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02.24. 전국대의원회 회의 회향식, 서원행자대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문경 수련원에서 정토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 대의원회의’에 참석해 회향 법문을 한 후 이어서 서원 행자 대회에 참석하여 법문을 하고, 저녁에는 행자대학원 13기 졸업 법문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어제 새벽이 다하도록 원고 교정을 보고 잠깐 눈을 붙인 뒤 아침 7시 30분부터 전국 대의원회의 회향 법문을 하였습니다. 어제저녁, 대의원들을 위한 즉문즉설 시간이 배정되어 있었지만, 안건 논의가 길어져 즉문즉설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틀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시간이 남아돈다더니 어떻게 된 거예요? (모두 웃음)

어떤 일이 변경되었을 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어제 여러분들이 회의를 한다고 즉문즉설 시간이 없어져서 저에게 손해가 났을까요? 저에게도 큰 이익이 있었습니다.(모두 웃음)

어젯밤을 새워서 27일 3.1 운동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발표할 원고 교정을 해야 하는데 어제 즉문즉설을 안 해서 2시간을 벌었어요. 원고를 다 정리하고 나니까 새벽 3시 반이었어요. 아침 6시까지는 해야 끝이 났을 텐데 덕분에 조금 자고 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모두 웃음)

요즘 매일 밤을 새거나 쪽잠을 자는 스님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스님은 저녁반을 위한 공양비 사용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예산의 사용과 평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예산을 세울 때 예측을 잘못해서 돈이 남거나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다음에 예산을 세울 때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측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절약을 잘해서 돈이 남게 된 경우에는 다음 예산에서 그 항목의 예산을 줄이면 안 됩니다. 절약해서 돈이 남았는데도 다음 예산에서 비용을 줄이게 되면, 돈을 낭비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정부 예산의 경우에는 편성된 예산을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이듬해 예산에서 그 항목의 예산을 줄입니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되면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다 써야 해서 갑자기 바빠집니다. 그래서 때로는 불필요한 곳에 돈이 사용되기도 하고, 연말에 갑자기 뒷골목 도로를 파헤쳐서 공사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모두 웃음)

예를 들어, 최근 JTS가 로힝야 난민들에게 가스스토브를 제공한 사례를 보면, 가스스토브 가격을 책정할 때 UN에서 28달러라고 알려줬습니다. UN에서는 28달러를 주고 가스스토브를 구입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희는 같은 가스스토브를 20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당 20달러로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그런데 다량을 주문하면서 물건 값을 깎다 보니 같은 품질의 물건인데 최종적으로 11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의 절반 정도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우리가 노력해서 예산을 절약한 것이지, 예산을 잘못 세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의원 회의 때 저녁반 활동가들이 저녁 비용으로 세워둔 예산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이 있었다고 하는데, 만약 돈을 아끼기 위해 사람들을 굶겼다면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굶는 사람이 없는데도 예산을 세워뒀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돈을 다 쓸 필요는 없잖아요. 비단 특정 법당의 저녁반 예산만을 가지고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세울 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는 겁니다.

예산을 세울 때 가능하면 정교하게 세우고, 예산 외의 지출은 가능하면 줄이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예산 외의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대의원회 회의를 거쳐서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산을 잘못 세운 것에 대해서는 결산할 때 비판해야 하지만, 돈을 쓰는 과정에서 절약을 했거나 사업이 취소되어서 지출되지 않은 경우에는 비판하거나 예산을 줄이면 안 됩니다.

특히 JTS가 계획한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가령, 작년에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여서 곧 민간 차원의 북한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 예상하고 북한 지원금으로 좀 많은 예산을 세워두었습니다. 그런데 일 년 내내 지지부진하다가 비로소 연말이 다 되어서야, 그것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적은 양의 지원만 가능하다고 해서, 예산 중 일부만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산할 때 이 사업 부분에 대한 예산 공백이 컸습니다. 그래도 올해 또 같은 사업의 예산을 세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난 것도 아니고, 조만간 북미 회담이 열려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겠지만, 우선 올해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예산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북미 회담이 끝나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루어지면,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이 활성화될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지, 인도적 지원이 자유롭게 될지 알 수 있는데, 이런 건 우리가 미리 알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여기에 대해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지원하려고 계획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예산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또 예산을 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절약할 수 있어서 집행이 덜 된 경우는, 우리가 예산을 세우는 과정에서 잘못을 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예산에 없는 것을 집행하거나, 대의원 회의를 거치지 않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시정해야 될 일입니다. 또 예산을 잘못 세우는 일도 비판해야 합니다. 그러나 비록 계획한 예산과 맞지 않더라도 계획은 정상적으로 잘 세웠는데 중간에 절약을 했거나 중간에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여 집행하지 못한 경우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녁반이 식사비를 지출하지 않은 사례의 경우, 저녁반의 복지를 살피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면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저녁 식사를 각자 해결하도록 해서 절약을 한 경우라면, 오히려 저녁반을 칭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어서 회의 중 해소되지 않은 것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직구조 변경, 효율적으로 회의하는 방법, 법당 사정에 따른 저녁예불 시간 변경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위해 공동체 상근자나 봉사자들에게 안식년 또는 안식월 도입을 제안하는 대의원도 있었습니다.

