서 원칙을 잘 지켜나가자고 당부하며 법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면 출가한 수행자인 스님들도 수행자로 잘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물며 세속에서 결혼도 하고, 사업도 하고, 돈도 벌고, 온갖 술도 마시는 사람들을 모아서(모두 웃음) 수행자 그룹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걸 단속 안 하면 유지가 될까요? 안 돼요. 이게 어떻게 수행자 그룹으로 유지가 되겠어요?

머리 깎이고 가족도 떠나고 결혼도 안 시키고 이렇게 스님들을 모아놔도 맨날 돈 사고 치고 여자 사고 치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거 보잖아요. 우리는 더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법문을 굉장히 강조하고 계율을 유지해도 우리가 수행자로서 살아가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제가 여러분들의 수준보다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했는지도 몰라요. 여러분들이 수행자라고 정의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상가 구성원이 된 거예요. 상가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볼 때 여러분들이 모범이 돼야 해요. 대중이 볼 때 귀의할 만해야 합니다.

스님도 여러분들이 좋은 옷 준다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준다고 타면 어떨 것 같아요? 존경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스님이 저가항공을 타고, 공항에서 자는 거예요. 이렇게 함으로 해서 수행공동체가 다 유지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고 저만 노력하면 될까요? 우리 모두 수행자로서 자신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잘 유지시켜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회원들이 수행자로 살 수 있도록 염려하고 가르쳐주고 솔선수범하는 스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어느덧 밤 10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멀리 강원도에서 온 분들이 귀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것을 우려해 법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대중들은 스님에게 새해인사로 삼배를 드리려 했습니다. 스님은 손사래를 치며 “저만 일어설게요.”하고 대중은 앉고 스님만 일어서서 서로 합장하였습니다.

이어서 의정부법당 이경희 님이 강원경기동부지역 정회원을 대표하여 감사 편지를 낭독하였습니다. 7년 전 친구가 보내준 즉문즉설을 통해 우연히 스님과 정토회를 알게 된 후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전법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은 합장을 하고 조용히 낭독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가 다 함께 퍼포먼스를 하였습니다. 한 거사님이 가발을 쓰고 북을 둥둥 울리며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만 대사를 까먹어버려 한바탕 웃었는데요. 스님이 웃으며 “편하게 하세요.”하고 웃자 한마디씩 기억을 해내 “ 행복해요!” 구호를 외치고 다 함께 하트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각 법당별로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환한 웃음으로 수행자로 거듭남을 다짐하며 촬영을 마쳤습니다.

설 연휴 다음날부터 시작했던 정초 정회원법회는 내일 서울제주지부 법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납니다. 처음 정초법회를 시작할 때 초승달이었던 달도 반달로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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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요즘 같은 시대에

고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으면

눈물이 나야 정상입니다.

2024-02-23 15:19:53

이지은

사건을 받아들이는 나의 관점이 중요함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2019-02-17 23:27:59

앵두나무

도반들의 삼배를 홀로 일어나시어 간단히 받으시는 스님 모습에 마음이 찡합니다. 그렇게 권위와 형식을 내려놓으시는구나 연차가 많아질수록 대접받기를 바랬던 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19-02-16 20: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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