“1박 2일로 하던 서원 행자 대회를 이번에는 당일만 하도록 했습니다. 대신 시작시간을 당기고 끝나는 시간을 늦췄다고 합니다. 우리도 정비를 좀 하고 서원 행자 대회에 참여해야 하고, 서원 행자 맞이도 해야 하니까 이 정도로 끝을 내고요. 제가 즉문즉설을 한 것은 어차피 한 시간 후에 서원 행자 대회 입재 법문이 있으니까 오히려 이 시간은 여러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틀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사홍서원을 끝으로 대의원회 회의를 모두 마친 후 다 함께 앉은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는 뒤편으로 서원 행자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전국에서 모인 500여 명의 서원 행자들은 청법가와 삼배로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입재 법문을 통해 서원 행자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정토회는 신앙공동체가 아닌 수행공동체입니다. 정토회의 정회원이 된다는 것은 ‘나는 수행의 길을 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신자의 길과 수행자의 길은 다릅니다. 신자의 길은 도움을 받으려는 길이지만 수행자의 길은 자립하는 길이고, 오히려 도움을 주고 베푸는 길입니다. 이런 수행의 길을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면, 최소한 이 정도의 수행, 보시, 봉사는 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정회원 규정입니다.

정회원 안에는 발심 행자, 서원 행자, 결사 행자 이렇게 세 부류가 있습니다. 발심 행자 중에 서원 행자가 나오고, 서원 행자 중에 결사 행자가 나오니까 이중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발심 행자입니다. 또 정회원에 입문하면 가장 먼저 발심 행자가 됩니다.

발심 행자의 규정 안에는 우선 자기 스스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도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과 더불어 보시와 봉사가 함께 약속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수행, 보시, 봉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만, 발심 행자 단계에서는 우선 내가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행자가 되겠다는 입장이 확실한 지 여부가 발심 행자의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활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불평·불만을 하거나 괴로워서 못살겠다고 하는 것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누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한다면 수행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일본 검사의 질문에 용성 스님의 대답

최근 용성 스님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재미있는 일화를 접하게 되었어요. 용성 큰스님께서 3·1 독립운동에 서명을 하고 붙잡혀 갔을 때 일본 검사가 용성 스님을 취조했습니다. 일본 측 검사의 질문은 ‘결국 조선총독부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는 것 아니냐? 불만이 있으니까 서명도 하고,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 용성 스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불만은 없다. 다만 조선이 독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서명을 했다.’

이건 수행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 들으면 애매모호한 대답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생각으로는 ‘총독부의 통치에 대해 불만이다’라고 주장을 해야 조선이 독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는 이야기와 연결이 되는데, 불만은 없다고 하면서 ‘조선이 독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서명을 했다’라고 하는 건 언뜻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거든요.

수행에 대해 모르면 이런 문장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용성 스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런 뜻입니다.

‘조선총독부의 통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바로잡는 것을 끝까지 하겠다. 그러나 내가 이것 때문에 불평·불만이 있거나 괴롭지는 않다.’

그런데 이 말의 뜻을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이걸 잘못 이해해서 ‘용성 스님이 독립운동에 소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을 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수행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대개 불평·불만이 있으면 개혁을 하려고 하고, 또 불평·불만이 없으면 개혁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불평·불만 없이 개선하기’는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뜻입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수행자로서 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남을 돕더라도 수행자로서 돕고, 통일 운동을 하더라도 수행자로서 통일 운동을 하고, 무엇을 하든지 항상 수행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발심 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수행자의 기본 원칙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하다 보면 힘든 지점에서 헐떡거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발심 행자는 수행자의 기본 원칙에 동의하는 입장을 가져야 하고, 그 원칙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나도 수행자의 길을 가겠다’라고 마음을 낸 사람을 발심 행자라고 합니다.”

스님은 발심 행자, 서원 행자, 결사 행자의 개념과 차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후 정토회가 전문가 집단이 아닌 대중 주체 운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습니다.

대중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하고 있는 정토회

“정토회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지만 많이 발전해왔습니다. 26년 전 정토회를 처음 창립할 때 많은 토론 끝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했는데, 바로 ‘정토회를 전문가 주체로 이끌 것인가, 대중 주체로 이끌 것인가?’하는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전문가 주체로 간다는 것은 스님들, 법사단, 실무자들이 정토회의 중심이 되고, 대중은 그 밑에서 따라가는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종교단체나 사회단체도 다 갖고 있는 구조입니다.

당시 우리가 살펴본 바로는 전문가 주체의 종교단체는 많았지만 대중 주체 집단은 없었습니다. 효율적으로 가려면 자연히 전문가 집단을 지향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점점 민주주의 사회가 되고, 개방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중 주체로 할 것인가, 전문가 주체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스님들과 출가자 중심으로 할 것인가, 일반 대중 중심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만약 정토회가 전문가 중심으로 왔다면 지금보다 양적으로는 훨씬 더 커졌을 수 있었습니다. 숫자 확대 면에서는 대중들에게 결정된 것을 따르라고 하면 여러 면에서 수월합니다. 또 모든 것을 지도부와 1:1로 연결하면 아주 효율적입니다. 가령, 여러분도 지방에 있는 법당을 운영하다가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스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를 거예요. 그렇게 하면 모든 결정이 금방 나고 아주 효율적입니다. 그렇게 스님이 대중을 직접 지도하면 조직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또 같이 일하는 사람의 성질이 더럽거나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스님 말만 잘 들으면 되니까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도 빠르게 확대되는데 유리합니다.

반면 대중 주체로 하면 스님은 멀리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을 대중들이 맡아서 결정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이때 각자 수행이 안 되면 함께 일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속된 말로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계속 싸우게 돼요. 상대방이 머리를 깎은 것도 아니고,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질이 나보다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니까, 아무런 권위가 없잖아요. 수행이 되지 않으면 서로 싸우게 돼서 무언가를 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정토회가 지난 26년간 많이 발전했다고도 하는데, 다른 일반 종교단체에 비해서 정토회는 양적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린 편입니다. 다른 불교 단체들을 봐도 우리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라 대중들과 다 같이 의논해서 대중 주체로 가다 보니까 성장 속도가 느립니다. 대신 조직력이 단단한 편이에요. 만약 전문가 주체로 가면, 중심 되는 사람이 사건에 휘말리거나 죽거나 하면 결속력이 급속도로 떨어집니다. 만약 법륜 스님이 사건에 휘말리거나 하면, 정토회도 금방 무너질까요?”

“...”

“금방 대답을 안 하네요. (모두 웃음)

안 무너집니다! 하고 대답을 해야지, 우물쭈물하는 거 보니 괜히 대중 주체로 했나 봐요. (모두 웃음)

‘스님이야 사건에 휘말리든 말든 우리는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말할 정도는 돼야죠. 밖에서 볼 때는 정토회가 그저 법륜 스님 말이라고 하면 뭐든지 따르는 대중들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 내부에 들어가 보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다져나가는 이유는 나중에 법륜 스님이 없어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 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법사님들 한 두 분 없으면, 물론 타격이 있긴 하지만, 정토회의 대세에는 큰 지장은 없도록 하나씩 시스템을 마련해가고 있는 겁니다.

지금도 각 지역 법당은 여러분들에 의해 운영되고, 여러분에 의해 대표가 뽑히고, 모든 사항들이 여러분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잖아요. 이렇게 정토회는 대중이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습니다.

아직 대중이 주체가 되는 시스템 설계와 구축이 100%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많은 부분이 안정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렇게 대중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다져왔기 때문에 비록 팽창 속도는 더뎠지만 그만큼 단단한 면이 있습니다.”

26년 전 스님의 고민은 오늘 이 자리의 서원 행자들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는 서원 행자들의 얼굴이 뿌듯해 보이기도 하고, 책임감으로 단단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어서 신규 서원 행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신규 서원 행자들 한 명 한 명을 만나보았습니다. 한 명씩 이름과 사진이 보여질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수행, 보시, 봉사를 해왔던 70여 명의 서원 행자들의 모습이 사진 슬라이드 속에 주욱 펼쳐지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자 신규 서원 행자들이 연꽃을 하나씩 들고 대중들 뒤편에서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열렬한 박수와 환호가 다시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신규 서원 행자 모두를 대표해서 용인 정토회 윤석훈 님이 소감문을 낭독했습니다. 윤석훈 님은 이혼 후 키우지 못한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남편과 재결합을 하려 했지만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몹시 슬퍼하던 중 카카오스토리로 법륜스님의 희망편지를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자신만 힘들고 억울했기에 보이지 않았던 남편과 시어머니, 아들의 마음을 안아주게 되었다며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제는 이 길 밖에는 없음을 알아 자신이 받은 모든 것을 세상에 회향하겠다고 발원하였습니다.

이 같은 소감과 발원을 듣는 대중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어서 법륜 스님이 정성을 기울여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여기 70여분의 서원 행자들은 삶의 고달픔 가운데 부처님 법 만나 그 고달픔으로부터 한발 한발 마치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온 것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어떻게 태어났든, 어떻게 자랐든, 어떤 경험을 했든 수행자에게는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부터 저희는 부처님 길 따라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수행자, 이 세상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 길로 함께 갈 것을 부처님께, 보살님께, 앞서 간 선배 수행자들께 약속드립니다. 저희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주시옵소서.”

스님의 간절한 축원을 들으며 신규 서원 행자들도 두 손을 모은 채 한 마음 한 뜻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서원 행자로 새로 태어난 오늘 이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어서 사회활동위원회와 공동체에서 2018년 사업 보고와 2018년 사업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들 스크린을 향해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발표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오전에는 콘텐츠사업국, 국제국, 통일특별위원회가 발표하였습니다. 이어서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내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서원 행자들은 삼삼오오 햇볕 아래를 거닐며 문경 수련원의 풍경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사) JTS, 평화재단, (사) 좋은 벗들, (사)에코붓다, 문경 공동체 순서로 주로 법인사업체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오전, 오후 발표 모두 얼마나 많은 봉사자들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이루어내었는지 하나씩 발표가 되자 큰 박수와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어서 전국 대의원회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또 장로 대의원을 중심으로 ‘수행공동체의 예산 수립과 집행’, ‘보시받는 원칙’에 대한 모둠 토론 결과도 공유해주었습니다. 토론 결과에 대해 대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잠깐 휴식 후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틀에 걸쳐 진행하던 행사를 하루로 압축하니 하루 안에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대의원회 보고를 잘 받았는지 물은 뒤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 질문 겸 제안을 섞어서 받겠습니다. 마음껏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는데 1분 안에 하도록 해보세요.”

다양한 질문과 제안이 있었습니다.

  • 과거 유투브에 올라간 영상 중 질문자 얼굴이 노출된 영상을 찾아 삭제할 수 있도록 검색하는 봉사를 제안합니다.
  • 정회원이 아닌데 포살을 하고 싶어 하는 불교대학 졸업생은 포살법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 주 1일 봉사제를 빨리 정착시키면 좋겠고, 각 법당에서 거사님들이 정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 부도탑 설립 계획을 들었는데, 소규모로 지으면 좋겠습니다.
  • 보살, 법우의 호칭 구분이 불편한데 연구가 필요합니다.
  • 법당에서 연등을 다는 것 같은 위험한 일은 다치더라도 본인이 책임지도록 안내하면 되나요?
  • 군인들에게 법륜스님의 도서를 기부하는 행사에 참여해주세요. 또 군인 전법 콘텐츠를 만들어주실 분을 찾습니다.
  • ‘때 아닌 때 먹지 말라.’, ‘때 아닌 때 자지 말라.’는 계율이 있는데 때가 정해져 있나요?
  •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북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법할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 언제쯤 북한에도 전법할 수 있을까요?
  • 정부, 사회에 너무 요구하기만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1시간 20여분 동안 스님은 한 명 한 명 소상히 답해주었는데요. 그중 “자본주의를 맛보지 않은 사람보다 자본주의 속에서도 돈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 진짜 경쟁력이 있다.”는 스님의 말씀이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미얀마 불교가 착실한 면이 있긴 한데, 아직 자본주의에 대해 경쟁력이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미얀마에 유명한 고승이 있다고 해서 한국 사람들도 거기에 가서 위빠사나 수련을 하고, 또 한국에 초대해서 명상수련도 했는데, 우리 돈으로 몇십만 원씩 참가비로 받았다고 합니다. 미얀마에서는 상당히 큰돈이에요. 이렇게 돈을 받고 상거래 방식으로 운영되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돈에 타락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돈맛을 보고도 돈을 이기는지 더 지켜보아야 합니다.

태국 불교도 겉으로는 화려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권위와 돈에 많이 찌들어 있어요. 스리랑카 불교도 특별한 경쟁력이 없어 보이고, 티베트 불교는 순수함을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돈의 맛을 못 본 순수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중국이 개발되면서 그쪽으로도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어요. 또 티베트 불교를 하는 사람들이 해외에 가서 돈을 많이 접하는데, ‘돈의 맛을 보고도 과연 돈을 이길 것인가’ 하는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큰 기대는 안 합니다만, 미얀마 불교와 티베트 불교가 돈의 맛을 본 뒤에도 살아남으면 돈을 이겼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 돈의 맛을 못 봤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어려워요. 반면 정토회는 돈 맛을 본 사람들을 정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하면 더 경쟁력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불교가 많이 퍼지고 있는데, 유럽에서 유행하는 불교는 주로 티베트 불교입니다. 신비주의적 요소가 많고 웰빙적 요소가 강합니다. 수행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개인 명상을 주로 하는 편이에요. 물론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지만 개인 명상 만으로는 사회를 리드할 지도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그 방식으로는 개인 수행을 통해 개인적 평온을 이루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이 불법(佛法)을 잘 알고 꾸준히 수행, 정진하면 앞으로 50년, 100년 지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이후에는 수행의 힘으로 그때 나타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돈과 격리해서 물들지 않는 것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노야 가지 마라’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그 속에 있으면서 물들지 않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지, 그것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접할 때 어떻게 반응할지 모릅니다. 가령, 능히 술을 먹을 수 있는데 술을 먹지 않는 것, 간식이 있는데도 때 아닌 때에 먹지 않는 정도가 되어야 해요. 못 먹게 울타리를 쳐서 못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이 거기에 있는 건 있는 것이고, 나는 때가 아니기에 안 먹는다’ 이런 정도가 되어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미래 사회의 최고 경쟁력은 ‘행복’입니다. 돈과 지위보다 행복한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있습니다. 북한도 아직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이 있습니다. 저도 20년 전에 북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그들의 순수함이 파괴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어떻게든 그들의 순수함을 파괴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그 순수함을 좋은 에너지로 전환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는데, 어떤 측면에서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그런 능력이 있어서 그들이 물들지 않고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자본주의에 한 번은 물들게 되어 있고, 그것이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순수함이 사라지는데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북한 사람들도 소비주의에 물들어 본 다음 ‘아, 이게 좋은 게 아니구나’, ‘아, 이게 진정으로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 경험을 해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물질 세상을 접해보지도 않은 채 순수함만 가지고 있는 것은 흰 종이처럼 조건에 따라 금방 물들기 쉽습니다. 북한의 순수함만 볼 게 아니에요. 남한에서부터 힘을 얻어내고 희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발표하려는 사람이 더 있었지만 뒷 일정이 있어 즉문즉설 시간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어서 사용한 공간 곳곳을 대청소하였습니다.

대청소가 한창 진행되는 사이 스님은 자비당에서 JTS, 좋은 벗들, 에코붓다 3개 사회단체 총회를 했습니다. 총회 구성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오늘 같은 행사날이 아니면 마련하기 어려워서 부득이하게 서원 행자 대회 중 총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하여 각 단체별 2018년 결산, 감사보고서, 2019년 예산, 이사진 변경에 대해 점검하였습니다.

대청소를 다 마치고 사용한 500여 개의 방석도 탈탈 털어 가지런히 정리한 뒤 맨바닥에 앉아 회향 법문을 들었습니다. 스님은 9차 천일결사를 마무리 짓는 2019년이므로,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고, 비교적 국내외 정세가 안정적인 2019년에 전법에 집중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서원 행자 대회를 모두 마친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자, 웃어요!”

스님의 말에 서원 행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서원 행자 대회를 마친 후 저녁 6시 30분부터는 행자대학원 제13기 졸업식이 정토수련원 대웅전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졸업하는 행자님을 위해 졸업기념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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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불평불만없이 개선하기' 마음의 평활를 유지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갈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02-28 10:40:14

세명화

예산에 대해 스님 법문 덕에 더할나위 없이 명확하게 개념정리가 되었습니다ㆍ대중주체 조직이 이렇게 많은 고민끝에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만들어가고 있는 것임에 놀랬습니다ㆍ 숨가쁘게 돌아가는 문경의 하루를 보며 대중주체가 처음에는 느리지만 나중에는 저렇게 살아 펄떡이게 되는구나 싶습니다ㆍ

한가지만 해도 큰일인데 대의원회 서원행자대회 등 절도 있게 굴러가는 문경의 하루가 그 자체로 희망이고 법문입니다

2019-02-27 11:18:10

김충균

오늘 법문에 감사드립니다. _()_

2019-02-27 09: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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